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845)
마존현세강림기-1847화(1844/2125)
마존현세강림기 75권 (6화)
2장 시도하다 (1)
저벅저벅.
위긴스의 눈이 절로 찌푸려졌다.
이 지하의 습기는 아무리 겪어도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아니, 단순히 습기가 아니지.’
이 억눌린 듯한 분위기, 은근히 살을 조여오는 것 같은 무거운 감각
이 그의 신경을 곤두서게 만드는 것 이 분명했다.
“근무 중 이상 무!”
번을 서고 있던 이들이 그를 발 견하고는 부동자세를 취한다.
‘묘하단 말이야.’
삶의 터전을 대한민국으로 옮긴 이후, 그가 가장 적응하기 힘들었던 점이 바로 이런 면이다. 이들의 삶 에는 당연하다는 듯이 군대의 방식 이 녹아들어 있다.
평소에는 권위에 불복하는 듯한 삶을 살다가 자신이 무언가를 억압 해야 할 위치에 서면 자연스럽게 군
에서 배운 말투와 행동이 나오는 것 이다.
이들에게는 이런 것이 자연스럽겠 지. 그가 느끼고 있는 부자연스러움 은 그가 이곳에서 태어나지 못한 이 방인이기 때문에 느끼는 감정이리 라.
“문제는?”
“없습니다.”
위긴스가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 덕였다.
“문을 열게. 안에 있는 사람을 만 나야겠으니까.”
“죄송하지만…… 어렵습니다. 회
주님의 허가가 없으면 누구도 들어 가실 수 없습니다.”
“그 회주님의 허가가 없으면 누구 도 들이지 말라는 지시를 내린 게 나일세. 그런 내가 회주님의 허가도 없이 이곳에 왔겠는가?”
위긴스가 빙긋 웃었다.
“확인해 보게. 여기서 기다릴 테 니.”
“……그럼 잠시만.”
문을 지키고 있던 두 사람 중 한 사내가 슬쩍 위긴스의 눈치를 보더 니, 전화를 들고 바깥쪽으로 나간다. 위긴스가 밖으로 나간 이를 슬쩍 바
라보고는 고개를 돌려 남은 이를 향 해 입을 열었다.
“안쪽은 어떤가?”
“저는 저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 지는지 잘 모릅니다.”
“음, 그래도 최소한의 관리는 해 야 할 것 아닌가?”
“그 역할을 맡는 이들은 안에 따 로 있습니다. 관리하는 이와 번을 서는 이의 역할이 겹치게 되면 반드 시 문제가 생긴다고……
“이 현수인가.”
“잘은 모르지만, 아마도 그렇지 않겠습니까?”
위긴스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쓸데없는 부분까지 유능하군.’
아마 이놈이 현대에 태어나지 않 고 2차 세계대전 무렵의 유럽에 태 어났다면, 역사에 이름을 남길 장군 이 되었거나 역사에 영원히 악명을 떨칠 전범으로 남았을 것이다.
심정적으로는 후자 쪽에 가깝지 않을지…….
그때, 밖으로 나간 이가 빠른 걸 음으로 돌아왔다.
“뭐라 하시든가?”
“그게…… 전화를 안 받으십니다.”
예상치 못한 사태에 위긴스가 살 짝 당황했다.
‘이럼 나가린데……
“그, 이 실장에게 전화를 해보는
“제가 전화드린 분이 이 실장님이 십니다. 제가 어떻게 감히 회주님께 직접 전화를 드리겠습니까?”
그렇지. 그건 그렇지.
“으음, 이 실장이 로드께 연락을 했는데 안 받으신 거다?”
“그런 것 같습니다.”
“음, 어떻게 한다……
위긴스가 대처를 고민하려는 찰
나.
“열어 드리겠습니다.”
“음, 허가는?”
“설마 이사님께서 저희를 속이기 야 하시겠습니까? 들어가십시오.”
위긴스가 피식 웃고 말았다.
“고맙네.”
“예.”
문을 여는 이들을 보며 위긴스가 묘한 감회에 빠져들었다.
조금 전, 그는 이들의 행색을 보 며 자신을 이들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이방인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들은 파란 눈의 이방인인 그를 완
전히 신뢰해 주고 있다.
그 아이러니함에 헛기침을 한 위 긴스가 열린 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 갔다.
저벅저벅.
길게 이어진 복도.
그 복도 안에서 경계를 서고 있 던 이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려 위긴 스를 확인하고는 슬쩍 고개를 숙여 온다.
인사를 받은 위긴스가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마스터는?”
“안내하겠습니다.”
위긴스가 사내를 따라 나서며 주 위를 돌아보았다.
‘언제 이렇게 바뀐 거지?’
예전에는 꽤 낡았는데, 그새 내부 가 최신식으로 변해 있었다. 아마 마스터를 수용하기 위해서 이현수가 손을 쓴 거겠지.
그나마 마스터가 최악의 상황에 빠져 있지는 않다는 것에 안도하며 걸음을 재촉하는 위긴스였다.
“여기입니다.”
위긴스가 눈앞에 비스듬히 보이는 수형실을 보며 눈을 끔뻑였다.
“유리?”
“강화 아크릴입니다.”
“……아주 잘 보이겠군.”
그가 도착한 곳은 몇 개의 수형 실이 교차로 배치되어 있는 형태의 감옥이었다.
수형실 간에는 서로 마주 볼 수 없게 교차되어 있고, 전면은 강화 아크릴로 이루어져, 죄수가 무엇을 하는지 언제든 파악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당연히 CCTV도 설치되어 있을 테고.’
통탄할 일이다.
설마 그가 편히 생활하는 곳 지 하에 이런 인권 유린의 현장이 벌어 지고 있을 줄이야.
“시설이 깨끗해져서 좋아졌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하셨습니 다. 저희는 마법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내력이 있는 이라면 내공 을 폐해 버리면 그만이지만, 마법사 는 그런 상태에서도 여러 가지 수단 을 쓸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맞는 말이다.
“그러니 눈으로 보고 감시할 수밖 에 없습니다.”
“이해는 했네.”
하지만 이래서야.
미국 내에서도 최악의 범죄자만을 가둔다는 ADX 플로렌스 교도소가 연상될 정도였다.
“알겠으니 자리를 비켜주게.”
“원칙적으로는 죄수와 두 분만 만 나게 해드릴 수 없습니다만……
위긴스가 설득을 시도하려는 순 간, 그를 따라온 간수가 순순히 물 러섰다.
“원칙이라는 걸 지켜야 할 사람과 지키지 않아도 되는 사람 정도는 구 분할 줄 압니다. 필요한 일이 있으
면 불러주십시오.”
“……고맙군.”
간수가 멀어지자 위긴스가 한숨을 한 번 내쉬고는 안쪽으로 걸어 들어 갔다.
뭐랄까.
이미지와는 조금 다르다. 그가 생 각한 이미지는 축축하고 음침한,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콘크리 트 감옥에 결박된 채 수감되어 있는 마스터의 모습이었다.
‘그래도 위생적이라고 해야겠군.’ 망할 이현수 놈 같으니.
걸음을 옮겨 전면을 채운 아크릴
벽 앞에 선 위긴스가 감옥 안을 바 라보았다.
벽과 일체형으로 제작된 콘크리트 침대, 그 반대편에 있는 간단한 세 면대.
그마나 화장실을 가릴 가벽이 설 치되어 있는 것에서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하나…….
그 침대 위에 앉아 있는 마스터 의 모습을 본 순간, 위긴스는 눈을 질끈 감을 수밖에 없었다.
무학은 사람의 젊음을 유지시킨 다.
내공을 쓰는 동양만큼은 아니지 만, 마나를 쓰는 이들도 나이에 비 해서는 불합리할 만큼의 젊음을 유 지하는 편이다.
하지만 그건 반대로 말한다면, 더 는 마나를 사용할 수 없게 된 이는 결국 제 나이에 걸맞은 모습을 찾아 가게 된다는 것과 같았다.
노인.
금방이라도 관에 들어가도 이상하 지 않을 것 같은 노인이 침대에 앉 아 있다. 등은 여전히 꼿꼿하고 몸 에는 힘이 남아 있는 것 같아 보이 지만, 세월의 흔적은 어찌할 수 없
었다.
‘마스터.’
위긴스를 더욱 한숨 짓게 만드는 것은 마스터의 눈빛이었다.
과거, 그의 눈에는 깊은 지혜의 혼적이 가득했다. 하지만 보기만 해 도 절로 신뢰가 가던 그 눈은 이제 는 빛을 잃은 채 그저 흐릿하기만 하다.
“그리 좋아보이지는 않는군요.” 노인의 고개가 천천히 돌아온다.
“……위긴스.”
“예, 마스터.”
“어서 오게, 내 오랜 친구여.”
마스터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위긴스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더 이상 과거와 같 은 힘이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의 눈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습 니다, 마스터.”
“그럴 테지.”
마스터가 천천히 고개를 내저었 다.
“하지만 그리 걱정할 건 없네. 나 는 생각보다 잘 지내고 있다네.”
“……전혀 그리 보이지 않습니다
만.”
“애초에 내가 그리 풍족하게 살던 사람이 아니잖은가. 발 뻗을 공간만 있으면 충분하네.”
“마스터.”
위긴스가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알고 있다.
이 사람이 어떤 죄를 지었는지.
강진호의 말대로 마스터가 지은 죄는 그가 수십 번 죽었다 깨어나도 다 갚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때는 저 유럽의 정점에 오른 이가 이리 비참하게 몰락한 꼴 을 보는 것은 결코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다. 설사 위긴스가 마스터와 아무런 친분이 없는 이라 하더라도 이 광경을 무덤덤하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눈으로 볼 것 없네.” 마스터가 고개를 내저으며 말한 다.
“물론 편치는 않지. 이곳은 내게 준비된 지옥이니까. 보이는 것과는 다르게 나는 하루하루 고통을 버텨 내고 있지.”
“하지만 그건 내가 자초한 일이 야. 모든 일에는 그에 합당한 대가
가 따르는 법 아니던가.”
“……누가 보면 종교라도 바꾸신 줄 알겠습니다. 마스터도 동양의 영 향을 많이 받으신 것 같군요.”
“이건 합리의 영역일세, 위긴스.” 마스터가 빙그레 웃었다.
주름 진 노안이 만들어낸 미소는 과거처럼 부드럽지 못했지만, 이상 하게도 평온해 보였다.
“그래, 무슨 일인가? 이유 없이 나를 찾아온 것은 아닐 테고.”
“마스터……
위긴스가 입을 닫는다.
저들을 상대할 전력이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가 가장 먼저 떠 올린 이는 당연히 마스터였다. 벽을 넘을 이가 필요하다면, 그에 가장 근접한 이를 추천해야 하니까.
하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
강진호는 공으로 죄를 사한다는 개념을 용납하지 못한다. 그게 더없 이 합리적이고, 어쩌면 합리를 넘어 서 생존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선택 일지라도 강진호는 그런 선택을 할 바에는 죽음을 택할 이다.
어찌 말하면 꽉 막힌 이고, 어떻 게 보면 삶을 초월한 원칙이 있는 이라고 할 수 있다.
어찌 되었든 그건 마스터에게는 좋은 소식이 아니었다. 평생 이곳에 서 벗어날 수 없다는 의미니까.
“마스터.”
마스터가 미소를 지었다.
“자네가 굳이 나를 찾았다는 것은 자네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생겼다는 거겠지. 말해보게나. 나는 힘을 잃었지만 지식을 잃지는 않았고, 미래를 잃었지만 조언할 능 력을 잃은 건 아니네.”
“내 오랜 친구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건 더없이 기쁜 일이겠지.”
한숨을 내쉰 위긴스가 마스터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마스터, 저는 더 강해져야 합니 다.”
마스터가 고개를 저었다.
“조급함은 언제나 문제를 일으키 는 법이지.”
“조급하지 않으면 미래를 잃게 됩 니다.”
그 말을 들은 마스터의 눈이 살 짝 가라앉았다.
“모든 것을 걸어서라도 반드시 강 해져야 한다는 의미인가?”
“예.”
“정말 모든 것을 걸어서라도?”
“그렇습니다.”
마스터의 눈과 위긴스의 눈이 마 주쳤다.
“ 흐음.”
마스터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게는 그럴 능력이 없어.”
“하지만 원탁에는 그럴 능력이 있 지. 자네가 진정으로 강해지고 싶다 면 방법은 하나뿐이네. 정말 자네는 목숨을 걸어서라도 강해질 용의가 있는가?”
“물론입니다.”
“그 확률이 1%도 되지 않는다 해 도?”
“그 정도면……
위긴스가 미소를 지었다.
“무척 높은 확률이군요.”
가만히 위긴스의 표정을 살피며 그 진위를 가늠하던 마스터가 결국 고개를 내저었다.
“자네도 많이 변했군.”
“누구나 그렇습니다, 마스터. 누구 나.”
“좋네. 그럼 어디……
마스터의 미소가 기이하게 변해간 다.
“우선은 악마가 되어보도록 하지.” 위긴스가 주먹을 꽉 움켜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