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848)
마존현세강림기-1850화(1847/2125)
마존현세강림기 75권 (9화)
2장 시도하다 (4)
“백 연홍은?”
“제대로 혼이 난 덕분인지 자중하 는 것 같습니다.”
“그래?”
청마가 재미있다는 듯 입가를 뒤 틀었다.
“참 귀찮단 말이야.”
“애가 너무 날뛰어서 손이 가면 골치가 아픈데, 막상 풀이 죽어서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걸 보면 그건 그것 나름대로 보기가 좋지 않 지.”
적절한 예는 아니었다.
절대로.
말은 맞아떨어진다고 해도 그 백 연홍을 말썽 부리는 아이로 표현하 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오직 청마만이 백연홍에게 저런 비유를 할 수 있었다.
“다른 놈들은?”
“흑왕께서 백연홍을 그리 다루셨 는데, 누가 감히 명을 거역할 생각 을 하겠습니까.”
단호한 리우양의 말과는 다르게 청마는 심드렁한 얼굴이었다.
“그랬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예?”
“상식이라는 것은 정상인에게나 통하는 법이다.”
청마가 비틀린 미소를 지었다.
‘그놈들에게 상식이라는 게 통할 리 없지.’
고분고분 말을 듣고, 세상의 상식 에 맞춰 살고, 하지 말라는 것을 하
지 않는 이들?
‘그런 놈들은 절대 벽을 깨지 못 해.’
세상의 상식대로 살아가는 이들은 순응하는 이들이다.
반면, 벽을 깨고 인간이 아닌 초 인의 영역에 접어드는 이들은 순응 이라는 말을 모르는 이들이어야 한 다.
시키는 대로 움직이지 않고, 다른 이들은 불가능하고 시도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일들에 당연하다는 듯 부딪혀 보는 인종들만이 남다른 길 을 걸을 수 있는 법이니까.
그런 놈들만 모아뒀으니 관리가 끔찍한 것도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 다.
“지금이야 살짝 눌려 있을 뿐, 적 당한 시기가 되면 다시 움직이려 할 거다.”
“……백연홍의 꼴을 보고도 말입 니까?”
청마가 의미가 없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항상 하는 말이잖으냐. 네 상식 으로 녀석들을 재단하려 들지 마라. 그건 가장 위험한 일이지.”
“그들이 제 상식대로 움직이지 않
는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감히 흑왕께서 내린 명을 어긴다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 족속들인 것을 어쩌겠나.” 청마가 입꼬리를 비틀었다.
물론 그라고 해서 이 상황이 마 냥 기꺼운 것은 아니다.
그 역시 통제에 따르지 않는 이 들 때문에 골머리를 썩을 때마다 세 뇌를 하든, 목을 틀어쥐든, 놈들의 야성을 거세하고 말 잘 듣는 개로 만들어 버리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 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되지.’
그가 원하는 것은 개가 아니라 도구다.
개는 충성만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지만, 도구는 쓸모로서 그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조금 사 용하기가 번거롭고 손이 많이 간다 고 해도 말이다.
놈들의 야성을 거세한다는 건, 번 거롭지만 쓸모 있는 도구를 아무 짝 에도 쓸모없는 충성스러운 개로 만 드는 일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딱히 그런 걸 싫어하지도 않거든.”
“••••••예?”
“조련되어 버렸지.”
청마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미 한 번의 삶을 강진호 를 모시는 일로 소진했다.
“ 사실••••••
“ 예.”
“제멋대로라든가, 말을 들어 처먹 지 않는다든가, 성격이 나쁘다든가, 사람이 준비해놓은 것을 자기 기분 대로 뒤집어엎는다든가, 일을 하는 사람의 불편은 조금도 고려해 주지 않는다든가……
뭔가 악감정이 가득 담긴 말이
줄줄이 흘러나왔다.
리우양의 등에 식은땀이 맺혔다.
오랫동안 흑왕을 모셔왔지만, 그 가 이런 모습을 보이는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물론 청마가 분위기를 잡는 타입 은 아니다 보니 유쾌하게 농담을 하 는 경우는 흔했지만, 지금처럼 불만 을 늘어놓는 모습은 정말 혼치 않았 다.
‘말투부터 다르지 않은가.’
“상식대로 움직여 주지 않아서 사 람 속을 뒤집어놓는 걸로 따지면, 지금 그놈들은 아무것도 아니야. 그
놈들이 치는 사고를 모조리 모아놔 도 그 양반이 혼자 저지르는 일만 못 해.”
“……그 양반이라 하시면?”
“누구겠나?”
청마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니 내가 그 양반이 멀쩡히 조직 하나를 굴려서 여기까지 왔다 는 것에 기겁하는 거지. 그 양반은 강아지 한 마리도 제대로 못 키울 사람이었는데……
“그, 제가 듣자하니 집에 강아지 를 키운다고 하기는 하던데……
“뭐? 진짜?”
청마가 이건 정말 놀랐다는 듯 기대고 있던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그 양반이?”
“……물론 그분이 직접 분양받아 온 건 아니겠죠.”
“그렇겠지. 하지만……
청마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예전이었다면 그 흉악하다는 몽골 견을 데려다가 둬도 강진호의 살기 에 눌려 채 이틀을 버티지 못하고 시름시름 앓다 죽었을 것이다. 아니 면 밥을 챙겨 주지 않아 굶어 죽든 가.
그런데 그 사람이 사는 집에 개
가 있다니.
“세상이 어찌 되려고
‘그렇게 말씀하시니 엄청 늙어 보 입니다’라는 말을 차마 입 밖으로는 내지 못하는 리우양이었다.
“뭐랄까, 지금 내가 어떤 심정이 냐면……
“솔직히 정말 듣고 싶지 않습니 다, 흑왕이시여.”
“미안하군. 내가 좀 흥분했어.” 청마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여하튼 다들 좀 자중하고 있으라 고 해.”
“예.”
살짝 눈치를 살핀 리우양이 청마 의 기분이 그리 나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흑왕이시여.”
“왜‘?”
“건방진 소리일지 모르겠지만, 저 는 저 총회를 저대로 내버려 두는 것이 맞는지 아직도 의문입니다.”
“쓸어버리자고?”
“그럴 수 있다면 그래야겠지요. 하지만 회유할 수 있다면 회유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 회유?”
“예. 흑왕의 말씀이 옳다면, 마존 께서는 우리의 일에 더없는 전력이 될 수 있는 분입니다.”
“그렇지.”
“게다가 흑왕께서는 그분과 친분 도 있지 않습니까.”
“영혼의 단짝이라고 해주면 더 좋 겠군. 말 그대로 시공을 초월해 다 시 만난 사이니까.”
“……제발 그런 표현 좀.”
“하하핫!”
웃어버리는 청마를 보며 리우양이 다시 심호흡을 했다.
“그러니 차라리……
“세상에는 말이야.”
“가능한 일이 있고, 불가능한 일 이 있지.”
“하지만 이전에는 가능했잖습니까.”
“그렇지. 과거엔 그게 가능했지. 그런데 그건 내가 그 사람 밑에 있 었기 때문에 그렇지.”
리우양이 살짝 움찔했다.
사실 그의 상식으로는 이런 말을 태연하게 하는 흑왕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흑왕쯤 되는 이에게 누군가 의 밑에서 머물던 세월은 어쩌면 치 욕의 역사일지도 모른다.
아니, 치욕은 아니라 해도 남들 앞에서는 조금 숨기고 싶은 이야기 이지 않겠는가.
하지만 흑왕은 그때의 일을 이야 기함에 있어서 아무런 거리낌이 없 었다. 이게 과연 과거는 과거일 뿐 이라고 생각하는 건지, 그게 아니면 정말 그때의 일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 건지.
“그런데 지금 내가 그 사람을 회 유하려면, 그가 내 밑으로 들어와야 한단 말이지.”
“아무래도 그렇겠죠.”
“그건 어렵다. 그건 능력의 문제
가 아니야. 세상에는 길들여지지 않 는 이가 존재하는 법이지.”
청마가 어깨를 으쓱했다.
“남의 위에 있을 때는 더없는 리 더십을 발휘하는 최고의 수장이, 남 의 밑에 있을 때는 단순한 반골이 되어버리는 경우는 꽤 흔한 일이야. 물론 반대의 경우가 몇 배는 더 흔 하지만.”
총회를 어떻게든 회유할 수만 있 다면 그들의 전력은 더 늘어날 것이 다. 하지만 청마는 안다. 전력이 늘 어난다는 것이 강해지는 것을 의미 하지는 않는다는 걸 말이다.
“그 일을 더 논의하는 건 의미 없 는 일이니 그쯤 해두지. 소가 닭을 보듯 최대한 멀리 떨어져 있는 게 최선의 관계야.”
“……알겠습니다.”
리우양이 슬쩍 청마의 눈치를 살 폈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청마는 최근 꽤 즐거워 보인다. 무미건조하기까 지 하던 지난 수십 년에 비한다면, 지금의 청마는 확실히 살아 있다는 느낌이 났다.
“그보다……
“예.”
“홍왕 쪽은 어떻게 됐나?”
“창왕계의 전력을 거의 흡수했습 니다.”
“흐음, 역시 그렇게 되나.”
“정확히 예상대로입니다.”
청마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아무래도 그 차이커창이라는 녀 석은 머리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닌 모양이로군. 급히 먹으면 체하는 법 인데.”
홍왕계는 계획 이상으로 창왕의 세력을 흡수했다.
원래는 절반 이상의 전력은 받아 들일 생각이 없었지만, 지금은 쫓기
듯 창왕의 세력을 먹어 치우고 있 다.
‘도리가 없었겠지.’
리우양은 그 움직임을 백분 이해 했다. 놈들이 이쪽을 조사하기 시작 한 게 꽤 전이다. 지금쯤이면 이쪽 의 전력을 반 이상은 파악했을 것이 다.
그러니 다급하겠지.
어찌할 수 없는 전력 차를 느낀 이는 내실을 다시기 전에 몸집부터 불리려 하는 법이니까.
문제는 이 모든 일련의 과정이 애초에 혹왕의 예상 안에서 벌어졌
다는 것이다.
“쯧, 창왕과는 나름 머리싸움을 하는 맛이 있었는데. 홍왕은 영 아 니로군. 나는 이런 쪽과는 맞지 않 지.”
“……그런 의미로 따진다면 마존 과 맞은 게 더 이상하지 않습니까?”
“아, 그 양반은 조금 달라. 이놈 들이 내가 생각하는 것에 전혀 못 미쳐서 사람을 지루하게 한다면, 그 양반은 나도 상상 못할 짓을 태연히 저지르거든. 여러 의미로 인간을 벗 어났지.”
저거, 욕 같은데.
“ 여하튼.”
청마가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천천히 걸어 창가로 다가 가 섰다.
“대충 정리는 된 참이니, 이제 움 직여야겠지. 우선은 중원…… 빌어 먹을, 입버릇은 사라질 생각을 안 하는군. 우선은 중국부터 정리한다.”
“예!”
“슬슬 묶어놓은 놈들을 풀어줘야 지. 너무 묶어두었다가는 주인을 물 려 들지도 모르니까. 놈들에게 시작 한다고 전해.”
“예, 흑왕이시여!”
“화려하게 하자고, 화려하게.” 청마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세상이 바뀌는 순간이니 무엇보 다 화려해야지.”
크게 고개를 끄덕인 리우양이 몸 을 돌려 달려 나가려는 찰나였다.
“아, 그리고……
“예!”
리우양이 움찔하고는 고개를 숙였 다.
“홍왕계가 당하기 시작하면, 총회 역시 움직일지 침묵할지를 결정해야 할 거다.”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말씀이시 군요.”
“아니. 그건 당연한 거고.”
“하면?”
“대비할 전력을 지금 네가 생각하 는 것의 두 배로 잡아.”
“••••••예?”
“그때 즈음에는 그 정도 더 강해 져 있을 거다. 그 떨거지들이든, 아 니면 그 양반이든.”
“그…… 짧은 시간에 말입니까?”
“그래서 건드리지 말라고 한 거 야.”
청마가 고개를 내저었다.
“여하튼 시키는 대로 해.”
“예! 명을 받들겠습니다.”
밖으로 달려나가는 리우양의 뒷모 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청마가 시선 을 밖으로 돌렸다.
그의 시아에 울창하게 자라난 숲 의 전경이 들어왔다.
‘이런 모습만 보면 아무것도 달라 진 게 없는데 말이야.’
하지만 세상은 변했다.
너무도 빠르게, 그리고 급격하게.
그러니…….
또 한 번 달라진다고 해서 문제 될 것은 없을 것이다. 그 변화를 그
의 손으로 뒤튼다고 해도 말이다. 세상은 언제나 변하는 법이니까.
“억지일지도 모르지만……
청마의 입꼬리가 뒤틀린다.
“애초의 우리의 존재 자체가 억지 나 마찬가지니, 이 정도는 괜찮잖 아?”
의미심장한 눈으로 창밖을 바라보 던 청마가 눈앞의 유리에 손을 가져 다 댔다.
“그러니……
챙그랑!
전면의 유리가 모조리 깨지며 바 닥으로 쏟아져 내렸다.
유리를 통해 바라보던 거짓된 세 상이 아닌, 진짜 세상이 그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제는 세상이 우리를 받아들여 야 할 거다.”
청마의 얼굴이 점점 광기로 물들 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