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852)
마존현세강림기-1854화(1851/2125)
마존현세강림기 75권 (13화)
3장 올라서다 (3)
강진호가 피식 웃으며 침대에 누 운 이를 바라보았다.
장민.
침대에 누운 그의 모습에서 언제 나 깔끔하고 댄디하던 옛 모습은 찾 아볼 수 없었다.
전신을 칭칭 감은 붕대는 이곳저
곳에서 새어 나온 피로 붉게 물들어 있고, 부러진 두 다리는 철심이 박 힌 채 고정되어 있었다.
몸뿐만이 아니다.
그의 얼굴도 겨우 눈 하나를 뺀 모든 부분이 붕대로 감겨 있다. 겉 모습만 보면 환자가 아니라 괴기 영 화에 나오는 괴물에 더 가까웠다.
하지만…….
그의 육신에서 유일하게 붕대로 감겨 있지 않은 눈에서 흘러나오는 눈빛만은 그가 괴물이 아닌 온전한 사람임을 이해하게 했다.
“꼴좋다고 놀리지도 못하겠군.”
가만히 강진호를 바라보던 장민의 입 어림이 작게 들썩였다. 그 모습 을 본 강진호가 손을 뻗어 장민의 입가를 두르고 있는 붕대를 잘라냈 다.
이가 반쯤은 뽑혀 나가 버린 탓 인지, 붕대가 잘렸음에도 장민은 한 참 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바싹 마 른 목이 입을 열 때마다 쩍 갈라지 며 피로 목을 축이게 만든다.
“면•…”목이•…” 없습•…”
“첫 마디가 그건가?”
장민의 눈이 강진호의 몸에 난
상처에 가닿았다.
그의 손으로 만들어낸 상처다.
마존.
지옥으로 떨어진 교를 다시 일으 키고, 교도들에게 광영을 내려준 교 주의 몸에 그가 상처를 냈다.
그 사실에서 오는 고통에 비한다 면 짓으깨진 육체에서 느껴지는 고 통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제가•…” 제가••••••
차마 말을 잇지 못하는 장민을 보며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막상 붙어보니 어때?”
“그렇게 멀지는 않았을 텐데?” 장민의 눈이 흔들렸다.
“못 이길 상대라는 건가, 아니면 이겨서는 안 되는 상대라는 건가?”
“어느 쪽이든……
강진호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간 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이기는 의 미가 있는 것 아닌가?”
장민의 눈이 천천히 감겼다.
이유는 아무래도 좋다.
심마에 정신을 빼앗겼든, 미쳐 날 뛰었든, 어쨌거나 그는 강진호와 맞
서 싸웠고, 그의 육체에 상처를 냈 다.
용납될 수 있는 일인가?
이게?
만약 다른 교도가 똑같은 짓을 벌였다면, 장민은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목을 잘라 버렸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단숨에 죽이지 않 고, 평생 죽지도 살지도 못하도록 고통을 느끼게 만들었을지도 모른 다. 이건 그에게 있어서는 신성을 모독한 것 이상의 의미였다.
그런데…….
그 참람하기 짝이 없는 죄악을
저지른 이가 바로 자신이라니. 이걸 대체 어찌 해야 한단 말인가.
“마•…”존이시••••••여••••••
“말해.”
“저를…… 저를 죽……여주……
“지랄을 한다.”
강진호가 웃어버렸다.
“그렇게 죽일 거라면 애초에 살리 지도 않았겠지. 가만히 놔두면 혼자 기운을 다 빨아 쓰고 말라 죽을 놈 을 치고받아 가며 살려냈는데, 나더 러 그걸 다시 죽이라고?”
“웃기지 마라, 장민.”
강진호가 장민을 똑바로 노려보았 다.
“죄를 지었다고 생각한다면, 그 죄를 갚아야지. 죽는 건 대가를 치 르는 게 아냐. 그건 이미 말했을 텐 데?”
“갚는다는 건 감수한다는 거지. 달아나는 게 아니라.”
“ 저는••••••
“그러니 일단은 나아.”
강진호가 가볍게 혀를 찼다.
“그리고 당한 내가 괜찮다는데, 그게 어떻게 죄가 될 수 있는지 모
르겠군. 네가 말한 충성이라는 건 내 의지에 반한 채 네 마음대로 움 직이는 건가?”
“••••••아닙니다.”
“그럼 끝났군.”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 다.
“우선은 회복부터 해. 다음 일은 그 뒤에 이야기해도 늦지 않으니 까.”
“하지만……
장민의 음성이 점차 또렷해진다. 그의 목소리를 잠기게 만든 건 육체의 대미지가 아니라 정신적인
충격이었다는 듯이 말이다.
“이 몸으로는……
“후유중이 남겠지.”
강진호가 턱을 긁었다.
적당히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 었다. 봐주면서 제압만 하려고 했다 가는 그전에 모든 전력을 소모한 전 지 꼴이 된 장민의 시체를 화장터로 밀어 넣어야 했을 것이다.
그러니 다소의 피해가 있더라도 짧은 시간 안에 의식을 끊어놓는 쪽 을 택했는데…….
‘좀 과하긴 했군.’
장민의 몰골을 보고 있으려니 천
하의 강진호도 한숨이 나왔다. 아무 리 무인의 회복력이 일반인과 비교 할 수는 없다지만, 사람이 도마뱀이 아닌 이상 완전히 망가진 육체가 처 음과 똑같이 회복될 수는 없다.
물론 무학을 익히는 데 장애가 생길 정도는 아니겠지만, 지금 쌓인 상처는 장민의 무학이 더 나아가지 못하게 발목을 잡아댈 것이다.
“차라리 잘됐다.”
“……마존이시여?”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어차피 벽을 넘으면 이 정도 상 처는 알아서 치유된다.”
“이제는 탈태환골을 할 수밖에 없 어.”
“그게 말이……
장민이 입을 다물었다.
감히 그가 마존에게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어떤 말이든 강진호의 입에서 나왔다면, 그건 그 자체로 진리로 받아들어져야 한다.
하지만 장민은 자신도 모르게 강 진호의 말에 딴지를 걸고 말았다.
이게 과연 강진호가 그도 받아들 일 수 없을 정도로 황당한 말을 했 기 때문인지, 아니면 자신의 강진호
에 대한 신앙이 그만큼 깎여 나갔기 때문인지 정확하게 진단할 수 없는 장민이 었다.
“장민.”
강진호가 장민을 빤히 바라보았 다.
“나는 신이 아니다.”
“네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나는 신도 아니고, 악마도 아니다. 그저 한 사람일 뿐이야.”
“마존이시여……
“그리고 사람은 혼자서는 아무것 도 하지 못해.”
강진호가 고개를 내저었다.
“지금 내게 필요한 건 그저 나를 믿고 따라주는 사람이 아니야. 어쩌 면 지금까지는 그걸로 충분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이제는 그것만으로 는 안 된다.”
“내가 있는 곳까지 기어 올라와 라.”
장민의 눈이 새파란 빛을 머금고 강진호를 응시한다.
“설사 그게…… 제가 마……존을 의심하고 부정하는 일이 된다 해
도…… 그래도 말입니까?”
“그게 뭐 나쁜 건가?”
강진호가 장민의 눈을 피하지 않 고 맞받았다.
“의심이 없으면 결국 썩어간다. 내가 원하는 건 맹종이 아니야.”
“너 역시 그렇지 않은가?” 장민이 고개를 저었다.
“마존이시여.”
“저는 그럴 수 없습니다.”
장민의 목소리가 더없이 또렷하 다.
“마존의 말씀을 듣고 나니 더욱 확실히 알 것 같습니다. 저는 부정 할 수 없습니다.”
“그건 제가 버릴 수 없는 일입니 다.”
강진호가 낮게 한숨을 쉬었다.
알고 있다.
사람이 평생을 지켜온 것을 버린 다는 게 얼마나 힘든 건지. 심지어 장민의 평생은 강진호보다도 더 길 었다.
몇 번이고 다시 시작한 강진호와 는 다르게, 장민은 자신의 굳건한
믿음을 바탕으로 그 긴 고난을 버텨 냈다. 그런 믿음을 단번에 버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 목소리에 강진호가 이채를 띠 고 장민을 바라보았다.
“하나는 이해했습니다. 제가 마존 을 의심하고, 마존의 신성을 침범하 고, 그 완전성을 훼손하는 일이…… 오히려 마존을 위하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걸.”
“제가 마존을 부정하는 순간 훼손 될 믿음이라면, 더없이 얄팍한 것.”
장민의 눈이 기이한 열기를 담았 다.
“마존께서 완전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해도 흔들리지 않는 것이 진정 한 믿음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강진호가 헛웃음을 흘렸다.
그가 원한 방향과는 다르지만, 장 민 역시 자신의 답을 내놓았다. 벽 을 넘는다는 건 기존의 자신과 달라 지는 것.
이 해답이 과연 벽을 넘게 해줄 수 있을지는 강진호도 모른다. 하지 만…… 분명 과거의 자신에서 벗어 나지 못하던 이전보다는 그 확률이
올라갔을 것이다.
“마존이시여.”
장민이 형형한 눈으로 말한다.
“저를…… 저를 수련실로 옮겨주 십시오.”
“지금은 무리다.”
“아니. 지금이어야 합니다!”
“굳어버린 것이 느슨해졌다 해도 시간이 흐르면 다시 굳어버리기 마 련입니다. 지금…… 지금 바로 해야 합니다.”
강진호가 고개를 내저었다.
‘장민도 무인이었지.’
그에게 있어서 장민은 무인이라기 보다는 신도에 더 가까웠다. 스스로 강해지는 것을 추구하기보다는 교를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니까.
하지만 지금 장민은 확실히 무인 의 눈을 하고 있다.
“ 알겠다.”
강진호가 장민을 안아 들고 병실 을 나섰다.
“회, 회주님!”
그 광경을 본 이가 기겁하며 달 려온다.
“자, 장로님의 상태는 지금 보이 는 것 이상으로 위중합니다.”
“ 안다.”
“무리하시면 목숨을 장담할 수 없 습니다. 평범한 이를 기준으로 드리 는 말씀이 아닙니다! 아무리 장로님 이라고 해도……
“그것도 알아.”
강진호가 턱짓으로 비켜나라는 시 늉을 한다.
앞을 막아섰던 이가 한숨을 내쉬 더니 옆으로 천천히 물러났다.
저벅.
강진호가 굳은 얼굴로 장민을 안 은 채 걸어 나갔다.
지하의 석실 한가운데에 가부좌를 튼 장민이 가쁜 숨을 내쉬었다. 그 리고 강진호가 그 광경을 조금은 안 쓰러운 눈으로 바라본다.
철심을 뽑아낸 다리에서 붉은 피 가 흘러나와 붕대를 적신다.
“ 괜찮겠나?”
“마존이시여.”
장민이 고개를 들어 강진호를 바 라보았다.
“저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저를 교보다 앞에 두어본 적이 없습니 다.”
“모든 것은 교를 위하여, 심지어 마존께 드리는 제 믿음조차도 교를 위한 것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한 번은……
장민이 미소를 지었다. 엉망이 된 얼굴이 비틀리는 것을 미소라 말할 수 있다면 말이다.
“정말 한 번은 그 모든 것을 내려 놓고 저만을 생각하고 싶었을지 모 릅니다.”
“이곳에서 무언가를 얻지 못한다 면 저는 죽겠지요.”
“장민.”
“저는 죽지 않습니다.”
“교를 부탁드린다는 말 같은 건 드리지 않겠습니다. 마존이시여, 이 중요한 시기에 곁을 비우는, 이 불 민한 이를 용서하십시오.”
장민이 그 자리에서 꾸벅 허리를 숙였다.
“이 죄는 마존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으로 갚겠습니다.”
고개를 든 장민과 강진호의 시선 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가만히 장민을 바라보던 강진호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 가벼운 고갯짓에 장민에 대한 그의 신뢰가 가득 담겨 있었다.
“장민.”
“예, 마존이시여.”
“살아 나와라.”
장민이 빙그레 웃었다.
“마존을 만나게 된 것이 제 삶에 어떤 의미였는지, 마존께서는 모르 실 겁니다.”
“저를 믿어주십시오.”
“ 믿는다.”
강진호가 살짝 입술을 달싹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단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지.” 그 말로 충분하다는 둣 장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만히 장민을 바라보고 있던 강 진호가 몸을 돌려 석실을 빠져나갔 다.
쿠르르릉.
두터운 문이 닫히는 순간, 석실 안이 어둠으로 물들었다.
그 어둠.
더없는 어둠 속에서 장민의 외눈 이 깊게, 더욱 깊게 가라앉았다.
‘ 잊어라.’
모든 것을.
교에 대한 의무감도, 교의 미래에 대한 걱정도, 강진호에 대한 믿음도, 스스로에 대한 불신도.
버릴 수 없다면 잊어버리면 그만 이다.
어차피 손에서 놓는 것은 똑같으 니까.
장민의 의식이 그의 안으로 또 안으로 침전해 들어갔다.
더없이 깊은…….
그가 한 번도 닿은 적이 없는, 깊 은 심연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