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854)
마존현세강림기-1856화(1853/2125)
마존현세강림기 75권 (15화)
3장 올라서다 (5)
“이대로 좌시한다면!”
나이트 타바레스가 언성을 높였 다.
“우리는 모든 것을 잃게 됩니다!”
하지만 피가 끓어오르는 그의 목 소리를 듣는 이들의 반응은 그저 시 큰둥하기만 했다.
“나이트 타바레스.”
“예, 나이트 브린.”
“이게 그렇게까지 격하게 떠들 이 야기가 아니잖습니까. 나이트 타바 레스도 알다시피 마스터의 권한이라 는 것은 생각만큼 그리 크지 않습니 다. 마스터 역시 나이트의 연장에 불과……
“과거에는 그랬겠죠.”
나이트 타바레스가 눈가를 일그러 뜨리며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더더욱 아니게 되겠지요. 전임 마스터가 마스터의 권한을 얼
마나 더 강화했는지 몰라서 하는 말 씀이십니까?”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의 누구의 의도였는지 정말 모르십니까!”
나이트 타바레스가 핏발 선 눈으 로 노려보자, 나이트들이 슬쩍 고개 를 돌려 그의 시선을 피했다.
“이곳은 원탁입니다!”
나이트 타바레스가 시선을 마주치 지 않는 다른 나이트들을 보며 외쳤 다.
“아무리 위긴스 공이 저 총회를 등에 업고 있다고는 하지만, 우리가
의견을 합친다면 위긴스 공 역시 마 음대로 원탁을 주무를 수는 없습니 다! 지금은 함께 힘을 합쳐서……
“이보시오, 나이트 타바레스.”
나이트 브린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이트 타바레스를 응시했다.
“오늘 새로운 마스터가 선출됐소. 그런데 오늘 그 마스터를 어떻게 방 해할 것인지를 논의하자는 겁니까?”
“원탁이 어떻게 될지 빤히……
“그럼 그 자리에서 반대를 하지그 랬소?”
나이트 브린이 입가에 비웃음을
머금었다.
“앞에서는 말도 제대로 못하더니, 뒤에서는 다른 이들을 선동해서 반 기를 들겠다? 그게 당신의 방식이 오‘?”
“말이 좀 심하신 것 같습니다, 나 이트 브린.”
“내 말이 뭐가 틀린 게 있소?”
나이트 브린이 고개를 내저었다.
“전임이 창왕과 결탁하여 총회와 의 동맹을 일방적으로 깨고, 그들을 공격했소. 까딱했으면 총회가 몰살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단 말이
오!”
나이트 브린이 이를 갈아붙였다.
“저들이 지금 우릴 어떻게 생각할 지 정말 몰라서 그러는 거요?”
“물론 그건 압니다. 하지만 그렇 다고……
“우리는 얼마 전까지 총회가 우리 를 공격하지는 않을지 불안에 떨어 야 했소. 그전에 어떤 취급을 당했 든 일방적으로 배신을 해 적과 손을 잡은 이상, 명분은 저쪽에 있소!”
나이트 브린이 다시 천천히 자리 에 앉았다.
“위긴스…… 아니, 마스터께서 직
접 마스터의 자리에 오르겠다고 원 탁을 방문한 것은 우리에게 내미는 총회의 화해의 제스처나 마찬가지란 말이오. 그걸 이해 못하겠소?”
나이트 타바레스가 입술을 질끈 깨문다.
화해의 제스처?
손발을 묶고 재갈을 채운 채 혈 관에 꽂은 바늘로 피를 빨아내는 걸 화해라고 하는가?
물론 목이 잘리는 것보다는 나을 지도 모른다. 오랫동안 피를 뽑아내 기 위해서 살려는 두려 할 테니까.
하지만…….
세상에는 죽음보다 못한 삶이라는 것도 존재하는 법이다. 나이트 타바 레스에게는 원탁이 앞으로 어찌 될 지가 빤히 보였다.
그 목숨만 붙어 있는 채 사육되 는 삶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현실을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현실을 보지 못하고 있는 건 오 히려 그대요, 나이트 타바레스.”
나이트 브린이 단호하게 말했다.
“당신이 말한 대로일지도 모르지. 어쩌면 우리가 납득하기 힘든 선택 을 강요당해야 할지도 모르오.”
“잘 아시는군요.”
“하지만 그건 그때 대웅하면 그만 이오!”
나이트 타바레스의 얼굴이 참혹하 게 일그러졌다.
“지금은 누가 봐도 우리가 열세에 처해 있지 않소. 명분과 힘, 둘 모 두가 저쪽에 있소. 한창 날이 서 있 는 이때에, 그런 이에게 대항한다는 것은 멍청한 짓이오!”
“그러면? 기다리면 뭐가 나아집니 까?”
“적어도 덜 감정적이 될 수는 있 겠지.”
나이트 브린이 느긋한 어조로 말
했다.
“나이트 타바레스께서는 아직 연 륜이 깊지 않아 마음이 급한 모양이 지만, 이런 일은 급히 처리한다고 될 일이 아니오. 한 발 물러설 줄 알아야 필요할 때, 두 발 나아갈 수 있는 법이지.”
나이트 타바레스가 헛웃음을 터트 렸다.
“그냥 겁이 나서가 아니라?”
“나이트 타바레스!”
나이트들의 사나운 눈빛이 그에게 쏟아졌다.
“말씀을 조심하는 게 좋겠소. 우
리는 나이트요. 필요하다면 이 목숨 하나 내놓는 걸 두려워하는 이들이 아니오.”
“네. 필요하다면 말이지요.”
나이트 타바레스가 자리에서 일어 난다.
그러고는 몸을 돌려 밖으로 걸어 나갔다.
“그 필요가 과연 언제 생길지 지 켜 보겠습니다.”
나이트 타바레스가 과격하게 문을 열고 나가자, 남은 이들이 고개를 내저었다.
“저래서야……
“이해하십시다. 나이트가 된 지 얼마 안 됐으니 한창 혈기왕성할 때 가 아닙니까.”
다들 그 말에 동조해 고개를 끄 덕였다.
처음 나이트가 되었을 때는 다들 과한 열의에 차기 마련이다.
마치 세상을 자신이 떠받들고 있 는 느낌.
그 과한 열의에 사고도 치고, 문 제를 일으키기도 하는 법 아니던가.
적당히 이런저런 일을 겪고, 세상 이 나 혼자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 는 곳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진정한
화합을 이룰 수 있는 법이었다.
“여하튼 다행입니다. 총회가 생각 보다 강경하게 나오지 않아서.”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아무리 그래도 전면전은……
“그렇지 않소. 총회가…… 아니, 회주님께서 마음만 먹는다면 관련된 이들은 모조리 잡아내 죽이는 것 따 위는 일도 아니오.”
“그렇게까지……
“그대들은 그분을 직접 보지 못해 그런 말을 하는 거요.”
과거, 강진호가 직접 원탁을 뒤집 어놓았을 때, 그를 목격한 이들은
강진호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두렵 다는 듯 몸을 떨어 댔다.
‘빌어먹을, 왜 그런 짓을 해서
느..’
마스터가 일만 벌이지 않았다면 그 강력한 힘이 그들을 수호했을 것 을, 갑자기 마스터가 일을 벌여 댄 덕분에 목소리조차 낼 수 없게 되었 다.
“하지만 나이트 타바레스의 말도 일리가 있지 않습니까?”
“틀린 말은 아니지. 하지만 저항 한다는 게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낳지 는 않소.”
나이트 브린이 고개를 내저었다.
“우선은 물러서는 것도 답이지. 나이트 위긴스…… 아니, 마스터께 서 말이 통하지 않는 분도 아니고, 우리가 고개를 낮췄을 때, 회주님은 누구보다 온화한 분이셨소. 우리의 입장을 확실하게 전할 수 있다면 최 대의 권리를 확보할 수 있을 거요.”
“그렇습니다.”
“지금은 대항할 때가 아니지요.” 나이트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저마 다의 생각에 잠겨들었다.
“쓰레기들.”
나이트 타바레스가 이를 악물며 회랑을 걸어갔다.
저기에 나이트는 없다.
심기체를 완전히 단련하여 각국의 입장을 대변하고, 원탁의 일원으로 세계의 평화와 정의를 위해서 스스 로를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는 자.
나이트라는 직위를 그리 해석한다 면, 저곳에 나이트라는 이름을 쓸 자격이 있는 이는 단 하나도 없었 다.
‘원탁이 겨우……
겨우 이런 곳이었다면 그는 왜 나이트가 되어 원탁에 들기 위해서
그 고생을 했던가.
“저런 쓰레기 같은 놈들이…… 나이트 타바레스가 막 한마디를 더 덧붙이려는 순간이었다.
“말을 조심해야지, 나이트.”
그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회랑 한쪽 끝에서 그가 지금 가 장 보고 싶지 않은 자가 그 모습을 드러내 천천히 걸어온다.
“위긴…… 아니, 마스터.”
그리 불러야 한다.
악법도 법이고, 그가 원치 않은 결과도 결과다.
아무리 저항했다 한들 그는 원탁
이 인정한 새로운 마스터다 그 사실 을 모두 부정한다면, 그가 원탁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어떤가?”
위긴스가 빙그레 웃으며 물었다.
“뭐가 말입니까?”
나이트 타바레스의 목소리가 바짝 날이 서 흘러나왔다.
“원탁의 민낯을 본 감상이 어떤지 묻고 있는 걸세.”
나이트 타바레스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 굴욕 가득한 얼굴을 본 위긴스가 뜻 모를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오해하지 말게. 나는 지금 자네 를 비웃는 게 아니니까. 말 그대로 감상을 묻는 걸세.”
“저의를 모르겠습니다.”
“저런 자들이 원탁을 이끌어 나간 다는 걸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 다면 조금 쉽겠나?”
한 사람의 눈이 흔들린다.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의 눈은 웃 음기를 띠었다.
“더 많은 이들의 의견을 구하면 더 좋은 결과를 선택할 수 있다.”
“정말 그렇던가?”
나이트 타바레스는 차마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렇다는 대답도, 그렇지 않다는 대답도 그를 궁지로 몰아갈 뿐이다.
“이보게, 나이트 타바레스.”
“세상이라는 건 그리 단순하지 않 네. 좋을 때는 모든 것이 좋고 합리 적으로 보이는 법이지. 중요한 건 위기가 찾아왔을 때 드러나는 민낯 이지. 저 자신만만하고 숭고해 보이 는 얼굴 아래 숨어 있는 진짜 얼굴
말일세.”
“……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신 겁 니까?”
위긴스가 고개를 내저었다.
“나는 그저 걱정이 되었을 뿐이 야. 지금 자네에게는 두 가지 선택 만이 남아 있을 뿐이거든, 혼자 독 불장군처럼 굴다가 고립되거나, 아 니면 저들에 동화해 썩어가거나.”
나이트 타바레스가 무시무시한 눈 으로 위긴스를 노려보았다.
“조롱입니까?”
“걱정이지.”
위긴스가 어깨를 으쓱했다.
“나는 아직 원탁에 애정이 있는 사람일세. 침을 뱉고 돌아섰다고 해 도 고향은 고향이고, 실망해 의절했 다고 해도 가족은 가족인 법이니 까.”
“원탁은 이미 고일 대로 고여 버 린 썩은 물 같은 곳이지. 그런 곳에 아무리 맑은 물을 부어봐야 며칠이 지나면 다시 썩을 뿐이야.”
“마스터!”
“그러니!”
나이트 타바레스가 목청을 높인 순간, 묵직한 위긴스의 음성이 그의
말을 틀어막았다.
“독불장군으로 조롱당하든, 함께 썩어 웃든, 그건 자네의 선택이지. 하지만 자네가 그 어느 쪽도 선택하 고 싶지 않다면……
위긴스가 미소 지었다.
“나를 찾아오게.”
“그 말을 하고 싶었을 뿐이네.” 위긴스가 어깨를 으쓱하고는 몸을 돌렸다.
형용하기 힘든 복잡한 눈으로 위 긴스의 등을 바라보던 나이트 타바 레스가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제가!”
“제가 당신을 찾아가면 뭐가 달라 지는 겁니까?”
“썩은 물 속에서 썩지 않는 방법 은 하나뿐이지. 애초에 그 물 안에 들어가지 않는 것. 더 높은 곳에 머 무르는 것.”
“그리고 고여 버린 물을 맑게 되 돌리는 데 필요한 건 힘이지. 연못 자체를 갈아엎어 버릴 수 있을 만큼 강대한 힘.”
위긴스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말했다.
“지위와 힘, 그거면 되겠지.”
위긴스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
나이트 타바레스의 눈에는 당당하 게 걷는 그의 둥만이 보일 것이다. 하지만 그가 보지 못하는 위긴스의 입가에는 미묘한 조소가 머물러 있 었다.
‘젊고 의욕 넘치는 이만큼 물들이 기 좋은 이도 없지.’
아마 나이트 타바레스는 오래가지 않아 그를 찾아오게 될 것이다. 발 버둥 치면 발버둥 칠수록 저들에 대
한 혐오감만이 늘어날 테니 말이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위긴스는 활 용하기 좋은 패를 손에 넣게 된다.
‘이쯤이면 준비는 끝났지.’
그러니 이제는 이곳에 온 진짜 목적을 처리해야 할 때였다.
‘나는 반드시 살아 돌아온다.’ 위긴스의 눈이 차게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