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86)
마존현세강림기-186화(186/2125)
마존현세강림기 8권 (12화)
3장 쇼핑하다 (2)
“항상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정말 웅장하군.”
“동감이다.”
“……난 여기 들어간다고 생각하 면 등골이 오싹해.”
박유민, 강진호, 주영기는 눈앞에 보이는 거대한 건물을 보며 마른침
을 삼켰다. 다른 이들에게는 그저 건물일 뿐일지 모르겠지만, 그들의 눈에 이 건물은 마치 거대한 던전과도 같았다.
끝없이 그들을 괴롭히는 점원과, 끝도 없이 널려 있는 아이템들 사이 에서 창문 하나 없이 방황해야 하는 곳.
현대 문물이 낳은 마지막 던전의 이름은 백화점이라고 했다.
수만 명의 사람은 너끈하게 수용 할 수 있을 것 같은 회백색 사각 건물의 위용 앞에 세 명의 패션 테 러리스트들은 침을 꿀꺽 삼킬 수밖
에 없었다.
이 앞으로는 미지의 영역이다.
“거……
주영기가 호기롭게 외쳤다.
“원래 쇼핑이라는 것은 백화점에 서 하는 거여! 여기 보면 반질반질 이쁜 물건이 많다니까.”
그래도 나름의 패션 철학이 있는 주영기이다 보니 개중 이들과 동급으로 취급받고 싶지는 않은 모양이 었다.
“백화점에서도 잘 찾아보면가성 비 좋은 물건이 있기 마련이지. 원 래 물건은 좋은 곳이니까. 세일 잘
뒤져서 싼 거만 찾으면가성비 좋은 물건을 찾을 수 있어.”
물건을 디자인에 관계없이 오로지 튼튼한가로 구분하는 박유민이었다.
둘 다 터무니없는 소리를 지껄이 고 있지만, 강진호는 전혀 반박을 할 수 없었다. 바지와 상의를 구분 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그에게는 이 들의 대화가 무엇을의미하는 것인 지를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없던 것이다.
“촌티 내지 말고 좀 조용히 말해 줄래요?”
강은영은 주변의 사람들이 그들의 말을 들을까 무섭다는 듯 연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혹시나 누군가 알아볼까 선글라스 와 모자로 중무장을 한 상태지만, 그럼에도 영 불안했다. 아무리 그래도 연예인 체면이 있지, 이런 양반 들과 함께 쇼핑을 한다는 것을 남들 에게 알리는 것은 매우 치욕적인 일 이었다.
“여기 있었구나.”
그때, 주차를 마치고 올라온 백현 정이 손을 흔들었다.
“자, 그럼 들어가자.”
“……예.”
힘없이 대답을 한 셋이 백현정, 강은영과 함께 백화점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 같군.’
맨 뒤쪽에서 어깨를 축 늘어뜨리 고 따라가는 친구들의 모습을 본 박 유민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걸 음을 옮겼다.
“어머, 고객님! 이거 너무 잘 어 울리실 것 같아요. 피팅 한번 해보 시겠어요?”
“아니요.”
강진호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에이, 그러지 마시고 한번 입어 보세요. 옷은 그냥 볼 때와 입어봤을 때의 느낌이 전혀 다르거든요. 이 옷의 경우는 원단이 워낙에 고급 이라 고객님의 고급진 이미지와 잘 맞을 것 같아요.”
“안 입는다니까요!”
“그러지 마시고!”
강진호는 당장 이 지옥을 탈출하 고 싶었다.
하지만 지옥을 지키는 간수들이 너무도 막강했다. 어머니와 강은영
이도끼눈을 뜨고 강진호를 빠져나가지 못하게 지키고 있었다.
‘아침부터 왔으면 정말 벽을 뚫고 뛰어내렸을지도 모를 일이군.’
최소한 점심은 지나서 쇼핑을 해야 끝나고 나서 저녁을 먹으러가는 완벽한 코스가 완성된다는 설득이 먹혔다. 그게 아니었다면 어떻게 되 었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강진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든 간에 점원은 눈앞의 먹잇감을 놓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이게 대체 얼마 만에 들어오는 명 품 옷걸이란 말인가. 옷가게의 점원
은 파는 것이 목적이지, 어울리는 옷을 찾아주는 직업이 아니었다. 그 렇기 때문에 때로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옷을 어울린다며 아부를 해서 옷을 팔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 스트레스 속에 살던 그녀다 보니 무슨 옷을 입혀도 어울릴 것 같은 패완얼의 전형이 오자 신이 날 수밖에 없었다.
“어머, 고객님! 이건 고객님을 위 해서 맞춰진 옷이나 마찬가지예요. 제 눈을 믿으시고 한번 입어나 보 세요. 정말 멋질 거예요.”
“안 입는다구요!”
강진호는 완강히 저항했지만, 그의 저항은 이내 깔끔하게 진압되었다.
“ 진호야.”
“……예?”
“들어가서 입어봐. 저렇게까지 말 씀하지는 안 입어보는 것도 예의는 아닌 것 같다.”
“예, 고객님! 그냥 입어보기만 하 셔도 돼요. 굳이 사지 않으셔도 되니까, 한번 입어보기만 하세요.”
강진호는 결국 한숨을 내쉬며 옷을 받아들고 탈의실로 향했다. 강은영은 그 광경을 보며 고개를 돌렸다.
‘오라비야 이 정도로 됐다고 치더 라도……
다른 사람들은?
주영기는 신사복 매장에 붙어서 점원을 괴롭히고 있었다.
“더 빤딱거리는 것은 없어요?”
“반딱이요?”
“거, 아저씨. 그렇게 말을 못 알 아들어서 어떻게 옷을 팔아먹겠소. 반짝반짝거리는 거 있잖아요. 재질 이! 실크 같은 거, 실크!”
“……고객님, 요즘은 그런 재질은 잘 안 나옵니다. 이쪽 계열 원단이
조금 그런 재질 쪽인데……
“이 정도 반짝거려서는가오가 안 살잖아요.”
불만스럽다는 듯이 얼굴을 찡그리 던 주영기가 다시 묻기 시작했다.
“그럼 셔츠류는 없어요?”
“이쪽에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런 거 말고 꽃무늬는 없냐구 요. 이건 너무 무난하잖아.”
“……하와이안 남방류를 찾으시는 겁니까?”
“아니, 그런 거 말고…… 꽃무늬 없냐고, 꽃무늬.”
이쪽은 점원이 강진호를 괴롭히고
있다면, 저쪽은 주영기가 점원을 괴 롭히고 있었다.
‘유민이 오빠는?’
“이거, 목이 튼튼한가요?”
“삼중으로 박음질이 되어 있습니 다, 고객님. 저희 브랜드가 튼튼한 걸로 유명해요.”
“음, 천이 별로 탄탄하지 않아 보 이는데요.”
“아닙니다, 고객님. 다 수입 원단 이에요. 정말 튼튼합니다.”
“그래요?”
박유민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 덕이고는 말을 이었다.
“그럼 이거 얼마까지 깎아주실 수 있나요?”
“ 네?”
점원이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고객님, 저희는 정찰제가 기본이 라가격 협상을 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더구나 그 상품은 현재 20% 세 일이 들어가 있는 제품입니다.”
“에이, 대한민국에 안 되는게 어 딨어요. 그러지 말고 만원만 깎아 주세요.”
“고객님, 그 제품가격이 이만원 입니다.”
“그럼 팔천원.”
“아니, 제 말을 이해를 못하신 모양인데, 저희는가격을 깎아드리지 않습니다.”
“다 깎아주던데.”
“고, 고객님.”
강은영은 차마 더 듣지 못하고 고 개를 돌렸다.
‘누가 알아볼지도 몰라.’
강은영은 안경과 마스크를 단단히 여미고 슬그머니 뒤로 조금 더 물러 났다. 누가 알아보더라도 저 사람들 과는 일행이 아니라고 우길 수 있는 거리 정도는 확보를 해야 한다.
‘지옥이다, 지옥.’
오라비가 부탁을 해서 같이 오기는 했는데, 이 사람들과 쇼핑을 하는 것에 대해 경각심을가졌어야 했다.
그 와중에 강진호가 옷을 다 갈아 입고 탈의실에서 나왔다.
“어머어어~ ! 고객님! 너무 잘 어 울리세요.”
“……그, 그래요?”
점원이 호들갑을 떨며 강진호에게 다가왔다.
“우와!”
아닌게 아니라, 슈트를 입은 강
진호의 모습은 강은영이 보기에도 입이 벌어질 만큼 태가 났다. 항상 목 늘어난 티셔츠나 입고 다니던 사람이라 그런지, 변화가 너무 극적으로 보였다.
“역시 우리 아들이 엄마 닮아서 그런지 인물이 훤하다니까.”
백현정이 강진호의 모습을 보고는 무척이나 기뻐했다.
“답답한데.”
“어머, 고객님. 답답하시다니요. 이거 정말 편하게 나온 제품이거든 요. 이걸로도 답답하시다고 하면 앞으로 슈트는 못 입으세요.”
“으음……”
강진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돌렸다.
“어디가니?”
“이제 갈아입으려구요.”
“안 사고?”
“예.”
백현정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렇게 잘 어울리는데, 한 벌 사 지그러니?”
“다음에요. 아직은 이런 옷을 입을 일이 없으니까요.”
“그래도 남자가 성인이 됐으면 정
장 한 벌은 있어야지.”
“예, 고객님! 다음에 필요하실 때 구비하시려고 하면 그때는 또 예쁜게 없어요. 세상이 다 그렇거든요.”
“그래, 이분 말이 맞다. 남자가 정장 한 벌 정도는 있어야지. 엄마가 사 줄 테니까 그냥 사.”
“괜찮습니다.”
“엄마가 사 준다고 하면 그냥 사는 거야.”
“……예.”
마음에 드는 물건을 찾지 못한 주 영기가 얼굴을 씰룩이며 강진호가 있는 곳으로 왔다.
“ 어?”
강진호가 입은 슈트를가만히 보 던 주영기가 강진호의 얼굴과 슈트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왜?”
주영기가 옆에 있는 점원을 돌아 보더니 당당하게 말했다.
“나도 저걸로 주쇼.”
그의 패기는 끝이 없었다.
양손에 쇼핑백을 든 주영기가 행 복한 얼굴로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한 손에 쇼핑백을 든 강진호는 지친 얼굴로 엘리베이터에 탔고,가슴가 득 쇼핑백을 끌어안은 박유민이 매
우 부담스럽다는 얼굴로 그 둘의 뒤를 따랐다.
주영기는 그 외에도 몇 개의 옷을 강은영과 백현정의 검증하에 더 골 랐다. 하지만 강진호와 같은 옷은 포기하라는 진지한 충고만은 끝까지 받아들이지 않았다.
“왜 그러십니까? 나도 잘 어울리 던데.”
그 말로 끝이었다.
주영기를 설득하는 것을 포기한 이들은 쇼핑을 마저 하고 나서 다들
엘리베이터에 탔다.
“쇼핑도 했겠다, 이제 돌아가는 길에 맛있는 거라도 먹자꾸나.”
“웅, 엄마. 나 배고파.”
“저도 찬성입니다.”
강진호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는 외식을 그리 즐기지 않는 강진호지만, 백현정이 그를 사육하 기 시작한 이후로는 정량이 나오는 외식을 격하게 반기는 중이었다.
1인분을 먹을 수 있으니까.
“처음으로 아들이랑 같이 쇼핑을 해서 기분이 좋기는 한데, 이왕이면
캐주얼 쪽도 좀 더 돌아보면 좋았을텐데.”
“오, 오늘만 날이 아닙니다.”
“그렇겠지?”
백현정은 영 아쉽다는 얼굴이지 만, 여기서 더 굴렸다간 강진호가 죽어도 다음에는 백화점에 따라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기에 적당히 목줄을 풀어주었다.
원래 낚시라는 것은 힘이 아니라 밀당으로 하는 것이 아닌가.
“유민이는 더 살 옷 없니?”
“어, 없습니다!”
박유민은 기겁을 하여 손을 내젓
다가 들고 있는 쇼핑백들을 떨어뜨 릴 뻔했다.
대충 같이 끼어서 두어 벌 사고 집에가려고 했는데, 백현정이 그를 끌고 온갖 곳을 돌아다니며 기본적 인 옷들을 마구 쥐어 주었다.
거절을 하려고 했지만 백현정이 회심의 표정을 지으며 말한, ‘우리가 이 정도로 부담을 느낄 사이였다니, 아줌마는가슴이 아프구나’에 항복을 할 수밖에 없었다.
“진짜! 정말! 레알! 충분합니다!”
“그래? 그럼 다행이고. 다음에가을 쇼핑할 때, 또 아줌마랑 같이 오자꾸나.”
“또, 또요?”
자신이 알게 모르게 자식과 자식 친구에게 백화점 공포증을 남기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 채 백현정은 해맑게 웃었다.
‘다음에는도망쳐야겠어.’
수많은 전투와 격전에서도 겪어보 지 못한 심적 피로를 느끼며 강진호는 한숨을 쉬었다. 사람들이 빽빽하게 들어찬 만원 엘리베이터다 보니 답답함이 한층 더가중되고 있었다.
1층에도착하려면 아직 한참 남은 모양이다. 중간중간 엘리베이터
가 서서 사람들이 우르르 빠져나가 고 다시 들어오기를 반복했다.
‘사람이 무척 많네.’
이 답답한 곳에 왜 이리 사람이 많은 것인지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이상한 것인지, 아니면 이 사람들이 이상한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던 강진호는 문득 기이한 감 각에 얼굴을 굳혔다.
따끔.
등 뒤로 뭔가 날카로운 것이 와 닿고 있었다.
아주 천천히 위협하듯.
강진호의 귀에 그만 들을 수 있는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쇼핑은 즐거우셨나, 강진호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