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861)
마존현세강림기-1863화(1860/2125)
마존현세강림기 75권 (22화)
5장 복귀하다 (2)
“판타지 같군.”
위긴스가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 아갔다.
그의 몸은 이곳저곳에 생겨난 상 처로 이미 피투성이가 된 지 오래였 다.
하나 내딛는 그의 발걸음은 그저
평온하기만 했다.
“묘하군.”
이상한 느낌이다.
지금 그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은 분명 현대이건만, 위긴스는 지금 마 치 과거를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고 있었다.
하기야 그럴 수밖에.
이곳은 과거에 그대로 머물러 있 으니까.
시간이 흐르고, 세월이 흐르면 세 상은 발전한다.
하지만 무학은 반드시 시간과 함 께 발전한다고는 볼 수 없다. 시대
의 상황이 달라지고 해석이 달라지 면 때로는 퇴보하기도 하고, 잃지 말아야 하는 것도 잃어버리는 것이 무학이 다.
저 강진호의 말대로라면 수백 년 전의 중원은 지금의 무인계와는 비 교를 불허할 정도로 강하다고 하지 않았던가.
‘물론 흑왕이 나타나기 전까지의 이야기이겠지만.’
아니 설사 흑왕이 나타났다고 해 도 달라지는 건 없다. 세상의 강함 이라는 것은 특별한 몇몇의 힘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
저변을 만들어내는 이들의 질이다.
그런 측면에서 바라보자면 무인계 는 퇴보했다. 그게 동양이든 서양이 든 말이다.
그리고…….
바로 이곳에, 그 퇴보가 이루어지 기 전, 생생하기 짝이 없던 과거가 남아 있다.
‘환영 마법인가.’
눈앞이 지옥으로 변해간다.
위긴스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웃을 일은 아니다. 저 환영 마법 은 다름 아니라 그를 죽이기 위해
준비된 것이니까.
이곳에 들어오고 나서야 위긴스는 마스터가 한 말이 어떤 의미였는지 를 이해했다. 이곳은 사람을 성장시 키겠다는 선의가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곳이다.
오로지 악의.
감히 이곳에 제 발을 들인 건방 진 이에게 자신의 무력함을 철저하 게 느끼게 만들어주겠다는 악의만이 가득하다.
보라.
콰득!
어디선가 날아온 시뗄건 창이 그
의 가슴을 꿰뚫고 박힌다. 피부가 찢기고 살이 터지고, 뼈가 끊어지는 생생한 감각.
알고 있다.
이게 환영에 불과하다는 것을.
하지만 육체에 전해지는 감각마저 속일 수 있는 환영이라면, 그걸 과 연 환영이라고 불러야 할까?
너무도 생생한 환영 앞에 뇌가 스스로 고통을 만들어낸다. 심장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위긴 스가 가슴 어림을 움켜잡았다.
‘정신력이 조금만 약하거나, 체력 이 조금만 더 떨어졌으면 심장마비
로 죽었을지도 모르겠군.’
그런 일화는 몇 번이나 듣고는 했다.
미지근한 물을 뜨겁다고 속여 사 람을 빠뜨렸더니 심장마비로 죽었다 든가, 더 나아가 뜨겁지 않은 물을 끓는 물로 착각한 이가 화상을 입는 다든가.
아무리 환상이라고 한들,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이상엔 그 저 환상이라 무시할 수 없는 노릇.
위긴스의 감각은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을 단순한 환상 이라 치부하지 못했다.
‘또 하나의 세상이 이 안에 있군.’ 단순히 환상마법이 전부가 아니 다.
이곳은 말하자면 보고.
이미 잊혀진 마법과 지워진 기술, 그리고 금지된 학문이 생생하게 살 아 숨 쉬는 곳이다.
그 모든 것들이 오로지 위긴스를 죽이기 위해서 움직이고 있다는 것 만 빼면 더없이 완벽하다.
“또인가.”
콰르르르르!
머리 위에서 붉은 용암이 쏟아져 내린다.
피한다?
아니, 그건 불가능하다. 세상이 변해 버렸으니까. 붉게 타오르는 하 늘이 그의 시야를 가득 메우고, 용 암이 방울져 소나기처럼 쏟아져 내 린다.
지평선 끝까지 내리는 비를 무슨 수로 피하란 말인가.
“실드!”
위긴스가 머리 위로 손을 뺃는다.
안다. 이건 환상이다.
하지만 쏟아지는 용암의 비를 맨 몸으로 받아내기에는 이 환상에 대 한 그의 믿음이 부족했다.
치이이이이이익!
우산 위로 떨어진 비처럼, 쏟아진 용암이 그의 실드를 타고 흐른다. 물리력이 있을 리는 없지만, 마법력 만은 작용하고 있는지 미사일도 버 텨낸 그의 실드가 점점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 흐음.”
위긴스가 흥미롭다는 듯 그 광경 을 바라보았다.
별천지가 이런 것일까?
그의 눈은 던전을 돌파하는 용사 의 그것이 아니었다. 잊혀진 진리를 탐구하는 탐구자의 눈으로 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단 하나도 놓치지 않 는다.
‘이건 대체 무슨 원리지?’
환영 마법만이 아니다. 이건 적어 도 세 가지 이상의 마법이 동시에 발현되어야 만들 수 있는 광경이다.
최소 세 가지.
어쩌면 그 이상의 마법들이 서로 뒤섞였을지 모른다.
상식이 붕괴된다.
그가 아는 한 마법이란 한 번에 단 하나만 발동할 수 있다. 동시에 여러 마법을 쏟아내는 것처럼 보이 는 이유는 영창과 발동의 간격을 최
대한 좁혀, 빠른 시간 안에 여러 번 의 마법을 쏘아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그의 눈앞에서 펼쳐 지는 광경은 그런 식으로는 절대 만 들어낼 수 없다.
‘중첩 마법? 아니, 복합 마법이라 고 해야 하나?’
위긴스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간다.
‘알고 싶다. 내 것으로 만들고 싶 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이 공간에서 만 가능한 특이 현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달라질 게 무엇 인가. 그것조차 그에게는 새로운 경
지인 것을.
이해할 것 같다.
이곳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마법사란 괴이한 생물.
그들은 연구하고, 과시하고, 경쟁 하고, 탐구한다.
처음에는 그저 새로운 엘더 나이 트를 가려낼 정도의 적당한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걸 만들어내면서 모두의 생각은 점점 변해갔을 것이 분명하 다.
엘더 나이트에게 내 마법이
통할까?
—
적어도 이 정도는 되어야 의 미가 있지 않을까?
–
내가 세상에 남기는 것들 중 가장 중한 것이 될지도 모른다.
마법사란 어정쩡한 것을 참아내지 못하는 이들. 100의 결과를 만들 수 있다면, 80을 보는 순간 위장이 뒤 틀려 버리는 이들이다.
그런 이들이 적당한 함정과 적당 한 마법에 만족할 수 있을 리 없다. 점점 과열되는 분위기와 특유의 편 집증적 성향이 이곳을 사람이 살아
서는 통과할 수 없는 마굴로 바꾸어 갔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거꾸로 말하자면, 이 곳에는 당대 최고 마법사들의 모든 것이 녹아 있다는 의미다.
나약해진 지금의 세상에서는 감히 꿈도 꾸지 못할 경지들이 말이다.
채애애행!
실드가 부질없이 깨지며 흐르던 용암의 비가 일순간 위긴스를 덮친 다.
치이이이익!
지독한 냄새.
머리카락이 타오르고, 살이 타오
르는 냄새. 몸에서 흘러나온 피가 용암과 만나 증발되며 만들어내는 피 연기의 냄새.
그건 너무도 생생해 절로 진저리 를 치게 만들 정도였다.
“재미있군.”
위긴스가 녹아버린 입술로 옅게 웃는다.
인류는 지금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가상 현실이라는 세상을 만들어내려 노력하는 중이다. 사람의 감각을 속 이고, 더 완전한 환영을 보여주기 위해 모든 기술력을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에…….
이미 그 영역에 먼저 도달한 이 들의 흔적이 남아 있다.
과학으로는 감히 따를 수 없는 영역에 말이다.
휘이이이이이잉!
세상이 변한다.
뜨겁게 내리던 용암의 비가 일순 사라지더니, 붉게 타오르는 하늘 대 신 검은 먹구름들이 세상을 가득 채 운다.
동시에!
휘이이이이이이이 잉 !
어마어마한 눈보라가 몰아치기 시 작했다.
쩌적, 쩌저적!
육체가 순식간에 얼어붙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세상이 바뀌 며 녹아내린 몸도 원래대로 돌아왔 다는 점이겠지만, 순식간에 얼어 검 게 죽어버린 몸을 보면 그게 과연 다행이라 불러야 할 일인지 의문스 러울 따름이다.
“불 다음에는 얼음인가?”
그다음에는 또 뭐가 기다리고 있 을까?
대충 알 것 같다.
왜 이곳에서 빠져나간 이가 없는 지. 다들 미쳐 버릴 수밖에 없었는지.
아마 심장마비로 죽거나 환상에 홀려 죽는 이는 거의 없었을 것이 다. 이곳에 들어올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그 굳건한 의지를 말해주는 것이니까.
이곳에 들어온 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은 아마 분명히 황량함일 것이다.
대체 어떻게 된 구조인지 모르겠 지만, 걸어도 걸어도 그 끝이 보이 지 않는다. 시간 관념조차 이상해졌 는지, 이곳에 들어온 지 벌써 몇 달 은 지난 것 같다.
탐구에도 한계가 있고, 의지도 언
젠가는 빛을 잃는 법.
홀로 미쳐 버린 세상을 방황하며 몇 달이고 몇 년이고 제대로 된 정 신을 유지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 이다.
“그들에게는 말이지.”
위긴스가 비틀린 미소를 지었다.
이 던전은 설계부터 잘못되어 있 다.
이곳에 든 이들은 엘더 나이트가 되려는 이들. 당대에는 더 이상 대 적할 자가 없는 절대자들이다.
그래, 절대자들.
스스로의 방식을 관철하여 더 오
를 곳이 없는 경지에 오른 자들. 비 할 바 없이 강하고, 흔들릴 이유가 없는 이들. 그리고 그 마지막 단계 마저 뛰어넘어 스스로 전설의 길에 들려 하는 이들.
“그렇기에 버틸 수 없지.”
흔들려 본 적이 없을 테니까.
자신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강대함 앞에 절망해 본 적이 없을 테니까.
아무리 노력하고 또 노력해도 점 점 벌어지는 격차에 절망하고 피 흘 려본 적이 없을 테니까.
“하하하하하하하핫!”
위긴스가 불어오는 칼바람을 맞으 며 커다란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이건 그가 광기에 물들었 기에 나오는 웃음이 아니었다. 그저 이 상황이 더없이 어처구니가 없어 서 터지는 웃음이다.
우습지 않은가.
그 강대하던 이들이 버텨낼 수 없던 곳을 위긴스가 버텨내고 있다 는 게. 그리고 그가 버틸 수 있는 이유가 이전에 들어온 이들보다 더 강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수도 없이 절망해 본 사람이기 때문이라 는 게.
‘이딴 건 아무것도 아니야.’
그래 봐야 환상이다.
아무리 눈앞에 펼쳐진 세상이 삭 막하고 고통스러워도 그가 마주한 현실에 비하면 천국이나 다름없다.
아무리 강대한 마법이 그를 뒤혼 들어도 그가 직면한 강대함에 비한 다면 어린아이의 장난이나 다름없 다.
진정으로 사람의 정신을 앗아가는 것은, 천재라 불리던 이가 스스로의 우월함을 모조리 내려놓고 그저 다 른 이의 둥 뒤를 지켜야 하는 현실 이다.
위긴스는 전진했다.
불어오는 눈보라가 거대한 메뚜기 떼로 바뀌어 전신을 물어뜯어도, 발 을 디딘 곳이 거대한 염산의 호수로 바뀌어 뼈를 드러내며 녹아내려도, 산처럼 거대한 거인이 그의 몸을 붙 들고 반으로 찢는 와중에도…….
그저 태연히 걸을 뿐이었다. 보아라.
이곳에는 모든 것이 있다.
그가 추구하던 모든 것.
그가 얻으려 한 모든 것.
그가 닿지 못한 지고의 경지.
“이런 식이로군.”
세상을 구성하는 원리가 그의 눈 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게 끝은 아닐 테고.”
손을 들어 얼굴을 훑어낸 위긴스 의 고개가 자신의 손으로 향했다.
까가각.
잃어버린 한 팔을 대체한 의수가 날카로운 기계음을 냈다.
“이래서 삶이란 아이러니한 거지.”
설마 누가 알았겠는가.
이곳에 들어온 이가 나약하기 짝 이 없게 한 팔을 잃은 채 의수를 찬 이일 거라고, 그리고 그 의수를 자신의 육체와 동화시킨 이일 거라
고 말이다.
팔꿈치 어림에 닿은 차가운 금속 의 감각이 위긴스의 정신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잃은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 는 법.
자신의 팔을 가져가 준 홍왕에게 감사를 표하며 위긴스가 발을 내디 뎠다.
“모두 보여봐라, 우리가 쌓아 올 린 것들을.”
그 모든 것이 내 안에서 다시 태 어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