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863)
마존현세강림기-1865화(1862/2125)
마존현세강림기 75권 (24화)
5장 복귀하다 (4)
“어디 가신 거지?”
“글쎄, 도망이라도 간 거 아냐?”
“도망칠 이유가 있나? 사자가 토 끼를 피해 도망치는 것 봤어?”
“그래도 우리가 늑대쯤은 되잖 아.”
“늑대는 무슨. 웃기는 소리 하고
있네. 우리가 늑대면, 저쪽은 사자 무리지.”
“그도 그렇다만.”
“크홈!”
쑥덕이던 젊은 기사들이 나이트 타바레스의 헛기침 소리에 화들짝 놀아 뿔뿔이 홑어진다.
그 모습을 보며 나이트 타바레스 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나도 별다를 것 없군.’
충분히 할 수 있는 대화다. 사실 사라진 위긴스의 행적에 대해서는 누구라도 궁금해할 만하니까.
하지만 그저 듣고 싶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듣는 이에게 부담을 준다. 이게 힘 을 휘두르는 것과 뭐가 다른가.
그는 위긴스가 압도적인 힘으로 원탁을 짓누르는 걸 중오의 눈빛으 로 바라보았지만, 그가 무의식중에 한 행동은 위긴스의 그것과 그리 다 르지 않았다.
직접적으로 칼을 휘두르지 않고 가진 힘과 권위로 상대를 억눌렀다 는 것은 본질적으로 동일하니까. 그 저 그 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밀려오는 자기혐오에 나이트 타바 레스가 입술을 짓씹었다.
“세상이라는 건 그리 단순하지 않 네. 좋을 때는 모든 것이 좋고 합리 적으로 보이는 법이지. 중요한 건 위기가 찾아왔을 때 드러나는 민낯 이지. 저 자신만만하고 숭고해 보이 는 얼굴 아래 숨어 있는 진짜 얼굴 말일세.”
위긴스의 말 중에 그에게 가장 인상 깊게 남은 것은 바로 이 말이 었다.
민낯.
그 단순한 단어로 정의할 수 있
는 말.
나이트 타바레스가 그 말을 뇌리 에서 지울 수 없는 이유는 그 말이 그저 단순하게 다른 나이트들에게만 적용되는 말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라고 뭐가 다른가.
정말 어찌할 수 없는 공포 앞에 직면했을 때, 그는 정말 지금과 같 은 마음과 자세를 유지할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
정말?
얼마 전이었다면 그렇다고 대답했 을 것이다.
그는 원탁이 가진 기치에 자신의
목숨을 걸 수 있는 자였으니까. 하 지만 이제 원탁의 기치는 무너졌고, 그 역시 삶의 이정표를 잃어버렸다.
맹목적으로 믿고 따르면 된다고 생각해 온 것이 사실은 나약하고 더 러운 이들의 배를 채우기 위해 존재 한다는 것을 알아버렸는데, 어떻게 이전과 같을 수 있는가.
이전과 같다면 그는 이전과는 다 른 사람이 된다. 이전과 다르다면 또한 이전과 다른 사람이 될 뿐이 다.
그에게 남은 것은 변하는 길밖에 없었다.
“저런 자들이 원탁을 이끌어 나간 다는 걸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는다 면 조금 쉽겠나?”
위긴스의 말이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조금 덜 선명한 것들을 하나하나 밀어내고 나면 결국 마지막에 남는 말은 단 하나였다.
“지위와 힘. 그거면 되겠지.”
“……빌어먹을.”
이건 마귀의 유혹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벗어날 수 는 없다.
마귀에게 유혹을 받는 이들은 정 말 그게 마귀의 유혹이라는 것을 몰 라서 혹하겠는가. 그걸 알면서도 그 제안이 너무도 달콤하고 매력적이기 에 차마 내치지를 못하는 것일 뿐이 다.
알고 있다.
이미 그의 힘으로 원탁을 원래대 로 되돌리는 건 불가능해졌다는 것 을
그가 지금부터 하는 모든 것은 그저 발악에 지나지 않는다. 어쩌면 채 발악을 해보기도 전에 탄핵되어 나이트의 자리를 잃을지도 모른다.
나이트의 임무 중 하나가 각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라면, 그의 행 위는 나라를 해치는 행위에 불과할 테니까.
그럼 그에게 무엇이 남았는가.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발악하고 소리쳐서 그의 진정성을 전하기 위 해 애써야 하는가, 그게 아니라면 그도 저들과 같은 이가 되어 스스로 따르고 싶지 않은 것에 찬동하며 거
짓된 미소를 지어야 하는가.
웃기는 일이다.
전자는 무의미하고, 후자는 무가 치하다.
둘 중 어느 것도 그가 그 힘겨운 경쟁을 이겨내고 나이트의 자리에 오른 이유를 만족시키지는 못한다. 아무리 세상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 만 하고 살지 못하는 곳이라고 해도 이건 너무하지 않은가.
‘차라리……
생각을 이어가던 나이트 타바레스 가 화들짝 놀라 몸을 움츠렸다.
“무슨 생각을……
하지만 한 번 떠오른 생각이 고 개를 내젓는다고 사라질 리는 없었 다.
그가 떠올린 생각.
‘차라리 이럴 바에는 위긴스의 제 안을 받아들이는 게 나을지도.’
나이트 타바레스가 입술을 깨물었 다.
안다.
이게 한없이 멍청한 짓이라는 것 을
제안이라는 것은 서로 얻을 것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다시 말 해 그 가 위긴스의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위긴스 역시 얻는 것이 있다는 의미 다.
어쩌면 그가 원하는 대로 풀려갈 수도 있겠지.
저 더러운 돼지 같은 나이트들을 모조리 쳐내고, 젊고 의욕에 찬 이 들로 원탁을 물갈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금처럼 누군가의 발이나 닦고 있는 원탁이 아니라 진정으로 유럽을 수호하고, 더 나아가 세계를 수호하는 원탁으로 바꿔나갈 수 있 을지도 모른다.
그래, 어쩌면…….
어쩌면 그게 가능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렇게 되었을 때, 위긴스 가 얻는 이득은 무엇인가.
나이트 타바레스는 감히 그걸 짐 작할 수 없었다. 그는 나이트일 때 부터 타인과는 비할 수 없는 천재였 던 자. 그런 이가 지금의 위치에 올 라 꾸민 계획을 나이트 타바레스가 무슨 수로 파악할 수 있겠는가.
그는 자신을 그리 과대평가 하지 않는다.
그럼…….
위긴스가 무얼 얻어가든 말든, 그 저 원탁이라는 세상을 그가 원해는
대로 바꿀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해야 하는가.
나이트 타바레스는 도무지 답을 내릴 수 없었다.
아니, 애초에 답은 그에게 있지 않았다.
그의 모든 답은 위긴스에 따라서 달라진다. 위긴스라는 이가 지금껏 그에게 보여준 모습은 너무도 천차 만별이 니까.
어떨 때는 원탁의 미래라 불리는 천재였고.
어떨 때는 그 원탁을 침탈하는 침략자였으며.
또어떨때는 원탁을 짓누르는 압제자였다.
어떤 모습이 위긴스의 본모습인지 나이트 타바레스가 알 도리가 없었 다.
나이트 타바레스가 머리를 꾹꾹 눌렀다.
“결국은 선택해야 하는 일이야.”
완전하게 모든 것을 알고, 정확한 선택을 내릴 기회라는 게 인생에 몇 번이나 오겠는가. 대부분의 선택이 란 불완전한 정보와 불확실한 미래 에 휩쓸린 채 감정적으로 내리는 게 대부분이다.
다만…….
다만, 그저…….
바로 그때였다.
나이트 타바레스의 고개가 뒤쪽으 로 홱 돌아갔다.
‘ 뭐지?’
고개를 돌렸다.
몸을 돌려 뒤를 바라본다.
하지만 그 이유는 나이트 타바레 스조차 알지 못했다.
‘왜?’
왜 자신이 몸을 돌렸는지, 그리고 왜 지금 저곳을 바라보고 있는지 나 이트 타바레스는 알지 못한다.
그저 그의 몸이 움직였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것처럼.
너무 당연하게도.
그리고 그의 시야에 들어온 곳은 다름 아닌 마스터의 집무실이었다. 조금 전 모인 기사들이 힐끔거리며 바라보던 바로 그 집무실 말이다.
하지만 저곳은 비어 있을 텐데?
그리고 그때.
거짓말처럼 집무실의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나이트 타바레스의 눈이 점점 커 졌다.
‘저 안에 있었다고?’
그럴 리가.
안에 사람이 없었다는 건 몇 번 이고 확인했다. 그리고 저 안에는 이동을 위한 마법진 따위도 존재하 지 않는다.
단거리 이동이라면 마법진이 없어 도 별문제는 없겠지만, 그 이동에 반드시 동반되는 마력의 파동도 느 껴지지 않았다.
그럼 대체 저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건가.
끼이이익.
오래된 문이 무겁게 열리고, 그
뒤에서 위긴스가 천천히 걸어 나온 다.
다를 게 없다.
위긴스는 여전히 위긴스였고, 외 모나 분위기가 바뀐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런 위긴스를 본 순간, 나이트 타바레스는 자신의 심혼이 얼어붙는 듯한 감각에 전율했다.
이것 역시 마찬가지다.
나이트 타바레스는 지금 왜 자신 이 이토록 전율하고 있는지 전혀 이 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모든 것은
원인이 있고, 그 원인에 따라 결과 가 따라오는 법이건만, 지금 이 일 련의 과정들은 원인 없이 결과만이 존재한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지금 그가 느끼고 있는 모든 것들이 확연 한 진짜라는 점이었다.
저벅저벅.
위긴스가 태연하게 그를 향해 걸 어온다.
‘뭐가 달라졌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분명 뭔가 달라졌다. 눈으 로 보이는 것을 감각에서 없애버린
다면,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인식이 될 정도다.
부드럽게 밀려오는 기운이 그의 전신을 내리 누른다. 다리가 덜덜 떨리고 심장이 쿵쾅대며 뛰기 시작 했다.
‘차원이 다르다는 게 이럴 때 쓰 는 말이군……
고작 며칠 사이에 무슨 일이 있 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위긴스는 분 명 달라졌다. 분명!
“홈?”
위긴스가 나이트 타바레스를 발견 했는지, 고개를 살짝 들고는 미소를
지었다.
“무척 오랜만에 보는 느낌이로
군.”
“며칠이나 지났지?”
나이트 타바레스가 대답을 하지 못하고 얼이 빠진 얼굴로 위긴스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이보게, 나이트 타바레스.”
“••••••예?”
“며칠이나 지났는지 묻고 있지 않 는가.”
“예? 며, 며칠?”
“자네와 내가 마지막으로 본 뒤로 며칠이나 지났냐고 묻는 걸세.”
“아••••••
나이트 타바레스가 멍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하는 지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 머리가 텅 비어버린 것만 같다.
“음?”
그런 나이트 타바레스를 바라보던 위긴스가 아차하고는 머리를 긁었 다.
“음, 생각을 못했군. 미안하네.” 그리고 그 순간, 나이트 타바레스
의 주변으로 흘러 들어가던 위긴스 의 위압감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휘청.
물리력이 작용했을 리는 없을 텐 데, 나이트 타바레스는 불어오던 태 풍이 일순 사라진 것처럼 앞으로 비 틀거렸다.
경악과 공포가 물든 눈이 위긴스 를 웅시한다.
“이제 대답을 들을 수 있겠는가?”
“이, 일주……
“음‘?”
“일주일입니다, 마, 마스터.”
위긴스가 흐음, 신음을 흘렸다.
“고작 일주일인가. 감각으로는 칠 년은 지난 느낌인데.”
나이트 타바레스는 위긴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 만 그의 고개는 그의 이해 유무와 상관없이 격렬히 끄덕여지고 있었 다.
“그래, 생각은 해봤는가?”
“새, 생각이라 하시면?”
“내가 한 제안 있지 않은가. 내 쪽으로 오면 자네에게 힘과 지위를 주겠다고 했지.”
“나는 바쁜 사람이라 답을 그리 오래 기다릴 수 없네. 지금 이 자리 에서 대답을 해줬으면 좋겠는데?”
나이트 타바레스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내가 왜 망설였더라?’
지금까지의 고민이 모두 부질없이 느껴진다.
선택? 선택이라고?
자신이 대체 무엇을 선택한다는 말인가, 자신 따위가.
“마, 마스터.”
그의 무릎이 천천히 굽혀진다. 한쪽 무릎을 바닥에 댄 나이트
타바레스가 깊이 고개를 숙이며 진 정을 담아 속삭였다.
“받아주신다면 제 모든 걸 바쳐 따르겠습니다.”
“홈.”
위긴스가 빙긋 미소를 지었다.
“나쁘지 않은 선택이로군.”
숙여진 나이트 타바레스의 뒷머리 를 바라보며 위긴스의 입꼬리가 미 묘하게 말려 올라갔다.
“나쁘지 않은 기분이고 말이야.” 마도의 정점을 제 손으로 움켜쥔 이가 원탁에 강림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