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865)
마존현세강림기-1867화(1864/2125)
마존현세강림기 76권 (1화)
1장 직시하다 (1)
나이트 타바레스가 공손한 자세로 위긴스가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커다란 책상을 앞에 둔 위긴스는 홍차를 홀짝일 뿐, 쉽사리 입을 열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집무실의 이곳저곳을 가볍게 누볐지만, 나이트 타바레스
에게만은 딱히 시선을 주지 않았다. 마치 그가 이곳에 존재하지 않는다 는 듯이 말이다.
하지만 나이트 타바레스는 그런 대접이 조금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 다.
기분이 나쁠 이유가 무엇인가.
결국 대접이라는 것도 관계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리고 관계는 각 자가 가진 힘과 지위를 통해 형성되 기 마련이다.
나이트 타바레스는 설사 위긴스가 그를 벌레처럼 취급한다고 해도 조 금도 화를 내지 않을 것이다. 딱히
악감정이 없다 해도 위긴스의 눈에 는 나이트 타바레스가 벌레나 다름 없어 보일 텐데, 그 이상의 대접을 바랄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 흐음.”
위긴스가 낮은 침음을 흘렸다.
“나이트 타바레스.”
“예, 마스터.”
위긴스가 빙긋 미소를 지으며 나 이트 타바레스를 바라보았다.
“이곳은 마스터의 집무실이지.”
빤한 이야기다. 하지만 나이트 타 바레스는 그저 가만히 위긴스의 말 을 기다렸다. 그가 굳이 빤한 이야
기를 입에 올릴 사람이 아니라는 것 을 알기 때문이다.
“대대로 말일세.”
위긴스가 빙그레 웃으며 방 안의 정경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이곳이 지어진 이래로 원탁의 마 스터들은 모두 하나같이 이 집무실 을 사용했지. 어쩌면 이곳은 저 둥 근 원탁이 있는 회의실과 더불어 원 탁의 역사를 상징하는 곳일지도 모 르지.”
“그렇습니다.”
“어떤가?”
나이트 타바레스가 고개를 들어
위긴스를 바라보았다.
“그런 곳에 내가 앉아 있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가?”
나이트 타바레스가 가만히 고개를 내저었다.
“마스터께서는 정당한 과정을 통 해 선출되신 원탁의 마스터이십니 다. 그런 분이 온당하게 자신의 자 리에 앉은 것이 왜 이상하다는 말입 니까?”
“정당한 과정이란 말이지.”
위긴스가 낮게 웃었다.
말은 맞는 말이다.
확실히 그는 정당한 과정을 통해
서 마스터의 자리에 올랐다. 그가 마스터가 되는 것을 반대하는 이가 없었으니, 당연히 정당하다 할 수 있겠지.
하나밖에 남지 않은 선택지를 고 르는 것 역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면 말이다.
“눈 가리고 아웅이로군.”
위긴스는 딱히 자신이 저지른 일 을 포장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독재라면 독재, 폭거라면 폭거겠지.
“이제 어쩔 생각이십니까?”
“그걸 왜 나에게 묻나?”
“••••••예?”
위긴스가 빙그레 웃었다.
“멍청하게 굴지 말게, 나이트 타 바레스. 말했잖은가, 자네에게 힘과 지위를 주겠다고. 거기에 권력도 추 가로 주지.”
“어떻게 하고 싶은가를 말해야 하 는 것은 자네야. 그래서…… 이제 어쩌고 싶은가?”
나이트 타바레스가 마른침을 삼켰 다.
‘힘과 권력이라……
한 사람의 꼭두각시인 채로 가지 는 힘과 권력이 과연 의미가 있을
까?
나이트 타바레스의 대답은 ‘그렇 다’였다.
그에게는 그 힘과 권력이 의미가 없을지 모르지만, 그를 상대해야 하 는 이들에게는 충분히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으로 족하지 않은가.
“배부른 돼지들을 쳐내겠습니다.”
“ 호오.”
“원탁은 변화가 필요합니다. 필요 하다면 피를 홀려서라도 썩은 부분 을 도려내지 않는다면, 원탁은 영영 제 가치를 되찾지 못할 것입니다.”
위긴스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급진적이군.’
역시 젊다고 해야 하나.
마스터는 그를 너무 급진적이라고 평했지만, 나이트 타바레스에 비하 니 그가 완전히 중늙은이가 되어버 린 기분이다. 저 젊은 나이트의 눈 에 보이는 패기가 위긴스를 더없이 홉족하게 만들었다.
“원한다면 그렇게 하게.”
“그래도 되겠습니까?”
“오해하지 말게, 나이트 타바레 스.”
위긴스가 단호하게 말했다.
“나에게 있어서 원탁은 고향이네 비록 지금은 너절하고 황폐해진 곳 이지만, 그래도 내 근본은 원탁에 있지.”
“자네의 생각과는 다르게 나는 원 탁이 망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네.”
“하지만 마스터께서는 스스로를 원탁의 소속이라 생각하지 않으시잖 습니까?”
그건 따져 묻는 말이 아니라 순 수한 의문이었다.
“마찬가지지.”
위긴스가 빙그레 웃었다.
“내가 원탁에서 이득을 취하겠다 고 마음먹었다면, 더더욱 원탁을 정 상화시켜야 하는 걸세. 단기적으로 는 손해가 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 로는 그게 이득이기 때문이지. 그리 고 냉정하게 말해 지금의 원탁은 착 취할 것조차 남아 있지 않아. 기껏 해야 내가 원하는 마도구와 재료들 을 대는 것이 전부겠지.”
“겨우 그 정도……
“그래. 겨우 그 정도일세.”
이미 원탁에서 얻을 것은 얻었다. 이제부터 벌어질 전투는 수로 하는
전투가 아니다. 총회에 비해 오히려 수준이 떨어지는 원탁은 더는 총회 의 전력이 되지 못한다.
“그러니 내가 원탁을 망치려 한다 는 생각은 하지 말아주게. 물론 필 요에 의해 자네를 선택하기는 했지 만, 나는 정말 순수하게 자네가 원 탁을 개혁하는 모습을 보고 싶으니 까.”
“그게 결국에는 마스터를 적대하 게 되는 결과가 된다고 해도 말입니 까?”
“그런 일은 없을 걸세.”
위긴스가 딱 잘라 말했다.
“자네는 그리 멍청한 사람이 아니 니까. 내가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하 지 않는다면, 자네는 알아서 나와 원탁의 사이를 중재하려 들겠지. 그 렇지 않은가?”
나이트 타바레스가 쉽사리 대답을 하지 못했다.
확실히.
이전과는 다르다.
지금은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위긴스와 적이 되고 싶지 않았다. 아니, 차마 그런 상상조차 할 수 없 다.
그런 일이 벌어졌을 때, 그들이 치러야 할 대가가 눈에 잡힐 듯 선 하니까.
“이런 걸 적대적 공생이라고 하 지.”
나이트 타바레스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음?”
“지금 마스터께서 하시는 말씀은 원탁의 마스터로서의 직무를 수행하 지 않겠다는 말씀 같은데……
“그러기 위해서 자네가 있는 것 아닌가.”
나이트 타바레스가 이해하지 못하 겠다는 듯 말한다.
“마스터께서 의무를 다하셔야 한 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아무리 원탁 이 이제는 마스터께 큰 의미가 없다 고는 해도 마스터라는 자리는 영광 스러운 자리가 아닙니까.”
“영광이라……
위긴스가 고개를 내저었다.
“내 영광은 여기에 없네. 나의 영 광은 오직 동양의 작은 나라에 있 지.”
“언제 한번 상황이 진정되면 총회
에 들르도록 하게. 그럼 내 말이 무 슨 의미인지 이해가 갈 테니까.”
위긴스의 말을 들은 나이트 타바 레스가 의문 어린 눈으로 그를 바라 보았다.
“그곳에……
“음‘?”
“그곳에는 마스터 같은 분이 여럿 계시는 겁니까?”
“그럴 리가 있겠는가.”
나이트 타바레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는 순간이었다.
“나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이들이 여럿 있지. 그리고 그들과도
차원이 다른 분이 한 분 계시고.”
“세상은 넓고, 강자는 즐비한 법 이지. 나도 한때는 원탁을 세상의 전부라 생각하고 살았네. 그런데 막 상 원탁을 벗어나 보니, 원탁이 보 는 세상은 너무도 좁고 편협하더 군.”
“••••••좁다.”
“그래, 좁았지.”
위긴스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는 말을 이었다.
“언젠가는 자네도 원탁보다 더 넓 은 세상을 봐야 할 걸세.”
나이트 타바레스가 마른침을 삼켰 다.
차원이 다른 분이라는 말을 할 때, 위긴스의 얼굴에는 분명한 공경 이 어려 있었다.
‘ 저분이……
그의 기준으로는 위긴스 역시 사 람이 아니다. 지금의 위긴스가 상대 라면, 나이트들이 모두 합심하여 달 려든다고 해도 과연 제대로 된 승부 가 벌어질 수 있을지 의문일 정도였 으니까.
그의 눈으로는 측정조차 불가능한 강함.
하지만 위긴스의 말대로라면 총회 에는 오히려 위긴스보다 더 강한 이 들이 존재한다는 의미가 아닌가.
‘대체 총회란 곳은……
위긴스가 가만히 자리에서 일어났 다.
“앞으로 꽤 자주 연락을 하게 될 걸세. 자네에게는 내 조언이 필요할 테고, 내게는 자네의 조언이 필요할 테니까.”
“예, 마스터.”
“내가 지시해 둔 일을 우선적으로 시행하게. 몇몇 나이트들이 전폭적 인 지원을 해줄 테니 그리 어렵지
않을 걸세.”
이건 경고였다.
이 원탁에 위긴스의 심복이 그뿐 만은 아니니 감히 경거망동하지 말 라는 경고. 그리고 나이트 타바레스 는 그 경고를 확실하게 이해했다.
“문제없을 겁니다. 걱정하지 마십 시오.”
가만히 나이트 타바레스를 향해 걸어온 위긴스가 그의 어깨를 살짝 두드렸다.
“맡기지.”
“……예.”
집무실 밖으로 나가는 위긴스의
등을 가만히 웅시하던 나이트 타바 레스가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마, 마스터.”
“음‘?”
위긴스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 보았다.
“저도…… 저도 언젠가는 당신처 럼 될 수 있습니까?”
꽤 여러 가지 의미가 숨어 있는 말이다.
하지만 그 말에 가장 많은 부분 의 차지하는 건 역시나 ‘강함’일 것 이다.
“쉬운 길은 아닐 걸세.”
“하지만 불가능하지는 않겠지.”
“아
“정진하게나.”
나이트 타바레스를 향해 빙긋 웃 어준 위긴스가 걷던 걸음을 다시 걷 는다.
탁.
집무실 문을 닫고 나온 위긴스가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재미있군.’
과거, 그는 마스터의 등을 목표로 삼았다.
그런데 그가 마스터가 된 지금은 나이트 타바레스가 그를 목표로 하 고 있다.
역사란 반복되는 거라지만, 꽤 재 미있는 일이다.
흐}지만 안타까운 건…….
‘마스터는 목표가 될 자격이 없는 이였고, 나는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되는 이라는 점이겠지.’
선대가 뒤를 끌어주고, 따르는 이 가 앞을 밀어주는 선순환이 벌어졌 다면 원탁이 지금 이 모양 이 꼴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나이트 타바레스
가 과연 원탁을 개혁할 수 있는가였 다. 그저 말 잘 듣는 꼭두각시가 아 니라 제 나름의 생각을 가지고 균형 을 잡을 수 있는 이를 선택한 것은 원탁에 대한 마지막 배려였다.
위긴의 나름의.
“자, 그럼……
여기서 해야 할 일은 모두 했다.
사소한 일은 남은 나이트들이 처 리할 것이다. 그의 눈에 차지는 않 지만, 이곳에 남은 이들도 각국을 대표하기 위해 고르고 골라 선발된 이들. 절대 무능하지 않다.
한동안은 분명 위긴스의 생각 이
상으로 깔끔한 일처리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체제가 바뀌면 너나 할 것 없이 충성 경쟁에 돌입하기 마련이니까.
그러니 이제는 그저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원탁이 어떻게 변해갈지 말이다.
“그만 돌아가 볼까?”
위긴스가 빙긋 미소를 지으며 더 깊은 지하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유럽에 온 목적은 모두 달성했다.
“십 년 같았군.”
현실의 시간은 불과 열홀에 불과
하지만 말이다.
확실히 알겠다.
이곳은 그의 고향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의 고향이 될 수 없다.
고향이 단순히 나고 자란 곳이 아니라 떠나 있으면 그리운 곳을 의 미하는 것이라면, 그에게 고향은 이 미 총회가 되어버렸으니까.
위긴스가 경쾌한 발걸음을 재촉해 지하로 향했다.
총회와 연결된 텔레포트 진이 있 는 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