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867)
마존현세강림기-1869화(1866/2125)
마존현세강림기 76권 (3화)
1장 직시하다 (3)
스스스슥
스스스슥.
펜이 비어 있는 종이 위를 빠르 게 채우기 시작했다. 알아보기 어려 운 한자와 한글이 뒤섞이며 뜻 모를 내용들을 쉴 새 없이 늘어놓는다.
스스슥
현란하기 짝이 없는 펜질.
마치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듯, 혹 은 허공에서 검무를 추듯 이어지던 펜질이 조금씩 거칠어지기 시작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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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거칠어지던 펜이 조금씩 떨린다 싶더니, 이내 말 그대로 부 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이내!
“으아아아아아아아악!”
촤아아악!
펜이 종이를 순식간에 찢어발겼 다.
“빌어먹을! 내가 지금 뭔 짓을 하 고 있는 거야! 으아아아아아아!”
종이를 채워 나가던 이가 펜을 집어 던지더니, 말 그대로 괴성을 내지르며 발악을 하기 시작했다.
“아악! 아아아아아악!”
“지, 진정하십시오, 사부님!”
“내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
발작하는 이, 방진훈의 눈이 광기 를 담아 번들거렸다.
“이게 뭐 하는 짓거리냐고! 내가 씨발, 학교 다닐 때도 이 지랄을 해 본 적이 없는데! 이 나이 처먹고 이 게 뭐 하는 짓이냐고!”
“하, 학교 다닐 때 안 해서 그런 건 아닐까요?”
“뭐, 이 새끼야?”
만류하던 천태훈이 자신에게 꽂히 는, 방진훈의 잡아먹을 듯한 시선을 보고는 움찔하며 고개를 돌렸다.
방진훈도 나름 평소에는 농담이 통하는 사람이지만, 지금만큼은 농 담의 농 자라도 꺼냈다가는 턱주가 리가 날아갈 판이다.
“내가, 빌어먹을, 내가……
방진훈이 책상 주변에 널려 있는 비급들을 보며 넋을 놓았다. 덜덜 떨리는 손이 그의 얼굴을 감싼다.
“내가 왜 이 짓을……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이가 양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흐느끼는 모 습은 그리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니지 만, 천태훈은 그런 방진훈을 진심으 로 동정했다.
“뭐 어쩌겠습니까, 방법이 이것뿐 이라는데.”
“남 일이라고, 이 새끼가?”
방진훈이 금방이라도 주먹을 날릴 듯 움찔움찔하자, 천태훈이 재빨리 입을 열었다.
“회, 회주님이 저 패면 안 된다고 하신 것 잊지 마십시오!”
방진훈이 주먹을 들어 올린 채로 부들부들 떨었다.
“어휴, 내가 이런 새끼를 제자라 고.”
결국 모든 것을 내려놓은 방진훈 이 다시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하지만 의자에 앉는 순간 눈에 들어 오는, 산더미 같은 비급에 질려 버 린 그가 다시금 눈을 질끈 감았다.
“차라리 어디서 고문을 받는 게 낫지. 빌어먹을, 옛날 안기부 시절에 도 이렇게는 안 했어, 이렇게는!”
“거, 무슨 겪어보신 것처럼 말씀
하십니까.”
“들어는 봤다, 이 새끼야!”
“악!’,
날아든 비급에 얻어맞은 천태훈이 바닥을 굴렀다.
“회, 회주님이 때리지 말라고 하 셨잖습니까.”
“내가 때렸으면 네가 지금 살아 있을 것 같아? 이게 때린 거냐, 때 린 거야? 내가 때리는 게 뭔지 보 여줄까?”
더 말을 해봐야 매를 벌 뿐이라 고 생각한 천태훈이 조용히 입을 다
물었다.
“끄응, 이러다 내가 먼저 죽지.” 방진훈이 힘없는 시선으로 비급들 을 다시 바라보았다.
“이걸 어떻게 다 익혀!”
“익히라는 게 아니잖습니까. 이해 하라는 거지.”
“이해하면 익힌 거지, 새끼야!”
“그게 좀 다르긴 하죠.”
이 상황이 벌어진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도무지 답을 찾아낼 수 없던 방 진훈에게 강진호는 아주 간단한 해 결책을 제시해 주었다.
“그러니까……
방진훈이 이를 갈며 말했다.
“종사라고 불린 놈들은 대부분 무 학의 벽을 뛰어넘은 놈들이다.”
“그러셨죠.”
“그건 무학을 창안하려면 벽을 넘 을 정도의 이해도를 가져야 한다는 의미지만, 거꾸로 말하면 무학을 창 안할 정도의 이해도를 가질 수 있으 면 벽 따위는 이미 넘은 것과 같 다.”
“……그러셨죠?”
“이게 말이 되는 소리냐고!”
방진훈이 입에서 불을 뿜었다.
“뭔 사람을 등신 취급 해도 유분 수지! 그걸 앞뒤를 바꾼다고 해결이 돼, 해결이? 이게 뭔 개소리야!”
“그래도 회주님이 말씀하신 건데, 개소리는 좀……
“그럼 말 소리냐, 이 새끼야!”
천태훈이 다시 한번 날아든 비급 을 재빨리 낚아챘다.
“하, 함부로 던지시면 안 됩니다. 이게 어떤 것들인데.”
“끄으으응.”
그리하여 지금 이곳에는 전국에서 수집한 비급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심지어 강진호가 손을 써 홍
왕계를 통해 중국에서 입수한 비급 들마저 한 트럭이 넘게 쌓여 있었 다.
무학을 익히는 자는 기본적으로 집중력이 높아지고, 연산력이 뛰어 나진다. 방진훈 정도 되는 고수라면 웬만한 명문대생은 찜 쪄 먹을 정도 의 두뇌를 가지게 되는 게 보통이지 만…….
‘그것도 어느 정도여야지.’
모조리 한자, 그것도 고어가 섞인 한자로 쓰여진 비급의 산을 보면 사 법고시 수석 합격자도 가운뎃손가락 을 치켜올리고 돌아설 판이다.
그런데 평생 공부와는 담을 쌓고 살아온 방진훈에게 이걸 다 익히라 고 하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린가.
“포기하자.”
방진훈이 깔끔하게 결론을 내렸 다.
“뭘 어떻게 해볼 수 있어야 노력 이라도 해보지. 이건 안 돼. 이건 안 되는 일이야.”
“그러지 마시고……
“니 일 아니라고 쉽게 말하지 말 라니까?”
“제 일이 아니긴 왜 아닙니까. 저 도 사부님 덕분에 꼼짝없이 여기 갇
혀서 이러고 있는데.”
“끄으응.”
방진훈이 의자에 몸을 기대며 축 늘어졌다.
‘못해먹겠네.’
어떻게든 노력을 하려 했다.
장민은 장민대로, 바토르는 바토 르대로, 그리고 위긴스도 분명 위긴 스 나름의 방법으로 벽을 뛰어넘을 것이다.
스스로 그들과 비교될 수 있는 강자라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지만, 방진훈 역시 총회의 이사. 아니, 이사라는 직위를 떠나서
도 남 일인 것처럼 손 놓은 채 구 경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래서 나름은 노력을 해봤지만, 공부를 하면 할수록 근본적인 의문 을 떨쳐 내기가 힘들었다.
‘이런다고 진짜 뭐가 달라지나?’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정말 이 해할 수 없는 일이야.
“어? 사, 사부님.”
“응?”
“저기! 회주님 오십니다!”
방진훈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 다. 집무실 너머 창문으로 강진호가 일련의 무리들을 이끌고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저 양반은 또 언제 복귀했대?”
강진호의 뒤에서 걸어오는 위긴스 까지 확인한 방진훈의 얼굴이 확 일 그러 졌다.
저 자신만만한 걸음걸이를 보니,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안 봐도 알 것 같았다. 분명 위긴스도 해답을 찾아 파워 업을 한 거겠지.
유일하게 남아 있던 일반인 동료 를 잃어버린 방진훈이 머리를 감쌌 다.
“이러면 나만 똥 되는 건데!”
“……말씀 좀 곱게.”
“시끄러워, 이 새끼야!”
두 사람이 그렇게 다정(?)한 대화 를 나누는 와중에 강진호를 위시로 한 무리들이 문을 열고 집무실 안으 로 들어왔다.
“허허……
위긴스가 집무실 안 광경을 보더 니 헛웃음을 터뜨렸다.
“이걸 다?”
장민과 바토르는 이미 본 광경이 라 딱히 큰 반응이 없지만, 이 모습 을 처음 보는 위긴스의 눈에는 이 광경이 꽤나 흥미로운 모양이었다.
“이 정도 양이면 도서관 하나 정
도는 채울 수 있어 보이는데. 그냥 다 읽는 것도 시간이 엄청 소모되겠 군요. 과연…… 공부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위긴스가 재미있다는 듯 방진훈을 바라보았다.
그 시선을 마주한 방진훈이 얼굴 을 와락 일그러뜨렸다.
“뭐가 그렇게 재밌습니까?”
“재미있고말고. 이건 마법을 익히 는 자들의 연구실에서는 꽤 자주 볼 수 있는 광경이거든. 그런데 거기에 서 있는 이가 다름 아닌 자네 아닌 가. 당연히 재미있지.”
방진훈이 이를 갈았다.
저 히죽히죽 웃어 대는 재수 없 는 면상에 정권 한 방 날릴 수 있 으면 소원이 없겠지만, 한눈에 봐도 이 양반의 상태가 예전과 달랐다.
아마 지금 방진훈이 위긴스와 싸 운다면 손도 써보지 못하고 당하게 될 게 분명했다.
“ 흐음.”
위긴스가 턱을 긁으며 주변을 돌 아보았다.
“이건 동양의 방식이라기보다는 서양의 방식에 가깝군요. 이해를 통 해 경지를 끌어올린다. 동양의 방식
은 이해보다는 체득의 가까운 방식 이라 이해했는데.”
“그렇지.”
강진호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 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방진훈은 건수를 잡았다는 듯 날뛰기 시작했 다.
“거보십시오! 맞는 방식이 아니라 잖습니까!”
“차라리 저를 패십쇼! 맞고 구르 는 게 낫지, 이건 죽어도 못하겠습 니다.”
쓴웃음을 지은 강진호가 입을 열 었다.
“딱히 중원에서 없던 방식도 아 냐.”
“••••••예?”
“흔한 이야기지. 중원 최후의 보 루였던 소림으로 쳐들어간 이들이 방장을 비롯한 모두를 쓰러뜨리고 불태우려고 하던 찰나, 장경각에서 비급을 관리하던 노승이 휘적휘적 걸어 나와 쳐들어온 이들을 박살 내 버린다는 이야기.”
“……전형적인 클리셰네요.”
“나도 자주 듣기는 했다만, 그건
그냥 지어낸 이야기가 아닌가.”
강진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거, 실제로 있던 이야기야.”
“엥?”
“그게 말입니까?”
즉각적으로 돌아온 반응에 강진호 가 고개를 끄덕였다.
“좀 와전되고 각색되기는 했지만, 틀 자체는 그리 다르지 않아.”
“세상에.”
“그리고 그건 사건이 벌어졌기 때 문에 말로 퍼진 것을 뿐, 실제로 장 경각 같은 비급 서고를 관리하던 이 들이 평생 무학을 몸으로 익혀온 이
들보다 더 강해지는 케이스는 꽤 흔 했어.”
“그게 말이……
강진호가 어깨를 으쓱했다.
“무학이라는 것은 익히는 데 시간 이 걸리지. 아무리 대단한 무인이라 고 해도 평생 익히는 무학의 수는 스무 가지를 넘지 않아. 머리로 아 는 것과 실전에서 쓸 수 있을 만큼 체득하는 건 다른 문제니까.”
“그렇지요.”
“하지만 굳이 실전을 치를 필요가 없는 이들은 더 많은 무학을 머리로 익힌다. 그리고 머릿속에서 자신만
의 체계를 완성해 가는 법이지.” 방진훈이 얼굴을 와락 일그러뜨렸 다.
“그건 그놈들이 원래 그런 타입이 니 그런 것 아닙니까! 저는 몸을 쓰 는 타입이라고요!”
강진호가 희게 웃었다.
“그럼 이제부터 바꿔봐야지.”
“회주님!”
“다른 방법이 없어.”
강진호의 담담한 목소리에 방진훈 이 입을 다물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아무리 빨 라도 오 년은 걸린다.”
“그리고 그 오 년 뒤에는 총회의 이름이 남아 있을지 장담할 수 없 어.”
방진훈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하나만 묻고 싶은데……
“말해.”
“이게 정말 되는 겁니까? 벌써 여기에 있는 비급 중 삼분의 일은 본 것 같은데, 도무지 이런 방법으 로 될 것 같지가 않습니다.”
“이해해야지.”
“하지만……
“이해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으면 가능해. 다른 사람이면 몰라 도 방 이사라면.”
확신이 담겨 있는 말이었다.
말없이 강진호를 마주 보던 방진 훈이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도망도 못 가게 만드시네.”
“미안하군.”
“미안할 게 뭐 있습니까. 회주님 도 나 좋으라고 하는 건데. 그런데 제가 이런 식으로 뭔가를 해본 적이 없어서 도무지 감을 못 잡겠습니 다.”
그 말을 들은 강진호가 살짝 눈 을 찌푸렸다.
‘어려운가.’
이건 강진호도 도울 수 없는 일 이었다.
이 상황을 어찌 풀어야 하는가를 고민하려는 찰나.
“ 흐음.”
위긴스가 재미있다는 듯 앞으로 나섰다.
“ 로드.”
“왜?”
“제가 도와보겠습니다.”
“음?”
위긴스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애초에 이런 연구와 체계화는 이
쪽의 전문 분야입니다. 물론 다뤄야 하는 것이 다르니 완전히 이끌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도움은 될 겁니 다.”
“으 ”
강진호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 다.
“할 수 있으면 도와줘.”
“알겠습니다.”
위긴스가 맑디맑은 웃음을 지으며 방진훈을 바라보았다.
“잘 부탁하지, 방 이사. 대신 내 방식은 조금 힘들 수 있으니, 최선 을 다해주게나.”
방진훈이 고개를 돌려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그냥 안 하면 안 됩니까?”
“되겠어?”
“••••••썩을.”
방진훈이 다시 색다른 지옥에 빠 져드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