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868)
마존현세강림기-1870화(1867/2125)
마존현세강림기 76권 (4화)
1장 직시하다 (4)
“ 될까요?”
“되겠어?”
“되겠습니까?”
차례대로 장민, 바토르, 이현수였다.
“거, 무슨 생각인지는 알겠는데 말 이다, 주인.”
바토르가 피식 웃으며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될 일이 있고, 안 될 일이 있는 법이지. 애초에 그 방 이사가 말 그 대로 ‘학’으로 경지를 넘는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린가.”
강진호가 어깨를 으쓱했다.
“될지 안 될지는 지켜봐야 알 일 이지.”
“세상에는 안 봐도 되는 일이 있 는 법이다, 주인. 하늘에서 날벼락이 치고, 머리통만 한 우박은 떨어질 수 있지만, 황금이 떨어지지는 않는 것처럼.”
“……그거, 방 이사가 들으면 꽤
슬퍼할 말이로군.”
“자기도 그렇게 생각할 거다.”
이건 바토르의 말이 맞을지도 모 른다.
그리고 굳이 방진훈에게 물어볼 것도 없이 장민과 이현수도 바토르 의 말에 동조하고 나섰다.
“마존이시여…… 물론 제가 감히 마존의 안목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 오나, 과연 이게 가능할 일일지……
“무립니다, 이거.”
조심스러운 장민과 다르게 이현수 는 가차 없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일을 해야 할 것 아닙니 까. 공부로 고수가 되면 누가 홁먼 지 퍼마시면서 바닥을 깁니까! 그럼 저도 고수 되게요!”
어떤 말이 들어오든 완벽하게 반 박할 수 있는 논리를 갖춘 강진호이 지만, 이현수의 ‘그럼 저도 고수 되 게요!’만은 도무지 반박이 불가능했 다.
“맞는 말이지.”
바토르가 코웃음을 쳤다.
“그런 걸로 고수가 되는 게 정말 가능했으면, 쓸데없이 시간 끌 게
아니라 머리 좋은 놈들만 골라서 비 급만 읽게 하면 될 일이 아닌가. 그 럼 누구나 다 고수 되게!”
강진호가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실제 사례가 있던……
“사례? 하하핫! 주인, 농담도 잘 하는군! 지렁이도 백억 마리쯤 있으 면 한 마리는 용이 된다. 그렇다고 지렁이를 모아다 키우면서 용이 되 길 바라는 놈은 미친놈이지! 안 그 런가?”
그냥 팰까?
논리고 나발이고, 그냥 죽빵을 갈
겨 버리는 쪽이 속이 더 편할 것 같은데…….
하지만 다행히 이곳에는 그 대신 바토르의 죽빵을 갈겨줄 이가 있었 다.
쿵!
“아악!”
바토르의 엉덩이를 걷어차 버린 장민이 귀신같은 얼굴로 말했다.
“이 멍청한 놈이 감히 마존께서 하신 말씀에 토를 달아?”
“ 영감••••••
앞으로 엎어진 바토르가 슬쩍 장 민을 돌아보았다. 평소 같았으면 죽
이니 살리니 하며 길길이 날뛰었을 바토르이지만, 지금은 뭔가 분위기 가 평소와는 달랐다.
“솔직하게 말해보자, 영감.”
“뭘 7”
“영감도 솔직히 안 된다고 생각하 는 중이지?”
“그럼 그렇지.”
바토르가 그것 보라는 듯 히죽 웃었다. 그 순간, 장민의 얼굴이 붉 게 달아올랐다.
“그, 그런 게 아니라……
“됐다. 변명은 추하다, 영감.”
강진호가 두 사람이 하는 모양새 를 지켜보며 관자놀이를 더 세게 눌 렀다.
‘두통이……
스트레스가 폭중하고 있다.
“회주님.”
그리고 누구보다 사람의 스트레스 를 폭증시키는 데 재능이 있는 이현 수가 슬슬 시동을 걸었다.
“이게 확률적으로는 가능하다는 건 알겠습니다. 실제 사례가 있다는 것도 이해했구요.”
“그렇지.”
“그런데 대한민국에 로또 맞은 사
람이 수백 명이 있다고 해서 제가 로또가 되는 건 아니잖습니까?”
“제가 보기엔 방진훈 이사님이 글 을 보다 득도를 할 확률이면, 로또 같은 건 제비뽑기만도 못합니다. 로 또 연속으로 일등 열 번하고 은행에 서 돈 챙겨 나가다가 벼락 맞아 죽 을 확률이죠.”
“그런데 이게 진짜 되는 겁니까?” 관자놀이를 누르는 강진호의 손가 락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럼••••••
“네!”
“방 이사 대신 네가 할래?”
이현수가 공손히 양손을 모았다.
“방 이사님이라면 그 희박한 확률 을 뚫어내고 반드시 성공하실 거라 믿습니다.”
“……이 실장.”
“예.”
“……제발 입 좀 다물어.”
“네.”
강진호가 한숨을 푹 내쉬고 입을 열었다.
“그냥 맨땅에 헤딩하는 게 아니라 방 이사면 될 거라고 생각한 거다.”
“방 이사가요?”
“방진훈이?”
“그 사람이?”
이 새끼들이 언제부터 이렇게 죽 이 척척 맞았지?
“••••••그래.”
“대체 뭘 보고 말입니까?”
“ 이론이지.”
강진호가 얼굴에서 장난기를 뺐 다.
“총회의 무학은 너무 중구난방이지. 온갖 무학들이 뒤섞여 체계가 없어.”
“그렇죠.”
“개판인 건 사실이다.”
“심지어 서로 익히는 무학도 다 달랐습니다. 이건 문파라고 할 수도 없는 지경이었지요.”
그 말에는 모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태생적으로 연합으로 시작한 총회 다 보니 무학의 체계가 제대로 확립 이 되어 있지 않았다.
“그걸 정리하고 일원화시킨 사람 이 방진훈이야.”
“사실 정리라기보다는 재창조에 가깝지만, 딱히 다를 것도 없는 말 이지. 총회의 특색을 살리기 위해
기존의 무학들을 대부분 참고해 만 들어낸 거니까.”
“그건 그냥 모방 아닙니까?”
“모방은 쉬워 보이나?”
강진호가 세 사람을 보며 눈을 찌푸렸다.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지. 해보지 않은 일을 두려워하는 사람과 겪어보지 않은 일을 쉽게 생 각하는 사람.”
“그런데 너희 셋은 모조리 후자 다. 방진훈이 새 무공을 창안했을 때, 그 정도는 마음만 먹으면 너희
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했겠 지.”
이현수가 손을 들었다.
“전 아닌데요?”
“제발 입 좀…… 제발.”
“네.”
아직 이현수가 살아 있다는 사실 이 새삼스레 놀라운 바토르와 장민 이었다.
울화를 진정시킨 강진호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 야. 무학이라는 걸 대충 어떻게든 만들어내는 거야 적당한 경지에 오
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할 수 있 다. 하지만 범용성을 갖추고, 실전에 서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무학을 창안하는 건 고수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실제로 과거 중원에서 천하제일고 수로 꼽힌 이들 중에서도 대부분은 사문의 무학을 그대로 익혔을 뿐, 자신만의 독문 무학을 창안한 경우 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기에 종사(宗師)는 특별한 것 이다.
“그건 경지의 문제가 아니야. 할 수 있는 사람과 할 수 없는 사람이
따로 나뉘어 있을 뿐.”
“회주님도 못하시는 겁니까?”
“나는 음……
강진호가 볼을 긁었다.
“마공을 여럿 만들기는 했지만, 그건 내 수준에서는 그리 대단할 게 없는 것들이다. 백의 힘을 가진 사 람이 오십만큼의 힘을 낼 무학을 창 안하는 건 딱히 어렵지 않지.”
그리고 지금은 초식의 경계를 벗 어나 굳이 무학을 창안할 생각이 들 지 않는다. 하려고 하면 할 순 있겠 지만…….
“방 이사가 대단한 건, 자신의 경
지를 뛰어넘는 무학을 창안해 냈다 는 거지. 내가 도와주기는 했지만, 총회의 기본공은 그때 방진훈의 수 준에서는 만들기가 거의 불가능한 무학이었어.”
“확실히 그렇기는 합니다.”
기본공이라는 건 의외로 무척이나 까다로운 무학이다.
가장 기본이 된다는 것은 핵심을 담아야 한다는 말과도 같다. 누구나 익힐 수 있으면서 약하지 않고, 각 자의 스타일에 따라 다채롭게 펼쳐 낼 수 있으면서도 총회의 정체성을 담아야 한다.
‘생각하니 새삼 대단하긴 하네.’
그때는 더 높은 곳을 보고 있던 입장이라 헤아리지 못했지만, 확실 히 방진훈이 대단한 일을 해냈구나 싶었다.
“그러니 꼭 불가능한 일은 아냐.” 강진호가 어깨를 으쓱했다.
“설사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총회 에 널려 있는 무학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선별할 수 있을 테니 남는 장사지.”
이현수가 눈을 가늘게 떴다.
“……회주님도 안 될 때를 생각하 시네요?”
“내 그럴 줄 알았지.”
“크홈.”
강진호가 헛기침을 하고 창 너머 를 바라보았다.
“아련한 척하지 마십쇼. 뭐 아련 할 일 있다고.”
여하튼 저 새끼는 입이 문제다.
입이.
검은 건 글자요, 하얀 건 종이였 다.
처음에는 내용이라는 게 있던 것 같기는 한데, 읽은 비급이 백을 넘 어가면서부터는 내용이 모호해지기 시작했고, 이백을 넘으면서부터는 서로 꼬이기 시작한다.
방진훈이 퀭해진 눈으로 비급을 보다가 가만히 천장을 향해 고개를 올렸다.
“쉬시면 안 됩니다.”
“……목이 뻐근해서.”
“무인이 목이 뻐근하다는 게 말이 나 됩니까!”
“눈도 침침하고……
“공시생들은 다 그렇게 공부합니 다! 저기 노량진만 가보십쇼! 다들 밥 먹으면서도 공부하는데, 사부님 이 그걸 못한다는 게 말이나 됩니 까?”
방진훈이 서글픈 눈으로 천태훈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생전 처음으로 고통받는 대학원생의 입장에서 고통 주는 교 수의 입장이 된 천태훈은 그런 방진 훈을 놓아주지 않았다.
“책상에 앉아 있다고 다 공부가 아닙니다! 책을 보고 있다고 다 공
부가 아닙니다! 중요한 건 얼마나 집중하느냐! 순공 시간이 중요하다, 이겁니다!”
“……순공이 뭔데?”
“순수 공부 시간이요.”
저 새끼는 대체 어디서 저런 말 을 배워오는 거지?
뭐? 노량진?
살면서 노량진 몇 번 가봤다고 9 급에라도 붙은 놈처럼…….
“입 좀 그만 털어, 인마.”
“제가 다 사부님 잘되시라고!”
“강냉이 다 털리기 전에.”
천태훈이 조용히 입을 닫았다.
“끄으으.”
절망 어린 신음을 내뱉은 방진훈 이 머리를 벅벅 긁었다. 탈모 걱정 없이 풍성하던 그의 머리에서 머리 카락이 우수수 낙하한다. 이대로라 면 탈모약의 단계를 깔끔하게 스킵 하고 빠른 가발 테크트리를 타야 할 지도 모른다.
지금 방진훈은 말 그대로 머리가 빠지도록 용을 쓰고 있었다.
엄살?
저 머리에서 낙하하는 머리카락을
보고도 감히 그런 말을 입에 올릴 수 있겠는가. 의자 아래에 수북하게 쌓인 머리카락이 지금 그의 노력을 증명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다고 진짜 뭐가 된다고?’
보면 볼수록 더 복잡해지고 모호 해진다. 차라리 성과가 조금이라도 보인다면 그걸 양분 삼아 정진할 수 있을 텐데, 하면 할수록 더 멀어지 는 느낌이 드니 맥이 빠지는 것이 다.
“진짜 죽겠네.”
방진훈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간
다. 반대쪽 책상에서 위긴스가 흥미 롭다는 듯이 비급들을 읽어 대고 있 었다.
“거, 보면 뭐 아십니까?”
“중국어라면 익혔네.”
“중국어랑 한자는 다른데.”
“한자도 익혔지.”
아니, 뭐, 저런 인간이 진짜…….
방진훈이 얼굴을 확 일그러뜨렸 다.
“돕는다더니, 댁이 비급을 보고 있으면 어떻게 합니까! 나를 도와야 지!”
“안 그래도 그럴 참이었네.”
위긴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러고는 저벅저벅 걸어와 방진훈의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비급을 쭉 홅어본다.
“……자네, 정말 공부해 본 적이 없구만?”
뭐라 변명할 말이 없던 방진훈이 조개처럼 입을 다물었다.
“이런 식으로 공부하는 사람은 생 전 처음 보는군.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뭐가 잘못됐습니까?”
위긴스가 비급을 하나씩 집어 들 었다.
“이게 지금 다 본 것들이지?”
“예.”
“용형조, 항라검법, 장백권, 지리 공, 도강신법, 파쇄조법?”
위긴스가 고개를 내저었다.
“종류가 다른 무학들을 그냥 마구 잡이로 읽는다고 뭐가 되겠는가!”
“……다 같은 무학 아닙니까?”
“그렇지. 다 같은 무학이지. 공부 도 다 같은 공분데, 왜 과목을 나누 겠나! 자네는 영어를 10분 공부하 고, 수학을 5분 본 다음에, 국어를
20분 읽는가?”
방진훈이 고개를 갸웃했다.
“뭘 해본 적이 있어야 뭔 말인지 알아듣지.”
위긴스가 얼굴을 감쌌다.
큰일이다. 생각보다 더 미친놈이 었다.
“일단은 여기에 있는 무학들을 종 류별로 분류하는 것부터 시작하지.”
“……그렇게 하면 나아지는 겁니 까?”
“그건 모르지. 다만, 좀 수월해지 겠지.”
실망한 듯한 방진훈을 보며 위긴 스가 미묘한 미소를 머금었다.
‘이따위로 연구를 하고도 무학을 창안했단 말이지?’
생각보다 더 미친놈이다.
그래서 오히려 가능성이 보이는 것 같다.
“제대로 소화해 낼 수만 있다 면…… 어쩌면 생각보다 더 대단한 게 나올지도 모르겠군.”
“ 예?”
“됐으니 분류부터 시작하게. 어 서.”
“……예.”
힘없이 움직이는 방진훈을 보며 위긴스가 고개를 내저었다.
‘왜 하필 이런 인간에게 이런 재 능이.’
하늘은 때때로 참 변덕스럽다고 생각하는 위긴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