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870)
마존현세강림기-1872화(1869/2125)
마존현세강림기 76권 (6화)
2장 창안하다 (1)
“밥을 안 먹는데.”
“그럴 수도 있지.”
“……일주일짼데요.”
“무인이 일주일 밥 안 먹는다고 죽진 않아.”
“물도 안 마셔요.”
“……그건 좀 문제가 있네.”
이현수의 말에 강진호가 떨떠름한 눈으로 방진훈이 자리를 잡고 앉은 회의실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회주님.”
“응?”
“저기서 저래도 되는 겁니까? 저 번에 바토르 님이나 장민 장로님이 날뛰었던 걸 생각하면…… 까딱하다 가는 건물 다 무너지고 박살이 날 수도 있잖습니까.”
“괜찮아. 그런 식의 깨달음이 아 니니까.”
“확실한 거죠?”
“회주님?”
강진호가 슬쩍 고개를 옆으로 돌 렸다.
“건물이야 다시 지으면 되지.”
“아니, 이 양반! 큰일 날 사람이 네!”
이현수가 얼굴을 와락 일그러트렸 다.
아니, 지가 돈이 많으면 많은 거 지, 건물이 어디 애들 이름인가? 뭘 다시 지어, 다시 짓기는!
“그리고!”
“……뭔 뜬금없이 그리고야? 속으 로 무슨 생각을 했길래.”
“건물이야 그렇다 치고! 안에 든 사람은 어떻게 할 겁니까? 건물이 무너지는데!”
“건물이 무너진다고 쟤들이 다칠 까?”
“그러려면 한 20층짜리는 무너져 야……
그렇지.
그건 맞는 말이지.
총회 본단에서 근무한다는 무인 놈들이 콘크리트 쪼가리 좀 떨어진 다고 다치면 그야말로 수련을 게을 리했다고 조인트 까일 일이지.
그건 맞는데…….
“여하튼 조심은 해야죠.”
“그럴 수도 있다고 말해줘. 별 신 경 안 쓸 것 같지만.”
세눈박이가 사는 세상에 두눈박이 가 가면 두눈박이가 이상한 취급을 받기 마련이다. 이 무식하고 개념 없는 무인들이 넘치는 세상에서는 이현수가 이상한 놈일 수밖에 없다.
“……일단 말은 해둘게요.”
“그래.”
강진호가 방진훈이 있는 곳을 다 시 바라보았다.
“걱정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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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호가 대답 없이 침음을 흘렸 다.
“그렇게 걱정되면 가서 조언이라 도 좀 해주시지그러세요.”
“그게 말처럼 쉬운 거면 벌써 그 랬겠지.”
‘늘린다’와 ‘넘는다’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지금 강진호가 방진훈에게 길을 제시해 줘봤자, 그건 길을 늘리는 개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지금의 방진훈은 지식을 늘리는
게 아니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 식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 그건 옆에서 조언할 수 있는 일이 아니 다.
사람은 뛰는 법은 가르칠 수 있 지만, 숨 쉬는 법은 가르칠 수가 없 다. 그건 남이 도와줄 수 없는 본인 만의 영역이니까.
“잘하겠지.”
“……표정과 말이 너무 다르신데 요.”
“잘할 거야.”
한번 방진훈 쪽을 일별하고 몸을
돌리려는 강진호에게 이현수가 넌지 시 말을 건넸다.
“그런데 회주님.”
“왜?”
“한 가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말해.”
이현수가 살짝 뜸을 들이고는 말 을 이었다.
“지금 방 이사님이 시도하고 있기 는 하지만, 어쨌든간에 바토르님과 장민 장로님, 거기에 위긴스 사부님 까지 다들 경지에 오르셨잖습니까.”
“그렇지.”
“그럼 지금 전력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방 이사님이 벽을 넘지 않 아도 흑왕계와 최소한 비벼볼 수라 도 있는 겁니까?”
“그렇게 되겠지.”
“예?”
살짝 핀트가 어긋난 듯한 대답에 이현수가 고개를 갸웃했다.
“방 이사가 성공한다면 말이야.”
답변이 핀트가 어긋났던 게 아니 라는 걸 이해한 이현수가 조금 떨리 는 목소리로 물었다.
“실패하면요?”
“실패하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딱히 다를 건 없어.”
“좀 더 발악하면 될 일이지. 언제 나처럼 말이야.”
언제나처럼이라…….
이현수가 피식 웃고 말았다.
차라리 절대 못 이긴다든가, 계란 으로 바위 치기라는 말을 듣는 게 낫지, 언제나처럼 발악해야 한다는 말은 총회에서만큼은 그보다 더 심 한 말이었다.
“방 이사님이 해줘야겠네요.”
“그렇지.”
강진호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방진훈이 벽을 넘지 못하더라도 그가 포기할 일은 없다. 아무리 절 대적인 전력 차가 있다고 해도 모두 의 목숨이 걸린 걸지도 모를 일을 포기할 수야 있겠는가.
다만, 방진훈이 해낼 수 있다면 짐을 조금 덜어내는 느낌은 날 것이 다.
“걱정할 것 없어.”
“예‘?”
“내가 아는 방 이사는 해야 할 때 는 해내고 마는 사람이니까.”
회의실을 바라보는 강진호의 눈에 신뢰가 어려 있었다.
천태훈의 눈가가 부들부들 떨렸 다.
“저기…… 사부님.”
“왜?”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보면 모르냐? 고심하고 있잖아.”
“그렇게요?”
천태훈이 바닥에 드러누워 있는 방진훈을 바라보았다.
‘고심이라고?’
이 자세로 고심이라는 게 가능하 다면 세상에 독서실은 필요가 없다. 길바닥에 드러누워 공부하면 그만이 지, 뭐 하러 비싼 돈을 주고 공부를 할 곳을 찾겠는가.
지금 이곳은 천태훈을 비롯한 모 두의 출입이 통제되어 있다.
원래는 천태훈도 들어와서는 안 되는 법이지만, 워낙 방진훈이 홀로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그만은 출입이 가능하게 방진훈이 허락한 것이다.
그런데 이 모습을 보고 있자니 뭐랄까…….
“저기…… 사부님.”
“왜?”
“제가 이런 말씀까지 드리는 게 맞는가 싶긴 한데……
“ 뭘?”
천태훈이 떨떠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 혹시 여기 다른 사람들이 안 들어와 본다고, 좀 편히 지내시 는 건 아니죠?”
“됐고, 새끼야. 가져온 과자나 내 놔봐.”
“밥을 드십시오, 밥을!”
“밥 먹으면 배가 무거워서 안
돼.”
천태훈이 한숨을 푹 내쉬고는 가 방 안에 든 과자들을 꺼내 방진훈에 게 내밀었다.
“아니, 이 새끼는 뭔 과자도 노땅 들이 먹는 거나 챙겨 왔어? 딸기 맛 없냐? 딸기 맛?”
“사부님 얼굴에 딸기 맛이 어울리 기나 합니까! 곰도 생으로 뜯어먹게 생겨서는!”
“그거랑 입맛이 뭔 상관인데, 인 마!”
방진훈이 과자 봉지를 뜯어 과자 를 한웅큼 집어 들더니, 입안으로
던지듯 쑤셔 넣었다.
“배고파 뒈질 뻔했네.”
천태훈이 얼굴을 감쌌다.
‘괜찮을까, 진짜?’
이래도 되는 걸까?
그도 눈이 있고 귀가 있으니 저 장민과 바토르가 얼마나 끔찍한 고 통을 겪으며 벽을 뛰어넘었는지를 아주 잘 안다. 하물며 저 위긴스마 저 벽을 넘고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 라졌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지 않은 가.
하지만 그의 사부는 분위기고 나
발이고, 되레 철이 더 없어진 것 같 다.
“사부니이이이임!”
“아, 시끄러, 인마!”
손을 휘휘 내저은 방진훈이 눈을 찌푸렸다.
“재촉하지 않아도 알고 있으니까. 이제 대충 정리는 끝났어.”
“예?”
방진훈이 산처럼 쌓인 비급을 바 라보며 피식 웃었다.
“회주님이 한 말 때문에 좀 멀리 돌아왔어. 빌어먹을, 그냥 내 식대로 하는 건데.”
“회주님이 한 말이라니요?”
“정확하게는 회주님이 한 말과 위 긴스 그 양반이 한 말 때문이지. 나 를 더 높은 곳으로 이끌어줄 무학을 창안해야 한다는 거.”
“그게 뭐가 잘못됐습니까?”
방진훈이 고개를 내저었다.
“하나하나씩 놓고 보면 틀린 말이 아니야. 문제는 그 둘이 섞였다는 거지. 회주님은 나한테 무학을 창안 해 벽을 넘으라고 했고, 위긴스 님 은 내게 필요한 무학이 뭔지에서 시 작하라고 했지.”
“그래서요?”
“그런데 나는 필요한 무학이 없단 말이야.”
이건 또 무슨 개소린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겠단 얼굴을 한 천태훈을 보며 방진훈이 피식 웃 었다.
“나는 그냥 안빈낙도나 하고 살면 되는 사람이야. 내가 이사가 된 이 유는 내가 잘 살고 싶어서가 아니라 니들이 외부에서 온 사람들한테 밀 려서 체면 상할까 봐 그냥 자리나 지키고 있던 거고, 기본공을 만든 이유도 니들이 익힐 만한 제대로 된
무학이 없어서 그런 거고.”
“……그렇죠.”
“새삼 깨달은 건데, 나는 무인으 로서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야.”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립니까? 사 부님은 제가 아는 사람 중에 제일 무인다운 무인입니다. 무식하고, 힘 세고, 무대포고.”
“이 새끼가 진짜?”
방진훈이 눈을 부라리자 천태훈이 찔끔했다.
“그건 이 새끼야, 깡패의 조건이 지 무인의 조건이 아니잖아.”
“깡패나 무인이나 그게 그거죠,
뭐.”
“다른 게 있지.”
“예?”
방진훈이 짧게 말했다.
“향상심.”
“니가 하는 말도 그리 틀린 게 아 냐. 향상심이 없는 무인은 건달이나 다를 바가 없지. 그런데 나는 향상 심이 없는 사람이란 말이야.”
천태훈이 바로 반박하려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이해하지?”
“이해한다기보다는…… 무슨 말씀
을 하시는지는 알겠습니다.”
“그렇다니까.”
방진훈이 피식 웃으며 과자를 와 그작와그작 씹었다.
“나도 최근에야 알게 됐어. 나는 무인으로는 걸맞지 않은 놈이라는 걸. 같은 이중걸이라는 벽을 만났을 때, 나는 세력을 키우고, 제자들을 포섭해서 대항 세력을 만들었지. 그 런데 회주님은 그냥 혼자 가서 다 죽여 버렸고.”
“적이 강하다 싶으면 나는 무학을 만들어서 애들을 키우는데, 회주님
은 자기 혼자 수련하고는 다 쓸어버 리더라고.”
“그건 회주님이니까……
“아, 물론 그건 그렇지. 그 양반 만 할 수 있는 거지. 그런데 문제는 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대처 하는 가야. 내 머릿속에서는 내가 더 강해져서 뭔가를 해결하겠다는 개념이 없어.”
천태훈이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다른 이사들과 방진훈은 근본부터가 조금 어긋나 있다. 그동
안 천태훈도 미묘하게 느껴오던 것 이건만, 지금 방진훈의 말을 들으니 확실해진다.
“그러니까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나한테 스스로를 끌어올릴 무학의 방향을 찾아보라는 건 잘못된 조언 이라는 건지. 나는 올라갈 생각이 없는 사람이거든.”
천태훈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 다.
“그럼…… 다 그른 겁니까?”
“뭐가‘?”
“……안 되는 거냐고요.”
“뭐라는 거야, 이 새끼는?”
“아니, 말씀은 그렇게……
방진훈이 얼굴을 와락 일그러뜨렸 다.
“방향이 잘못된 거라고, 이 새끼 야! 방향이!”
“……그럼 뭘 어쩌시게요?”
“하던 대로 해야지. 이게 무학을 창안해서 그걸 내가 익혀서 강해지 라는 의미가 아니잖아. 그 창안이라 는 걸 하는 와중에 이해도를 높여서 껍질을 깨라는 거지.”
“그렇죠.”
“그럼 굳이 그게 나를 위한 무학
은 아니어도 되잖아.”
“아
천태훈이 그제야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혹시?”
“그래.”
방진훈의 눈이 빛을 뿜었다.
“기본공을 만들었으면, 상승공도 만들어야지. 총회의 숙련자들이 익 힐 제대로 된 무학을 만들 거다. 이 게 성공하면 나 말고도 강해지는 놈 들이 나오겠지.”
마지막 남은 과자를 입안으로 던 져 넣은 방진훈이 입가에 묻은 부스
러기를 쓱 훔쳐 닦았다.
“칼로리는 보충했고, 이제 시작해 야지.”
“되시겠습니까? 그건 어쩌면 사부 님을 위한 무공을 만드는 것보다 더 어려울 텐데요.”
“방향도 안 잡히는 걸 붙들고 있 는 것보다는 험난한 산을 타는 게 나아. 잔말 말고 시작한다. 가서 내 공 심법 관련 비급들 다 들고 와!”
“예, 사부님!”
부리나케 비급더미로 달려가는 천 태훈을 보며 방진훈이 낮게 기침했 다.
‘이제 뼈대는 잡았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는 것만으 로 반이다. 그리고 위긴스의 말대로, 강진호의 말대로 해답은 그의 안에 있었다.
총회의 상승 심법을 만드는 것은 그에게 있어서 오랜 숙원이자 과제 였으니까.
“나는 방진훈이 아니야. 총회의 방 이사다.”
그러니!
반드시 만들어낼 것이다.
그가 아니라 총회를 끌어올려 줄 최고의 무학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