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875)
마존현세강림기-1877화(1874/2125)
마존현세강림기 76권 (11화)
3장 치하하다 (1)
사라락.
종이가 신중하게 한 장 넘어간다.
강진호는 지금 보고 있는 글자 하나하나를 눈에 완전히 새겨 넣겠 다는 둣 더없이 신중한 얼굴로 비급 을 확인했다.
“ 흐음.”
“이거••••••
장민과 바토르 역시 답지 않게 진중한 얼굴로 비급을 살폈다.
낮은 침묵과 때때로 이어지는 탄 식, 그리고 드문드문 나오는 감탄.
그 진중한 분위기를 깨고 가장 먼저 입을 연 사람은 다름 아닌 장 민이었다.
“대단하군.”
장민의 얼굴에 순수한 감탄이 어 렸다.
“이만한 무학을 만들어내는 건 정 말 쉬운 일이 아니지. 아니, 무학을
만들어내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은 아 니지만, 이건 확실히 업적이라 부를 만한 일이야.”
위긴스가 놀란 눈으로 장민을 바 라보았다.
그들 중 가장 칭찬에 인색한 사 람은 일견 바토르라 느껴지지만, 실 제로 가장 칭찬에 인색한 사람은 다 름 아닌 장민이었다.
그 일례로 위긴스는 항상 장민에 게 신앙심이 부족한 버러지라든가, 마존의 짐 덩어리, 하는 짓도 없이 돈이나 받아 처먹는 한심한 인간들 같은 말을 들어왔을 뿐, 제대로 된
칭찬은 단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 다.
그런데 그 장민의 입에서 저만한 감탄이 나오다니.
‘생각 이상으로 대단한가 보군.’
아쉽게도 그는 동양 무학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져 비급을 봐도 뭐가 대단한지 알 수가 없다. 그저 장민 과 바트로의 반응으로 대충 유추할 뿐이다.
“뭐, 나쁘지 않은 건 사실이다만.” 하지만 바토르는 장민과 의견이 다른 모양이었다.
“이 정도는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지 않나? 뭐, 대단한 신공절학이 라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은데?” 바토르의 말에 장민이 눈을 확 찌푸렸다.
“저 머저리 같은 놈이. 머리가 줄 어들더니 뇌도 줄어들었나.”
그래.
이게 장민이지.
위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장민 의 반응을 봐서는 방진훈의 기를 살 려주기 위해서 고평가를 한 게 아니 라는 사실이 확실해졌다.
“네놈은 경지가 그만큼 상승하고 도 무학에 대한 이해도는 조금도 나
아지지 않았구나!”
“……나아졌는지 안 나아졌는지 그 뼈마디로 확인해 볼 테냐?”
“시끄럽다!”
장민이 혀를 차며 말을 이었다.
“누가 봐도 특별하고 특징적인 무 학을 만들어내는 건 어려운 게 아니 다. 누가 봐도 평이한 무학을 만들 어 내는 게 어려운 거지.”
“아니……
“그 평범함 속에서 수준을 높인다 는 게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모른다 는 말이더냐? 쯧쯧쯧, 이런 놈 하고 는 ”
바토르가 뭔가 말을 하려다 말고 입을 꾹 닫았다.
그 반웅을 보니 누구의 말이 옳 은지는 더없이 분명해진다.
‘방 이사가 한 건 한 모양이로군.’
저 장민의 입에서 감탄이 흘러나 오게 만든다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니 이번 방진훈의 업적 에는 박수를 보낼 만하다.
그래. 분명 그렇다.
문제는…….
“그런데……
바토르가 이건 인정 못 하겠다는 듯 얼굴을 와락 일그러뜨렸다.
“뭐가 이렇게 반짝거려!”
“반딧불이야? 어?”
“그래도 사람인데, 가져다 대도
벌레를……
“그럼 왜 반짝거리냐고!”
바토르가 방진훈의 몸에서 은은하 게 뿜어져 나오는 서광에 질색을 했 다.
“뭐, 좀 인격이 뛰어난 이면 후광 이라고 불러라도 주겠다. 삼류 조폭 두목처럼 생겨서는 어디서 빛을 내 뿜어!”
“……거, 한국 욕이 많이 느셨습 니다?”
방진훈이 억울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일부러 내뿜는 것도 아니고, 지가 알아서 빛을 내는데 대체 어쩌 란 말인가.
“거슬리긴 합니다.”
위긴스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어떻게 안 되는가?”
“제가 뭔 관종도 아니고, 되면 이 러고 있겠습니까? 저도 죽겠습니다! 아까 전에 화장실 갔는데, 온 동네 놈들이 제가 들어가 있는 걸 다 알
아버리잖습니까!”
……그건 진짜 싫겠군.
“이게 대체 무슨 조환지.”
이현수가 흐뭇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바토르 님의 말대로 종교적 깨달 음으로 인한 후광이 아니라는 것만 은 확실하네요.”
“방 이사가 후광 내뿜는 세상이면 망해야지!”
“아니, 거, 말씀들이 좀……
방진훈이 허탈하게 한숨을 내쉬었 다. 평소 같으면 바락대며 싸웠을 테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그에게는
다른 이들에게 쏟을 여력이 남아 있 지 않았다.
그의 신경은 단 한 톨 남김없이 강진호에게 모두 쏠려 있기 때문이 다.
사그락.
강진호가 비급을 또 한 장 넘긴 다.
그와 동시에 방진훈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환장하겠네.’
장민은 나름 좋은 평가를 내주었 지만, 아무래도 강진호의 심사를 통 과하지 않고서는 마음이 놓이지 않
는다. 다른 이들도 그런 방진훈의 심정을 이해했는지, 슬쩍슬쩍 강진 호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 흐음.”
강진호가 마침내 비급의 마지막을 덮었다.
그러고는 말없이 방진훈을 바라보 았다.
“어, 어떻습니까?”
방진훈은 이 순간 경연 프로그램 에 나와 덜덜 떨던 이들을 비웃은 걸 뼛속 깊이 후회했다.
‘청심환이라도 먹을 걸 그랬나?’ 무인의 몸뚱어리에 청심환 같은
게 통할 리는 없겠지만, 적어도 심 리적으로는 안정이 되지 않겠는가. 지금은 약효가 아니라 위약 효과라 도 보고 싶은 방진훈이었다.
“홈.”
강진호가 비급을 툭, 치며 말했 다.
“잘 만들었군.”
순간,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느 낌이 들었다.
물론 최선을 다했다. 이 이상은 만들어낼 수 없다는 것도 안다. 하 지만 그렇다고 해도 평가가 좋아서 나쁠 일은 없잖은가.
“범용적 이야.”
“거, 거기에 중점을 뒀습니다.”
“위험성도 딱히 없는 것 같고, 누 구라도 익힐 수 있겠군. 경지 자체 는 한계가 있겠지만, 이 무학이 총 회의 마지막 무학이 될 일은 없을 테니, 단점이라고 할 수도 없지.”
방진훈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가 생각한 것을 강진호가 그대 로 말해주고 있었다.
“당장 전수를 시작해도 되겠어.”
“가, 감사합니다.”
방진훈이 격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 그럼 보완해야 할 점은 딱히
없는 겁니까?”
“개인적으로는 몇 가지를 좀 손보 고 싶은데……
“안정성에 과도하게 중점을 두다 보니 활용의 폭이 좁아진 느낌이군. 이건 적당히 수정하면 되겠어.”
방진훈이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과거, 그가 총회의 기본공을 만들 때도 그런 점 때문에 강진호가 도와 주었다. 이번에도 비슷하게 처리할 수 있다면 별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야.”
“감사합니다. 정말……
방진훈이 감회가 새롭다는 듯 입 술을 깨물었다.
왜 아니겠는가.
어찌 되었든 이건 방진훈 인생의 최대 업적이다. 언젠가 이 업적을 뛰어넘을 일이 생길지는 모를 일이 지만, 적어도 지금까지의 삶을 통틀 어 그가 이것보다 더 대단한 것을 이뤄낸 적은 없었다.
자신감이란 실적을 바탕으로 만들 어지는 것.
이제야 방진훈의 자신의 무학과 삶에 진정으로 자신감을 가질 수 있
게 된 것이다.
“그런데 주인.”
“웅?”
“이거, 왜 반짝거리는 거냐!”
바토르가 질색을 하며 말했다.
“비급은 비급이고, 뭐가 잘못된 거 아니냐? 내 생전 이런 경우는 들어보지도 못했는데.”
강진호가 볼을 긁었다.
그의 시선이 방진훈의 몸에서 은 은하게 뿜어져 나오는 서광으로 향 했다.
“들어본 적이 있긴 한데……
“응? 들어봤다고?”
“그건 이것과는 경우가 좀 다른 것 같고……
강진호의 입에서 피식대는 웃음이 새어 나온다.
“뭐, 나쁠 건 없잖아. 밤길에 어 두울 일 없고.”
“그게 문제 아닙니까, 그게! 온 동네에 제가 어딨는지 광고하고 다 니게 생겼습니다!”
방진훈이 절대 이대로는 못 산다 는 듯 소리쳤다.
“해결책이 없는 겁니까?”
“흠.”
강진호가 재미있다는 듯 웃어 댄
다.
“깨달음이라는 건 이성의 작용이 기도 하지만, 육체의 작용이기도 하 지.”
“예‘?”
“일반적인 이미지로는 어느 순간 확하고 무언가 크게 깨치는 것이지 만, 실제로는 꾸준한 고뇌를 통해 점진적으로 나아가는 것에 가깝다는 말이야.”
“아••••••
“그게 아니면 부처가 그리 오랫동 안 수련을 할 이유도 없겠지.”
위긴스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이거랑 무슨 상관이 있습니 까?”
“그러니까 말하자면, 깨달음이라 는 것은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오기 도 한다는 거지.”
“몸은 다음으로 나아갔는데, 익힌 것은 그 깨달음에 도달하지 못한 거 야. 아마 지금부터 수련을 통해 익 혀야 할 것을 익히고 나면 자연히 괜찮아질 거다.”
그 말에 이현수가 흠칫하고는 방 진훈을 돌아보았다.
“그, 그럼 저게 그런 거란 말씀이 시죠?”
“뭐?”
“그, 레벨업 준비가 끝났다는……
“••••••웅?”
“게임 같은 거 보면 경험치가 다 쌓여서 레벨업을 해줘야 할 때, 저 런 식으로 표시를 해주는 기능이 있 거든요. 빨리 다음 스탯 찍으라고.”
강진호의 얼굴이 묘한 표정을 지 었다.
‘뭐가 그럴싸한데.’
이게 게임이 아니니 그럴 리는
없겠지만, 뭔가 의미는 일맥상통했 다.
“다음으로 나아간 육체를 정신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거로군.”
장민의 말에 바토르가 웃어 젖혔 다.
“살다 보니 별 경우를 다 보는군. 이것도 방 이사답다고 해야 하나.”
강진호가 살짝 방진훈을 변호해 주었다.
“무학을 만들어내는 것과 익히는 것은 별개의 문제니까.”
“……그건 또 무슨 말이야?”
“게임 이야기가 나왔으니 게임으 로 설명하면 되겠군. 내가 게임을 만들었다고 해서 게임을 직접 플레 이한 건 아니라는 거지.”
“아••••••
“공략법을 모두 알고 있어서 시작 만 하면 금세 끝낼 수 있겠지만, 직 접 게임을 해보면 만들 때의 입장과 는 또 다른 게 보이는 법이다.”
“그럼 익히기만 하면 된다는 거로 군.”
“그렇지.”
바토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행이로군. 저 끔찍한 서
광을 계속 보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 니까.”
“……그렇게 끔찍합니까?”
“정확하게는 빛이 끔찍한 게 아니 라, 그 빛을 내뿜는 게 너라는 사실 이 끔찍한 거다.”
“빛을 내뿜어도 좀 천사 같아 보 이는 인간이 내뿜어야 그럴싸하지. 이건 뭐……
“제가 내뿜으니 이 정도지, 바토 르 님이 내뿜으면 호럽니다, 호러! 코즈믹 호러!”
“뭐, 인마?”
바토르와 방진훈이 서로 삿대질을 해 대며 싸우기 시작했다. 장민과 위긴스가 그 사이에 끼어들어서 두 사람을 말렸다.
호로로록.
그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강진 호는 묵묵히 커피를 홀짝였다.
‘어찌 되었든……
은은한 커피향이 마음을 안정시켜 준다.
‘큰 산 하나는 넘었군.’
천운이 따랐다.
사실 강진호 역시 이들 모두가 벽을 넘는 상황까지는 기대하지 않
았다. 믿음과 현실은 별개니까.
하지만 이들은 그의 기대에 훌륭 하게 부웅했다.
‘이제 내 차례군.’
커피 잔을 잡은 강진호의 손에 살짝 힘이 들어간다.
모두가 노력해 준 만큼 이제 그 도…….
“아니, 막말로 바토르 님 입에서 남 얼굴이 험악하다 소리가 나옵니 까? 몽골에는 거울이 없나? 예?”
“근데 이놈이? 내가 너보다야 덜 험악하지!”
“양심은 어디다 두고 다닙니까,
어디다!”
강진호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그냥 다 패 버릴까?’
어쩌면 그게 제일 좋은 방법일지 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강진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