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883)
마존현세강림기-1885화(1882/2125)
마존현세강림기 76권 (19화)
4장 전율하다 (4)
“전력 상승이라……
전화기를 움켜잡은 차이커창의 얼 굴이 일그러졌다.
“아주 팔자가 피셨군. 지금 상황 이 어떤지 몰라서 지껄이는 소리는 아니겠지?”
[왜? 쫄기라도 했냐?]“항상 하는 말이지만, 너는 그 주 둥아리를 닫을 필요가 있어. 강제로 아가리를 벌리지 못하는 처지가 되 기 전에 말이야.”
[예예.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충고 감사드리고요.]차이커창의 미간을 꾹꾹 눌렀다.
이 미친 이현수 놈과 대화를 한 다는 것은 그에게 굉장한 인내심을 소모하게 만든다. 무인계의 특성상 수많은 미친놈들을 경험해 보았지 만, 이놈은 정말 색다르고 특이하게 미친 놈이었다.
[그래서 알아낸 게 좀 있나?]“ 없다.”
[당당해서 더 황당하네.]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이현수 의 목소리를 들으며 차이커창이 한 숨을 내쉬었다. 확실히 이건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일이다.
뒤질 만큼 뒤져 봤지만, 도무지 답이 나오지 않는다. 차라리 유령의 종적을 쫓는 쪽이 속이 편하지, 이 건 뭐…….
“생각 이상으로 교묘해.”
[혼적을 찾을 수 없다는 건가?]“아니. 흔적이 너무 많은 게 문제 야. 기본적으로 흔적이 없이 모습을
숨기는 이들이라면 흑왕계라는 이름 으로 불리지도 못했겠지.”
[그건 당연히 그렇겠지.]흑왕계가 홍왕계, 창왕계와 함께 삼대 세력을 형성할 수 있던 이유는 그 세력의 강대함을 증명했기 때문 이다. 몇몇 사람의 존재만으로 그게 가능할 리가 없다.
“그런데 위가 없어.”
[점조직이라는 건가?]“그냥 단순히 점조직이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이놈들 은 다들 자기가 혹왕계의 속해 있다 는 것만을 알 뿐, 각자 다른 조직이
란 말이야.”
[그래서?]“파고들어 위로 올라가다 보면 같 은 결과에 마주한다. 자기가 누구에 게 명령을 받는지를 몰라. 특정 몇 몇이 흑왕이라는 존재에 포섭되어 움직인다는 인식만 있을 뿐이야. 심 지어 그 흑왕에 대한 설명도 다들 달라.”
[빤한 이야기지.]수화기 너머로 또다시 이현수의 한숨이 들려왔다.
전에 예상한 대로 십이비도들이 각자 흑왕을 자처하며 각각 세력을
키웠을 것이다. 내실이야 그렇다 치 더라도 전국 각지에서 흑왕계를 자 처하는 세력들이 그 모습을 드러냈 으니, 그 힘과 세력에 대해서는 누 구도 의문을 표하지 않았을 테고.
[결국은 진짜 흑왕계라고 할 수 있는 윗선과 그 본단에 대해서는 추 적조차 불가능하다는 건가?]“ 지금으로서는.”
차이커창이 깊이 숨을 들이쉰 뒤, 말을 이었다.
“이쪽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지 만, 솔직히 회의적이다. 나 역시 중 국이라는 땅 안에서 내 눈을 피할
수 있는 이들이 존재할 거라고는 생 각해 본 적 없지만……
[그건 애초에 물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참새가 아무리 많아봐야 머리 위 를 나는 매를 발견하기는 어려운 법 이다. 차이커창을 무시하는 게 아니 라 그가 활용할 수 있는 정보원들도 혹왕과 십이비도의 종적을 찾아낸다 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다.
이건 차이커창이 아니라 이현수가 동일한 정보원들을 다룬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럼 별다른 움직임은 없다는 건 가?]“쥐 죽은 둣이 고요하다. 지켜보 고 있으면 내가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더군.”
차이커창이 남은 한 손으로 가볍 게 얼굴을 주물렀다.
‘뭔가 달라.’
그는 창왕계와 오랫동안 전쟁을 치러왔다. 하지만 창왕계가 그가 맞 아 싸운 첫 상대일 리는 없다. 지금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 그는 수도 없 는 이들과 전쟁을 치러왔다.
작은 세력들과의 전쟁은 물론이
고, 때로는 그가 아닌 홍왕을 따르 는 이들과도 피 터지는 세력 싸움을 벌여왔다. 그 모든 것을 극복하고서 야 그는 이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 달라.’
저 흑왕계는 지금까지 그가 상대 해 온 어디와도 다르다. 단순히 그 가 예측할 수 없는 어딘가에 있다는 말이 아니라, 정말 근본부터 무언가 다르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아마도 그 이유는……
“이 현수.”
[왜?]“넌 짐작 가는 게 따로 없나?” 차이커창이 살짝 미간을 좁혔다. 이현수라는 놈이 짜증 나는 건 사실이지만, 그 두뇌는 인정하지 않 을 도리가 없다. 그가 정석적인 계 략에 강하다면, 이현수는 변칙의 화 신, 그 자체다.
정공법으로 밀어붙이는 데는 약하 지만, 남들이 예상하지 못하는 무언 가를 짜낸다는 점에서는 따를 이가 없다.
그러니 냉정하게 보았을 때, 흑왕 계를 상대하는 데 있어서는 그보다 이현수가 앞서는 부분이 분명 존재
할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나도 잘 모르겠 다.]
“ O.”
’ ’ •
맥없는 대답이 돌아왔지만, 차이 커창은 딱히 비난의 말을 입에 담지 는 않았다. 그가 할 수 없는 일을 타인이 할 수 없다고 비난하는 것은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다만…….]
“ 다만?”
짧은 침묵 끝에 확고한 무언가가 담긴 목소리가 전해져 온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저놈들이 노
리는 게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목표는 아닌 것 같다.]
“그건 무슨 의미냐?”
[지금까지 우리가…… 아니, 총회 가 상대한 적들의 목적은 거의 대동 소이 했지. 결국 그들이 원한 것은 무인계의 일통이었어.]“ 으음.”
홍왕계는 경우가 조금 다르긴 하 다. 홍왕계가 노린 것은 무인계의 일통이라기보다는 중원 일통에 가까 웠으니까. 그들은 중원만 정복할 수 있다면 외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 든 딱히 신경을 쓰지 않았을 것이
다.
하지만 그 목적조차 이현수가 말 하는 목적과 대동소이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뭐가 다르다는 거지?”
[세력의 분포라든가, 소수를 정예 로 아래에도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다든가, 그리고 무엇보다 지배력 자 체가 굉장히 느슨하다든가.]차이커창이 살짝 미간을 좁혔다. 지금 이현수의 말에는 그가 파악한 흑왕계의 특징이 고스란히 묻어나 있다.
[이상한 점을 모르겠어?]알 것 같다.
혼자 머릿속에서 생각할 때는 딱 히 이상하지 않던 점이 이현수와 대 화를 하면서는 확연히 드러난다.
[다른 곳들이 이런 방식으로 운용 할 수 없어서 하지 않은 게 아니야. 다른 이들은 이런 방식을 상상도 할 수 없는 거지. 왜냐면 기본적으로 모든 문파는 상대의 영역을 빼앗는 동시에 지배하는 것에 그 중점을 두 거든. 그러니 창왕계와 홍왕계의 전 쟁 역시 땅을 바탕으로 이루어졌지.]“맞는 말이다.”
세력의 싸움이라고는 하지만, 실
제 전쟁은 영토 싸움의 형식으로 이 루어졌다. 창왕계와 홍왕계가 서로 전선을 긋고 밀고 당기는 전쟁을 치 러왔다는 게 그 사실을 증명하지 않 는가.
심지어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그 들이 한국을 노린 방식은 대규모의 원정대를 파견하여 총회를 와해시키 고 한국이라는 땅 자체를 집어삼키 는 것이었다.
[이놈들의 움직임에는 결정적인 하나가 빠져 있어. 그게 뭔지 알겠 어?]“지배.”
[정확하다.]차이커창의 눈이 일그러졌다.
“감이 좀 잡히는군.”
홍왕이나 강진호와 같은 초인에게 는 솔직히 세력이라는 게 그렇게까 지 필요하지는 않다. 그들은 홀로 세력을 뛰어넘는 존재. 하지만 그들 이 주변에 세력을 쌓는 이유는 냉정 하게 말해서 단 하나라고 할 수 있 다.
지배.
아무리 강한 자라고 해도 동시에 여러 곳에 존재할 수는 없다.
말하자면, 홍왕이나 강진호와 같
은 존재들은 원거리에서 쏴대는 미 사일과도 같다. 미군은 굳이 보병 없이 미사일의 존재만으로 상대 국 가를 완전히 박살 내버릴 수 있다.
하지만 그곳을 점령하고 지배하기 위해서는 결국 어떻게든 보병의 존 재가 필요하기 마련이다.
“점령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
[그럴 생각이 있었다면 어떻게든 세력을 키웠어야 해. 전쟁이 승리로 끝난다고 해서 점령이 끝나는 게 아 니니까.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도 결 국은 패배한 경우는 수도 없어.]a 으 w
[다른 놈이라면 모르지만, 그 흑 왕이 이런 사실을 모를 거라고는 생 각되지 않아. 그렇다면 경우는 하나 뿐이겠지.]
이현수의 목소리가 섬뜩하게 들려 온다.
[이놈은 뒷일을 생각하지 않아.]
그 말이 이상하게도 섬뜩하게 들 렸다.
[어떤 이들의 움직임을 보면서 이 런 느낌을 받아보는 건 처음이다. 자신들의 위치와 정체를 계속해서 속이면서 남들이 예상치 못한 곳으
로 파고들어 뭔가를 획책해 댄다. 이건 점령군이라기보다는 자살 폭탄 테러범들을 보는 것 같아.]
“자살 테러라……
헛웃음이 나온다.
말도 안 되는 비유라는 것을 알 고 있음에도 일견 타당하다는 생각 이 들어서다.
‘어이가 없군.’
애초에 테러라는 것은 약자가 하 는 일이다.
힘으로 밀어버릴 수 있는 강자는 테러 따위는 저지르지 않는다. 그저 정공법으로 박살 내버릴 수 있는데
왜 위험과 피해를 자처하겠는가.
하지만 분명 흑왕계의 움직임은 테러를 연상케 하는 측면이 있었다.
“그렇다면 정말 둘 중 하나겠군. 이 미친놈들이 변태스러울 정도로 무언가를 공격하는 것에만 정신이 팔린 광신도 집단이거나, 그게 아니 면……
“……빌어먹을, 생각하면 할수록 더 모르겠군.”
[차이커창.] [이제 쓸데없는 짓은 포기하고 퍼 져 있는 놈들 다 소집해서 방어로 돌려.]“뭐?”
[느낌이 좋지 않아. 내가 예상하 던 것보다 움직임이 늦다. 저놈들이 뭔가 시작하는 모습을 조금이라도 보여줬다면 시간이 좀 더 있었겠지 만, 이리 잠잠한 걸 보면 더는 시간 이 없어.]“움직임이 없는데 시간이 없다는 건가?”
[바다가 조용해지면 폭풍이 오는 법이지.]“……폭풍전야라는 건가?”
차이커창이 입술을 살짝 깨물었 다.
확실히 그도 어찌할 수 없는 불 안을 느끼던 차였다. 저들이 저리 조용할 리가 없으니까. 그럼에도 이 현수의 말처럼 전 병력을 회수하지 않은 이유는 자존심의 문제였다.
홍왕계의 모든 힘을 동원하고도 흑왕계의 종적조차 찾지 못했다는 건 그의 입장에서는 너무도 받아들 이기 힘든 일이었으니까.
[쓸데없이 자존심 부리지 마. 설 마 수하들의 목숨보다 네 자존심이
중요하다는 말을 하려는 건 아니겠 지? 네가 아무리 쓰레기여도 그 정 도는 아닐 거라 믿는다.]
“닥쳐, 자라 새끼야.”
차이커창이 욕설을 내뱉었다.
[알아서 잘해라. 이쪽에서도 지금 전격적으로 움직이고 있으니, 최대 한 정보가 들어오는 대로 공유해 주 겠다. 잘 알겠지만, 이번에는 너나 나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해.]“알고 있다.”
[이상 있으면 연락 부탁한다.] 전화가 끊기고, 차이커창이 빤히 휴대폰을 바라보다 피식 웃었다.‘부탁한다고?’
이현수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온 건 처음이다. 말이야 태연하게 해 대지만, 이현수 역시 지금 극도로 긴장하고 있다는 의미겠지.
“생에 단 한 번도 상대해 본 적 없는 강적이라는 건가.”
확실히 차이커창 역시 지금보다 더 마음을 다져야 할지도 모른다.
‘우선은 다들 복귀부터 시켜야겠 군.’
그전에 우선 홍왕께 보고를…….
바로 그 순간이었다.
쾅
문이 박살 나듯 열린다. 그와 동 시에 그의 눈으로 사색이 되어 문 안으로 뛰쳐 들어오는 수하의 얼굴 이 보였다.
그 얼굴을 보는 순간, 무언가를 직감한 차이커창이 입술을 질끈 깨 물었다.
“크, 큰일 났습니다!”
‘이현수.’
빌어먹을 새끼야, 좀 더 일찍 말 해주지 그랬냐.
빌어먹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