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886)
마존현세강림기-1888화(1885/2125)
마존현세강림기 76권 (22화)
5장 얻어맞다 (2)
“연락이 안 됩니다!”
“B-1 지부도 연락이 끊겼습니 다! 개인 휴대폰으로도 연락을 시도 해 보고 있지만, 받지 않습니다!”
“F-9도 보고가 들어오지 않습니 다.”
차이커창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
다.
‘이렇게 갑자기?’
안다.
원래 전쟁이라는 것은 이런 식으 로 시작하기 마련이다. 서로의 갈등 이 깊어지고 긴장감이 고조되다가 선전포고와 함께 시작되는 전쟁 같 은 건 의외로 그리 혼하지 않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 갑 자기 얻어맞아 큰 피해를 본 쪽이 이를 악물고 반격에 나서는 것이 전 쟁의 기본인 법.
하지만 지금 그가 겪는 문제는 대체 어디로 반격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적은 그야말로 미지수.
그 수와 힘을 전혀 예상할 수 없 는 이들이다. 상대의 수도 전력도 모르는데 무슨 수로 반격에 나서라 는 말인가.
호흡이 가빠지는 것을 느낀 차이 커창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 침착해.’
그도 알고 있다.
이런 공격을 받는 게 처음은 아 니다. 아니, 이보다 더 예상치 못한 습격에 얻어맞은 적도 허다했다. 적 어도 이번엔 공격이 들어올 거라는
사실 정도는 미리 알고 있었지 않은 가.
그럼에도 이리 심장이 조여오는 듯한 느낌이 드는 이유는 공격의 과 격함 때문이 아니라 공격을 해오고 있는 쪽의 존재감 때문이었다.
‘흑왕계!’
아무리 파악하려 해도 도무지 그 실체를 드러내지 않던 이들이 마침 내 그 사나운 이를 드러냈다.
그 사실이 지금 차이커창을 몰아 넣고 있는 것이다.
“여, 연락이 안 됩니다!”
“호들갑 떨지 마!”
차이커창의 목소리가 크게 터져 나왔다. 그러면서도 차이커창은 상 황을 파악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머 리를 굴렸다.
‘연락이 끊긴 곳은 모두 세 곳.’
설사 그 모든 곳이 전멸했다 하 더라도 전체 홍왕계의 전력을 감안 한다면 미미하기 짝이 없는 피해다.
“B-2 쪽으로 연락해서 B—1으로 지원을 보내라! 목적은 정찰 및 파 악! 돕거나 응전하려 하지 말고, 상 황만 파악하고 바로 빠지라고 해! 인원은 50! 조를 짜지 않고 각자 개 인으로 산개해서 접근한다. 좌우 간
격뿐 아니라 앞뒤 간격도 벌리라고 해!”
“예!”
하지만 그 와중에도 보고는 계속 들어왔다.
“교신 끊긴 곳에 지속적으로 연락 시도 중이지만, 여전히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
“시, 실장님, D—7도 교신이 들어 오지 않습니다!”
“뭐?”
차이커창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 넷인가?’
지금 연락이 끊긴 지부들은 서로
간의 거리가 극단적으로 떨어져 있 다. 한 부대가 그 모든 곳을 동시에 타격할 수는 없는 법. 그렇다면 흑 왕계는 최소 네 부대를 편성했다는 이야기다.
‘잘도!’
동시에 네 곳을 타격할 수 있는 조직력, 그리고 홍왕계의 지부들이 어디에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공격해 들어오는 정보력, 무엇보다 이 신속함!
확실히 흑왕계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교신이 끊긴 부대에서 가장 가까
운 곳에 조금 전과 동일한 정찰 명 령을 내린다! 아니, 한 곳 더! 양쪽 에서 보내라!”
“예!”
차이커창이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흥분하지 마. 이 정도는 예상했 어.’
조금 더 빠르고, 조금 더 전격적 으로 공격이 들어왔을 뿐이다. 이 정도로 당황해서는 홍왕계의 군사라 는 이름이 아깝다.
“피해는 어쩔 수 없다. 감수한다! 하지만 타격하던 놈들이 어디로 어 떻게 빠져나가는지는 반드시 추적해
야 한다! 군 쪽에 연락해서 위성 감 시를 요청해라! 당장!”
“예!”
차이커창이 손을 들어 자신의 얼 굴을 살짝 움켜잡았다.
‘생각해라.’
전쟁은 체스와도 같다.
말을 하나도 잃지 않고 이기는 건 불가능하다. 중요한 건 내 말을 내주는 대신 무엇을 얻어 오는가다.
‘생각해라.’
방어?
어렵다.
반격?
불가능하다.
상대는 흑왕계, 절대 만만한 상대 가 아니다. 그런 이들이 노리고 공 격해 들어왔다면, 아마 지부 정도는 가볍게 쓸어버릴 수 있는 전력을 동 원했을 것이다.
어설프게 반격에 나섰다가는 그들 마저 잃을 수 있다. 지금은 최대한 전력을 보존해야 한다. 일단은 가드 를 올리고 상대의 주먹을 버텨내는 게 우선이었다.
“정찰 임무를 맡은 지부를 제외하 고 다른 주변 지부에 전부 후퇴령을 내려!”
“……저, 전부 말입니까?”
“그래, 당장! 상황은 특급! 모든 걸 포기하고 몸을 우선적으로 빼낸 다. 정보 소각도 포기하라고 해!”
“차, 차이커창 님!”
“당장!”
“예! 예! 알겠습니다!”
과한 대처일지도 모른다. 지부의 모든 것을 포기한다는 건 지부 내의 모든 정보를 저들에게 넘겨준다는 말과도 다를 바 없으니까.
‘어차피 정보 따위는 의미가 없 어.’
하지만 차이커창은 결코 과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지부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라는 건 애초부터 한정되 어 있다. 그런 정보나 푼돈이나 다 름없는 지부 내의 재산을 지키기 위 해 인력을 낭비할 수는 없다.
“당장 움……
바로 그때, 차이커창의 귓가에 찢 어지는 비명성이 들려왔다.
“B—2 교신 불가! B —2 교신 불 가! 연락이 안 됩니다!”
차이커창의 고개가 꺾이듯 돌아갔 다.
“••••••뭐?”
“F—8도 응답이 없습니다! 비, 빌
어먹을! 연락이 안 됩니다!”
차이커창의 동공이 커다랗게 확장 되었다.
지금 교신이 끊긴 곳들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멀쩡하게 연락을 주 고받던 곳들이다. 그런데 지금 연락 이 되지 않는다고?
‘ 뭐냐?’
가능성은 두 가지.
하나는 저들이 편성한 부대가 그 의 생각보다 많아서 인접한 두 군데 의 지부를 동시에 타격하고 있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설마 이 짧은 시간 만에 지부 하 나를 몰살시키고 다음 지부로 이동 했다는 건가?’
이건 불가능하다.
물론 지금 이들의 입에서 언급되 고 있는 지부들은 외곽을 지키는 소 규모의 지부들일 뿐이다. 그 전력은 딱히 대단할 게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지부는 지부.
지부 간의 거리와 각 지부를 지 키고 있는 전력을 감안한다면, 한 지부를 소탕하고 다른 지부로 이리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건 상식을 벗 어나는 일이었다.
그럼?
‘동원한 부대의 수가 더 많…… 차이커창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 다.
‘그럴 리가 없지.’
때로 상식이라는 것은 일을 정확 하게 파악하지 못하게 만드는 장애 물에 불과해지기도 한다.
상식은 첫 번째를 외치고 있지만, 차이커창의 감은 분명히 두 번째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럴 때는 상식이 아니라 자신의 감을 믿어야 한다.
“후퇴 명령 빨리 전달해! 시간을 끌수록 피해가 늘어난다!”
“예! 전 지부에 명령 하달 중입니 다!”
까득, 까드득.
차이커창의 주먹이 다급하게 쥐었 다 펴기를 반복한다. 그만큼 과하게 긴장했다는 의미다.
‘얼마나 동원했지?’
파악이 먼저다. 흑왕계가 이 공격 에 전력의 몇 할을 동원했느냐에 따 라 전쟁의 승패가 판가름 날 것이 다.
“우선은……
“B—4도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 명령 하달이 불가능합니다!”
“C-6, 연락이 끊겼습니다.”
“차, 차이커창 님! E지부도 명령 하달이 되지 않습니다! E—3와 E-7 모두 답이 없습니다!”
“A-ll! A-11! 교신 불가! 교신 불가 지부 점점 늘어납니다!”
우득.
차이커창의 손에서 뼛소리가 울려 퍼졌다.
‘ 뭐?’
그의 눈이 반사적으로 옆으로 돌 았다. 벽면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커다란 지도를 확인한 차이커창의 눈이 태풍이라도 만난 듯이 흔들렸
다.
‘말도 안 돼!’
여기에서 더 늘어난다고?
여기에서?
이쯤 되면 이건 선제공격에 따라 감수해야 할 피해 정도가 아니다. 여기서 피해가 더 늘어난다면, 손도 써보지 못한 채 괴멸에 가까운 피해 를 입을지도 모른다.
“사, 상황을 파악……
“후퇴!”
조금 전과는 전혀 다른, 과격한 고함 소리가 차이커창의 입에서 터 져 나왔다.
“정찰 모두 취소해! 한 명이라도 더 후퇴시켜! 지금 당장!”
“하, 하지만 명령이 이미 하
“취소하란 말 못 들었어, 이 병신 새끼야?”
“다, 당장 취소하겠습니다!”
차이커창의 눈에 핏발이 섰다.
‘흑왕!’
이 개 같은 새끼!
가드를 올린 채 버텨내려 했다. 하지만 가드 위로 얻어맞는 것만으 로도 그로기에 빠질 판이다.
“차이커창 님!”
“뭐냐?”
“여, 연락! 교신에 성공했습니다! 지부는 E-7! 정체불명의 적이 공 격해 들어와 교전하는 중이라 합니 다!”
“당장 달아나라고 해! 왜 상대할 수 없는 적을 상대로 힘을 뺴고 있 어! 이 병신 같은 새끼들!”
차이커창이 다시 한번 고함을 내 지르려는 순간, 연락을 받던 이가 고개를 돌려 차이커창을 바라보았 다.
그 순간,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느
낌이 들었다.
고개를 돌린 이의 얼굴에 어린 절망이 차이커창에게 고스란히 전해 졌다. 그 창백하게 질린, 끔찍한 현 실을 마주한 얼굴을 보자, 이어질 말을 내뱉어낼 저 입을 틀어막아 버 리고 싶어졌다.
“저, 적…… 단 한 명……. 공격 해 들어온 이는 한 명……. 현재 E -7 지부 전력 7할 소모. 상대 피해 없음. 웅전 가능 예상 시간…… 3분 이내.”
모두가 입을 닫았다.
그건 경악이나 충격이라기보다는 황망함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한 명?”
낮은 침묵 사이로 어찌할 바를 몰라 하는 목소리가 짧게 흘렀다.
“흐, 흑왕이 직접 나선 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들이 아는 상식으로는 그 외의 답을 찾아낼 수 없었다.
그리고 그 겨우 찾아낸 답이 틀 렸다는 것을 인정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B—4에서 연락이 들어왔습니다! B-4! 정체불명 적의 내습 중! 적
은…… 적은…… 빌어먹을, 한 명……. 한 명입니다!”
“A-11. 보고 내용 동일……. 동 일합니다!”
억지로 짜낸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차이커창이 멍한 얼굴로 모두를 바라보았다.
수많은 일을 겪었다. 수많은 일들 을 이겨냈다.
하지만 그런 차이커창조차 이 상 황에 대해서는 대체 어떻게 반응해 야 할지 감조차 잡을 수 없었다.
‘한 사람?’
그들의 전력이 모여 있는 지부를 단 한 명이 습격하여 보고조차 불가 능한 속도로 압도적으로 몰살시킨 뒤, 인근에 위치한 다른 지부로 빠 르게 이동해 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 다.
그리고 그 엿 같은 일이 지금 중 국 전역에서 동시에 벌어진다.
“남은 전력……
“예?”
“후퇴 명령 내려. 대응은 불가능 하다.”
“……알겠습니다.”
“잠시 자리를 비울 테니, 지금부
터는 지부의 전멸이 예측되는 곳만 간단하게 내 쪽으로 전달해라.”
“……예.”
금방이라도 피를 토할 것 같은 얼굴로 상황판을 지켜보던 차이커창 이 몸을 돌려 밖으로 향했다.
으드드득!
이가 맞물리며 으스러진다.
귀신같은 얼굴을 한 차이커창이 복도를 두어 걸음 걷다가 분을 이기 지 못하고 벽을 후려쳤다.
콰아아앙!
콘크리트 벽이 산산조각 나며 사 방으로 먼지가 튀어 올랐다.
“으아아아아아아! 이 개 같은!” 한바탕 울분을 토해낸 차이커창이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었다.
‘흑왕계!’
절대!
절대 이대로는 끝나지 않는다!
두 눈에 핏발을 세운 차이커창이 이를 악물고 달리기 시작했다.
세상을 뒤덮을 전화의 불꽃이 이 곳까지 덮치기 전에 움직여야 한다.
이제 이 불꽃을 끌 방법은 존재 하지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