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887)
마존현세강림기-1889화(1886/2125)
마존현세강림기 76권 (23화)
5장 얻어맞다 (3)
“회주님!”
쾅
말이 얼마나 빨랐는지, 문이 열리 는 소리보다 목소리가 더 먼저 들리 는 느낌이었다.
강진호가 고개를 들어 문을 박차 고 들어온 이현수를 빤히 바라보았
“무슨 일이야?”
“회, 회주님, 일이 터졌습니다!”
이현수의 다급하기 짝이 없는 얼 굴만 봐도 대충 무슨 일이 벌어졌는 지 알 수 있다. 지금 상황에서 저 이현수를 저렇게 심각하게 만들 일 은 오로지 하나뿐이니까.
“움직였나?”
“예!”
굳이 주어를 말할 필요도 없다.
“어디!”
“호, 홍왕계입니다! 홍왕계 측에 서 연락이 왔는데, 지금 각 지부들
이 동시에 공격받고 있답니다.”
“ 지부?”
강진호의 눈이 살짝 찌푸려졌다.
‘손발을 자르겠다는 건가?’
청마다운 일이다.
단숨에 끝내거나, 말려 죽이거나.
청마가 사용하는 전략은 그 외에 도 수십, 수백 가지는 될 테지만, 이 두 가지가 청마가 가장 선호하는 전략이었다.
단숨에 끝내는 것으로 피해를 줄 일 수 있다면 모든 전력을 일거에 투입해서라도 단번에 승부를 낸다.
하지만 그게 불가능하다면 상대의
손발을 잘라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만들고 서서히 말려 죽인다.
홍왕계가 사용하는 정보 단체가 있었다면 그쪽을 최우선적으로 노렸 을 테지만, 홍왕계는 따로 정보 단 체를 운영하기보다는 그 압도적인 회원 수를 바탕으로 정보를 수집한 다.
그러니 외곽의 지부를 공격한다는 건 곧 홍왕계의 정보망을 파괴한다 는 말과 다르지 않은 것이다.
“상황은?”
“……최악인 것 같습니다.”
“내가 지부 쪽이 위험할 수 있다
는 말을 전하라 했던 것 같은데?”
“전했습니다.”
이현수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리고 그쪽도 대비를 안 한 건 아닌 모양입니다. 전해 듣기로는 지 부끼리의 지원책도 마련했고, 지부 의 인원도 충원한 모양입니다.”
“하지만 그걸로는……
강진호가 눈을 살짝 감았다.
하기야 생각해 보면 그 이상의 대책이 있을 리가 없다.
상대의 공격을 우려하여 지부를 철수시킨다?
그건 일견 확실해 보이는 해결책 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넓은 중국의 지부를 모조리 철수시킨다는 건 스스로 대 륙에 대한 지배권을 내려놓는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그렇다고 적당히 반쯤 철수시켰다 면 지금 그 반 남은 지부의 외곽이 공략당하고 있을 것이다.
어차피 저쪽이 먼저 칼을 빼 들 었다면 피해는 감수해야 한다. 지금 칼을 휘두르는 건 다름 아닌 저 청 마니까.
“지금 공격받는 중인가, 아니
면……
“정확하지 않습니다.”
강진호가 의문 어린 눈으로 이현 수를 바라보았다.
“무슨 의미야?”
“……적의 이동 경로가 파악 안 됩니다. 한 지부가 궤멸하는 순간 다음 지부로 이동하는지, 아니면 거 기서 만족하고 후퇴하는지 예상할 수 없는 모양입니다.”
“……적을 포착할 수 없는 건가? 소수로군.”
“예. 각 지부마다 한 명씩 투입된 모양입니다.”
그렇다는 건…….
“십이비도인지 뭔지 하는 놈들이 직접 나선 모양이로군.”
“예. 아마도.”
강진호가 헛웃음을 흘렸다.
‘답다고 해야 하나.’
하지만 이현수의 반응은 강진호와 는 달랐다.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음?”
“물론 선공은 중요합니다. 하지 만…… 이건 상대의 전력을 깎아먹 는 선공이 아니잖습니까. 전격적인 공격으로 승기를 잡기는 했지만, 사
실 전체적인 홍왕계의 전력을 감안 하면 피해는 아직 미미한 수준입니 다.”
“그렇지.”
지부는 말 그대로 지부일 뿐이다.
“그런데 그 미미한 피해를 위해서 동원할 수 있는 최전력을 시작부터 동원한다는 게…… 이건 아주 작은 효율을 위해서 주력의 정보를 노출 하는 것이나 다름없지 않습니까!”
이현수의 말은 일견 틀리지 않았 다.
혹왕계의 주력은 십이비도라는 소 수의 절대자들이다. 그건 이미 백연
홍에게 확인한 바였다.
하지만 흑왕계의 전력이 그것만은 아니었다. 십이비도가 각자 모은 세 력들도 무시할 수 없는 전력이라는 것을 이미 확인하지 않았던가.
다시 말하자면, 십이비도 말고도 움직일 수 있는 세력이 있다는 의미 였다. 지부를 공격하는 정도는 그들 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지금 선봉에 선 것은 바 로 십이비도, 혹왕계의 최고 전력들 이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이득이 있다 고……
“네 입으로 말했잖아.”
“예?”
“아주 작은 효율.”
“주력을 쓸 이유로 그거면 충분하 지.”
“하, 하지만 그건……
“이해해라, 이현수. 청마는 애초에 그런 놈이다.”
애초에 청마는 과거에도 강진호외 에 다른 마교도들은 일말의 차별도 두지 않았으니까. 그의 눈에는 평범 한 마교도나 교주 바로 밑의 신장급 이나 그저 같은 장기 말일 뿐이다.
좀 더 유용한 장기 말과 덜 유용 한 장기 말이 있을 뿐, 더 유용한 장기 말을 아껴 쓴다는 개념이 그에 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이현수의 말을 청마가 들었 다면 오히려 되물었을 것이다.
어차피 알려질 전력을 숨기기 위 해서 효율을 포기해야 하냐고 말이 다.
꾸욱.
강진호가 강하게 주먹을 말아 쥐 었다.
이현수의 반응을 보고 있으니 다 름 아닌 청마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는 게 실감이 난다.
“그 외에 다른 공격은 없나?”
“아직까지는 밝혀지지 않았습니 다. 소수가 움직이다 보니 추격도 불가능하고, 동선도 알아낼 수 없습 니다.”
“그럼 정보를 주지도 않는다는 의 미로군.”
이현수가 입을 다물었다.
“우선은 좀 침착해.”
“……죄송합니다. 좀 흥분했습니 다.”
혹왕이 움직였는데 평범을 유지할 수 있다면, 그게 더 이상할 것이다.
“평소에는 홍왕계를 옆집 사는 원 수처럼 여기더니, 나름 정은 들었나 보군. 이리 당황하는 걸 보니.”
“방화범 새끼가 옆집에 불 지르고 나면 우 리집에도 불지를 게 빤한 데, 싫은 놈 집이 탄다고 좋아할 수 는 없잖습니까.”
“……확실하게 이해했다.”
피식 웃은 강진호가 이현수를 마 주 보았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거지?”
“……일단은 움직일 도리가 없습 니다. 심지어 홍왕계로부터 지원 요
청도 아직 들어오지 않았는데 우리 가 먼저 애가 닳아 나서는 건 이치 에 맞지 않는 일이죠. 우선은 비상 대기 체제로 들어가고 홍왕계로부터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결정 났군.”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사들을 불러.”
지도 위에 홍왕계의 지부를 표시 한 이현수가 외곽의 지부들 위에 X 자를 치기 시작했다. 파괴된 지부들 의 위치를 확인한 이사들의 얼굴이
점점 굳어져 갔다.
“몇 명으로 예상되십니까?”
“……눈으로만 봐도 알겠구만.”
“여섯, 아니…… 일곱인가?”
위긴스가 어이없다는 듯 웃어버렸 다.
전국에 퍼져 있는 홍왕계의 지부 들이 일곱 지점을 중심으로 파괴되 고 있다. 홍미로운 점은 그 지점들 이 서로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려 든 다는 게 확연하게 느껴진다는 사실 이다.
“사이가 나쁘군.”
“그것도 엄청 나빠 보이는군.”
이사들의 평에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사이가 좋을 수가 없지.”
각자 일가를 이룬 무인들이다. 당 연히 자신의 무학과 능력에 대한 자 부심도 대단할 터. 그만한 무인들이 진심으로 맞붙었다면 무사할 리가 없으니, 청마가 의도적으로 그들 사 이의 승부를 막아서고 있다고 봐야 한다.
당연히 서로에 대한 경쟁심과 호 승심을 어쩌지 못하는 상황일 것이 다.
“파고들 틈이 있을까요?”
이현수의 말에 장민이 턱을 긁어 댔다.
“파고들 틈이 있기야 하겠지만, 그 틈이 너무 넓어서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군. 애초에 틈이라는 건 파고 들어 강제로 넓혀야 의미가 있는 건 데……
“그렇지.”
바토르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하나하나가 일인 군단이 나 다름없는데, 서로 사이가 나쁜 것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지. 움직 임을 포착해 이쪽의 전력을 집중할
수 있다면 하나 정도는 쉽게 잡아낼 수 있겠지만……
강진호가 태연하게 그 말을 받았 다.
“청마라면 그 틈을 이용해 더 큰 이득을 보려 하겠지.”
“확실히……
이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위긴스가 지도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여기까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얼 마나 걸렸지?”
“삼십 분 이하일 겁니다.”
“각 지부의 전력은?”
“홍왕계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전 력들이 오십에서 이백 정도로 불규 칙하게 배열되어 있습니다.”
지부의 전력과 지부 간의 거리를 계산한 위긴스가 헛웃음을 흘렸다.
“백연홍만 한 놈이 열둘이나 있다 길래 그래도 허세가 조금은 섞였겠 지 싶었는데……
저들이 지부를 정리하는 데 있는 힘을 모두 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걸 감안한다면. 정말 지금 중원 곳곳에서 백연홍 같은 놈들이 날뛰 고 있다고 봐야 했다.
“무시무시하군.”
세상에는 꼭 눈으로 보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는 일이 있기 마련이 다.
이현수가 휴대폰을 확인하더니, 지도 위로 표시된 지부 곳곳에 다시 X자를 치기 시작했다.
“그새?”
“……정보가 넘어왔습니다.”
“허.”
위긴스의 입꼬리가 살짝 떨렸다.
한참 동안 지도를 바라보던 그가 고개를 들어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로드.”
“말해.”
“홍왕계에게 어떻게 대비할 것인 지를 물어야 합니다. 이대로 이 상 황이 지속된다면 걷잡을 수 없을지 모릅니다.”
이현수가 반박하듯 말했다.
“지부가 박살 나는 건 확실히 좋 지 않은 일이지만, 피해가 그렇게 크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이런 게 문제라는 거야.”
위긴스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동양인들은 집단이라는 게 개인 이 뭉친 것이라는 걸 때때로 잊어버 리지. 사람은 숫자가 아니야! 피해
라는 건 장부상의 숫자만으로 파악 해서는 안 돼. 지부가 전멸했다는 소식을 들어야 할 이들이 지금 어떤 심정일 것 같나?”
“평범한 홍왕계의 무인들이 느끼 기에는 지금 전국 각지에서 괴수가 나타나 불을 뿜어 대고 있는 것 같 을 걸세. 이 상황이 지속된다면, 전 쟁을 시작해 보기도 전에 심리적으 로 무너질 거야.”
그 말에는 반박할 수 없다는 듯 이현수가 입을 다물었다.
홍왕계는 홍왕에 대한 충성심으로
유지되는 문파다. 홍왕의 압도적인 존재감과 강력함이 따르는 이들로 하여금 강제적인 충성심을 이끌어낸 다.
하나…….
그런 홍왕과 동등한 급의 무인들 이 반대편에 열이 넘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도 그 지배력이 유지될 것인가.
홍왕의 존재감이 사라진다면, 어 쩌면 홍왕계라는 중국 역사상 다시 없을 거대 문파가 갈기갈기 찢겨 나 갈지도 모를 일이었다.
“기다려 보지.”
“하나 로드.”
“저쪽도 그리 바보는 아니야.” 강진호가 가만히 고개를 내저었 다.
“우리가 아는 걸 저들이 모를 리 가 없어. 아직 이성적으로 생각하지 못할 단계도 아니야.”
“……알겠습니다.”
“그리고…
강진호가 뭔가 말을 하려는 듯 입을 열려다가 말없이 다시 닫는다.
“……무슨 말씀을 하시려고?”
“기분 나쁜 생각이 들어서.”
“여쭤도 되겠습니까?”
강진호가 지도를 가만히 바라보다 가 입을 열었다.
“대웅이라는 게 의미가 있을지 모 르겠군.”
“예‘?”
지도를 바라보는 강진호의 눈이 조금 더 가라앉았다.
“청마 놈이라면 적당한 시점에 발 을 빼고 물러날 거야. 효율이 극대 화된 지점에서도 냉정함을 유지할 수 있는 게 놈의 장점이니까.”
“대책을 세우고 달려갔을 무렵에 는 아무것도 남지 않은 지부의 모습
만 보게 되겠지.”
공기가 낮게 가라앉는다.
그제야 그들이 누구를 상대해야 하는지 실감했다는 듯 말이다.
하지만…….
꾸우욱.
테이블 아래로 내려진 강진호의 주먹이 가볍게 말아 쥐어진다.
‘너무 오랜만이군, 청마.’
이 전격적인 움직임을 보고 있으 니 코끝에 피비린내가 풍겨오는 것 같다.
마치 예전…….
그가 청마와 함께 전장을 누비던 그 시절의 냄새가 말이다.
강진호의 입꼬리가 자신도 모르게 말려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