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890)
마존현세강림기-1892화(1889/2125)
마존현세강림기 77권 (2화)
1장 혼란하다 (2)
“후욱! 후욱! 후욱! 후욱!” 식은땀이 비처럼 쏟아져 내린다. 귀로 들려오는 커다란 사이렌 소 리, 그 소리에 섞여 간간이 터지는 폭음.
너무도 짙어서 코를 마비시킬 정 도로 풍겨오는 피 냄새까지.
‘어떻게 이런 일이……
딱히 처음 보는 광경은 아니다.
무인으로서 칼밥을 먹고사는 이들 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보았을 풍 경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은 이런 전 장에서 살아가는 것을 당연히 여겨 야 하는 이들이다.
그럼에도 지금 이 상황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는, 이곳이 인적이 드문 산속도 아니고, 민간인 의 출입이 통제되어 있는 사유지도 아닌, 도심 한중간의 건물이라는 점 이었다.
‘미쳤어.’
류취안이 덜덜 떨리는 손을 뻗어 바닥을 움켜잡았다.
이런 일은 벌어져서는 안 된다.
홍왕계와 창왕계가 수십 년간 전 쟁을 해왔고, 최근에는 총회와 홍왕 계가 대규모로 전투를 벌이기도 했 지만, 그 모든 전쟁에는 한 가지 절 대적인 원칙이 있었다.
민간인을 끌어들이지 말 것.
무인계와 평범한 세상이 서로 겹 치지 않게 만드는 건, 그저 합의하 에 만들어낸 원칙이 아니었다. 이건 무인계가 살아남기 위해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절대의 원칙이다.
하지만 저 미친놈은 그런 원칙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처럼 대낮의 상하이 도심 한복판에서 살 육극을 벌이고 있다.
건물 안에 있는 무인과 민간인을 가리지 않고 참살하며 말이다.
“후욱! 후욱!”
막을 도리가 없다.
이곳은 이미 30층이다.
아래층에 있던 이들 중 절반은 이미 목이 베였다.
남은 반?
남은 반이야 어떻게든 달아났을 것이다. 이 건물은 그 넓이만큼이나
스무 대에 가까운 엘리베이터와 몇 개의 비상구를 가지고 있으니까.
1층에서 입구를 봉쇄하고 내려오 는 이들을 모조리 죽이지 않는 이상 달아나는 이들을 모두 죽이는 건 불 가능하다.
아니…….
‘차라리 다 죽일 것이지!’
그랬다면 적어도 이 건물 안에 들어오지 않은 이들에게 지금의 참 상을 보일 리는 없을 테니까!
이성을 잃은 이들이 건물 밖으로 달아났고, 그 덕분에 이 안에서 뭔 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주변인들
이 모두 알아버렸다. 덕분에 지금 창밖에서 공안들이 몰려오는 모습이 똑똑히 보이고 있다.
‘이걸 수습할 수 있나?’
하지만 이건 그가 걱정할 일이 아니었다.
그가 걱정해야 할 건 다름 아닌 그의 목숨이다. 이미 앞을 막은 마 지막 이를 찔러 죽인 신창이 그를 향해 느긋하게 걸어오고 있으니까.
“꼴사납군.”
가각!
창의 날이 바닥을 가볍게 긁는다.
단단한 대리석이 마치 두부라도
된 것처럼 잘려 나갔다.
“그래도 나름 무인이라는 신분일 텐데, 적을 두고 등을 보이다니.”
저벅저벅.
느긋하게 걸어온 신창이 피식 웃 고 말았다.
“하기야 지금 같은 세상에서 무인 이 어쩌고를 논하는 게 더 이상하겠 지. 시대에 뒤떨어진 인간이라는 걸 스스로 자인하는 꼴이니까.”
저 미친 새끼…….
고개를 돌린 류취안의 눈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이건 세상을 비트는 일이다.
제아무리 담대한 이라고 해도 이 만한 일을 저지른다면 최소한의 억 눌림, 그게 아니라면 최소한의 흥분 이라도 보여야 할 텐데, 저 미친놈 의 얼굴은 그저 담담하기만 했다.
“하지만 무인으로서 꼴사나운 걸 따지기 전에, 남자로서 꼴사납지 않 은가?”
“한심해.”
신창이 가만히 창을 들러 류취안 을 겨누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
“손 들어!”
“무기 버려!”
복도 한쪽의 굳게 닫혀 있던 철 문이 쾅! 하고 열리더니, 방탄 헬멧 과 방탄조끼로 무장한 기동타격대가 안으로 우르르 진입했다.
“오?”
신창이 고개를 돌려 그들을 바라 보았다.
“무기 버려! 경고했다!”
“바닥에 엎드려!”
신창이 어깨를 으쓱했다.
“공안도 많이 변했군. 옛날 같았 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단 갈 기고 시작했을 텐데 말이야.”
“……무기 버리라고 했다! 마지막 경고다!”
“그 느슨함이 죽음을 부르는 거 지.”
쇄애애애액!
그 순간, 신창의 손에 들려 있던 창이 허공을 길게 갈랐다.
“갈……
촤아아아아악!
그와 동시에 총을 겨누고 있던 공안들의 목이 허공으로 둥실 떠올 랐다. 마치 영화를 보고 있는 것처 럼 현실감이 존재하지 않는 광경.
하지만 그건 분명 현실에서 벌어
지고 있는 일이었다.
툭! 툭!
털썩!
잘린 목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목 을 잃은 시체가 바닥으로 나뒹군다.
두 눈을 부릅뜬 채 그 광경을 바 라보던 이들이 목이 찢어져라 비명 을 질러 댔다.
쏴아아아아아!
투투투투투투투투투투 !
연발로 놓인 기관단총이 불을 뿜 었다.
류취안은 기겁을 하며 머리를 감
싸고 다리를 오므려 몸을 둥글게 말 았다. 하지만 그의 행동은 딱히 의 미를 가지지 못했다.
카가가가가가강!
비처럼 쏟아지는 총알은 단 하나 도 신창을 뚫어낼 수 없었기 때문이 다. 신창이 손에 들린 장창을 가볍 게 돌리는 것만으로 화망 자체를 무 력화시켜 버렸다.
“이 정도로는 안 되지.”
창을 돌리던 그대로 자신 쪽으로 살짝 끌어당긴 신창이 밀쳐 내듯 창 을 앞으로 뻗었다.
카가아앙!
뭔가 둔탁한 굉음이 들린다 싶더 니, 총을 갈겨 대던 기동타격대가 비명을 지르며 일제히 그 자리에 쓰 러 졌다.
신창이 간단한 동작만으로 날아오 던 총알들을 공안 쪽으로 튕겨낸 것 이다.
“총이라……
그으윽.
바닥에 닿은 창의 날이 기괴한 소리를 냈다.
“좋은 무기지. 아이, 여자, 노인 할 것 없이 손가락 당길 힘만 있으 면 사람을 죽일 수 있게 만들어주는
무기.”
그 편의성은 세상을 바꾸기에 충 분했다.
“하지만 그 강함도 거기까지지.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한계가 정 해져 있는 강함 같은 건 매력이 없 거든.”
뜻 모를 소리를 늘어놓은 신창이 가만히 공안들의 앞에 다가가서 창 을 내뻗었다.
단번에 생겨난 수십 개의 창영이 공안들을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그 창영은 고통에 신음하고 있는 공안 들의 목을 일시에 모두 꿰뚫어 버렸
푸욱!
십여 개의 목이 꿰뚫리는 소리가 동시에 울려 마치 하나처럼 들린다.
털썩! 털썩!
하지만 죽은 이들이 바닥에 늘어 지는 소리만은 함께 들리지 못했다.
“흐..”
w •
창을 회수한 신창이 비릿한 미소 를 지으며 류취안을 향해 다가갔다.
“하던 걸 마저 해야겠지?” 류취안이 얕은 숨을 몰아쉬었다. “이…… 이 미친 새끼야아아아!” “ 호오?”
그 발작적인 비명을 들으며 신창 이 뜻 모를 탄성을 내뱉었다.
“용기가 조금 솟아난 모양인데? 동료가 죽어서 분노한 건가? 전형적 으로?”
하지만 이내 고개가 내저어진다.
“무인과 공안이 동료일 리는 없을 텐데 말이야.”
류취안이 바닥을 움켜잡았다.
어차피 저 미친놈에게서 도망가는 건 불가능하다. 죽음이 정해져 있다 면 욕이라도 시원하게 해야 한다.
“니, 니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줄 알아?”
“잘 알지. 사람을 죽이고 있잖아.” 신창이 빙긋 웃는다.
“살인술을 익히던 이가 갑자기 휴 머니스트라도 되셨나?”
“그것도 때와 장소라는 게 있는 거다, 이 개자식아!”
류취안의 눈에 핏발이 섰다.
“도시 한복판에서 사람을 죽이고! 관계도 없는 민간인을 죽이고! 이제 는 공안까지 건드려?”
류취안이 피를 토하듯 소리쳤다.
“이 일을 어떻게 수습할 셈이냐, 이 개자식아! 이……
“멍청한 건 너야.”
신창이 가만히 류취안에게 다가와 그를 내려다보았다.
“내가 수습해야 할 이유가 있나? 수습은 너희가 해야지. 이 세상의 균형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 건 내가 아니라 바로 너희니까.”
“알겠어?”
신창이 비릿한 미소를 입가에 담 았다.
“우리는 그저 하고 싶은 대로 한 다. 아무것도 참지 않고,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아. 죽이고 싶으면 죽
이고, 공격하고 싶으면 공격한다. 그 럼 바로 네놈들이 우리가 저지른 일 을 수습해야 한다, 이 말이지.”
류취안이 얼이 빠진 얼굴로 신창 을 바라보았다.
“이게…… 어떤 결과를 낳을지 알 고나 있나?”
대낮의 상하이에서 수백이 죽었 다.
건물 하나가 통째로 피로 물들었 다.
심지어 그 사태를 해결하러 온 공안까지 떼죽음을 당했다.
이 사태가 가져올 여파가 얼마나
클지 상상이나 할 수 있는가. 아무 리 중국 정부라고 해도 이 일을 그 냥 묻어버리는 건 불가능하다.
수백 년 동안 무인들이 필사적으 로 유지해 온 무인계와 세상의 경계 가 이 균열을 통해 무너질 것이다.
“이해 못 하는군.” 신창이 고개를 휘휘 저었다.
“그건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라니 까.”
“이멍청……
“그리고……
푸욱!
신창의 창이 류취안의 목을 꿰뚫
었다.
“ 끄르르륵♦•••••
“너와도 이제는 상관없는 이야기 지.”
마지막까지 원독에 찬 눈빛을 거 두지 않은 류취안이 두 눈을 부릅뜬 채 바닥에 쓰러졌다. 이미 숨이 끊 기고 피가 식기 시작했지만, 그의 눈은 결코 감기지 않았다.
류취안의 목에서 창을 뽑아낸 신 창이 이를 드러냈다.
“말이 안 통한다니까.”
세상은 무인들은 우리 안으로 밀 어 넣었다.
아니, 무인들이 스스로 그 우리 안으로 들어갔다.
처음에는 공존을 위해, 그 뒤에는 생존을 위해.
그리고 지금은?
‘연명을 위해서지.’
그렇게 세월이 흐르자 무인들은 자신들이 우리에 갇혀 있는 것을 당 연하게 여기게 되었고, 그 우리 밖 으로 나가는 것에 공포를 느끼기 시 작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그건 더 이상 무인이라 부를 수 없었다.
야성을 잃은 늑대가 개가 되듯이,
자유로움을 잃은 무인은 더는 무인 이 아니었으니까.
왜 애애애애애애행 !
창밖에서 사이렌 소리가 격하게 들려온다.
“ 흐음.”
태연하게 걸어 창 쪽으로 다가간 신창이 아래쪽을 내려다보았다.
커다란 도로를 사이렌이 달린 차 들과 웬만해서는 보기 어려운 검은 소형 트럭들이 빽빽하게 채우고 있 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더 많 은 차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축제 같군.”
아니, 축제 같다는 건 이상한 말 이다.
저들에게는 몰라도 그들에게 있어 서 이건 말 그대로 축제니까. 신창 을 비롯한 십이비도는 오직 이 한순 간을 위해 지금까지 기다려 왔다.
그 길고 긴 시간을 말이다.
그러니 좀 더 울려라.
좀 더 화려하게 소리쳐라!
채애행!
카아아앙!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와 금속음이 동시에 울렸다. 신창이 자신의 얼굴
을 가린 창을 천천히 아래로 내렸 다.
“저격 같은 걸로 날 잡을 수 있다 고 생각했다면 좀 실망인데.”
뒤로 살짝 당겨진 창이 쾌속하게 앞으로 뻗어진다. 창끝에서 뿜어져 나간 강기가 눈에 보이지도 않을 속 도로 날아가 저격조가 숨어 있는 반 대편 건물에 틀어박혔다.
콰아아아앙!
“하나……
콰아아아아아앙!
“둘, 셋, 넷…… 흐음, 겨우 네 개 조인가? 이래서야.”
저격을 준비하던 이들까지 모조리 날려 버린 신창이 나직하게 혀를 찼 다.
그러고는 창을 빙글 돌려 회수한 뒤, 위층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위쪽에서 절망 어린 비명 소리가 들리고, 아래층에서는 진입하는 타 격대의 고함 소리가 들려온다.
절망과 공포, 분노와 적의가 제멋 대로 뒤섞여 날뛰는 공간.
‘그리웠지.’
신창이 낮게 웃으며 창을 움켜잡 았다.
하지만 이제 더는 그립지 않게
될 것이다.
이제 곧…….
모든 세상이 이 전장의 오케스트 라를 연주하게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