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897)
마존현세강림기-1899화(1896/2125)
마존현세강림기 77권 (9화)
2장 절감하다 (4)
‘뭐가 좀 시끄러운 것 같은데.’ 궈쩌둥이 눈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분명 귀를 시끄럽게 하는 소음이 막 들려오는 것은 아닌데, 뭔가 거 슬리는 듯한 소리가 작게 작게 계속
들리는 것 같은 기분이다.
‘어디지?’
궈쩌둥의 시선이 뒤쪽으로 향했 다.
그의 눈에 드높이 솟아오른 빌딩 들이 보인다.
번화한 시가지에서 소음이 들려오 는 건 어찌 생각하면 너무 당연한 일이지만, 오늘은 느낌이 좀 다르다.
스스로도 지금 대체 뭘 이상하게 느끼는 건지 이해하지 못한 궈쩌뚱 이 막 고개를 갸웃거리려는 찰나.
기이이이이이잉!
“웅?”
귓가를 파고드는 괴이한 소리에 궈쩌둥이 그 자리에 얼어붙듯 멈춰 버렸다.
‘ 뭐지?’
말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 소 리가 아니다.
칼바람이 빌딩숲 사이를 파고드는 소리 같기도 하고, 어떻게 듣자면 거대한 괴수가 하울링을 하는 소리 처럼 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 소리가 어떤 것인가는 둘째 치고, 듣는 것만으로도 이상하 게 전신에 털이 쭈뼛 설 만큼 소름 돋는 소리라는 것만은 확실했다.
‘이게 뭔……
기이이이이잉!
다시 한번 괴이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번에는 그 소리가 어디서 들려 오는지 확실하게 파악한 궈쩌둥이 눈을 가늘게 떴다.
‘ 건물’
저 높이 솟아 있는 건물들 사이 에서 들려오는 것 같…….
그리고 바로 그 순간.
궈쩌둥의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떠 졌다.
‘연기?’
중앙에 있는 건물의 위층 부근에 서 매캐한 연기가 뿜어져 나온다.
‘아니. 홁먼지인가?’
무엇이든.
저 뿌연 먼지의 정체가 무엇이든 뭔가 큰일이 벌어진 것만은 분명했 다.
‘불이라도 난 건가?’
이상을 알아챈 것이 그만은 아닌 지,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저기 뭐야? 저거?”
“불난 것 아냐? 빨리 신고해야 할 텐데?”
“불이라기에는 좀 이상한데…….
불이 저렇게 한 번에 확 오르나?”
“아니, 그럼 저게……
사람들이 멍한 얼굴로 건물을 바 라보던 바로 그때였다.
쿠르르르르룽!
“어……?”
마치 천둥이 치는 듯한 소리가 사방으로 퍼져 나왔다.
낮은 침묵이 감돌았다.
모두가 이어질 한 광경을 머리에 그렸다.
‘아니겠지.’
‘설마••••••
생각은 하지만 그걸 현실에서 일 어날 일이라 받아들이는 이는 없었 다. 이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이 들에게는 굳건하고 절대적인 신뢰 다.
하지만 이내 그 굳건한 신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쿠르르르르르릉!
귀를 터뜨려 버릴 것처럼 무겁고 거대한 굉음과 함께 흙먼지가 몇 배 는 더 뿜어져 나오기 시작한다. 지 켜보던 이들이 다들 하나같이 멍하 니 입을 벌렸다.
“무, 무너……
그건 한순간이었다.
콰르르르 르르르릉 !
흙먼지가 솟아오르던 층의 윗건물 들이 아래로 쏟아지듯 무너지기 시 작한다.
굉음이 모든 것을 묻어 버린다.
하지만 설사 그만한 소음이 들리 지 않았다고 해도 지금 이곳에서는 숨소리조차 나지 않았을 것이다.
무너진다.
쏟아져 내린 건물의 잔해가 아래 를 덮치면서 마치 타들어 가는 것처
럼 건물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콰르르르 르르르릉 !
마치 폭염과도 같은 검은 먼지의 구름이 건물을 뒤덮는다. 결코 무너 져서는 안 될, 결코 무너지지 않으 리라 생각한, 인간이 만들어낸 탑이 속절없이 무너져 내린다.
“으, 으아아아아아악!”
“꺄아아아아아아악!”
인식은 조금 늦게 찾아왔다.
건물이 반 이상 무너지고 나서야 날카로운 비명 소리와 끔찍한 고함 소리가 경쟁하듯 내질러졌다. 건물 이 무너지는 폭음과 사람이 내질러
대는 비명이 합쳐지며, 마치 지옥에 서나 들려올 것 같은 끔찍한 하모니 를 만들어낸다.
“이, 이게……. 세상에……
궈쩌둥이 넋을 잃고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세상이 뒤틀리고, 그가 알던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콰르르르르릉!
튀어 오른 콘크리트의 파편들이 마치 우박처럼 바닥으로 쏟아진다. 뽑혀 나왔다기보다는 사출되었다는 표현이 더 적합할 것 같은 잘려진
철근들이 바닥에 창처럼 내리꽂히 고, 잘게 조각난 유리의 파편들이 눈보라처럼 휘날렸다.
하지만 그보다 더 끔찍한 것은 시야를 가득 메우며 아래로, 아래로 돌진하는 잿빛의 먼지구름들이었다.
“피해에에에에에에에!”
“이 개 같은! 이!”
건물의 아래를 채우고 있던 홍왕 계의 무인들이 무너지는 건물을 보 며 발작하듯 몸을 던져 냈다.
아무리 그들이 무인이라고는 하나 지상 100미터의 높이에서 쏟아지는 몇 십 톤의 잔해들을 버텨낼 수 있
을 리가 없다. 하지만 뒤돌아 달려 쏟아지는 잔해들을 피하면서도 그들 의 시선은 연신 뒤로 향했다.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할 광경.
저 안에 흑왕계의 고수가 있다는 것을 알고 건물 안으로 돌입하기로 한 것은 바로 그들이다. 하지만 그 들 중 누구도 그 돌입의 결과가 이 런 형태로 이어질 것이라 상상한 이 는 없었다.
‘미친놈이!’
알 수 있다. 알 수밖에 없다.
이건 전투의 여파로 인한 붕괴가 아니다.
‘미쳤어! 미쳤다고! 미치지 않고 서는 이럴 수가 없어!’
이건 그들이 감당할 수 있는 한 계를 넘어섰다.
그들은 이곳을 포위하며 많은 것 을 감수했다. 혹시 있을지 모르는 외부로의 노출도 각오하고, 세상에 뜬소문이 퍼져 나가는 것도 감수했 다.
그렇게 해서라도 반드시 이곳에 걸려든 이를 처리하겠다는 각오로!
하지만 이건 정도를 넘지 않는가.
콰르르르르룽!
“아아아아아악!”
급속도로 무너지는 건물과 우박처 럼 쏟아지는 잔해 속에서 미처 몸을 빼내지 못한 이들이 바닥으로 처박 히듯 쓰러지며 비명을 질러 댄다.
하지만 누구도 몸을 돌려 그들을 도우러 가지 않았다. 휩쓸리는 순간 그들도 죽는다.
홍왕계라는 소속감, 동료를 위하 는 동지애.
그 모든 것은 목숨이 남아 있을 때나 의미가 있는 것이다. 화산이 폭발하는 것을 본 짐승이 뒤도 돌아 보지 않고 화산에서 멀어지듯, 홍왕 계의 무인들은 한 마리의 짐승이 되
어 그저 달리고 또 달렸다.
콰르르르르르릉!
달아나는 자.
미처 달아나지 못한 자.
그리고 달아나기를 포기하고 멍하 니 하늘을 올려다보는 자.
그건 마치 종말의 날에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공포스러운 광경이었 다.
콰르르르르릉!
완전히 붕괴한 건물이 뿜어낸 흙 먼지들이 쓰나미처럼 사방을 덮친 다. 건물을 타고 폭풍처럼 몰아친 먼지구름이 도시 사방으로 거침없이
밀려 나간다.
붕괴에 휩쓸리지 않은 이들도 이 사막에 몰아치는 모래폭풍 같은 흙 먼지의 파도를 벗어날 방법은 없었 다. 휩쓸리둣 쓰러진 이들의 위로 잔해들이 거칠게 내려앉는다.
비명, 울부짖음, 그리고 무언가 계속 무너지는 소리들.
귀를 틀어막고 싶은 끔찍한 소음 들 속에서 한 사내가 아직도 요동치 고 있는 잔해의 위로 사뿐히 내려섰 다.
“흐음.”
공령의 입가에 미소가 머금어졌
다.
‘나쁘지 않군.’
스스로 요란한 것을 그리 즐기지 않는 타입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가 만들어낸 광경은 의외로 색다른 재 미를 주고 있었다.
보라.
모든 것이 무너진 세상을.
“쿡쿡쿡.”
낮은 웃음이 흘러나온다.
가당치도 않다.
저들은 아마 그를 잡기 위해서 자신들의 법칙을 깼다고 생각할 것 이다. 이전까지였다면 도심 한복판
에 있는 그를 잡기 위해 무인들을 투입하고, 사람들이 오가는 도심을 포위하는 일은 상상도 하지 못했을 테니까.
그래, 말하자면 이곳은 무인이 닿 을 수 없는 땅.
회색의 콘크리트에 지배당해 무인 이 무인으로 살아갈 수 없는 금역 (禁域)이다.
하지만 지금 공령은 이 금역을 지배하는 콘크리트의 탑을 무너뜨렸 다.
“너희는 벗어나지 못하지.”
하지만 그는 얼마든지 벗어날 수
있다.
얼마든지!
이게 홍왕계가 감히 흑왕계의 상 대가 될 수 없는 이유였다. 단순히 힘이 더 강하기 때문이 아니다. 이 들이 넘어설 수 없는 것을 흑왕계가 넘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홍왕계가 세상이 정해놓은 틀 안 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는 동안에는 그들의 발목조차 잡을 수 없다. 절대로.
“이••••••
공령이 슬쩍 고개를 돌렸다.
무너진 건물의 잔해 속에서 누군
가 들썩이며 몸을 일으켰다.
후두둑.
잘게 조각난 콘크리트들이 자갈처 럼 흘러내리고, 그 속에서 흙먼지를 있는 대로 뒤집어써 잿빛으로 변해 버린 이가 몸을 일으켰다.
온통 잿빛이 되어버린 육체에서 유일하게 회색이 아닌 부분은 붉게 충혈된 채 부릅뜬 두 눈과 짐승의 그것처럼 벌려진 입뿐이었다.
“이•••••• 이미친•••••• 이••••••
차마 말도 나오지 않는 모양이었 다.
“잘도 살아났군.”
“이…… 이 자라 새끼가……
웨이홍의 손이 덜덜 떨며 자신의 어깨를 부여잡는다.
믿을 수가 없다.
모든 것이 엉망이 되어버린 세상 과 처참하게 무너진 건물의 잔해를 보고 있으면서도 도무지 눈앞에서 일어난 일을 믿을 수가 없었다.
이건 제정신이 박힌 인간이 할 짓이 아니다.
이 건물에 돌입한 이들이 최소 오백은 넘는다. 그 오백이 넘는 목 숨이 지금 한순간 사라졌다.
대체 어느 인간이 오백의 목숨
을 한순간에 날려 버리고, 이 높은 건물을 망설임도 없이 무너뜨릴 수 있단 말인가.
“네가…… 네가 무슨 짓을 한지 알고는 있냐, 이 미친 새끼야아아아 아아아아!”
그건 절규라기보다는 비명에 가까 운 울부짖음이었다.
휘몰아치는 감정을 어쩌지 못한 웨이홍이 목이 찢어져라 비명을 내 질렀다. 누군가가 지켜볼지도 모른 다는 걱정이나, 이 상황을 수습해야 한다는 의무감 같은 것은 분노와 함 께 싸그리 날아간다.
“그래, 그거지.”
공령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무인이라는 건 얽매이지 않아야 하는 법이거든. 그저 눈앞에 놈을 찢어 죽이고 싶다는 걸로 충분해. 너는 지금 진짜 무인이 된 거야.”
“흐..흐흐.”
웨이홍이 허리춤에 아직 매달려 있는 검을 움켜잡았다. 단숨에 검을 뽑아내려 했지만, 건물이 무너지며 어딘가에 깔리기라도 했는지 검이 휘어 잘 뽑히지 않는다.
“아아아악!”
강제로 검을 긁어내듯 뽑아낸 웨
이홍의 두 눈에서 피 섞인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래……. 나는 너를 찢어 죽이 고 싶다. 무엇보다 네 아가리만은 반드시 찢어놓겠다!”
공령이 웃으며 손가락을 까딱댔 다.
“그럼 와봐.”
“으아아아아아아아앗!”
웨이홍이 전력으로 공령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와 동시에 무너지는 건물을 피해 달아난 홍왕계의 무사 들도 공령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 다.
파아아앗!
건물 잔해에서 뛰어오른 천무대들 도 악에 받쳐 공령을 향해 달려들었 다.
“죽여어어어어!”
“살려 보내지 마! 절대로! 죽여라 아!”
그 모습을 지켜보며 공령의 눈이 새파란 살기를 토해낸다.
“사람을 가장 변하게 하는 건 무 엇보다 증오지.”
까드득.
그의 손가락이 서로 마찰하며 괴 기스러운 소리를 만들어낸다.
“더욱더 분노해라. 그 증오가 퍼 져 나가서 흥왕계를 모두 태워 버릴 때까지.”
촤르르르르륵!
그가 뿜어낸 와이어가 마치 거대 한 흥학의 날개처럼 사방으로 뻗어 나간다.
잿빛으로 변해 버린 세상의 한가 운데서 거대한 붉은 날개가 펼쳐졌 다.
이 세상이 더 이상 모두가 알던 세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는 폭죽 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