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898)
마존현세강림기-1900화(1897/2125)
마존현세강림기 77권 (10화)
2장 절감하다 (5)
“……무너졌습니다.”
차이커창이 말없이 보고를 한 이 를 바라보았다.
핏기 없는 얼굴.
덜덜 떨리고 있는 입술.
갈 곳을 찾지 못하는 눈동자.
저 표정을 보면 지금 한 말이 무
엇을 의미하는지 알아채는 게 그리 어렵지는 않다.
하지만…….
“……뭐라고?”
차이커창은 되묻고 말았다.
그건 딱히 확인을 위한 과정이 아니다. 머릿속으로 들어온 정보가 처리되지 않고 하릴없이 맴도는 와 중에 시간을 조금 버는 행위에 불과 했다.
“지부…… 광저우 지부 건물이 무 너……졌습니다.”
각오했다.
이미 한 번 얼을 탄 경험이 있기 에 이번에는 무슨 일이 벌어져도 당 황하지 않고, 절대 이성을 놓지 않 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하지만 지금 그의 귀로 들려온 소식은 그런 차이커창의 다짐을 단 숨에 뭉개 버리고, 그의 머리를 새 하얗게 탈색시켜 버리기에 충분했 다.
차이커창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 은 채 보고한 이를 멍하게 바라보았 다.
하지만 심지어 그 시선을 받은
이들도, 이 무거운 침묵에 짓눌린 이들도, 차마 차이커창을 재촉하지 못했다.
“•♦••••다시.”
“예?”
“다시 한번 묻지.”
차이커창이 입술을 기계적으로 움 직였다.
“뭐가 무너졌다고?”
“지부…… 광저우 지부의 건물이 무너졌습니다.”
“……얼마나?”
명확하지 않은 질문이다.
평소의 차이커창에게서라면 나오
지 않을 흐리멍덩한 말.
하지만 지금 차이커창이 무엇을 묻는지 모를 사람이 있겠는가.
“……완파입니다. 32층 건물 전체 가 완전히 무너진 것 같습니다.”
“완전히?”
“예.”
차이커창이 더는 말을 하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지독하고 또 지독한 침묵이 이곳 에 있는 모든 이들의 심장을 조였 다.
으드드득
그리고 그 긴 침묵을 깬 것은 차 이커창의 이가 부러져 나갈 듯 갈리 는 소리였다.
“이
우드드득!
책상을 움켜잡고 있던 그의 손가 락이 책상을 파고든다.
하지만 금방이라도 발작을 일으킬 것 같은 차이커창은 끝끝내 소리 한 번 지르지 않았다. 고개를 숙인 채 책상을 움켜잡은 차이커창의 등이 경련을 일으키는 모습이 똑똑히 보 인다.
책상이 금방이라도 부러질 듯 비
명을 질러 대고, 이가 으득으득 부 딪치는 소리가 섬뜩하게 들려온다. 굳이 눈으로 보이지 않아도 그 소리 만으로 차이커창이 지금 어떤 심정 인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았다.
책상을 잡고 있던 차이커창의 손 이 자신의 얼굴을 덮었다.
양손으로 얼굴을 움켜쥔 차이커창 이 옅은 신음을 홀렸다.
‘ 대체••••••
화가 나지 않는다.
아니, 이제는 화조차 낼 수가 없 다.
양손으로 얼굴을 가린 이유는 분
노에 차서가 아니라 수하들에게 지 금 그의 얼굴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서다.
그를 믿고 있는 이들에게 공포에 젖은 그의 얼굴을 보여줄 수는 없으 니까.
‘대체 이게 뭐냔 말이다.’
인정할 수밖에 없다.
지금 그의 몸을 떨게 만드는 이 감정은 분노라기보다는 공포에 가까 웠다.
미지의 것에 대한 공포.
이해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공포.
이전, 창왕의 손바닥 위에서 철저
하게 놀아날 때에도 차이커창은 끝 없는 무력감과 창왕에 대한 끔찍한 살의를 느꼈을 뿐, 지금처럼 공포를 느끼지는 않았다.
하지만 저 흑왕계가 저질러 대는 일들은 차이커창에게 어찌할 수 없 는 공포감을 안겨주었다.
세상에 그에게 확 밀려왔다 멀어 지기를 반복하는 느낌이다. 그게 아 니면 바닥이 꺼져 한없이 아래로, 또 아래로 추락하는 느낌이거나.
지금 자신을 뒤덮는 이 감각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정의 내릴 수는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정상
적인 세상에서는 결코 벌어지지 않 을 일이 그를 덮치고 있다는 점이었 다.
붕괴.
그래, 이건 붕괴다.
단순히 건물이 무너진 게 아니다. 그 건물의 붕괴는 지금껏 믿어온,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 믿어온 세상의 법칙이 붕괴하고 있다는 것 을 의미했다.
“……차이커창 님.”
얼굴을 부여잡고 있던 차이커창의 손이 파르르 떨린다.
“어, 어떻게……
손에 닿은 얼굴이 없어지는 것 같다.
아니, 지금 손이 존재하고 있는지 도 명확하지 않다. 완벽한 균형으로 쌓아 올린 탑은 기둥 하나만 빠져도 간단하게 붕괴하는 법. 지금 차이커 창의 세상을 지탱하던 기둥들이 무 너지고 있다.
“후욱!”
짧게 숨을 토해낸 차이커창이 입 술을 깨물었다.
아랫입술에서 피가 주르륵 홀러 입안에 고인다. 피의 맛이 혀끝에 감돌자 그나마 현실감이 좀 돌아오
는 기분이었다.
‘대체 뭘 어쩔 셈이지?’
이걸 정말 감당할 수 있다고 생 각하는 건가?
저들이 상하이에서 저지른 일은 이미 세상을 뒤엎어놓았다. 그와 중 국 정부가 필사적으로 사건에서 대 중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노력하고 는 있지만,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직감한 이들의 입과 귀를 모두 막을 수는 없었다.
그저 아무것도 모른다는 둣 입을 닫고, 시간이 홀러 이 사건이 세인 들의 머리에서 잊혀지기를 기다리는
것만이 최선이었다.
하지만…….
‘이건 그런 정도로 해결될 일이 아니야.’
도심 한복판에서 고층 건물이 무 너진다는 건 역사에 남을 사건이다. 이건 그 어떤 이들도 감당할 수 있 는 일이 아니다.
아무리 국민들에 대한 통제력이 세계 최고 수준인 중국 정부라고 하 더라도 이 일을 그냥 묻는다는 건 불가능하다.
“뭘……
“예?”
“……뭘 원하는 거냐, 흑왕.”
차이커창의 머리에 혼돈이 들어찼 다.
그를 가장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 은 적이 대체 뭘 하려드는 것인지 알 수 없다는 점이었다.
이건 그냥 혼돈이 아닌가.
상하이 지부를 살육하고, 광저우 지부를 통째로 무너뜨려서 저들이 얻는 게 대체 뭔가.
홍왕계의 피해?
웃기지도 않는 소리.
저 혹왕계의 십이비도 입장에서 홍왕계 지부의 지부원들 따위는 지
렁이 수준도 되지 않는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짓밟아 버릴 수 있 는, 미미한 전력이다.
그런데 굳이 그런 곳을 이리 요 란하게 박살 낼 이유가 무엇인가.
아무리 봐도 이건 홍왕계에 대한 공격이 아니다. 그저 혼란, 그 자체 를 노리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하지만 차이커창이 이해할 수 없 는 것은 세상을 혼란스럽게 만들어 서 저들이 얻을 만한 게 전무하다는 점이었다.
지금 차이커창이 위장이 뒤틀리는 감각을 느끼고는 있다지만, 엄밀히
말해 저 혼란을 수습해야 하는 것은 홍왕계가 아니라 정국 정부다.
홍왕계의 활동 역시 위축이 되기 야 하겠지만…….
“차이커창 님!”
차이커창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빌어먹을.’
지금은 이따위 것을 생각하고 있 을 때가 아니야.
“놈은?”
“아직 포위망이 형성되어 있습니 다! 방금 들어온 보고에 따르면, 건 물의 붕괴에서 살아남은 이들이 놈 을 포위하고 공격하는 중입니다.”
으득!
차이커창의 눈에 핏발이 섰다.
‘오냐!’
애초부터 뼈를 주고 살을 칠 생 각이었다.
피해는 감수한다는 뜻.
그의 예상보다 피해가 말도 안 되게 극심하기는 하지만, 달라진 것 은 아무것도 없다.
“남은 예비대는?”
“거리가 있어서 투입까지는 시간 이 더 걸립니다.”
“광저우 주변에 있는 예비대 모조 리 다 투입해! 홍콩 지부도 소환
해!”
“하지만 홍콩은……
“잔말 말고 시키는 대로 해!”
“예!”
차이커창의 손끝이 덜덜 떨렸다.
‘잡아낸다.’
반드시 잡아야 한다, 반드시.
여기에서 저 개자식을 죽이지 못 한다면, 그들이 입은 피해가 너무도 뼈저리다.
그러니…….
“항저우는!”
“진입 이후로 추가 보고가 없습니 다! 연락은 지금도 들어오고 있습니
다!”
차이커창이 굳게 고개를 끄덕였 다.
‘됐어!’
그들이 준비한 진짜 칼은 바로 항저우다.
‘둘 모두 잡는다!’
차이커창이 핏발이 선 눈으로 지 도를 노려보았다.
‘네가 뭘 노리는 건지는 모르겠지 만, 절대 네 의도대로는 되지 않을 것이다! 흑왕!’
의지를 다잡는 차이커창이지만, 그의 손끝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촤르르르륵!
피에 젖은 와이어가 마치 살아 있는 뱀처럼 날아들어 목을 휘감는 다.
그러고 나서…….
서걱!
일말의 여지도 주지 않고 목을 베어 날린다. 잘린 머리가 허공으로 치솟고, 달리던 힘을 이기지 못한 몸뚱아리가 바닥을 굴러 댄다.
그 끔찍한 광경을 직시하면서도
홍왕계의 무인들은 멈추기는커녕 오 히려 다 빠르게 공령을 향해 달려들 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앗!”
“죽어라아아아아!”
서걱!
달려들던 이들이 언제 어떻게 쳐 진지도 모를 와이어에 닿아 썰려 나 간다.
하지만 옆 사람의 목이 날아가도, 달리던 이가 다리가 잘려 바닥을 굴 러도 더 많은 이들이 이를 악물며 공령을 향해 달려들었다.
웨이홍의 두 눈이 붉게 물들었다.
‘이 개자식! 실수했구나!’
뼈저리게 실감한다.
이놈은 수로 잡을 수 있는 이가 아니다.
저 와이어는 눈에 보이지도 않고, 지금까지 그가 겪은 그 무엇보다 날 카롭다. 홍왕계 본단 삼대 무력대 중 하나인 천무대의 대원인 그가 보 기에도 공령은 난공불락이다.
그래.
저 작자가 건물의 한 층을 점거 하고 있었다면 말이다.
장담컨대 저자가 그들이 처음 조 우한 곳에서 좁은 공간을 와이어로
집어삼키며 싸웠다면 이곳에 있는 이들이 모두 달려들어도 상대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공령은 자신을 보호해 주 는 콘크리트의 성을 제 손으로 무너 뜨렸다. 와이어란 걸어 댈 곳이 있 어야 진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무 기.
잿더미밖에 남지 않은 이곳, 강제 로 개활지가 되어버린 이 무덤 위에 서는 그 힘이 반감될 수밖에 없다.
웨이홍이 바닥을 박차며 공령에게 날아들었다.
“흐아아아아아앗!”
새파란 검기를 머금은 그의 검이 공령의 머리로 내리쳐진다.
카아아아앙!
물론 그의 검은 공령의 머리에 스치지도 못한 채 허공에 멈춰 섰 다. 하지만 웨이흥은 되레 쾌재를 불렀다.
손.
공령의 양손이 그의 검 좌우로 뻗어져 있다. 지금까지는 손가락을 까딱이는 것만으로 와이어를 자유자 재로 움직이던 공령이 이제는 양손 에 잡은 와이어로 그의 검을 막을 수밖에 없던 것이다.
“제 무덤을 팠구나! 이……
그리고 바로 그 순간.
가각!
공령의 양손이 좌우로 교차했다. 그와 동시에 웨이홍의 검의 중간 어 림에서 불똥이 튀어 오르기 시작했 다.
‘ 뭐?’
파파파파팟!
그라인더로 금속을 갈아대는 것처 럼 그의 검이 폭죽 같은 불똥을 틔 워 올리며 점점 잘려 나간다.
이윽고…….
카강!
거짓말처럼 잘린 검날이 맹렬하게 회전하며 솟구치더니, 이내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웨이홍이 멍하게 그 광경을 바라 보았다.
자른다?
내력을 잔뜩 머금은 검을?
검기, 아니, 검강에 가까운 내력 을 머금은 검을 자른다고?
대체 어떻게…….
“지겹군.”
파아아앗!
그 순간, 웨이홍의 전신에서 따끔
한 통증이 느껴졌다. 굳이 눈으로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수십 가닥의 와이어가 그의 몸을 꿰뚫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아쉬운 일이야. 맹렬하기까지 한 의지도, 새빨갛게 빛나는 증오도 힘 이 없으면 아무런 의미도 없는 법이 지.”
“아아아아아악!”
그 순간, 웨이홍의 몸이 허공으로 쭉 끌려 올라갔다.
밀려 올라간 게 아니다. 말 그대 로 끌려 올라간다. 위쪽에서 자신의 육체를 잡아당기는 강렬한 힘을 느
낀 웨이홍이 반사적으로 하늘을 올 려다보았다.
하지만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다. 무엇도 존재하지 않았다.
“아아아아악!”
전신을 수십 개의 날카로운 면도 날이 난자하는 듯한 격통. 그 끔찍 한 고통 속에서 웨이홍의 눈이 부릅 떠졌다.
“잘 알아둬라, 애송아.”
“너희의 상식이 통할 수준이었다 면, 내가 감히 혹왕의 비도를 자신 할 수 있을 리 없지.”
고개를 홱 내린 웨이홍의 눈에 공령의 양손이 허공을 휘젓는 모습 이 똑똑히 들어왔다. 그와 동시에 공령에게 달려드는 수백의 무인들도 똑똑히 보였다.
“아, 안••••••
이어질 장면을 직감한 웨이홍의 입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안 돼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콰악!
좌우로 쫙 펼쳐진 공령이 무언가 를 잡아채는 것처럼 양팔을 교차한 다.
그러자!
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
맹렬한 기세로 달려들던 홍왕계 무사들의 몸이 수십 조각으로 찢기 며 마치 붉은 폭죽처럼 터져 버렸 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웨이홍의 눈에 는 마치 공령을 중심으로 수백 송이 의 붉은 꽃들이 일제히 피어나는 것 처럼 보였다.
아름답다.
어이없게도 그 모습은 더없이 아 름답기까지 했다.
하나…….
그 화려하기 짝이 없는 광경은
오래 이어지지 않는다. 터져 나간 피와 육편이 바닥으로 쏟아지고, 이 내 공령을 중심으로 붉은, 붉디붉은 피의 호수가 만들어진다.
웨이홍의 눈도 붉게 물들었다.
그의 눈에 피의 호수가 점점이 번져 가는 모습이 똑똑히 보였다. 인간의 몸에서 홀러나온 피가 바닥 을 적시다 못해 사방으로 흘러나간 다.
지옥.
그래, 이건 지옥이다.
공령의 고개가 위쪽으로 향한다.
허공에 꼭두각시처럼 고정된 웨이 홍을 마주본 공령이 가볍게 웃는다.
“이해했나?”
“흐 으0}’0}’0} °} °}
악! 아아아아아아아아악!”
인간의 목으로는 낼 수 없을 것 같은, 끔찍한 비명이 광저우의 하늘 을 가득 메웠다.
하늘조차 그 광경을 보고 싶지 않다는 듯, 새까만 먹구름이 광저우 의 하늘로 끝없이 밀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