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900)
마존현세강림기-1902화(1899/2125)
마존현세강림기 77권 (12화)
3장 내리밟다 (2)
콰아아아앙!
주먹과 창이 맞닿은 곳에서 거대 한 기의 폭발이 일어난다. 지형을 완전히 뒤바꾸고도 남을 거대한 폭 발이지만, 이건 이 둘에게는 겨우 탐색에 불과했다.
콰앙! 콰아아앙! 콰아앙!
내뻗은 주먹과 뱀처럼 낭창하게 휘어지는 창이 연신 허공에서 서로 격돌한다.
한 번, 한 번 격돌할 때마다 가공 할 기의 폭발이 일어나 사방을 휩쓸 었다.
“핫!”
쿠웅!
신창의 발이 바닥을 내리밟는다. 수없이 반복한 동작이 물 흐르듯 연 계되며 그의 손에 들린 창이 마치 용소(龍密)에서 솟아오르는 백룡처 럼 휘돌며 홍왕을 향해 날아들었다.
한눈에 보아도 가공할 와류를 머 금고 날아드는 창을 보며 홍왕이 이 를 질끈 깨물었다.
그의 양손이 황금빛으로 물들며 좌우로 교차된다.
카가각! 카각!
휘도는 창을 교차한 양손이 움켜 잡듯 조였다. 렌치처럼 조여드는 손 안에서 백색의 기운을 잔뜩 품은 창 이 결코 잡히지 않겠다는 듯 맹렬하 게 회전했다.
카가가가가가각! 쿠우우웅!
기와 기가 충돌하며 두 사람이 뒤쪽으로 쭉 밀려났다.
밀려나는 몸을 세워 낸 두 사람 이 맹수와 같은 눈으로 서로를 마주 보았다.
우득, 우득.
홍왕이 가볍게 주먹을 쥐었다 폈 다. 손에 와닿은 창의 힘이 만만치 않다. 맞부딪친 손등이 욱신거리고, 창을 잡으려 한 손아귀가 쓰라려 온 다.
하지만 그건 신창 역시 마찬가지 였는지, 창을 잡고 있는 손을 가볍 게 주물러 대고 있었다.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던 두 사람 의 시선이 서로 교차하는 순간.
파앗!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두 사람 의 육체가 공간을 가르며 상대에게 날아들었다.
“타아아앗!”
십여 개의 창영이 먹이를 노리는 뱀처럼 홍왕의 전신을 노리고 날아 들었다.
홍왕의 주먹 역시 수십 개의 권 영을 만들어내며 날아드는 창영들을 맞받아쳤다.
일격! 또 일격!
단 한 번의 공격만으로도 단련된 무인 수십을 쓸어버릴 수 있는 위력
의 기운들이 서로를 향해 비처럼 쏟 아진다. 더없이 정교하고, 더없이 강 력한!
인간을 초월한 무인들의 공방은, 단순한 찌르기만으로 지형을 바꿔놓 았다.
콰아아아아아아앙 !
또다시 터지는, 거대한 폭발.
흙과 바위로 이루어진 바닥이 마 치 운석이라도 맞은 것처럼 커다랗 게 파이고, 멀찍이 떨어져 있던 나 무들은 그 여파만으로 뿌리가 뽑혀 젓가락처럼 날아간다.
하지만 이건 여전히 가벼운 탐색
에 불과하다.
거리를 벌린 두 사람이 날카로운 시선으로 서로를 마주 보았다.
“ 이상하군.”
먼저 입을 연 것은 바로 신창이 었다.
“이 저열한 시대에 너 같은 무인 이 있다는 게 말이야. 항상 이상하 다고 생각은 했지만, 맞붙어보니 더 확연히 느껴지는군.”
“저열한 시대라……
그 말을 들은 홍왕이 무감정한 눈으로 말했다.
“질 낮은 말이로군.”
“음?”
“무인이란 결국 스스로와 싸우는
존재.”
“주변을 누가 채우고 있는가는 중 요하지 않다. 무위란 스스로의 손과 발로 쌓아 올리는 것. 그 어떤 시대 라 해도 나의 무위는 한 점의 변화 도 없을 것이다.”
그 말을 들은 신창이 즐겁다는 듯 웃었다.
“맞는 말이군. 내가 멍청했다. 인 정하지.”
저만한 무인에게 시대에 휩쓸린다 는 말은 모욕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아쉬움은 여전하군. 네가 지금 태어나지 않고 다른 시대에 태 어났다면, 분명 천하를 발아래 둘 만했을 텐데.”
긴긴 무인계의 역사에 비한다면 그들이 세상을 지배한 시기는 그저 잠깐에 불과하다. 십이비도와 같은 시대에 태어나지만 않았다면, 홍왕 은 분명 긴 무인계의 역사에 그 이 름을 확고히 남겼을 것이다.
“여전히 멍청한 소리로군.”
“음?”
“싸울 상대 없이 홀로 세상에 우 뚝 서는 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다 는 말인가. 나는 나약한 지배자가 되느니, 강한 패배자가 될 것이다.”
신창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확실히 아쉬워……. 너 같은 자 를 죽여야 한다니 말이야.”
“주제를 모르는군.”
홍왕이 가볍게 주먹을 말아 쥐었 다.
‘신창관일.’
그 명성은 몇 번이고 들었다. 고 금제일창이라는 말에 다른 수식어는 필요하지 않다. 그 길고 긴 무인계
의 역사에서도 창으로는 그를 넘을 자가 없다는 의미.
그리고 직접 겪어본 신창의 힘은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우득.
창과 부딪친 손이 찢어질 듯 아 파온다. 강철조차 종이처럼 찢어버 리고, 끓는 쇳물 안에서도 생채기만 한 상처조차 나지 않을 그의 손이 말이다.
하지만 그 고통은 되레 홍왕의 피를 끓게 만들었다.
“마왕이 아니고서야 이런 흥분을 느껴볼 일이 없다고 생각했건만.”
“마왕? 마존 말인가?”
신창이 흥미롭다는 듯 흥왕을 바 라보았다.
“그러고 보면 너는 마존과 싸웠 지. 어때? 그는 여전히 강한가?”
“글쎄.”
홍왕이 미소를 짓는다. 그 미묘한 미소는 그 안에 담긴 뜻을 쉽사리 짐작할 수 없게 했다.
“한 가지는 확실하지. 네가 날 이 기지 못한다면, 마왕과 겨룰 자격조 차 없다는 것.”
“그래?”
신창이 이를 드러냈다.
“그럼 우선 네 목부터 꿰뚫으면 되겠군.”
창이 한 번 크게 회전하고는 다 시 그의 손에 잡힌다.
“먼저 한 가지 힌트를 주지.”
“아아, 그런 표정 하지 말라고. 이건 너를 무시하는 행동이 아니니 까. 다만, 그저 불공평한 것을 좀 줄이고 싶을 뿐이야.”
“불공평?”
“물론 너는 시대 따위는 무시할 수 있는 강자다. 그건 인정하지. 하 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네게는 한
가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말해봐라.”
“경험.”
신창의 말에 홍왕이 눈을 찌푸렸 다.
길고 긴 투쟁의 세월을 살아온 그에게 경험이 부족하다는 말은 합 당하지 않은 평가다. 하지만 홍왕은 신창의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
지금 그가 하는 말의 진짜 의미 를 이해하기 때문이다.
“저열한 시대를 살아온 탓에 너는 좁은 무학의 길만을 보았을 뿐이다. 창의 고수가 어떤 식으로 싸우는지,
창으로 정점에 올랐다는 말이 뭘 의 미하는지도 모르겠지.”
“그러니…… 한 번은 살려주지.”
“이……
파아아아아앙!
투둑!
홍왕이 입을 열려는 순간, 그의 얼굴 바로 옆으로 가공할 기운이 스 쳐 지나간다.
홍왕의 눈이 미묘하게 혼들렸다. 창을 앞으로 쭉 내뻗은 신창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한 번이다.”
“너 이놈……
“신창관일. 내 창은 태양을 꿰뚫 는 창이다. 그게 뭘 의미하는지 이 해해야겠지?”
마치 스승이 제자를 가르치는 듯 한 말투.
알고 있다.
아마도 저 신창이라는 작자의 나 이는 홍왕의 두 배를 넘을 것이다. 지난 삶에서도 최강의 위치에 올랐 으니 천수를 누렸을 것이고, 이번의 삶 역시 백 년에 가까운 기간을 살 아왔을 테니.
하지만 이런 굴욕을 받아들이기에 는 흥왕은 너무도 위대한 자였다.
“강자는 오만할 자격이 있는 법이 지.”
“ 호오?”
“네가 강자라면 말이야.”
신창의 눈이 날카로워진다.
“아직 잘 모르는 모양인데……
창을 잡은 그의 손에 힘이 들어 간다.
“몸으로 알게 해주지!”
파아아아앙!
내지른 창끝에서 뿜어져 나온 기 운이 말도 안 되는 속도로 날아들었
다. 안력에 있어서는 더 오를 곳이 없다고 생각한 홍왕조차도 뭔가 희 끗한 것이 눈앞에서 나타났다고 느 낄 정도였다.
콰앙!
반사적으로 후려친 손끝이 날아드 는 기운을 쳐냈다.
하나 공격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콰앙!
파아아아앙!
어이없게도 홍왕의 손과 맞부딪친 여파의 폭음이 창에서 기운이 발출 되는 소리보다 빨리 들렸다.
기운이 음속을 아득하게 초월한 속도로 날아든다는 의미였다.
수많은 격전을 치러온 홍왕으로서 도 이건 미지의 영역. 살아생전 처 음 겪는 속도의 세계였다.
어마어마한 속도의 창격이 연이어 날아든다. 천하의 홍왕조차 반격은 꿈에도 꾸지 못하고 당장 막아내는 것에 급급할 정도였다.
그리고 연이어…….
콰아아아아아아 아아 !
홍왕의 눈이 살짝 커졌다.
이제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기운의 소용돌이가 그를
향해 날아들고 있었다. 속도를 죽인 대신 위력을 높인!
‘아니!’
단순히 그런 말로 설명할 수 있 는 창격이 아니다.
가로로 눕힌 허리케인처럼 회전하 는 창격이 주변의 모든 것을 휘감아 올린다. 바닥이 통째로 뜯겨 오르며 빨려 들어가 더 미세하게 분쇄되는 것이 눈으로 보일 정도다.
지켜보는 입장이라면 감탄했을 공 격.
하지만 지금 홍왕은 그 공격을 막아내야 하는 입장.
그저 감탄하고 있을 수는 없다.
“후.”
짧게 호흡을 가다듬은 그의 손이 천천히 원을 그려낸다. 그의 손이 지나간 자리에 수많은 수영들이 환 상처럼 생겨난다. 마치 천수관음의 형상처럼 말이다.
우우우웅!
수백, 수천의 수영들이 날아드는 창격을 휘감았다. 수도 없는 수영들 이 으스러지고, 찢겨지고, 또 짓눌려 터져 나갔지만, 사라지는 수영의 수 보다 새로 만들어지는 수영의 수가 더 많았다.
물방울 하나하나가 모여 거대한 강을 이루듯이, 손 그림자 수천, 수 만이 모여들어 창격을 짓누르는 거 대한 손의 형상을 만들어낸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
이윽고 거대한 폭발이 일며 기운 의 파편들이 사방으로 터져 나갔다. 손톱만 한 파편조차 닿는 바위를 으 스러뜨리고, 바닥을 파고들어 연쇄 적인 폭발을 만들어낸다.
땅이 뒤집히고 하늘이 무너진다는 말을 바로 이럴 때 쓰는 것일 터.
“하핫!”
그 무너지는 세상 속에서 신창이
더없이 유쾌한 웃음을 터뜨렸다.
“불문의 무학인가? 괴승이 보면 기겁을 하겠군! 불자도 아닌 놈이 불문의 무학이라니!”
정확하게는 그저 불문에 머무르지 않는 정공(正功)의 형태다.
과거에는 수도 없이 세분화되어 나누어진 무학의 갈래들은, 더는 문 파라는 형식을 유지할 수 없는 세상 이 되자 사라지고 뒤섞이고 합쳐져 이곳에 이르렀다.
홍왕의 무학은 불문의 무학을 잇 고, 도문의 무학을 잇고, 속가의 무 학마저 잇는다. 완연하게 벼려낸 칼
이 아닌, 모든 것을 담는 그릇. 그 게 지금의 홍왕이 이룩한 본질이었 다.
그리고!
폭풍을 거스르며 날아들던 신창에 게 순간 무언가가 다가든다.
‘ 뭣‘?’
파아아아아앙!
가공할 위력의 권기가 그의 얼굴 바로 옆을 스치고 지나간다.
쾌속하게 날아들던 신창의 몸이 정지 버튼을 누른 동영상처럼 그 자 리에 멈춰 섰다.
주르륵.
그의 볼에 생겨난 긴 상처에서 한 줄기 핏물이 흘러내린다.
손을 들어 볼에 흐른 피를 훔쳐 낸 신창이 가만히 그의 손을 붉게 물들인 피를 바라보았다.
상처를 입었다.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그는 홍 왕이라는 이를 그리 무시하지 않는 다. 상처 하나 없이 이길 생각은 애 초에 없었다.
그럼에도 그가 지금 이를 악문 이유는, 그의 볼에 상처를 낸 공격 이 무척이나 눈에 익다는 점 때문이 었다.
“힌트를 준다는 건 가르침을 내린 다는 것.”
그의 귓가에 담담한 홍왕의 말이 들려왔다.
“하지만 네게 배울 것은 없다. 나 의 무학은 너의 사문이 이룩한 것조 차 포용한 것. 네가 아는 모든 것은 나 역시 알고 있다.”
“ 하하••••••
신창의 두 눈에 새파란 살기가 일렁였다.
“이 새파란 놈이!”
“……정말 익숙해질 수 없는 호칭 이로군.”
창을 움켜잡은 신창이 살기를 내 뿜으며 홍왕을 향해 창을 내뻗었다.
섬전.
그 말로도 부족한 창격이 홍왕의 육신을 찢어버릴 듯 날아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