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901)
마존현세강림기-1903화(1900/2125)
마존현세강림기 77권 (13화)
3장 내리밟다 (3)
“요격 중입니다!”
이현수의 말에 이사들이 눈을 크 게 떴다.
“아, 아니, 그게 정보가 바로 들 어오나?”
위긴스의 물음에 이현수가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 어치피 차이커창, 그놈이 우 리한테까지 연락을 해줄 정신이 없 을 것 같아서 미리 상황실 내에 저 희 쪽으로 상황 전파를 할 인원을 보충했습니다.”
위긴스가 헛웃음을 지었다.
‘진짜 이럴 때 보면 제정신이 아 닌 놈인데.’
한 조직의 상황실이란 뇌와도 같 다. 그런 곳에 태연하게 보고책을 밀어 넣는 이현수나 그걸 허락하는 차이커창이나 둘 다 일반인의 상식 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이들이다.
큰 것을 보고 상황을 이끌어 나 가는 능력은 위긴스도 이현수에 못 지않지만, 이런 괴상한 디테일은 도 무지 따라잡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요격 상황은?”
“광저우에 대량의 병력을 투입한 모양입니다.”
“대량의? 아무리 홍왕계의 수가 넘쳐 난다고는 하지만 중국 역시 더 럽게 넓을 텐데, 한쪽으로 대량의 병력을 투입하고도 다른 곳을 방어 할 수 있나?”
“버린 모양입니다.”
“..버려?”
“예.”
이현수가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상대의 공격이 올 만한 범위를 크게 잡고 그 중앙에다가 병 력을 모아둔 모양입니다. 주변에 공 격이 들어오면 바로 반격할 수 있도 록.”
“특정을 한다는 건 포기하는 범위 가 생긴다는 거고, 그럼 그쪽으로 들어오는 공격에는 손을 놔버리겠다 는 건가?”
“그런 듯합니다.”
“그 지역에 있는 지부를 뒤로 물 리는 건?”
“그랬다가는 다른 곳이 함정이라 고 광고하는 꼴이 되겠죠. 지부의 병력 정도는 미끼로 내어줄 생각인 겁니다.”
위긴스가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 다.
일견 타당하다. 아니, 그냥 타당 하다.
십이비도의 특성을 감안했을 때, 피해 없이 상대하는 건 불가능하다. 상대의 몸에 피를 홀리게 하기 위해 서는 이쪽도 피를 홀릴 각오를 해야 한다.
지부 몇 개 정도 날아가는 대가 로 상대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다면 남는 장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못한다.’
전략은 머리로 짜는 것이지만, 그 실행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다.
당장 눈앞에 있는 어린아이를 죽 이는 대가로 어른 열 명을 구할 수 있다면 서슴없이 손을 쓸 수 있겠는 가?
머리로는 손익을 따지지만, 가슴 으로는 그 손익을 추구할지를 정하 는 법.
아무리 상대를 쓰러뜨리기 위한
방책이라지만, 한솥밥을 먹은 이들 수백, 어쩌면 수천에 달할지도 모르 는 이들을 희생양으로 내놓는다는 건 위긴스로서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어쩌면 위긴스와 차이커창이 생각 하는 수의 스케일이 달라서 그런 건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수가 열 배, 아니, 백 배로 줄어든다고 해도 위긴스는 쉽사리 이 작전을 실행할 수 없었을 것이다.
상대를 쓰러뜨리겠다는 살기를 넘 어 어떻게든 칼 하나는 박고 죽겠다 는 독기가 느껴지는 작전이다.
“하지만 설사 십이비도를 포위한 다고 해도 잡아내기 위해서 치러야 할 희생을 생각하면, 이건 손해 보 는 일이 아닌가.”
“손해는 봐도 됩니다.”
“뭐?”
“동등한 가성비로 교환할 생각 따 위는 하지 않을 겁니다. 천 명을 때 려박아서라도 하나만 잡아낼 수 있 으면 됩니다. 마지막에 이쪽이 한 명이라도 더 많이 살아남으면 승리 하는 거니까요.”
이현수가 자신은 차이커창의 생각
을 짐작할 수 있다는 듯 빠르게 말 을 이었다.
“창왕이 살아 있었다면, 혹은 홍 왕계에 도전할 만한 세력이 하나라 도 남아 있었다면 절대 이런 작전은 쓰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 중 국은 완전한 일통을 이룬 상태. 기 껏해야 소수의 창왕계 잔당들이 남 아 저항해 대고 있는 상황에 불과합 니다.”
“그래서?”
“살아남을 수만 있다면 재건은 일 도 아니라는 거죠. 애초에 저들에게 는 다른 어떤 나라와도 비교할 수
없는 가공할 인구와 생산력이 있습 니다. 지금만큼의 힘을 복구하는 건 어려운 일이겠지만, 타국을 압도할 전력 따위는 제로에서 시작해도 십 년이면 만들어낼 수 있을 겁니다.”
이현수의 생각으로 십 년.
차이커창이라면 더 짧은 기간을 생각할 것이다.
“우리와는 동맹과 불가침을 맺었 다, 이거로군.”
“……애초에 회주님은 중국 땅에 는 관심도 없으니까요.”
“그걸 이렇게 이용해 먹히다니……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로군.”
위긴스가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내가 차이커창이라는 자를 잘 아 는 건 아니지만, 그자가 서로 간의 약속이라는 걸 믿고 일을 진행할 타 입은 아닌 것 같은데?”
“예. 그래서!”
이현수가 이를 악물었다.
“홍왕이 직접 요격에 나섰습니다.”
“홍왕이?”
“뭐?”
그 말에 지금껏 딱히 관심을 보 이지 않던 바토르와 장민이 자리에 서 벌떡 일어났다.
“흥왕이 나섰다고?”
“예! 지금 아마도 교전 중인 것 같습니다.”
“시작부터 홍왕이……
바토르가 믿을 수가 없다는 얼굴 로 연신 이현수의 얼굴을 확인했다. 이현수의 입에서 헛소리가 나올 일 은 없으니 믿을 수밖에 없지만, 혹 여나 정보가 잘못되지 않았냐는 의 미다.
“몇 번이고 확인했습니다.”
“……그쪽도 지금 벼랑 끝이로 군.”
바토르는 아마 이곳에 있는 이들 중 홍왕을 가장 많이 겪어본 이다.
그가 아는 홍왕은 딱히 대단히 권위적이거나 거드름을 떨어 대는 타입은 아니지만, 적어도 왕이라 불 리는 이가 함부로 움직여서는 안 된 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는 이였다.
그런 이가 아직 제대로 된 전투 도 벌어지지 않았는데 말단 지부에 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해결하기 위 해서 직접 움직인 것이다.
“차이커창이 홍왕을 움직였나?”
“아니, 절대 그럴 수는 없지요. 이건 홍왕의 의지일 겁니다.”
“옮았군.”
바토르가 이건 확정적이라는 듯
강진호를 슬쩍 바라보았다.
“일단 싸울 일이 있으면 불 본 나 방처럼 달려들고 보는 인간 옆에 좀 머무르더니……
“그거…… 욕 같은데?”
“맞다, 주인.”
강진호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 다.
하지만 이건 뭐라 반박할 수 없 는 말이다. 실제로 강진호가 싸울 일만 있으면 일단 선두로 달려 나가 서 미쳐 날뛰는 건 사실이니까.
“그보다는 최고 전력이 발 빠르게 움직였을 때, 희생을 줄일 수 있다 는 사실을 알았다는 게 맞겠죠.”
이현수가 다급한 얼굴로 말했다.
“지금 들어오는 정보대로라면 두 군데에서 전투가 벌어지는 중입니 다. 광저우에서 홍왕계가 투입한 타 격대가 십이비도 중 하나를 포위하 고, 항저우에서는 홍왕이 십이비도 중 하나와 전투를 벌이는 모양입니 다.”
“다른 쪽은? 다른 십이비도들은?”
“……거긴 전투라고 부를 수 없겠
죠.
학살이 다.
이현수가 한 말의 의미를 이해한 이들이 굳은 얼굴로 지도를 바라보 았다.
“피해가 얼마나 클지는 모르겠지 만…… 최소한 한 군데는 잡아내야 수지타산이 맞겠군.”
“그럴 겁니다.”
“홍왕, 홍왕이라……
광저우가 어찌 될지는 알 수 없 다. 지금의 정보로는 광저우에 얼마 나 많은 병력이 투입되었는지 확인 할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병력의 질도, 그 수도 모르는 상황에서 승
부를 논하는 건 의미가 없다.
그러니 남은 곳은 한 곳!
“홍왕 대 십이비도라……. 적어도 백연홍 정도의 수준으로 봐야겠지?”
“아마도 그럴 겁니다.”
“그럼••••••
바토르가 입술을 살짝 깨물고는 고개를 들었다.
“누가 이기는 거냐?”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들은 이미 홍왕을 겪어보았고, 백연홍도 겪어보았다. 이곳에 있는
이들 중 몇몇은 그 둘 모두와 싸워 보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두 사람의 승부를 예측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어린아이가 어른 둘과 각각 싸워 진다고 해서 그 두 어른 중 누가 더 강한지 알 수 있는 건 아니다.
격차라는 건 그런 것.
지금 그들을 상대한다면 짐작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안타깝게도 이사들이 그들과 싸울 때의 수준은 지금에 미치지 못했다.
이곳에서 그 질문에 답할 수 있 는 이는 오직 하나뿐이다.
“주인!”
바토르가 강진호를 보며 물었다.
“누구냐! 누가 이기는 거냐?”
그러나 강진호는 고개를 내저었 다.
“무리야.”
“나라고 해도 짐작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우선 상대의 실력을 모른 다.”
“백연홍과 비슷하다고 친다면?”
“그래도 마찬가지야. 설사 지금 홍왕이 상대하는 십이비도의 실력이 백연홍과 완전히 같다고 해도 사용
하는 무학의 상성이 다르고, 그날의 컨디션이 다르다.”
u o으..”
— 丁그
•
“위로 올라갈수록 승부란 결국 종 이 한 장 차이로 결정이 나기 마련 이야. 변수가 너무 많아서 누가 이 긴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없다.”
바토르가 입을 다물었다.
‘ 만약••••••
상상하기 싫은 질문이 그의 뇌리 를 휘감아 돈다.
‘홍왕이 지면 어떻게 되는 거지?’ 그건 말 그대로 붕괴다.
홍왕계라는 초거대 문파가 모래성
처럼 무너질 것이다.
“이건 너무 심한 모험이로군.”
“아니. 그렇게 생각할 건 아닙니 다.”
이현수가 딱 잘라 말했다.
“십이비도가 다들 초인의 영역에 접어든 건 사실이고, 홍왕급의 무인 이 열둘이라는 것도 이제는 부정할 수 없지만, 홍왕급이라는 말이 정말 홍왕과 동등하다는 의미는 아닙니 다.”
“최소한 우리보다는 지부가 박살 이 난 홍왕계 쪽이 그들의 실력에
대해 조금 더 잘 파악하고 있겠죠. 그런데도 홍왕이 나서는 걸 막지 않 았다는 건, 최소한의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 있었을 겁니다.”
백 퍼센트의 확률은 아닐지 모른 다.
하지만 그 확률을 백 퍼센트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 홍왕.
홍왕계라는 거대한 문파를 이끄는 수장에게 주어진 의무다.
“최악의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지 도 모른다는 건가?”
바토르가 살짝 안도하려는 찰나였 다.
찰칵.
짧은 금속음과 함께 강진호가 문 담배 끝에 불이 붙는다.
“후••••••
담배연기를 길게 뿜어낸 강진호가 고개를 들어 모두를 바라보았다.
“잘 들어.”
“ 예?”
“이 승부는 홍왕계가 진다.”
“••••••예?”
강진호의 말에 이현수가 눈을 부 릅떴다.
“아, 아니, 지금 단계에서?”
“더 볼 것도 없어. 차이커창이 마
음이 조급해져 실수를 저지른 것뿐 이야.”
강진호가 몇 모금 빨아들이지도 않은 담배를 미련 없이 비벼 껐다. 마치 홍왕계의 운명을 암시하는 듯 말이다.
“더는 지켜만 보고 있을 수 없겠 군. 위긴스.”
“예, 로드!”
“항저우에서 가장 가까운 게이트 가 어디지?”
“그야 당연히 상하이입니다.”
“가지.”
강진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개를 건드리면 주인이 나오는 법 이지. 차이커창이 너무 성급하게 주 인을 내보냈어.”
“서, 설마……
이현수의 턱이 덜덜 떨린다.
“홍왕이 위험하다. 함정에 빠진 건 십이비도가 아니라 바로 홍왕이 야.”
“벌써 균형이 무너지게 만들 수 없지. 최소 인원으로 간다!”
“예!”
이해를 한 이도, 아직 돌아가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이도 더는 생
각할 게 없다는 듯 단호하게 자리에 서 일어났다.
“청마에게 알려줘야지.”
강진호의 입꼬리가 비릿하게 말려 올라간다.
“이제부터 나를 상대해야 한다고.” 강진호를 비롯한 이사들이 바람처 럼 밖으로 달려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