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903)
마존현세강림기-1905화(1902/2125)
마존현세강림기 77권 (15화)
3장 내리밟다 (1)
우드드득!
창날이 사람의 육체를 꿰뚫는 감 각.
손끝으로 전해지는 그 확실한 감 각에 신창의 심장이 요동쳤다.
딱히 살육을 즐기는 건 아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진정한 승부,
한계까지 갈아낸 육체와 육체가 서 로 충돌하는 순간의 긴장이다.
살육 따위는 그에 따라오는 부차 적인 요소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강자, 특히나 그가 인정한 강자의 육체를 그의 창이 꿰뚫고 들어가는 감각은 그에게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압도적인 충족감을 선사한다.
바로 지금 이 순간처럼!
“후욱!”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빛으로 물 든 신창의 눈에 홍왕의 어깨에 틀어 박힌 창의 모습이 똑똑히 보인다.
창날이 살을 가르고 뼈마저 으스 러뜨려 놓았다.
‘이겼다.’
그가 막 창을 더 밀어 넣으려는 찰나.
덥썩.
홍왕의 좌수가 무심하게 자신의 어깨를 파고든 창을 움켜잡는다.
이어 그의 손가락이 창을 부러뜨 릴 듯 과격하게 부여잡고, 서서히 자신의 어깨에서 뽑아낸다.
콰드득!
잘린 육편과 피가 분수처럼 뿜어 져 나온다. 하지만 창을 잡고 있는
홍왕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마치 지금 꿰뚫린 어깨가 그의 것이 아니라는 듯이 말이다.
꾸우우욱!
그리고 연이어!
고오오오오오!
홍왕의 좌수가 눈부신 황금빛을 머금었다.
‘뭐?’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그의 좌수에서 뿜어져 나온 황금 빛 경기가 거대한 빛의 기둥을 만들 어내며 신창의 육체를 말 그대로 휩 쓸어 버렸다.
콰아아아아아아아 !
거대한 소방 호스에서 어마어마한 압력의 물이 뿜어지는 것 같다. 경 기와 닿은 곳은 물론, 닿지 않은 곳 까지 모조리 으스러지고 부서진다.
산과 산으로 이어진 대지를 황금 의 경기가 꿰뚫으며, 산을 무너뜨리 고 대지를 움푹 파낸다.
쿠르르르릉!
아래가 꿰뚫린 산이 무너지고, 뿌 리째 뽑혀 허공으로 치솟은 나무들 이 바닥으로 추락한다.
그야말로 천지가 번복하는 광경이 었다.
“홈.”
기어코 짧은 탄성이 흘러나온다.
홍왕이 뻥 뚫려 피를 뿜어내고 있는 어깨를 지혈했다. 무심한 그의 시선이 검게 구멍이 뚫린 어깨를 한 번 일별하고는 앞쪽으로 돌아갔다.
“쿨럭!”
그곳에는 한쪽 무릎을 바닥에 꿇 은 채 창으로 몸을 지탱하고 있는 신창이 있었다. 홍왕의 경기에 휩쓸 린 그의 몰골은 처참하기 짝이 없었 다.
몸 곳곳의 피부가 터져 나가 반 도 남지 않은 의복들이 모조리 시뻘
겋게 물들어 있고, 한쪽 눈도 큰 상 처를 입었는지 붉은 피를 흘려 댄 다.
“쿨럭! 쿨럭!”
마른기침을 해 대던 신창의 입에 서 검붉은 핏덩어리가 왈칵 쏟아졌 다.
“끄윽••••••
답답한 신음을 토해낸 신창이 덜 덜 떨리는 다리에 힘을 주어 몸을 일으켰다.
‘빌어먹을.’
적의 어깨를 꿰뚫었다는 생각에 일순 긴장의 끈을 놓은 것이 문제였
다. 그의 무위나 경험을 감안한다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
하지만 그 역시 한 가지를 간과 한 것이다.
그의 상대가 될 만한 적과 진정 한 생사결을 나눠본 적이 벌써 백 년이 넘었다. 아무리 경험이 넘쳐 나는 그라고 해도 이 정도의 시간이 홀렀다면 실전 감각은 바닥까지 떨 어져 있을 터.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한 것이 이 일격을 허용하게 만든 것이다.
홍왕의 눈이 그런 신창을 내리눌 렀다.
“이겼다고 생각한 모양이군.”
“네 오만함이 네 살을 깎아먹은 것이다.”
신창이 이를 악물었다.
승기를 완전히 잡은 것은 사실이 었다.
저 눈에 보이는 상처는 그리 중 요하지 않다. 홍왕이 입은 진짜 부 상은 신창의 창이 그의 어깨를 꿰뚫 는 순간 안으로 파고든 그의 기운이 남긴 여파였다.
음한기공의 성질을 띠는 그의 현 천진기가 홍왕의 내부를 뒤흔들고,
기맥 사이사이에 바늘처럼 틀어박혔 을 터.
고수들의 싸움에서 기운이 뒤흔들 렸다는 것은 제 실력의 팔 할도 발 휘할 수 없게 되었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종이 한 장 차이로 승부가 갈 리는 백천간두에서 이만한 부상이면 승부를 결정 짓고도 남는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방심하지 않는 것이었을 텐데.’
제 손으로 자신의 목을 졸라 버 리고 싶은 기분이다.
하지만 이어진 홍왕의 말은 그런
신창의 생각마저 뒤흔들어 놓았다.
“실수였다고 생각하나?”
“착각하지 마라. 처음부터 다시 붙는다고 해도 너는 나를 이길 수 없다.”
신창이 이를 드러냈다.
“아주 기분이 째지시는 모양인 데?”
“허세라고 생각하는가?”
홍왕의 눈이 신창을 억누른다.
“한 가지는 확실하게 알겠군. 네 말대로 혹왕이라는 자는 너는 감히 범접도 할 수 없는 강자라는 걸 말
이다.”
신창의 두 눈이 의혹을 담았다.
왜 이 상황에서 그런 결론이 나 온단 말인가.
“너는 흑왕과 제대로 싸워본 적이 없군. 도전하지 않았어.”
“다시 말해 너는 패할 것이 정해 진 싸움을 전력으로 치러본 적이 없 다는 소리다. 자신보다 강한 자와 싸운 경험이 극단적으로 부족하단 의미겠지.”
“멍청한 소리를 지껄여 대는군.
내가 얼마나 많은 싸움을 치러왔는 지 아는 거냐?”
“그래, 그렇겠지. 하지만 그 싸움 은 언젠가는 이길 수 있는 상대나 지금도 이길 수 있는 상대에게 한정 되겠지.”
“뭔 개소……
신창이 입을 다물었다.
홍왕이 무슨 말을 하는지 그의 머리가 먼저 이해해 버린다.
“넘쳐 나는 재능이 있기에 그 자 리에 올랐지만, 그 넘쳐나는 재능 덕분에 한 번도 넘지 못할 벽을 마 주한 적이 없구나. 너는 그저 지금
껏 상대할 수 있는 이만 상대해 온, 나약한 겁쟁이에 불과하다.”
“개소리하지 마라. 상대하지 않은 게 아니라 내가 모조리 승리한 것이 다.”
“하면 어째서 흑왕에게 굴복했는 가?”
홍왕의 차가운 시선이 신창을 꿰 뚫는다.
“정말 오르고자 하는 이는 굴복하 지 않는 법이지. 이길 수 없다는 것 을 알아도 목숨을 걸고 싸우고 또 싸우는 법이다. 나는 지금까지 그런
이들을 몇이고 보아왔다.”
이 중원에서도, 그리고 중원이 아 닌 작은 나라에서도 말이다.
“그들이라면 흑왕이 아무리 강하 다고 해도 싸우지 않는 쪽을 택하지 는 않는다. 그런데 역사에 그 이름 을 남기고 한 시대를 제패했다고 하 는 이들이 잘도 옹기종기 모여 머리 를 조아리고 있군.”
“••••••네놈.”
“너는 날 이기지 못한다.”
홍왕이 주먹을 말아 쥐었다.
“너의 무력과 나의 무력이 동등하 다면, 넌 절대로 날 이길 수 없다.
나는 이미 나보다 강한 이와 싸우는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이지. 그리고-♦•…
홍왕의 눈에 황금빛의 안광이 번 쩍 였다.
“애초에 너는 나와 동등한 수준도 되지 못한다. 와라, 그 허울뿐인 명 성을 오늘 이 자리에서 끝내주지!”
홍왕의 몸에서 어마어마한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
사위를 압도하는 제왕지기.
상대가 누구든 상관없다.
과거를 지배한 이든, 무인계의 정 점에 오른 이든…….
상대가 누구든 그는 그저 자신의
강함을 증명하면 된다.
“너는 나와 대등할 자격이 없다. 과거의 너는 위대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의 너는 한낱 흑왕의 개에 불과 하다.”
신창의 눈에 핏발이 섰다.
“이 애송이 놈이……
그가 언제 이런 모욕을 받아보았 겠는가.
그는 홍왕이 태어나기도 전, 까마 득한 과거에 이미 천하를 지배했던 이다. 그런 그가 후예라는 말도 민 망한 수백 년 뒤의 무인에게 이런 취급을 받는다?
으드드득.
이를 갈아붙인 신창이 그의 애병 을 부러져라 움켜잡았다.
“한 번 이득을 봤다고 아주 신이 난 모양인데, 그 목이 꿰뚫어주지! 그러고도 어디 지껄일 수 있는지 보 자!”
신창의 발이 바닥을 박찬다.
과거로부터 전해져 온 그 명성이 허울은 아니었다는 듯, 전신에 부상 을 입었지만 그의 창은 조금도 흐트 러지지 않았다.
오히려 부상을 입기 전보다 배는 더 날카롭게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그런 신창을 맞이하는 홍 왕에게서는 강자의 자신감과 여유로 움이 그대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카가아아아앙!
주먹과 창이 맞닿으며 가공할 폭 음을 만들어낸다. 신창의 창이 홍왕 의 주먹을 꿰뚫어 버리겠다는 듯 맹 렬하게 회전했지만, 홍왕의 주먹을 둘러싼 황금의 강기는 태산보다 굳 건하게 신창의 공격을 받아냈다.
콰아아아앙!
폭음이 터지며 뿜어져 나온 경력 이 신창의 좌우를 이리의 이처럼 파 고든다.
“큭!”
신창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뒤 로, 또 뒤로 물러난다.
하지만 홍왕의 권강들은 마치 그 가 물러나길 기다렸다는 듯 위와 좌 우, 삼면을 점하며 산사태처럼 밀려 들었다.
“흐아아아압!”
신창이 창을 크게 휘둘렀다. 그의 창에서 뿜어져 나온 기운들이 밀려 오는 홍왕의 권강을 막아섰지만, 두 기운이 충돌하는 순간, 그의 육체는 속절없이 밀려났다.
“컥!”
목 안에서 핏물이 솟구치고, 무릎 이 금방이라도 꺾일 듯 휘청댄다.
질질 끌리는 발을 바닥에 계속 박아 넣어보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이 어마어마한 내력을 제자리에서 받아내는 건 불가능했다.
게다가…….
‘이 빌어먹을 놈이!’
그의 창은 해를 뚫는 창.
직선적인 공격에 있어서는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기운을 집중하여 일점을 돌파할 수 있다면, 설사 저 혹왕이 상대라 해도 동수를 이룰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를 공격하는 기운 들은 그의 전면을 노리지 않는다.
위, 그리고 좌우, 심지어 뒤로 돌 아 후면을 노려오기까지 한다.
창은 검보다 긴 장병기다.
찔러 들어갈 때, 전면을 노리고 공격할 때는 검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위력을 낼 수 있는 병기가 바로 창이다. 하지만 그런 만큼 좌 우와 뒤쪽으로는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는 무기가 바로 창이다.
절정에 오른 이는 병기의 특성마 저도 초월하는 법이지만, 상대 역시 같은 수준에 올라있다면 무력만으로
는 그 근본을 뛰어넘을 수 없는 법.
“흐아아아아아아압!”
신창이 비명과도 같은 고함을 내 지르며 창을 찔러낸다. 한 번으로 안 되면 열 번, 열 번으로 안 되면 백 번 찔러내면 그만인 법!
한계까지 내력을 끌어 올린 보람 이 있었는지, 밀려오던 홍왕의 경기 가 꿰뚫리고 으스러진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쿠우우웅!
신창의 눈이 부릅떠졌다.
전면.
그의 창이 가장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범위기에 완전히 비워져 있던 곳.
그곳에 홍왕이 환상처럼 나타나며 진각을 내밟는다.
‘ 연대구품?’
존재할 수 없는 곳에 존재하는 것.
공간을 뛰어넘듯 나타난 홍왕이 바닥을 내리밟으며 가장 단순한 정 권 지르기의 준비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신창은 보았다.
그를 중심으로 세상의 기운이 빨 려 들어가는 것을 말이다. 호수 아
래 뚫린 구멍으로 호수가 소용돌이 치며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광경.
신창이 반사적으로 창을 움켜잡았 다.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가 장 강한 일격이 머리를 거치지 않고 몸으로 구현된다.
일섬관일(一芮貫 日).
육체를 휘도는 음한기공과 양강지 공이 충돌하며 만들어진 뇌력(雷方) 이 그의 창을 움직였다. 육체는 그 저 날뛰는 뇌력을 따라 갈 뿐!
“으아아아아아앗!”
한 치의 군더더기 없는 창격이
홍왕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홍왕이 감고 있 던 두 눈을 뜨며 정권을 내질렀다.
패왕천붕격 (顯王天筋擊).
눈을 멀게 할 것 같은 눈부신 황 금빛이 세상을 뒤덮었다.
그와 동시에 세상을 감싼 검은 하늘 위로 천신이 내리꽂은 빛의 창 과도 같은 황금의 권력이 환상처럼 틀어박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