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908)
마존현세강림기-1910화(1907/2125)
마존현세강림기 77권 (20화)
4장 지원하다 (5)
처음 보는 이였다.
그래, 분명히 지금 처음 마주하는 이였다.
하지만 이상하지.
낭곤과 파권은 지금 그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사내가 누구인지 알 것 같았다. 아니, 그건 예측이나 추
측이라기보다는 확신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인식이었다.
낭곤이 자신도 모르게 혀로 입술 을 핥았다.
바짝 말라 버린 입술이 팽팽하게 당겨지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조 금 전까지는 전신에 여유를 품고 있 던 그의 몸이 지금 이 순간은 지평 선을 가득 채우며 몰려오는 적의 대 군을 바라보는 신입 병사처럼 긴장 으로 굳어져 있다.
‘사람인가?’
다르다.
이건 그저 ‘강한가’, ‘그렇지 않은
가’의 문제가 아니다.
보라.
우거진 숲.
마치 자라난 가지가 어둠을 그러 쥐고 있는 듯, 검게 물든 숲에서 한 사내가 걸어 나온다. 그가 한 걸음 을 옮길 때마다 주변의 어둠이 일렁 이며 환호하는 것만 같다.
“ 마존••••••
파권의 입에서 억눌린 신음이 흘 러나왔다.
저벅저벅.
어둠 속에서 걸어나온 이의 시선 이 파권과 낭곤에게 가닿는다.
그 시선을 마주한 파권과 낭곤이 저도 모르게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보이는 모습은 그들이 생각한 것 과는 너무도 다르다.
그럴 수밖에.
그들에게 있어서 마존은 전대의 인물이다. 어릴 적부터 그들은 마존 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자라났다. 그 이야기 속의 마존은 철저한 파괴 자.
모든 마를 지배하며, 세상 모든 것을 어둠으로 짓눌러 먹어 치우는 압제자다.
하지만 그 괴악한 이미지와는 다
르게, 지금 그들의 눈에 보이는 이 는 그저 평범한 청년이었다. 진한 색의 청바지와 밝은 맨투맨, 그리고 그 위에 걸친 항공 점퍼까지.
길을 걷다 보면 언제든 마주칠 수 있는, 평범한 청년의 모습이다. 핏빛으로 물들인 휘황찬란한 장포로 전신을 두른 것도 아니고, 검은 무 복으로 몸을 감싼 장발의 마인도 아 니다.
그래. 그저 평범하다.
하지만 파권도, 낭곤도 눈앞의 사 내가 마존임을 조금도 의심하지 못 했다.
보라.
그 모습이야 평범할지 모르지만, 그 기운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저 청년 주위의 기운들이 비명을 질러 댄다.
누가 그랬던가.
무학이란 결국 자연을 닮아 그에 동화되는 과정이라고.
드높은 무학을 이룩해 낸 이는 그 스스로 자연이 되어간다고 말이 다.
그 말을 지껄인 이에게 지금 그 들의 눈앞에서 펼쳐지는 광경을 보 여준다면 뭐라 변명할 것인가.
저건 동화 같은 게 아니다.
말 그대로 압제.
마존의 존재 자체가 주변의 기운 들을 밟아 누른다. 기운들이 비명을 내지르며 으스러지고 빨려 들어간 다.
‘결이 다르다는 건가……
전신에 소름이 돋는다.
이제는 인간적인 감정이 많이 지 워진 그들이지만, 저 광경을 보고서 는 전율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마인.
그들의 시대에는 거의 볼 수 없 던 마인. 그 마인들의 정점에 선 이
를 그들은 마침내 마주하고 만 것이 다.
결이 다르다.
아무리 마도를 걷는 자라고 해도 결국은 같은 무학의 길에 선 자. 차 이가 있어봐야 뭐 얼마나 대단히 다 르겠느냐 생각했지만, 막상 마존을 눈앞에 둔 순간, 그들은 자신들의 생각이 얼마나 안일했는지를 뼈저리 게 실감해야 했다.
저건 애초에 다른 생물 같다.
도무지 저자가 그들과 같은 피와 살로 이루어진 존재라는 것을 이해 할 수 없다.
불가해의 존재.
그건 마치…….
타다닥.
강진호의 입에 물린 담배가 새빨 간 불꽃을 태워낸다.
가만히 두 사람을 바라보던 강진 호의 시선이 홍왕에게로 향했다.
서 있는 것조차 힘겨워 보이는 홍왕을 본 강진호가 쓴웃음을 머금 었다.
“꼴이 말이 아니군.”
홍왕이 멍하니 강진호를 바라보았
다. 그러고는 이내 헛웃음을 홀렸다. 입도 제대로 뗄 수 없을 정도로 처 참하던 몸에 기운이 조금씩 돌아오 는 것 같다.
웃긴 일이다.
안도감이라니.
세상에 저 마왕을 보고 안도감을 느끼다니, 이건 그가 미쳐도 제대로 미쳤다는 중거이리라.
“……어떻게 알고 왔나?”
“그리 어렵진 않아.”
강진호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 했다.
“많이 보던 수법이라 말이야.”
홍왕이 고개를 내저었다.
대체 어떻게 강진호가 여기에 나 타났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지금 그가 처한 상황에서 마주할 수 있는 최고의 구원이 지금 도착했다는 점.
“네게 손을 벌리고 싶지는 않지 만…… 솔직히 허세를 부릴 여력도 남아 있지 않다.”
“물러서 있어.”
강진호가 앞으로 한 발 더 나섰 다.
“알아서 처리하지.”
흥왕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뒤로 한 발 물러났다. 그와 동시에 강진호가 나온 숲속에서 몇 개의 발 자국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거••••••
선두에서 모습을 드러낸 바토르가 입꼬리를 쭉 말아 올렸다.
“딱 봐도 만만찮은 양반들인데.” 파권이 눈을 가늘게 떴다.
조금 전, 낭곤에게 날아든 그 가 공할 권력의 주인이 바토르라는 것 을 바로 알아본 것이다. 그 뒤를 이 어 나타난 장민과 위긴스, 그리고
방진훈의 모습까지 확인한 파권의 얼굴이 굳어졌다.
“총회는……
파권이 입술을 뒤틀었다.
“마존 외에는 딱히 신경 쓸 것 없 는 별 볼일 없는 놈들만 모여 있다 고 들었는데.”
“정보가 잘못됐나?’’
만만치 않다.
직접 권을 섞어보기 전에는 상대 의 실력을 정확하게 가늠하기 어려 운 법이다. 하지만 저들에게서 느껴 지는 감각과 기운만 보더라도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라는 점만은 명백 하게 알 수 있다.
정보가 잘못된 건지, 그게 아니면 믿기 어렵게도 그 짧은 시간 만에 모두가 성장한 것인지는 잘 알 수 없지만…….
‘좋지 않아.’
확실한 것은 지금 나타난 이들도 쉽게 상대할 수 없는 강자라는 점이 다.
‘어떻게 하지?’
낭곤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애초에 혹왕은 대부분의 일을 그 들의 자율에 맡기는 사람이다. 이번
에 그들이 받은 명령은 항저우 주변 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거물이 나타 나면 잡아 죽이라는 명령뿐.
‘마존과 조우하게 될 거라는 말은 듣지 못했다고.’
그러니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총회의 참전에 대한 이야기는 듣 지 못했다. 아무리 흑왕계가 주먹구 구식으로 돌아가는 곳이라고는 하 나, 이 중요한 정보를 말해주지 않 을 리는 없을 터.
그렇다는 건, 지금 이 자리에 마 존이 나타난 것은 그 혹왕조차 예상 하지 못한, 의외의 사태라는 의미다.
낭곤의 시선이 강진호에게로 향했 다.
“처음 뵙겠습니다, 마존이시여.”
“그 찬란한 위명, 항상 들어왔습 니다.”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위명이 아니라 악명이겠지.”
“……뭐든 어떻습니까. 중요한 것 은 온 강호가 당신의 업적과 힘을 그 오랜 세월 동안 찬탄해 왔다는 사실 아니겠습니까.”
강진호의 시선이 낭곤을 똑바로 주시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낭곤이 마른침을 한 번 삼켰다.
목소리가 한 번 오갈 때마다, 시 선이 한 번씩 마주칠 때마다 전신의 털이 곤두서는 느낌이다.
“제가 감히 그분의 의중을 짐작할 수는 없지만…… 흑왕께서는 마존과 적대하기를 원하시지 않는 것으로 압니다.”
낭곤이 강진호를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마존께서…… 아니, 총회 가 흑왕계를 막아서며 홍왕을 보호
한다는 것은 지금부터 총회가 흑왕 계의 적으로 돌아선다는 의미로 이 해해도 되겠습니까?”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그 웃음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낭곤이 눈을 찌푸리려 할 때, 심드 렁한 강진호의 목소리가 그의 귀를 파고들었다.
“그렇다면?”
낭곤의 숨이 조금 가빠졌다.
“흑왕을 적으로 돌리시겠다는 겁 니까? 그 선택이 어떤 상황을 초래 할지 당신 정도 되시는 분이 모를
리는 없을 텐데요?”
강진호가 웃었다.
옅은 미소를 띠고 있는 그가 커 다란 웃음을 보였다. 하지만 그 웃 음은 되레 낭곤의 심장을 조여왔다.
“어떤 상황?”
“ 해봐.”
“나도 궁금하군. 대체 어떻게 되 는지 말이야.”
“이익••••••
낭곤이 뭔가 더 말을 하려는 순 간, 파권이 손을 들어 막았다. 그러
고는 싸늘하기 짝이 없는 소리로 입 을 열었다.
“의미도 없는 소리 지껄이지 마 라. 애초에 이곳에 모습을 드러낸 순간, 다 끝난 이야기다.”
낭곤 역시 그 사실을 모르지 않 았다.
그럼에도 굳이 확인을 하려 한 이유는, 저 흑왕이 오로지 마존이라 는 사람 단 하나에 대해서는 다른 이들과는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인다 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흑왕에 대한 공포는 무감정함에서
나온다.
그는 필요하다면 백 년을 함께 인연을 맺어온 이조차 벌레처럼 눌 러 죽여 버릴 수 있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백연홍이 흑왕의 손에 팔이 잘려 나갔다는 사실을 들었을 때, 십이비도 중 누구도 놀라지 않 은 것이다.
하지만 저 강진호만은 다르다.
다른 이들이 감히 흑왕에게 살의 를 보이고 적개심을 드러냈다면, 혹 왕은 그 자리에서 그를 처절한 고통 속에 죽게 만들거나 다시는 혹왕의 앞에서 적개심을 드러낼 수 없을 정
도로 철저하게 짓밟았을 것이다.
과거의 그들이 당했듯이.
하지만 강진호만은 아니었다. 흑 왕은 강진호에게만은 자신의 원칙을 적용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런 강 진호를 적대하는 것은 십이비도에게 도 부담일 수밖에 없다.
백연홍 같은 미친놈이야 그런 걸 신경 쓰지 않는다지만, 제정신이 박 힌 이들은 강진호의 존재가 부담스 러울 수밖에 없으니까.
낭곤이 홍왕과 강진호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홍왕 하나를 잡기 위해 그들 둘
이 필요했다. 그럼 강진호와 저들 넷을 잡기 위해서는?
‘계산할 필요도 없군.’
지금 전력으로는 불가능하다.
냉정하게 말해 강진호조차 그들 둘이서 상대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 다. 저 강진호의 저력은 이렇게 눈 으로 보는 것만으로는 그 끝을 가늠 할 수 없으니까. 직접 손을 맞대봐 야 저자가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 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도박은 불가능해.’
그들은 이제 늑대가 아니다.
그들은 사냥개. 목적을 이루기 위 해서 철저하게 훈련된 사냥개와 같 다. 자신의 권한을 넘어서는 선택도, 위험을 감수하는 모험도 허락되지 않는다.
완벽한 자율 속에는 그보다 더 완벽한 한계가 확고하게 존재하는 것이다.
“……물러난다.”
파권의 격렬한 눈빛이 낭곤에게 틀어박혔다.
“우리에겐 권한이 없다.”
파권이 입술을 짓씹듯 깨물었다.
그 역시 낭곤의 한 말의 의미를 이해하고 있다. 고집을 부릴 상황이 아니라는 것도.
“……알겠다.”
낭곤이 강진호를 바라보며 낮게 말했다.
“마존께서 막아서신다면 저희는 별다른 도리가 없지요. 물러나겠습 니다. 하나 다음에 만날 때는 지금 처럼 순순히 물러나드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 말을 들은 강진호가 희게 웃 었다.
“착각하는군.”
“••••••예?”
“말했잖아, 나는 그럴 생각이라고 말이야. 그러니까 쉽게 말하자면, 너 와 나는 적이라는 거지.”
“그리고 나는 적을 살려 보내는 타입이 아니야.”
그 순간, 강진호에게서 차가운 살 기가 홀러나왔다.
격렬하지 않은, 가라앉은 살기. 그래서 더욱 섬뜩하게 느껴지는 살 기였다.
“한 놈은 살아남을지도 모르겠군. 잘린 목을 흑왕에게 가져다 줄 사람
이 필요하니까.”
강진호의 몸에서 진득한 마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너무도 짙어 세상을 검게 집어삼 킬 것만 같은, 짙은 마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