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910)
마존현세강림기-1912화(1909/2125)
마존현세강림기 77권 (22화)
5장 반격하다 (2)
휘청인다.
이전처럼 태산을 연상케 하는 덩 치는 아니지만, 지금의 바토르 역시 거한이라는 말로는 표현하기 힘들 만큼 커다랗다.
하지만 그 덩치가 일격에 휘청이 며 뒤로 물러난다.
“큭!”
바토르의 손이 자신도 모르게 얻 어맞은 턱을 감쌌다.
코 아래가 사라진 듯한 충격.
과거의 그였다면 이 일격만으로 깔끔하게 정신을 잃었을 것이다. 그 러나 벽을 넘었기에 이 일격을 허용 하고도 의식을 부여잡고 있을 수 있 다.
‘ 뭐냐!’
아주 짧은 교환이었다.
그로써 느낀 것은 두 가지.
의외로 그와 낭곤 사이에 내력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낭곤 쪽이
내력이 더 높은 건 사실이지만, 이 정도 차이는 운용에 따라 극복 가능 한 정도다.
하지만 낭곤과 자신의 기술 사이 에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었다.
전력을 다해 내뿜은 일격을 저리 간단하게 뒤틀어 버린다?
그리고 그 힘을 받아낸 여파를 흘려내며 바로 공격으로 전환한다?
‘빌어먹을!’
말은 쉽다. 말은 너무 쉽다.
하지만 저건 풀 액셀을 밟으며 전속력으로 달려오는 트레일러를 옆 으로 밀어내고는 단 1초의 딜레이도
없이 앞으로 전력 질주를 하는 것과 그리 다르지 않은 행위다.
머리로 그려내기는 쉽지만, 몸으 로 행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 었다. 하지만 낭곤은 숨 쉬듯 자연 스럽게 그의 기운을 밀어내고 그의 턱을 후려쳤다.
그와 낭곤이 가진 경험과 운용의 차이를 직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다.
하지만…….
바토르가 터진 입안에서 흘러나온 피 맛을 느끼며 이를 드러냈다.
그의 만면에 떠오른 웃음을 본 낭곤이 눈을 찌푸렸다.
“••••••웃어?”
“ 흐흐흐..
낭곤의 눈이 좀 더 가늘어졌다.
방금 일격은 제대로 들어갔다. 아 무리 저자의 육체가 단단하다고 해 도 일반인이 헤비급 복서의 주먹에 무방비로 얻어맞은 충격 정도는 될 것이다.
턱이 부서지고 뇌가 흔들렸을 터.
그런데도 웃는다?
“……이놈이?”
지금껏 그의 앞에서 허세를 부린
이가 어디 한둘이었겠는가.
다리가 으스러지고 팔이 뽑혀 나 가도 허세를 부려 대며 웃는 이는 몇이나 봤다. 하지만 그렇기에 오히 려 알 수 있다. 저건 허세 같은 게 아니다.
바토르가 손을 뻗어 턱을 움켜잡 는다.
주르륵.
흘러내린 피가 손을 적셨지만, 그 뜨거움이 오히려 바토르를 기껍게 만들었다.
웃을 수밖에 없다, 웃을 수밖에.
‘예전이었다면?’
절망조차 하지 않았겠지.
그저 얻어맞았다는 사실에 분노해 길길이 날뛰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 금의 그는 낭곤과 자신의 차이를 확 연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 말인즉슨.
‘사정권이라는 거지.’
극복이라는 건 인식에서 시작하는 법이다. 선두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 야 따라잡을 수 있는 법이니까.
백연홍과 맞붙었을 때, 그는 자신 이 왜 패배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 다.
그건 그저 격차.
더 강한 이에게 패하는 것.
어디가 어떻게 더 강하고,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까마득한 격차였다. 그 압도적인 차이 앞에 얼마나 절망했 던가.
하지만 지금 낭곤은 그의 사정권 안에 있다.
“피가 끓는군.”
바토르의 눈에 살광이 어렸다.
이자가 백연홍과 대등한 강자라 면, 그는 이 짧은 시간 만에 마침내 백연홍을 자신의 사정권 안에 잡아 넣은 것이다. 그런데 어찌 웃지 않
을 수 있나.
“계속하자고! 이 기분이 식기 전 에!”
바토르가 짐승 같은 노성을 내지 르며 낭곤에게 달려들었다.
낭곤이 양팔을 벌리며 달려드는 바토르를 보며 눈을 일그러뜨렸다.
‘잘도!’
초식이고 뭐고 없다.
양팔을 휘두르며 달려드는 모습이 무인이라기보다는 커다란 짐승을 연 상케 한다. 삼류 무인조차 하지 않 을, 무의 기본에 어긋난 공격.
하지만 그 공격이 저 바토르에게
서는 더없이 강렬하고, 또한 효과적 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었다.
낭곤은 안다.
방법이야 아무래도 좋은 법.
고상하게 상대를 쓰러뜨리나, 피 투성이가 되어 바닥을 구르며 목에 칼을 박아 넣으나 같은 승리일 뿐이 다.
승리, 그리고 생존이라는 목적 아 래서는 모든 것이 정당한 법.
“하아아아압!”
바토르가 곰이 나무를 움켜잡는 것처럼 양팔로 낭곤을 움켜잡아 갔 다.
베어 허그.
무식하고 단순하다는 말이 딱 어 울리는 공격이지만, 육체의 강건함 하나만큼은 십이비도를 확연히 뛰어 넘는 바토르에게 더없이 어울리는 공격이었다.
그리고 이건 일반적인 베어 허그 가 아니다.
그 속도는 경이적일 정도고, 그 힘은 산을 안아 부수고도 남는다.
콰아아아아!
달려드는 육체의 질량과 속도만으 로 땅거죽이 뒤집힐 정도였다.
낭곤의 얼굴이 삽시간에 굳어졌
다.
“큭!”
뒤로 달아나는 속도로는 달려드는 바토르를 떨쳐 낼 수 없다는 것을 직감한 낭곤이 되레 앞으로 돌진했 다.
그와 동시에 그의 육체가 바닥에 스칠 듯이 낮아졌다.
“오오오오오!”
바토르가 펼친 양팔을 그대로 아 래로 내려쳤다. 마치 낭곤의 몸을 바닥에 그대로 박아버리겠다는 듯 이.
하나 그가 내려치는 속도보다 낭
곤이 달려드는 속도가 배는 더 빨랐 다.
빠아아아아악!
듣는 이가 절로 움찔하게 만드는 소리와 함께 낭곤의 곤이 바토르의 정강이를 그대로 후려쳤다.
철탑을 연상케 하는 바토르의 육 체가 어이없이 흔들렸다.
빠악! 빠아악! 빠악!
연이어 발등과 발목, 무릎에 몽둥 이가 틀어박힌다. 쉴 틈을 주지 않 는 가공할 속도의 연계.
낭곤 정도 되는 무인이 속도와 간결함에 치중한 채 최대한 작은 동
작으로 연격을 펼치면 어떻게 되는 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광경이었 다.
낭곤이 몽둥이를 잡은 주먹으로 그대로 바토르의 허벅지를 내리찍었 다.
콰드드득!
삐죽한 몽둥이의 손잡이 부분이 바토르의 허벅지 근육을 찢으며 살 을 뚫고 틀어박힌다.
휘청.
바토르의 몸이 기우뚱한다. 하지만!
“오오오오오오!”
바토르가 내력으로 육체의 무게를 더했다. 얼마나 내력을 끌어 올렸는 지, 굳건히 붙은 발이 단단한 바닥 을 진흙처럼 뭉개 버렸다.
그와 동시에…….
콰아아아아아아아앙 !
어마어마한 내력을 실은 양팔이 바닥을 그대로 내려쳤다!
마치 벙커 버스터라도 떨어진 듯 둘의 아래를 채우고 있던 바닥이 액 체처럼 치솟아 올라 사방으로 터져 나갔다.
콰르르르르르릉!
지진이라도 난 듯 세상이 흔들리
고, 멀쩡한 나무가 뿌리째 뽑혀 바 닥을 나뒹군다.
흙먼지가 마치 구름처럼 피어나 주변을 휩쓸어갔다.
위긴스가 지체 없이 손을 휘저었 다. 그와 동시에 강풍이 불며 시야 를 가리던 홁먼지가 깔끔하게 씻겨 나간다.
“호……
이윽고 드러난 광경을 본 위긴스 가 눈을 크게 떴다.
우뚝 서 있는 바토르.
그의 바로 앞에 커다란 구덩이가 만들어져 있다. 하지만 위긴스를 놀
라게 한 것은 구덩이가 만들어졌다 는 사실이 아니라 그 형태였다.
깊다. 너무도 깊다.
과거의 바토르 역시 땅거죽을 뒤 집을 만큼의 파괴력을 낼 수 있었 다. 하지만 그 구덩이의 형태는 커 다란 크레이터의 형태를 띠곤 했다.
하지만 지금 저 형태는 지금껏 보던 것과는 명백히 다르다.
내려친 주먹이 만든 구멍은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아래로, 아래로 뚫린 구멍이 아미 지옥으로 가는 문 처럼 뚫려 있다.
‘부수었다’기보다는 ‘꿰뚫었다’가 좀
더 정확한 표현.
‘힘이 더 강해서가 아니야.’
과거에는 방만하게 사방으로 퍼지 던 힘이 한 점으로 모이기 시작한 것이다.
내려치기.
그래, 단순한 내려치기에 불과하다. 하지만 저 힘이 하나로 모인다면? 바토르의 신력과 내력을 감안한다 면, 저 아무것도 아닌 내려치기가 천하의 신공절학보다 더한 위력을 내게 될 터.
똑같은 방식으로 싸운다고 해도 과거의 바토르와 지금의 바토르는
비교가 불가능한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크흐••••••
바토르가 고개를 내려 허벅지에 뻥 뚫려 있는 구멍을 바라보았다.
‘ 엄청나군.’
저건 봉도 아니고, 검도 아닌 곤.
그러니까 몽둥이다.
현대의 경찰들이 쓰는 단봉과도 같은 몽둥이. 그런 몽둥이로 그의 육체를 꿰뚫는다는 게 얼마나 어려 운 일이겠는가.
하지만 낭곤은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해낸다. 상대가 얼마나 강한지
뼈저리게 실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내가 말했지?”
“완전히 뭉개준다고 말이야.”
낭곤이 교차한 곤을 천천히 내렸 다.
그의 눈에 지금껏 보이지 않던, 들끓는 살기가 일렁인다.
하지만 상황을 지켜보던 이사들의 시선을 잡아끈 것은 그 눈빛이 아니 라 가늘게 떨리고 있는 낭곤의 봉끝 이었다.
왼손에 잡은 곤이 오른손의 곤과
는 다르게 미세하게 떨린다. 그 손 을 넘어 팔을 따라 이동한 시선이 낭곤의 왼쪽 어깨에 고정된다.
으스러져 사라진 어깨의 옷.
덕분에 드러난 어깨의 피부가 검 게 죽어 있다. 몸을 빼내는 것은 성 공했지만, 바토르의 공격을 완벽히 피하는 데는 실패한 것이다.
“뭔……
낭곤이 이를 뿌득 갈았다.
자신의 곤이 저놈의 다리를 수도 없이 후려쳤다. 웬만한 고수라면 다 리의 핏줄이 모조리 터지고, 뼈가 모두 으스러져 흐물흐물해져 죽었을
터.
하지만 저 망할 놈은 그의 연격 을 그대로 얻어맞고도 두 다리로 몸 을 지탱하고 서 있다.
대체 몸뚱어리가 어떻게 생겨 먹 은 건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그 육 체의 단단함만 따지고 보자면, 조금 전에 손을 섞은 홍왕조차 비교가 되 지 않는다.
게다가…….
욱씬! 욱씬!
어깨에서 느껴지는 통증이 이를 악물게 만든다.
그저 조금 스쳤을 뿐이다. 제대로
얻어맞은 것도 아니고, 말 그대로 스친 정도.
하지만 그 여파는 결코 작지 않 았다.
단 1밀리미터만 더 깊게 맞았어 도 왼팔을 쓰는 게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손해 보는 장사로군.”
이쪽은 수도 없이 쳐야 겨우 대 미지를 먹일 수 있는데, 저쪽은 스 치기만 해도 이득을 볼 수 있다.
이건 너무 불합리한 처사다.
‘외공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다 니. 과거, 소림의 무승들도 이 정도
는 아니었는데……
경이롭다.
하지만…….
“너무 느려.”
낭곤의 몸이 순간적으로 바토르와 의 거리를 좁혔다.
“큭!”
눈앞에서 사라진 이가 자신의 바 로 앞에서 나타나는 것을 본 바토르 가 반사적으로 권격을 날렸다.
하지만 살짝 당겨진 그의 주먹이 채 뻗어지기도 전에 낭곤의 곤이 그 의 겨드랑이에 틀어박혔다.
콰앙!
이어서 또 하나의 곤이 팔꿈치 안쪽을 후려치고…….
콰앙!
연이어 겨드랑이에 틀어박힌 곤이 채 뻗어지지 못한 손목을 후려 갈겨 방향을 틀어버렸다.
콰아아아아아!
내력은 전해진다.
하지만 방향이 뒤틀린 채 발출된 권력은 갈 곳을 모르고 엄한 산등성 이를 부술 뿐이었다.
“이!”
바토르가 두 눈에 핏발을 세운 채 낭곤의 머리에 자신의 머리를 들
이받아 갔다. 하나……. 콰득!
그의 몸이 채 다 굽혀지기도 전 에 쭉 뻗은 낭곤의 곤이 그의 목을 꿰뚫듯 찔렀다.
천하의 바토르도 이걸 무시할 수 는 없었는지, 격하게 굽혀지던 그의 육체가 멈춰 섰다.
그런 후…….
속도를 잃은 거대한 육체는 그저 샌드백에 불과한 법.
낭곤의 곤이 춤을 추듯 수많은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비처럼 쏟아 지는 기운들이 바토르의 몸에 쏟아 졌다.
가죽 북을 두드리는 듯한 소음과 함께 바토르가 피를 뿌리며 뒤로 튕 겨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