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912)
마존현세강림기-1914화(1911/2125)
마존현세강림기 77권 (24화)
5장 반격하다 (4)
“후욱.”
낭곤의 입에서 단내가 홀러나온 다.
바토르의 육탄 박치기에 얻어맞는 순간, 맨몸으로 덤프트럭에 치인 것 같은 충격을 느껴야 했다. 내공을 담은 몸이 아닌, 평범한 몸으로 말
이다.
“쿨럭!”
입으로 피가 줄줄 흘러나왔다.
‘부스러졌나?’
아무래도 몸 상태가 심상치 않다.
몸과 몸이 맞부딪치는 순간, 혼신 의 힘을 다한 공격이 적의 턱을 후 려갈길 수 있었기에 숭리라는 결과 를 얻어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다시 생각해도 아찔하기 짝이 없는 순간 이었다.
‘빌어먹을.’
처음 바토르와 마주했을 때, 이런 결과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와
바토르의 차이는 극명했고, 백 번 싸우면 아흔아홉 번은 이길 수 있는 상대였으니까.
승리. 그래, 승리다.
하지만 세상에는 기뻐할 수 없는 승리도 분명 존재한다.
결코 상대가 되지 않을 거라 여 긴 이와 맞싸우며 몸이 으스러질 것 같은 부상을 입었는데, 이 숭리를 어떻게 기뻐할 수 있단 말인가.
낭곤이 이를 악물며 바닥에 쓰러 져 있는 바토르를 바라보았다.
의식을 잃고 쓰러진 그의 턱에 선명한 곤봉 자국이 나 있다. 저 일
격이 정확하게 들어가지 못했다면 승부는…….
‘아니. 그래도 내가 이겼다.’
그래. 그건 절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 이상의 손해를 감수 해야 했다는 건 명백하다.
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전투 중에 방식을 바꾼다고?’
성장?
아니, 아니지.
하늘이 내린 천재라고 해도 그 짧은 전투의 와중에 그런 파격적인 성장은 절대로 불가능하다. 낭곤 역 시 누군가에게 천재라 불리던 사람
이기에 알 수 있다.
이건 성장이라기보다는 최적화에 가깝다.
더욱 강력해진 육체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전투 방식과 내력의 운용법을 싸우는 와중에 확립해 나 갔다는 의미다.
그건 다시 말해…….
‘다음에는 더 강해지겠군.’
낭곤의 눈이 엎어진 바토르의 머 리로 향했다. 할 수만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저 바토르의 머리를 깨부숴 버리고 싶다.
그는 무인. 승부를 즐기는 자다.
하지만 거꾸로 그는 전장에서 살 아온 이. 훗날 확실히 위협이 될 만 한 이를 살려둔 채 그 성장을 지켜 보는 악취미는 없다.
할 수 있을 때 확실하게 해야 뒤 끝이 남지 않는 법이다.
하지만…….
“후욱.”
낭곤이 깊은 숨을 내쉬며 고개를 들었다. 바토르와 그의 사이에 한 남자가 서 있다.
딱히 힘이 들어가지 않은 듯 여 유로운 자세.
그리고 은은하게 홀러나오는 사람
을 소름 돋게 만드는 마기.
곤을 움켜잡은 낭곤의 손에 힘이 바짝 들어간다.
아무리 봐도 지금 앞에 있는 이 는 조금 전 상대한 바토르의 아래가 아니다.
멀쩡한 몸이었다면 상대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을 리 없지만, 지금 그 의 몸은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
“도망이라도 칠 생각인가?”
장민의 입에서 심드렁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순간적으로 낭곤의 시 선이 주변을 훑는 걸 놓치지 않은 모양이다.
머리가 결론을 내리기도 전에 몸 이 먼저 도주로를 찾는다. 이건 그 에게 있어서는 부끄러운 일도, 창피 한 일도 아니다. 살아날 방법이 있 는데도 쓸데없는 자존심에 목을 매 죽는 놈들을 그가 얼마나 혐오해 왔 던가.
“비웃기라도 하려고?”
“천만에.”
장민이 비릿하게 웃었다.
“좋아하지, 그런 것. 절박함이란 게 없으면 할 수 없는 행동이니까. 설사 눈앞의 상대가 나보다 약자라 고 해도 일말의 가능성조차 짊어지
지 않기 위해 수치심마저 버린다.” 비웃고 조롱하는 듯한 말.
하지만 이건 분명 비웃음도, 조롱 도 아니었다.
“굉장히 높이 평가하지.”
장민 역시 마찬가지였으니까.
적어도 낭곤은 강자로서 들개 무 리에 둘러싸인 것뿐이다. 하지만 장 민은 정말 살아남기 위해서 도주하 고 또 도주해야 했다.
비참함?
웃기지도 않는 소리.
비참함이라는 건 아직 잃을 것이
있는 이들이나 느끼는 것이다. 생존 이라는 단 하나의 목적만을 위해 모 든 것을 버린 이에게는 한 점의 비 참함도, 수치심도 없다.
“하지만 거꾸로 말하면…… ”
그르륵.
장민의 양손에서 검붉은 조강이 뿜어져 나온다.
“수도 없이 달아나 본 인간은 사 람을 어떻게 놓치지 않는지도 잘 알 고 있지.”
“승부에는 도리라는 게 있지만, 전쟁에는 도리라는 게 없지. 어떤
수단을 쓰든 이기면 된다. 어떻게든 살아남으면 된다. 그게 부상을 입은 상대의 상처를 헤집어 소금을 뿌려 대는 일이라고 할지라도 말이야. 그 렇지 않나?”
“■하.»
낭곤이 낮은 웃음을 홀렸다.
‘동류로군.’
바토르나 홍왕 같은 인간은 시작 부터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
스스로의 무학을 이끌어줄 이, 강 력한 무학, 넘쳐 나는 재능과 강인 한 육체.
과거에는 소위 명문에서 자라난
정파 놈들이 그러했다.
파권 역시 스스로 가문을 버렸다 고는 하지만, 어쨌거나 명문의 태생. 그에게도 강해질 방법은 처음부터 주어져 있었다.
하지만 낭곤은 아니다.
그의 무학은 오로지 그 스스로 쟁취한 것. 그건 낭곤의 프라이드이 자 그를 지탱하는 신념이었다.
한데 지금 그의 앞에 선 이에게 서 같은 냄새가 난다. 아무것도 없 는 시궁창에서 오로지 살아남기 위 해 발버둥을 치다 보니 어느새 시궁 창 밖을 살아가게 되어버린 인간의
냄새가 말이다.
반가움?
그럴 리가.
세상에서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이가 바로 동류다. 서로가 어떤 생 각을 하고 있는지를 너무도 잘 아니 까.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살아남는다.’
낭곤의 눈이 차가운 빛을 뿜어냈 다.
이보다 더한 위기 따위는 수도 없이 극복해 왔다. 그는 강하기에 살아남은 게 아니라 살아남아 강해
졌다.
“덤벼봐라, 조무래기.”
들개와 들개가 서로 이를 드러내 며 달려들었다.
바로 옆에서 경천동지할 전투가 벌어진다.
무인이라면, 무의 길을 걷는 이라 면 누구라도 그 두 눈으로 지켜보고 싶어질 만한 전투다.
파권은 알고 있다.
낭곤이 얼마나 강한지.
십이비도들은 서로 으르렁대는 사 이이기는 하지만, 서로의 무위를 누
구보다 존중한다. 그게 아니었다면 그만한 이들이 모여 피를 보지 않을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 낭곤의 입에서 비명이 흘러 나오게 하는 전투다. 당연히 호기심 이 생기는 게 정상이었다.
하지만…….
지금 파권은 낭곤의 전투에는 한 톨만큼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아 니, 가지지 못했다.
주르륵.
파권의 이마를 타고 땀방울이 주 르륵 홀러내린다.
지금 그의 눈앞에 있는 존재가
그의 모든 신경을 한 올 남김없이 빨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마존.’
호기로웠다.
십이비도라는 이름을 얻은 이라면 누구라도 이자를 상대해 보고 싶어 할 것이다.
이 이름에는 너무도 많은 것이 담겨 있으니까.
인간이란 싸워 쟁취하는 법.
마존의 이름에 담겨 있는 것을 싸워 이겨 쟁취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서야 감히 십이비도라는 이름을 쓸 수 있겠는가.
그렇기에 백연홍이 총회로 쳐들어 갔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흑왕의 명 령을 어긴 그 무모함을 비웃을지언 정 마존과 맞상대하려 했다는 그 호 숭심을 비웃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
파권은 자신들의 생각이 근본부터 잘못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마존……
모른다.
알 수 없다.
지금의 마존이 과연 과거 고금제 일인의 명성을 얻은 그보다 더 강한
지, 아니면 그때의 그에 미치지 못 하는지.
하지만 확실한 것은 지금 그의 앞에 실존하고 있는 마존은 그가 상 상하던 것과는 분명히 다르다는 것 이다.
‘이게……
소름이 끼친다.
마기? 마존의 몸에서 홀러나오는 저 음울한 마기?
아니, 그런 게 아니다.
평범한 무인들이라면 저 질식할 것 같은 마기에 겁을 집어먹고 혼이 달아나겠지만, 그는 파권. 상대의 기
운에 짓눌려 스스로를 잃을 정도로 나약한 이가 아니다.
그를 짓누르는 것은 마기가 아니 라 눈앞에 있는 이의 존재, 그 자체 였다.
뭔가 다르다.
마존이라고 해도 결국은 그들의 조금 위에 있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같은 시대에 태어나기만 했어도 그를 꺾고 자신이 최강의 자리에 올 랐으리라 생각할 만큼 오만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손을 뻗으면 닿을 어딘가에 그가 위치하고 있다고 생 각했다.
십이비도 모두가 마찬가지였을 것 이다.
하지만…….
직접 눈으로 마존을 본 순간 알 게 된다. 그를 바로 앞에서 적으로 직면하게 된 순간 이해하게 된다.
이건 뭔가 다른 존재다.
사람의 살거죽을 뒤집어쓴 괴물을 보고 있는 것 같다.
저자가 그와 같은 뼈와 살로 이 루어진 존재라는 것을 도무지 이해 할 수가 없다.
‘혹왕께서 어째서 저자를 그리 특 별 취급하셨는지를 알 것 같군.’
그건 흑왕의 변덕이 아니다.
파권 역시 과거의 마존을 알았더 라면 그를 특별 취급하지 않을 도리 가 없었을 것이다. 설사 그가 제 힘 을 되찾지 못해 손가락으로도 눌러 죽일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하더라도.
질끈.
파권이 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 었다.
‘뭔 되도 않은 감상을 늘어놓고 있는 거냐?’
그 괴물이 지금 그의 앞에 적으 로 서 있다. 바로 그의 목숨을 빼앗 기 위해.
그런데 주먹 한 번 섞어보기 전 에 적에게 압도당해서야 어쩌자는 건가.
“후우우우우.”
파권이 길게 숨을 내쉬었다.
모든 것은 기본으로부터.
권을 쓰는 자, 무학을 쓰는 자.
그 기본은 발도 아니고, 주먹도 아니다.
호흡.
들이마시고 내쉬는 호흡에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된다.
파권이 호흡을 늦추었다. 살짝 가 빠진 호흡이 점차 느려지며 그가 알
던 그의 호흡으로 돌아간다.
평상시보단 약간 빠른.
전투를 앞두고 있는 상태의 호홉 으로.
“홈.”
지금껏 침묵하고 있던 강진호의 시선이 그에게로 살짝 돌아왔다.
그리고 그 짧은 동작은 파권에게 이루 말로 할 수 없는 굴욕감을 안 겼다.
낭곤이 전투를 벌이고 있는 곳은 그의 등 뒤쪽.
그리고 지금, 마존의 시선이 그에 게로 옮겨졌다.
다시 말하자면, 지금껏 마존은 그 를 보고 있지 않았다는 의미다.
파권의 눈에 핏발이 섰다.
그를 정말 굴욕적이게 만드는 것 은 그를 무시한 채 수하들의 전투를 지켜보고 있던 마존이 아니다. 바로 앞에 있는 자가 자신에게 시선을 주 고 있지 않음에도 그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던 자기 자신이 다.
“……여유가 넘치시는군.”
강진호가 무표정한 얼굴로 파권을 바라보았다.
“딱히.”
“좋지. 마존이면 그 정도는 오만 해야지. 하지만……
말아 쥔 주먹에 시뻘건 강기가 어린다.
“그러다가 뒷발을 물려도 감수해 야지. 그렇지 않소?”
나름의 도발이지만, 강진호의 표 정은 딱히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그저 무심한 눈으로 파권을 가만히 응시했을 뿐이다.
“ 당신••••••
파권이 뭔가 말을 더 이으려는 찰나.
까딱.
앞으로 살짝 손을 내민 강진호가 손가락을 까딱였다.
“말이 많아.”
“덤벼.”
콰아아아아아아아 !
파권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기운 이 그의 몸 주위를 소용돌이처럼 휘 돈다. 이미 뒤엎어진 바닥이 그 기 운의 여파를 이기지 못하고 사방으 로 튕겨 나간다.
“그 명성! 오늘 이 자리에서 끝내 주지!”
짐승 같은 살기를 내뿜은 파권이 강진호를 향해 유성처럼 쏘아졌다.
그와 동시에 강진호의 입가에 비 릿한 미소가 머금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