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914)
마존현세강림기-1916화(1913/2125)
마존현세강림기 78권 (1화)
1장 분쇄하다 (1)
콰아아아앙!
피가 목구멍으로 울컥 솟아오른다.
억지로 삼키려고 했지만, 역류하 는 기세가 도저히 틀어막을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끄륵••••••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의 충격.
어마어마한 마기가 육체를 으스러 뜨린다.
분명 날아온 마기에 격중된 것이 건만, 마치 몸 바로 앞에서 폭발이 라도 일어난 것 같은 충격이다.
‘밀어낸다’와 ‘터진다’는 분명 다 른 종류의 공격일 터.
하지만 마존의 공격은 마치 그 두 가지를 섞어놓은 것 같았다. 사 람을 밀어내는 데 특화되어 있는, 광범위하게 뿌려진 마기.
그 마기가 육체에 닿는 순간, 육 체를 터뜨릴 듯 휩쓸어 온다.
파권이 입술을 찢어져라 깨물었
순간순간 의식이 아득하게 날아가 지만, 그 순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빤히 아는 이상 절대 의식을 놓을 수는 없었다.
우득! 우드득!
손끝이 으스러진다.
갈라지고 찢겨진 상처로 시커먼 마기가 파고든다. 손 전체가 불에 타는 듯 저려오더니, 이내 팔꿈치 어림까지가 모조리 타는 듯한 격통 에 휩싸였다.
쿠우우웅!
그럼에도 파권은 어떻게든 바닥에
내려서는 것에 성공했다. 뒤로 젖혀 질 듯 꺾인 몸을 필사적으로 부여잡 은 것은 그의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끄으……
바닥을 짚은 손이 덜덜 떨린다.
일격.
그래, 단 일격이다.
그 일격만으로도 앞에 선 이와 자신의 격차를 실감할 수 있었다.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머 리로 대충 가늠하는 격차와 살과 뼈 로 실감하는 격차는 피부로 와닿는 감각 자체가 다르다.
코와 입으로 흘러내리는 피가 턱
을 타고 줄줄 흘러내린다. 이미 공 격은 끝났음에도 마기에 격중당한 팔과 다리가 불타는 둣 아파왔다.
‘이게 마존……
이해했다.
그들 역시 수많은 전투를 뚫고 이 자리까지 오른 이들이다. 전투에 대한 경험이라면 그 누구에게도 뒤 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자는 세상을 전쟁의 소 용돌이에 몰아넣고 그 전장의 중심 에서 살아간 자. 파권이 물을 마실 때 피를 마시고, 파권이 밥을 먹을 때 생살을 뜯으며 살아간 이다.
파권 이상으로 기존의 법칙을 거 부한 자이며, 낭곤 이상으로 전장의 혈향을 맡으며 살아온 자.
아니…….
‘의미가 없어.’
중요한 것은 이 말도 안 되는 자 를 그가 상대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의 목숨이 끊어지기 전에는 절대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이는 절대자 를.
걸어온다.
검은 화염으로 전신을 두른 강진 호가 파권을 향해 느긋하게 다가왔 다.
한 발, 한 발 그가 다가올수록 파 권의 심장이 더 빠른 속도로 뛰기 시작한다. 딱히 마기를 날려 대는 것도 아닌데 몸이 짓눌려 바닥을 뚫 고 들어갈 것만 같다.
이런 자들이 있다.
왕의 자리에 오를 자격을 얻은 이들.
파권은 강하다. 물론 그는 무인계 의 역사에 그 이름을 남길 만큼 강 하다. 하지만 그는 홍왕만큼의 격도 가지지 못했다.
세상을 호령하는 무인이라도, 천 만의 대군을 부리는 장군이라도 그
들은 왕이 될 수 없다.
오직 이런 이들, 사위를 압도하고 지켜보는 이들에게 절로 경외를 불 러일으키는 이들만이 왕이라 불릴 자격이 있는 것이다.
“방식에……
쇠를 긁는 듯한 목소리가 파권의 귀를 파고들었다.
“집착한다는 것 자체가 아직 약하 다는 증거야.”
“네가 옳다는 걸 증명하고 싶나?” 그의 입 주변을 둘러싼 검은 화 염들이 일렁인다. 저게 웃음이라는
것은 누구라도 알아볼 수 있을 것이 다.
“옳다. 그르다. 증명한다. 가치를 입증한다.”
“그건 아직 여유가 있는 이들이나 할 만한 소리지.”
내려진 손끝에서 마기가 타오른 다. 마치 미리 신호라도 주듯이.
고수와 고수의 싸움에서 공격의 전조를 보인다는 것은 피해 달라고 비는 것이나 다름없다.
하나…….
공격도 공격 나름인 법이다.
화아아아악!
마치 불이 다급하게 타오르는 듯 한 소리와 함께 강진호가 휘두른 손 끝에서 마기가 번져 온다.
그건 마치 자라난 어둠이 세상을 먹어 치우는 것과 같은 광경이었다. 눈으로 보이는 공간이 검은 어둠에 침식된다. 그저 어둡기만 한 어둠이 아닌, 검게 타오르는 어둠이!
주먹만 한 크기에서 집채만 한 크기로, 이내 시야에 보이는 모든 것을 뒤덮어 버린 검은 마기가 절망 이라는 이름으로 파권을 덮쳐 온다.
‘어디로?’
대체 어디로 피해야 한단 말인가.
달아날 곳은 앞에도, 옆에도 없 다. 오로지 뒤뿐.
하지만 파권은 알고 있다. 뒤로 물러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걸. 이 마기가 날아드는 속도는 명백히 그 가 물러나는 속도보다 더 빠르다.
파권의 발이 바닥을 내리밟는다.
그의 발이 발목까지 바닥을 파고 든다.
“으아아아아아아앗!”
마치 못을 박듯 양발을 바닥에 박아 넣은 파권이 비명과도 같은 고 함을 내지르며 앞으로 무수히 권을
날렸다.
피할 수 없다면 맞선다.
막아낼 수 없다면 부순다.
그 선택은 그리 틀린 것은 아니 었다.
상식적으로 광활할 정도로 넓게 퍼진 마기의 모든 부분이 강력할 수 는 없는 법. 그의 육체가 지나갈 한 점을 집중하여 공격한다면 그가 이 기지 못할 리가 없다.
콰콰콰콰콰콰!
권력이 피처럼 쏟아진다.
먼저 뻗어진 권강이 채 마기에 닿기도 전에 새로운 권강이 그 뒤를
잇고, 그 뒤를 다시 뻗어낸 권강이 따라붙는다.
“흐아아아아아아압!”
무수한 권강이 마기를 때린다.
흘러나온 땀이 채 흐르기도 전에 허공으로 튀어 올라 비산하고, 단전 으로 다시 회수하여 순환해야 할 내 공조차 모조리 끌어 주먹으로 밀어 넣는다.
뒤를 돌아보지 않는 공격 일변도.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말은 이 럴 때 쓰는 것일 터!
그리고 혼신의 힘을 다한 공격은 분명 성과가 있었다. 밀려오던 마기
가 파권의 권에 부딪쳐 으스러지기 시작한다. 그의 전방으로 날아들던 마기가 권강에 밀려나고 뒤틀린다.
‘더!’
권에 힘을 가한다.
‘조금만 더!’
절망에 맞서는 건 힘이 아닌 용 기다. 지금 그에게 필요한 것은 달 아나지 않는 용기, 그리고 이 압도 적인 절망에 대항할 수 있는 굳건한 두 다리였다!
“으아아아아아악!”
입을 찢어져라 벌린 파권이 마지 막 젖 먹던 힘까지 뽑아내 권에 담
았다. 피가 거꾸로 돌고, 단전을 날 카로운 칼로 난자하는 것 같은 고통 이 느껴졌지만, 파권은 권격을 멈추 지 않았다.
그리고 이윽고!
콰드드드드득!
생살을 거칠게 잡아 찢는 듯한 소리와 함께 전방을 덮쳐 오던 마기 가 찢겨지듯 튕겨 나가 소멸한다.
그건 마치 어둠 속에서 한 줄기 광명이 비춰 오는 것과 같은, 경이 적인 광경이었다.
뻥 뚫린 전방.
그 너머로 강진호의 모습이 똑똑
히 보인다.
안다.
공격을 막아냈다 해서 우위를 점 한 것도 아니고, 한 방 먹인 것도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강진호와 정면으로 마주하 는 그 순간, 파권은 뭐라 말 할 수 없는 성취감과 쾌감을 느꼈다.
그건 불가능을 이룬 이만이 맛볼 수 있는 극상의 쾌락.
과도하게 흘러나온 엔돌핀이 전신 의 고통을 없애고, 그의 컨디션을 다시 끌어 올린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왜?’
파권의 눈이 뒤흔들렸다.
강진호의 입가가 다시 일렁인다.
웃는다고?
어째서?
그때, 파권은 똑똑히 보았다.
강진호, 마존이 앞으로 가만히 내 뻗은 손을 가볍게 굽히는 모습을 말 이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
심혼을 얼려 버릴 것 같은 귀곡 성과 함께 그를 스쳐 지나가야 했을 마기들이 일제히 방향을 틀어 그의
사방을 덮쳐 온다.
파권이 두 눈을 부릅떴다.
‘이. 이건 불가능……
하지만 그의 생각은 더 이어지지 못했다. 그의 생각보다 마기가그를 뒤덮는 속도가 더 빠르다.
콰드드득! 콰득! 콰드드드득!
마치 살아 있기라도 한 것처럼 파권을 덮친 마기들이 들끓고 타오 르며 주변을 먹어 치운다.
아귀들이 게걸스레 짐승을 물어뜯 는 것처럼 마기들이 축제를 벌였다.
그리고…….
이윽고 심지가 다 타버린 초처럼
마기들이 사라진 자리에는 이전의 모습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 진 파권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강인한 무학은 그에게 끈질긴 생 명을 주었다.
하지만 지금 파권을 본 이라면 그 끈질긴 생명이 절대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 을 것이다.
왼팔은 통째로 뜯겨져 나갔고, 상 체에는 커다란 짐승이 이로 물어뜯 은 것 같은 거친 상처가 곳곳에 나 있다.
뼈가 들여다보일 만큼의 깊은 상 처.
하지만 그 깊은 상처는 얼굴의 절반이 날아가 버린 머리에 비한다 면 상처라고도 할 수 없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두 다리 는 멀쩡히 붙어 있어 바닥을 기지 않아도 된다는 정도겠지만, 그게 과 연 파권에게 위로가 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너……
파권이 입을 벌린다.
소리를 내고 싶지만 목소리가 제 대로 나오지 않는 듯 그가 몇 번이
고 입을 닫았다 뗐다.
“너는♦•••••
파권의 눈이 뒤흔들린다.
이럴 리가 없다, 이럴 리가.
물론 그의 눈으로 확인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마존의 무 위는 기껏해야 홍왕 정도여야 한다.
창왕과의 전투에서 거의 목숨을 잃을 만큼의 부상을 입었다는 사실 이 그걸 증명하지 않는가. 불과 얼마 전 창왕마저 버거워하던 이가 지금 그를 이리 압도적으로 짓밟는다고?
저벅저벅.
강진호가 천천히 그를 향해 다가
온다.
검은 화염이 발작적으로 일렁인 다. 그를 지옥으로 인도하기 위해.
그 광경을 보는 순간, 파권은 깨 달았다.
‘잘못된 게 아니야……
틀린 건 아무것도 없다.
그 짧은 시간…….
불과 몇 달도 지나지 않는 시간 사이에 강진호는 여기까지 강해진 것이다.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그제야 파권은 왜 흑왕이 강진호 라는 존재를 그토록 과히 경계하는 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자는 상식
이라는 멍청한 잣대로 잴 수 있는 이가 아니다.
이자는 모든 것을 먹어 치우며 몸집을 불려가는 아귀다.
이윽고는 세상 전체를 먹어 치울.
‘적천마존.’
같은 시대를 살지 않아 불행했다 믿었다. 하지만 파권은 이제야 현실 을 직면했다. 자신은 이자와 같은 세상을 살지 않았기에 살아남을 수 있던 약자에 불과했다는 것을.
그러니…….
적어도 하나만은…….
“ 나는••••••
파권의 턱이 덜덜 떨린다.
“나는 강했……
강진호의 눈가가 옅은 혈광을 흘 려 낸다.
“딱히.”
강진호의 입에서 쇠를 긁는 듯한 소리가 홀러나온다.
“인상적이지는 않았어.”
파권을 향해 다가온 강진호가 그 의 목을 움켜쥐었다.
“과거의 너든, 지금의 너든.”
파권의 두 눈이 분노로 타오른다.
“이!”
우드득.
하지만 그의 분노는 채 강진호에 게로 향하지 못했다.
목이 꺾여 죽은 이는 분노할 수 없는 법이니까.
털썩.
파권의 육체가 바닥으로 쓰러진 다. 무심한 눈으로 쓰러진 파권을 가만히 내려다보던 강진호가 입가를 비틀었다.
“평화로운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 을 비웃었겠지.”
낮은 코웃음이 들려온다.
“하지만 너 역시 평화로운 세상을 살아가는 건 마찬가지야. 과거는 과 거일 뿐이지. 한 번 얻었다고 영원 한 건 아니니까.”
콰드득!
강진호의 발이 쓰러진 파권의 시 체를 짓밟는다. 검게 피어난 마기가 시체를 덮치며 불태운다.
이내 미세한 가루가 되어버린 그 의 육신이 바람에 흩날려 흩어진다.
“기억해. 네게 다음이 있다면 말 이야.”
아마 또 한 번 사는 행운은 존재 하지 않을 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