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919)
마존현세강림기-1921화(1918/2125)
마존현세강림기 78권 (6화)
2장 대작하다 (1)
쪼르르륵.
술잔에 맑은 술이 채워진다.
강진호가 술이 가득 채워진 술잔 을 가볍게 흔들고는 쭉 들이켰다.
탁!
술잔을 내린 강진호가 술병을 들 어 건너편 술잔에 가득 차게 따른
다. 술이 다 차오르자 홍왕이 강진 호처럼 술잔에 든 술을 단 번에 들 이켰다.
탁!
술잔을 비운 홍왕이 다시 강진호 의 술잔에 술을 채우기 시작한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방진훈이 얼 굴을 와락 일그러뜨렸다.
“뭔 배수구들인가, 말 한마디도 안 하고 술을 몇 잔이나 마시는 거 야?”
테이블 아래 수북하게 쌓인 술병 들을 보며 방진훈이 진저리를 쳤다.
‘저게 다 얼마야?’
중국에서도 알아주는 명주들. 그 만큼이나 비싼 술들이 술고래가 마 셔 대는 소주병처럼 쌓이고 있었다. 저게 다 물이라고 해도 다 마실 자 신이 없는 방진훈이 연신 고개를 내 저었다.
“홍왕에게 저 정도는 사치도 아니 죠.”
이현수의 말에 방진훈이 얼굴을 와락 일그러뜨렸다.
“돈이 문제가 아니잖아. 저렇게 마실 거면 그냥 소주나 먹는 게 낫 지. 저 비싼 술을 저렇게 홀짝홀 짝…… 아오, 아까워라.”
“하핫.”
이현수가 피식 웃고 말았다.
그가 자신의 잔에 채워진 술을 흔들어 빙글빙글 돌리고는 단번에 입안에 털어 넣었다.
독한 술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며 타는 듯한 감각이 전신을 전율하게 만든다.
“좋네.”
향이 입안을 채우다 못해 전신으 로 도는 느낌이다.
“이래서 사람은 돈이 많고 봐야 한다니까. 호강하잖습니까.”
“미친놈.”
방진훈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 다.
말 한마디 없이 홍왕과 대작하고 있는 강진호도 영 이상해 보이지만, 얼마 전까지 서로 죽이기 위해 악을 쓰던 적의 배 속에 들어와 태연하게 술을 마시고 있는 이현수도 제정신 은 아니었다.
그리고…….
탁!
“엄살 부리지 마라. 총회에도 돈 은 넘쳐 날 텐데?”
“우리가 아무리 돈이 많아봐야 홍 왕계만 하겠냐? 대륙을 우리가 무슨
수로 따라잡아?”
이현수가 피식 웃었다.
물론 총회 역시 일본과 한국에서 돈을 갈고리로 쓸어 담고 있기는 하 지만, 중국을 일통한 홍왕계에 비할 수는 없었다. 당장에야 버는 돈에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을지도 모르 지만, 그 격차는 점점 벌어질 것이 다.
“그리고 너희는 창왕계가 모아둔 돈도 모조리 먹어 치웠잖아.”
“그거 너희가 엄청 빼갔잖아, 이 새끼야!”
“일은 우리가 다 했는데, 그럼 그 걸 니들이 다 처먹어서 될 일이냐?” 차이커창의 얼굴에 핏대가 솟았다.
“그리고! 중국 사업권도 다 빼가 고 있으면서 그게 할 말이냐!”
“에헤이, 속 좁게 왜 이러실까? 상부상조하는 거지.”
“빌어먹을 놈이.”
차이커창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홍왕이나 강진호 같은 사람이야 돈을 돈으로 보지 않는 사람이라 적 당한 수준에서 대충 합의를 해버리 면 그만이지만, 차이커창이나 이현 수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그들은 실질적인 살림을 해야 하 는 이들이다. 그러니 작은 돈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다.
평소 같았으면 몇 마디 더 쏘아 붙였을 차이커창이지만, 지금이야 빚 진 게 있는 입장이니 이쯤에서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대신…….
콸콸콸콸!
옆에서 맥주잔을 꺼낸 차이커창이 잔 가득 술을 따랐다.
“아, 아니, 저 비싼 걸! 이것들이 진짜!”
방진훈이 그 광경을 보며 비명을
질렀다.
이 인간들은 술올 대체 뭐라고 생각하는 건가.
차이커창이 독주가 가득 찬 맥주 잔을 이현수에게 내밀었다.
“마셔라!”
“벌칙 게임인가?”
“성의다.”
“……성의 두 번 받았다가는 마시 다 뒈지겠네.”
이현수가 툴툴거리고는 잔을 잡았 다. 그러고는 가득 찬 독주를 단번 에 쭉 넘겨 버렸다.
“크!”
오만상을 찌푸린 이현수가 눈을 빛내더니, 옆에 놓인 새 맥주잔을 가져와 술을 채우기 시작했다.
“마셔.”
“내공 쓰지 마라. 내공 쓰는 새끼 는 손모가지 날아간다.”
“독한 놈.”
차이커창이 이를 갈며 술을 단번 에 털어 넣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며 방진훈이 고 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게 무슨 연회야.’
친목을 하라고 만들어놓은 자리인
데, 서로 술로 죽이겠다고 달려드는 꼴이라니……. 여하튼 무인이라는 것 들은 뭐 하나 지는 법이 없다.
개중에 좀 멀쩡한 위긴스가 술을 음미하며 흥미롭다는 얼굴을 했다.
“전에 비슷한 중국 전통주를 먹은 적 있는데, 그때와는 풍미가 완전히 다르군. 중국술을 평가절하한 걸 사 과해야겠어.”
“비슷한 걸 먹었다고요?”
“음, 그때는 딱히 인상적이지 않 았지. 굳이 이 가격에 이걸 마실 이 유가 없다고 생각했네. 조금 조잡하 게도 느껴지고.”
“사기당하셨네.”
“웅?”
“겉으로는 똑같이 생겨도 반은 가 짜입니다. 오죽하면 중국인들도 진 짜 술 구하기가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예요.”
“워, 원탁에 들어온 술이었는데……
“원탁에 들어와 봐야 중국 놈들이 원탁에 가져다 바치지는 않았을 테 니, 양놈들이 중국에서 사서 간 거 아닙니까?”
“……그렇지.”
“그럼 빼박이지.”
이현수도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
였다.
“당하셨네.”
“잘 알아보고 사시지.”
위긴스가 멍한 얼굴로 술을 바라 보았다.
“아니, 이게 뭔……
원탁에 납품까지 된 술이 가짜였 다는 것이 무척이나 충격적인 모양 이었다.
“어쩔 수 없긴 하지.”
장민이 심드렁하게 말했다.
“제대로 된 술을 만들기 위해서는 숙성이 필요하고, 대량으로 만들면
질이 떨어지니 만들 수 있는 양은 한정되어 있거든. 하지만 그 술을 먹고자 하는 이들은 그 몇 배는 넘 지. 그러니 가짜가 넘쳐 날 수밖에.”
“전혀 위로가 안 됩니다만.”
“좋은 경험 했다고 생각하게.” 뭔가 순식간에 우울해진 위긴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여하튼 진짜 중국술은 나쁘지 않 군요.”
피식 웃어버린 방진훈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홍왕계는 사람이 이 것밖에 없나?”
계획하고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홍왕계와 총회의 친목을 다 지는 자리다. 그런데 막상 자리에 앉은 이는 홍왕과 차이커창밖에는 없었다.
총회의 이사진들이 모두 참여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말이다.
“이쪽은 이게 보통인 모양입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이현수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기본적으로 홍왕과 한자리에서 대작할 수 있는 사람의 수가 얼마 없다는 거지요.”
“홍왕계에는 장로나 이사도 없
어?”
“있기는 하겠지만…… 글쎄요, 총 회에서 말하는 이사와는 그 개념이 다를 겁니다. 사실 대기업만 하더라 도 사장급이나 전무급이 감히 회장 과 한자리에서 대작하는 경우는 흔 치 않잖습니까?”
“……그렇긴 하지.”
“홍왕계에서 홍왕께서 가지는 입 지는 그 이상이지요. 격이 맞지 않 는 이가 감히 여기에 앉을 수 없다. 뭐,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이현수가 슬쩍 돌아보자, 차이커 창이 코웃음을 쳤다.
“그게 아니라 그냥 여기에 장로들 이 없는 것뿐이다. 여기는 본단이 아니니까.”
“••••••아, 그래?”
“그 말도 그리 틀린 건 아니지 만.”
“그럼 맞네.”
차이커창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 다.
“애초에 우리가 이상한 게 아니라 너희가 이상한 거다.”
“……그건 인정한다.”
사실 총회가 정상이고 홍왕계가 이상한 게 아니라, 총회가 좀 과하
게 격의가 없기는 하다.
총회에서는 이현수가 강진호에게 잔소리를 늘어놓는 광경이 그리 이 상하지 않은 일상이지만, 다른 문파 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가는 목이 달아나기 딱 좋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당장 이중걸 이 회주로 있던 총회도 별다를 게 없었고, 영남회는 말할 것도 없지 않은가.
“족보도 없는 것들이.”
“뭐, 이 새끼야? 너희도 짬뽕이잖 아!”
“누가 그래?”
“회주님이 그러시던데?”
버럭하려던 차이커창이 움찔하고 는 입을 다물었다.
“왜? 우리 회주님께서 뭐 틀린 말이라도?”
“••••••제길.”
차이커창이 일그러진 얼굴로 술을 따랐다. 그 광경을 보며 이현수가 낄낄 웃어 댔다.
“족보 따질 수 있을 때 많이 따져 둬. 뒈지고 나면 족보고 나발이고 남는 것 하나 없어질 테니까.”
차이커창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냥 농담으로 한 말이겠지만, 상
황이 상황이다 보니 그 말이 농담으 로 들리지 않는다.
차이커창이 슬쩍 고개를 돌려 홍 왕을 바라보았다.
홍왕이 총회 사람들과 함께 오는 바람에 이번 일에 대한 홍왕의 생각 을 듣지 못했다.
아니나 다를까, 마침 강진호와 홍 왕이 그에 대한 말을 나누는 중이었 다.
“강하더군.”
인으 ”
홍왕의 말에 강진호가 고개를 끄 덕였다.
그가 파권을 잡아내고, 이사들이 낭곤을 처리하기는 했지만, 그 힘은 이제껏 강진호가 상대한 이들 중에 도 수위로 꼽힐 만한 수준이었다.
“그리고 그게 전부가 아니다. 알 고 있지?”
“그래.”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실전 감각까지 올라왔다면 더 골 치 아팠겠지.”
“동감이다.”
문제는 그런 이들이 아직 열이나 남아 있다는 점이다.
둘을 해치웠는데도 열이 남아 있
다.
‘실전 감각은 계속 올라오고 있을 테지. 그런 이들이 열. 홍왕급 정도 되는 이들이 열이나 된다라……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헛웃음이 나 오는 전력이다.
“마왕.”
“말해.”
“그들이 한 곳에 모여서 일점돌파 를 시도한다면 막아낼 자신이 있나?”
강진호가 손에 들린 술잔을 테이 블 위에 내려놓았다.
고민을 해봤지만, 결론은 너무도 빨리 나온다.
“무리겠지.”
“그들만 해도 막아내기 버겁다. 아니, 거의 막는 게 불가능하다고 봐야 할 전력이다. 거기에 청마…… 아니, 흑왕까지 가세한다면, 정면에 서 방어하는 건 불가능해.”
힘의 밀집도가 다르다.
홍왕계와 총회의 전력을 모두 합 친다면 흑왕계를 간단하게 상회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총회와 홍왕계의 구성원들이 육체를 가진 인간인 이상, 그 힘을 고작 열 명에 게 동시에 쏟아부을 방법이 없다.
결국 흑왕계는 마음만 먹으면 양 떼 사이에 뛰어든 늑대처럼 그들을 유린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생각한 대책은 있나?”
“글쎄.”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생각이야 했지만, 그게 뭔 의미 가 있을까 싶군. 우리는 생각하는 이들이 아니잖아.”
“생각하는 이들은 저기에 있지.”
홍왕이 강진호의 시선을 따라 고 개를 돌렸다. 이현수와 차이커창을 그 눈에 담은 홍왕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그리고 그렇게 심각할 건 없어.”
“••••••음?”
“전쟁은 누가 더 강한가로 결정 나지 않아.”
강진호의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마지막에 서 있는 쪽이 이기는 거다.”
홍왕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적으로 만났을 때는 더없이 두려 운 이지만, 같은 적을 상대하기 위 해 나란히 섰을 때는 이보다 더 든
든한 이가 없다.
“문제는……
“음?”
“그놈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다 는 점이지.”
“전력이 더 강하다고 해서 힘으로 몰아붙인다든가, 그게 아니면 약점 을 집요하게 노린다든가. 그런 빤한 수작을 할 놈이 아니야. 분명 지금 쯤 우리가 상상도 하지 못한 뭔가를 하려고 준비 중일 거다.”
“똑똑히 알아둬. 흑왕계니 십이비
도니, 그런 것들은 그저 부차적인 문제다. 아직 그놈은 전면에 나서지 도 않았어.”
강진호가 독주를 단번에 입안으로 털어 넣었다.
그리고…….
‘그때는 알게 되겠지.’
모두가 알게 될 것이다.
그들이 누구를 상대하고 있는지.
아직 강진호조차 모두 파악하지 못한 저 청마의 저력을 말이다.
술잔을 잡은 강진호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이제쯤 내 이야기를 들었겠지.’
궁금하다.
지금 청마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강진호의 입꼬리가 살짝 말려 올 라갔다.
그 미소를 본 홍왕이 괜한 불길 함에 고개를 내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