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920)
마존현세강림기-1922화(1919/2125)
마존현세강림기 78권 (7화)
2장 대작하다 (2)
[보시다시피 건물은 완전히 무너 졌습니다. 구조대와 공안이 현재 구 조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현실적으 로 생존자가 있을 확률이 높지 않은 상황입니다.]기자의 뒤로 완전히 무너져 내린 건물의 잔해가 보인다. 얼마나 깔끔
하게 무너졌는지, 말을 듣지 않고 보이는 광경만 보면 폐자재들을 적 당히 쌓아놓은 것으로 보일 지경이 었다.
그 뒤로 보이는 드높은 건물의 형상들만이 이 광경이 얼마나 어색 하고 기이한지를 말해주고 있었다.
[건물 붕괴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 지 않았습니다. 기존에 발생한 테러 와의 연관성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당국은 연관성을 부정했습니다. 전 문가들은 건물이 지어질 때 부실이 있었는지를 확인하고 관련자들을 처 벌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무너진 건물 주위와 쌓인 폐건물 더미 위로 구급대원과 소방대원들이 바쁘게 오고 간다. 그리고 밀려오는 취재진들을 공안들이 격하게 밀어내 는 광경이 카메라에 똑똑히 잡혔다.
[유가족들은 사건 현장을 한시도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참사를 맞이한 시민들 과 부모형제를 잃은 유가족들의 울 음소리가…….]“지랄을 하네.”
방진훈이 혀를 차댔다.
새삼 궁금해진다.
저 기자는 정말 아무것도 몰라서
저렇게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아니 면 모든 걸 알면서도 태연하게 저렇 게 보도를 해 대는 건지 말이다.
아니, 어쩌면 그 중간 어딘가겠지.
분명 현장에 갔다면 부실로 인한 붕괴 같은 게 아니라는 건 낌새를 알아차릴 수 있었을 것이다. 자세한 사정 같은 건 알 수 없어도 공안이 말하는 게 사실이 아니란 걸 모를 리는 없다.
하지만 그저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겠지.
“통제가 이렇게까지 된다는 것도 대단하군.”
“그럴 리가 있나.”
장민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요즘 세상에 그런 게 될 리 없 지. 공중파와 신문의 공신력이라는 걸 사람들이 신뢰하지 않게 된 게 언젠데.”
“맞습니다.”
이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SNS 쪽에서는 이번 일이 이상하다고 난리도 아닙니다. 특히나 중국 쪽 SNS가 아니라 해외 SNS 에서는요.”
“해외 사람들이 더 난리라는 소린 가?”
“아니요. 중국 내 SNS에서는 발 언을 조심해야 하니, 해외 사이트에 접속한 중국인들이 그리 말하고 있 는 거죠.”
“별……
방진훈이 눈을 찌푸렸다.
한국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만약 한국이 이런 사건을 은폐하려 들었다가 들통이 나는 날 에는 정권이 무너지는 정도로 끝나 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차라리 이 사건이 벌어진 게 중국이라는 점이 진심으 로 다행이라 생각하는 방진훈이었
다. 평소에는 중국 정부에 그리 좋 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은 방진훈 이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중국 정부의 말도 안 되는 통제력을 응원 할 수밖에 없었다.
“미친 새끼들.”
새삼 저 광경을 보니 흑왕계가 무슨 짓을 저질러 댔는지 알 것 같 았다.
특히나 될 수 있으면 검경들과 얽히지 않기 위해서 온갖 골머리를 싸맸던 방진훈의 입장에서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는 광경이었다.
“……공포스럽네요.”
이현수의 입에서 보기 드물게 약 한 소리가 나왔다.
“저 광경이?”
“……아니, 저 광경을 만들 수 있 다는 게 말이죠.”
이현수가 굳은 얼굴로 화면을 바 라보았다.
같은 상황이 었다면…….
이현수는 과감하게 저런 일을 저 지를 수 있었을까?
‘무리겠지. 아니, 절대 못해.’
민간인을 희생시킬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입 밖으로 낸다면 욕을 들어 처먹거나 얻어맞아도 할
말이 없는 소리이기는 하지만, 이현 수는 총회의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면 민간인들에게 피해가 가든 가지 않든, 얼마든지 일을 저지를 자신이 있었다.
속죄?
어차피 이현수는 죽으면 지옥 밑 바닥에 떨어질 인간이다. 지금까지 저지른 죄를 속죄할 방법도 없는데, 앞으로 저지를 죄악을 겁낼 이유가 뭔가.
하지만 이건 그것과는 다른 문제 다.
저런 일을 저지르고 뒷감당을 한
다?
절대 불가능하다.
당장 이현수가 서울 한복판에 있 는 건물을 무너뜨리는 순간, 국내에 서 관계를 맺어오던 모든 이들이 적 으로 돌아설 것이다.
정권은 물론이고, 군부, 운이 나 쁘다면 미국 측까지 총회를 손절해 버릴지도 모른다.
거기까지는 어떻게든 감당해 본다 고 치자.
이 사태의 여파로 무인계가 세상 으로 드러나 버린다면?
평범하게 살아오던 세상에 마음만
먹으면 손가락 하나로 자신들의 목 을 날려 버릴 수 있는 존재들이 양 의 탈을 쓰고 활보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 패닉을 무슨 수로 감당하겠는 가.
그건 평범한 이들의 입장에서는 장전된 기관총을 들고 다니는 이들 이 도시를 활보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일이다.
그리고 평범한 이들에게는 작은 권총 하나 소지하는 게 허락되지 않 는다.
막말로 ‘이 총은 장전이 되어 있
고, 언제든 발사될 수 있기는 하지 만, 다들 교육받고 통제된 이들이라 사고가 나지 않을 겁니다’라는 말을 누가 들어주겠는가.
이현수라고 해도 그 입장이 된다 면 당장 저 미친 새끼들을 세상 밖 으로 몰아내라고 악을 쓸 것이다.
그렇게 되면 누구도 그 상황을 감당할 수 없게 된다. 무인계는 그 날로 파멸이다.
“……진짜 노리는 게 그건가?” 이현수가 낮게 중얼거렸다.
“무슨 소리야?”
“아니, 그•…”
이현수가 입술을 한 번 깨물고는 입을 열었다.
“우리가 아득바득 무인계의 존재 를 감추려는 이유가 그런 거잖아요. 그……
“걸리면 좆 되니까 그런 거지.”
“아니, 그 말도 맞는데……
왜 망하는가가 중요하다.
“공존이 불가능하고, 우리는 무인 계에서밖에 살아갈 수 없으니까요. 쉽게 말하면 무인계는 무인들의 생 존을 위한 터전 아닙니까?”
“그렇지.”
“다들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겁니
다. 무학을 익힌 우리가 평범한 이 들의 사이에서 평범하게 살아간다는 게 불가능하다는 걸. 그래서 총회가 탈퇴한 이들이 사고를 치지 않도록 끊임없이 감시하고 무공을 폐하는 것 아닙니까.”
“뭐 빤한 소리를 하고 있어.”
방진훈의 말에 이현수가 눈을 찌 푸렸다.
“다시 말하자면, 무인계를 지킨다 는 건 우리 미래를 지킨다는 겁니다. 거창해 보이지만 그게 사실이죠.”
방진훈이 입을 다물었다.
이현수가 생각 이상으로 진지하다
는 걸 알아챈 것이다.
“그런데…… 흑왕계에게는 무인계 가 필요하지 않다는 겁니다. 그들은 애초에 무인들과 어울리지도 않았 고, 그들만의 세상에서 살아왔으니 까요. 쉽게 말해서 저들은 당장 내 일 무인계가 무너진다고 해도 상관 이 없다는 거죠.”
“그러니 무너져도 상관이 없다. 세상으로 알려져도 상관이 없다. 그 저 부숴 버리면 그만이다.”
“미친 소리 하고 있네.”
방진훈이 삿대질을 했다.
“미친놈들이랑 머리싸움을 하다 보니 너도 머리가 돌아버린 거 아 냐? 그런 건 만화에서나 나오는 이 야기지! 뭐, 그 흑왕이라는 양반이 어릴 때 무인들에게 부모라도 잃어 서 복수심에 불타기라도 한대? 무인 계를 없애서 저 양반들이 보는 이득 이 뭔데?”
“전쟁이라는 건 이겨서 얻을 게 있어야 벌어지는 거야. 얻을 게 없 이 벌어지는 전쟁은 소설 속에나 나 오는 거고. 무인계가 있는 채로 저 놈들이 전쟁에서 이기면 지배자가
되지만, 무인계가 사라지면 달라지 는 게 없잖아. 그런데 왜 그런 미친 짓을 해?”
이현수조차 일단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말이었다.
방진훈답지 않게 이건 꽤 정곡을 찌른 말이다. 모든 행동에는 지향점 과 목표가 있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무인계를 무너뜨린다는 건 행위일 뿐, 목표가 될 수 없었다.
왜 무너뜨리는가.
“원점이네요. 도무지 흑왕이 무슨 짓을 할지 알 수가 없습니다. 애초 에 그가 노리는 게 뭔지도 모르니
까.”
“목적이라니. 홍왕을 끌어내 죽이 려고 한 것 아니었어?”
“……생각해 보십시오. 흑왕은 홍 왕이 요격에 나설 것을 알고 그쪽에 미리 십이비도 중 둘을 보냈습니 다.”
“뭐 빤히 아는 소리를.”
“그와 동시에 저 건물을 무너뜨렸 어요. 전혀 관계가 없는, 몇 백 킬 로는 떨어져 있는 곳에서.”
“만약 혹왕이 홍왕을 잡아 죽일 목적으로 이 모든 일을 저질렀다면,
저건 의미가 없는 행동이라는 거죠. 오히려 그가 할 짓에 방해만 됩니 다.”
“흐음, 맞는 말이야.”
위긴스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만약 총회가 오지 않았다 면, 흑왕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했을 것이다.
그럼 그 뒤에 혹왕은 멈췄을까?
홍왕계를 정리하고 접수하는 선에 서 멈췄을까?
아니, 아니다.
본능이 말하고 있다. 이 모든 행 위는 단순히 홍왕계를 접수해 중국
을 먹는 정도로 끝날 일이 아니라 고,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뭔가 거대한 것이 자리하고 있다고 말이 다.
“막아야 한다라……
위긴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잠시 한국에 다녀오겠네.”
“게이트까지 가셔서 말입니까? 호 위라도……
“아니, 괜찮네. 나 혼자 이동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아. 게이트까지 텔레포트하고, 다시 게이트를 타면 되니까.”
‘‘아••••••
위긴스의 실력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는 것을 잠 시 잊은 이현수였다.
“그런데 한국에는 왜?”
“만나봐야 할 사람이 있어. 아무 리 생각해도 흑왕이 무슨 생각을 하 는지 우리끼리 이해하는 건 어려울 것 같군. 조언을 구해야지.”
이현수가 눈을 찌푸렸다.
“도움이 될지……
“그런 얼굴 하지 말게. 나라고 해 서 마스터를 떠받들어 모시는 건 아 니니까. 그를 현자쯤으로 생각해서 생 각을 위탁하는 게 아닐세. 그저……
위긴스가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어쩌면 이건 한 발 떨어져 있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일일수도 있겠다 싶어서 말일세.”
이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위긴스의 말에 일리가 있다 고 생각한 것이다.
“혹여 문제가 생기면 연락하게. 내 생각에는…… 이 평화가 그리 길 지는 않을 것 같거든. 그리고…… 다음에는 저쪽 역시 우리의 전력을 생각하고 움직이겠지. 그때는 정말 누구 하나가 죽어야 끝나는 전쟁이
시작될 거야.”
“……알고 있습니다.”
“믿네.”
이현수의 어깨를 한 번 두드려 준 위긴스가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간 다.
이현수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바닥 없는 아래로 추락하는 기분 이군.’
홍왕과 싸울 때는 더없이 힘겨웠 다. 창왕과 싸울 때 역시 지옥 밑바 닥에서 허우적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때도 이런 기분은 아니 었다.
저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해야 상대를 저지할 수 있는지를 이 해할 수 있는 싸움이었기 때문이다.
전략의 문제라든가 전술의 문제가 아니다.
‘몽골군을 상대하는 유럽인들이 된 기분이로군.’
그건 그저 재해로 여겨졌다고 했 나?
지금 이현수가 그런 기분이다. 목 적이 불확실하지만, 더없이 치명적 인 재해를 상대하는 기분.
“뭐가 그리 복잡하지?”
장민의 말에 이현수가 고개를 돌
렸다.
“마존이시라면 이렇게 말했을 게 다, 생각할 이유가 없다고.”
“무슨♦•••••
“목적이고 뭐고, 적은 명확하니까. 저들의 목적이 뭐든 흑왕의 목을 베 어버리면 이 전쟁은 끝난다.”
“때로는 단순한 게 가장 옳은 법 이지. 그렇지 않나?”
“동감이다, 영감1 저놈은 머리가••…
“처 맞고 기절한 놈은 닥치고 있 지그래?”
“뭐라고‘?”
갑자기 투닥대기 시작한 두 사람 을 보며 이현수가 한숨을 푹 내쉬었 다.
‘하지만 말은 맞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가 우선해야 할 일은 정해졌다.
흑왕의 소재를 알아내는 일.
굴속에 숨은 뱀처럼 보이지 않는 그를 그들과 같은 땅으로 잡아 끌어 올리는 것이다.
‘차이커창과 논의를 해봐야겠군.’ 어쩌면…….
그들에게 남은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