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927)
마존현세강림기-1929화(1926/2125)
마존현세강림기 78권 (14화)
3장 무너지다 (4)
“……지금 뭐라고?”
전화기를 붙든 차이커창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내 입으로 이걸 다시 읆어주길 바라는 거요?]
[요인들이 암살당하고 있소! 국방
부장! 인민해방군 육군 사령원! 국 무원 군사위원에 심지어는 판공청 청장까지!]
노한 음성이 전화기를 뚫고 나올 것만 같다. 귀가 아플 정도의 고함 이지만, 차이커창은 멍하니 그저 그 말을 듣고 있을 뿐이었다.
[빌어먹을! 군사 쪽은 물론이고, 군사 쪽과 관련 없는 요인들까지 암 살당하고 있단 말이오! 이 개 같은 놈들은 백주 대낮에 관련 부서에 있 는 이들을 잡아 죽이고, 자택에 거 하고 있던 이들을 찾아가서 목을 베 고, 심지어 방공호까지 뚫고 들어가사람을 죽여대고 있다고, 이 개자식 아!]
평소라면 차이커창은 이 말을 절 대 참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홍왕 을 모시는 이. 현실의 권력은 그에 게 어떠한 권위도 내세울 수 없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수화 기 너머에서 들려온 노기 가득한 욕 설을 그저 감내하는 수밖에 없었다.
[대체 언제 찾아낼 건가! 대체 언 제!]“우리도 최선을……
[최선? 지금 최선이라고 했어?] [최선은 이 짓거리를 벌이고 있는 이들의 목을 잘라서 내 앞에 가져다 놓는 것뿐이야! 그 외에는 이제 어 떤 것도 의미가 없어! 말귀는 알아 처먹고 있나?]차이커창의 눈이 점점 가라앉는 다.
그의 침묵에 건너편에서도 깊은 침묵이 돌아왔다. 조금의 시간이 지 난 후,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안하오. 내가 너무 흥분했군.]“이해합니다.”
그냥 적당히 대접해 주는 말이 아니었다. 차이커창은 이 분노를 과
할 만큼 이해했다. 만약 차이커창이 같은 입장이었다면, 지금쯤 그의 주 변에 있는 물건들은 단 하나도 성하 지 못했을 것이다.
손쓸 도리 없이 일방적으로 얻어 맞는 것만큼 사람을 화나게 하는 일 은 몇 없으니까.
[아시겠소, 선생? 상황이 좋지 않 소.]
[지금껏 우리가 무인계의 일에 간 섭하지 않을 수 있던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오? 절대 우리는 그 폭력에 노출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
기 때문이오.]
“그렇지요.”
[하지만 상황이 이리되면 말이 달 라진단 말이지. 우리는 누군가가 목 을 노리는 것을 가장 싫어하는 사람 들이오. 중화인민공화국의 역사는 통 제할 수 없는 폭력과 싸워온 역사란 말이오.]차이커창이 눈을 감았다.
그 말이 뭘 의미하는지 차이커창 이 모를 리가 없다.
저들의 칼날이 흑왕계를 향하게 된다면, 홍왕계 역시 무사할 리가 없다. 홍왕계의 입장에서 본다면 흑
왕계는 적이지만, 저들의 입장에서 는 같은 무인일 뿐이기 때문이다.
군사력을 동원하여 흑왕계와 싸운 이들이 홍왕계는 지금과 같은 체제 를 유지하도록 허락한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무인이라는 존재가 통제 불가한 힘을 그들에게 가할 수 있다는 사실 을 인식하는 순간, 그들은 무인계의 존재를 세상에서 지우려 할 것이다.
혼란?
저들에게 이 이상의 혼란은 존재 하지 않는다.
차이커창은 인간이 그리 이성적이
지 않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는 사 람이다. 세상을 뒤흔든 대부분의 사 건은 명확한 근거와 논리에 의거하 여 벌어진 게 아니라 권력을 독점하 고 있는 소수의 패닉에서 비롯되지 않았는가.
죽음의 공포에 질린 정치인들이 말도 안 되는 결정을 내리지 않으리 라고 누구도 보장할 수 없다.
“시간을 조금만 더 주십시오.”
[나 역시 그러고 싶소. 사람이란 안정을 추구하기 마련이란 말이지. 이 나이 먹고 다시 지옥과도 같은 상황으로 돌아가고 싶은 이가 누가
있겠소. 여기서 골치 아픈 결정이 나버리면 당장 나도 당신이 내 목을 따러 오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벌벌 떨어야 할 텐데.] [공포가 사람들을 패닉으로 몰아 넣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저들이 보 여준 공포가 마지막 이성을 부여잡 게 만들고 있소. 저 미친놈들이 하 는 짓거리를 감당하는 것도 힘겨운 데, 여기서 비슷한 적을 더 늘리고 싶어 하는 이는 없다는 소리요. 뭔 말인지 이해하시오?]
“압니다.”
흑왕계는 몰라도 홍왕계는 분명히 군대에 쓸려 나간다. 그건 차이커창 조차 확실하게 인정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 결정을 내린 이들도 무사할 수 없다. 그들 은 거대한 벌 떼를 모두 잡을 수는 없지만, 여왕벌을 단번에 꿰뚫어 버 릴 수 있는 송곳을 가지고 있는 이 들이니까.
다시 말하자면, 더 나은 상황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목숨이 더 위험 해지는 상황을 바라지 않는 저들의 이기심이 마지막 안전장치가 되어주 고 있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는 있소. 이 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라 는 생각이 드는 순간, 아무도 망설 이지 않게 될 거요. 사람이란 절대 로 자폭 버튼을 제정신으로 누르지 않지만, 과다 출혈로 죽기 직전이라 면 말이 달라진다는 소리요. 아시겠 소?]“예. 충분히.”
[대책이 필요하오. 뜬구름 잡는 이야기 말고, 확실한! 놀라 날뛰는 이들을 진정시킬 수 있는, 확실한 대책이.]차이커창이 심호흡을 하고는 입을
열었다.
“반드시 지켜야 할 요인들의 명단 을 제게 넘겨주십시오. 그와 동시에 그들의 집과 근무처, 이동 동선까지. 가용한 모든 이들을 동원하여 호위 하겠습니다.”
[호위는 이쪽도 충분하오. 몰라서 그러는 건…….]“알고 있습니다. 정부 측에서도 적당히 쓸 만한 놈들을 양성했다는 것, 그리고 그 전력이 우리가 알고 있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도.”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봐야 공산품은 공산
품일 뿐입니다. 그런 공산품으로는 절대 저들을 막을 수 없습니다.”
[그럼 그쪽은 막아줄 수 있다는 거요?]“완전하다고 확신드릴 수는 없습 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보다는 나 을 겁니다.”
[알겠소. 하지만 선생도 알겠지만, 이건 미봉책일 뿐이요. 근본적인 대 책이 서지 않는 이상은 같은 상황의 반복이지.]“압니다.”
차이커창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 다.
“당하고 계신 피해를 생각하면 이 런 말이 의미를 가지기는 힘들겠지 만, 저들에게 증오를 품고 어떻게든 죽이고 싶어 하는 것은 이쪽이 더 심할 겁니다.”
[흐음.]
“반드시! 어떤 수를 써서라도 반 드시 저들을 이 세상에서 지워낼 겁 니다. 마지막 한 사람이 남는 그 순 간까지 그 어떤 타협도, 협상도 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러니 이쪽을 의 심하지는 말아주십시오.”
[의심해 본 적은 없소. 의심했다 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겠지. 하지
만 선생, 기억하시오. 오해와 의심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면, 그건 더 이상 정치가 아니오. 정치란 필요에 의해 의심을 만들어내는 것이지.]
“알고 있습니다.”
[이쪽도 이미 한계까지 몰렸다는 걸 명심하시오. 그럼.]전화가 끊긴다.
차이커창이 꺼져 버린 전화를 차 마 내리지 못한 채 고개를 살짝 숙 였다.
화가 나지 않는다.
이제 상황은 개인적인 분노로 풀 어내기에는 너무도 멀리 와버렸다.
패한다? 진다?
그런 문제가 아니다.
‘이건 공멸로 가는 길이다.’
흑왕계에 패해서 홍왕과 그, 그리 고 강진호를 비롯한 총회의 중진들 이 모조리 죽어 무인계를 흑왕이 지 배하는 게 최악의 결말이라고 생각 했다.
하지만 지금 흑왕이 그려내고 있 는 결말은 그따위 결말은 차라리 축 복이라 말해도 좋을 만큼 끔찍하기 짝이 없다.
무너진다.
이대로 가면 무인계 자체가 세상
에서 사라진다. 아무리 낙관적으로 보더라도 적어도 중국의 무인계는 더 이상 존속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그만한 일이 벌어지면 세상은 더 이상 무인계라는 세상이 이 세상 속 에 또아리를 틀고 있다는 사실을 숨 길 수 없게 된다. 그럼 타국의 국민 들은 과연 그들과의 공존을 허락할 것인가.
‘모두 무너질 거다, 모두.’
당장은 아닐지 모른다.
당장은 피해를 겁내겠지.
하지만 시간이 흘러가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다. 드러나 더는 세력을 유지할 수 없게 된 이들은 점점 더 나약해져 갈 것이고, 언젠가는 더는 그들을 처리하는 게 누구에게도 부 담이 되지 않는 시대가 올 것이다.
이미 그들은 같은 것을 지켜보지 않았던가.
마교.
마교가 가장 융성하던 당시에는 강진호를 잃은 마교조차 너무도 강 했다. 그렇기에 누구도 그런 마교와 전면전을 벌이려 들지 않았다.
하지만 마교는 스스로 힘을 잃어 갔고, 지속적인 탄압과 공격이 이어
지자 결국에는 빛나는 대지를 잃고 어둠 속으로 스스로 스며들었다.
결국에는 그 찬란하던 위상을 모 조리 잃고 같은 무인들의 눈마저 피 해 뒷골목을 전전하는 신세가 되지 않았던가.
마교에 대한 탄압이 조금만 더 이어졌다면, 강진호가 갑자기 세상 에 둥장하지 않았더라면, 몇 해가 지나기도 전에 마교에 대한 마지막 공격이 시행되었을지도 모를 일이 다.
‘무인계도 같은 길을 걷게 되겠 지.’
이건 이미 홍왕계와 흑왕계의 전 쟁이 아니다.
저놈은 애초에 그런 작은 판에서 움직일 생각이 없었다.
“어떻게든 해야 해, 어떻게든.”
손톱을 물어뜯은 차이커창이 막 밖으로 향하려는 순간, 문이 열리며 홍왕이 걸어 들어왔다.
바로 예를 표하려던 차이커창을 홍왕이 손을 들어 제지한다. 그런 그의 뒤로 강진호와 이현수도 따라 들어왔다.
“소식은 대충 들었다.”
차이커창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통화를 전달한 이를 나무랄 생각은 없다. 그가 아는 것은 당연 히 홍왕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지 금은 저 강진호와 이현수도 마찬가 지다.
“요인 암살이라……
홍왕이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빌어먹을 짓을 해 대는군.” 적어도 그는 질서가 뭔지는 아는 이. 이런 혼란은 그가 바라는 바가 아니었다.
“생각해라, 차이커창. 우리가 어찌 해야 하는지.”
차이커창이 멍한 눈으로 홍왕을
바라보았다.
어찌해야 하냐고?
그야…….
“요인♦•••••
차이커창이 홀린 듯 말한다.
“요인의 암살, 혼란. 아니…… 아 니, 궁극적으로는 붕괴. 지휘 체계의 붕괴. 놈들이 노리는 건 대웅이 늦 어지는 것.”
차이커창의 눈이 뒤흔들린다.
“••••••주석.”
“아니지!”
이현수가 버럭 고함을 내질렀다.
“정말 주석을 노릴 거였다면, 요
인들을 건드리지 않았겠지. 괜히 벌 집을 쑤셔서 방비를 단단하게 해줄 이유가 없으니까! 이미 한 번 당했 잖아. 이 새끼들이 노리는 건 다른 곳이야! 분명히!”
차이커창이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어디. 대체 이들이 노리는 곳이 어디인가.
“아니. 노리기는 할 거다.”
“음?”
이현수가 고개를 홱 돌려 강진호 를 바라보았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이미 빤
하잖습니까.”
“그러니까.”
강진호가 이현수를 똑바로 보며 말했다.
“상식적이지 않아서 막지 않을 거 라 여기겠지. 막는다고 해도 병력이 라도 줄일 거라 믿을 거고.”
“아니. 이런 내 생각조차 벌써 읽 히고 있는지도 모르지.”
“그럼 대체……
“간단해.”
강진호가 손가락을 튕겼다.
“놈을 상대할 때는 어떻게 할 것
인가를 생각하면 뒤처진다. 중요한 것이 뭔지를 생각해야 해. 지금 우 리가 잃는다면 가장 크게 손해를 보 는 곳이 어디지?”
이현수의 고개가 차이커창에게로 향했다.
“주석, 아니……
차이커창의 시선이 강진호에게로 향했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회주님 입니다.”
“그건 내가 원한 답은 아닌데.” 강진호가 피식 웃고는 말했다.
“나와 홍왕은 제외하지. 그건 노
리기 어려운 답이니까.”
“그렇다면 주석뿐입니다. 단 한 방으로 완벽한 혼란을 불러올 수 있 을 테니까요.”
“그럼 놈은 반드시 노린다.”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놈이 거기에 나타날지는 모르겠 지만, 누가 와도 상관없어. 가자.”
“예!”
이현수가 강진호를 따라 밖으로 나간다. 그러자 홍왕이 차이커창을 돌아보았다.
“그렇다는군.”
“……지원해야죠.”
그의 시선이 홍왕이 아닌 그 너 머로 향했다.
“저분의 말대로 최악은 막아야 할 테니까요.”
차이커창이 살짝 입술을 깨물었 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에 여전히 풀 리지 않는 하나의 의문이 있었다.
‘그런데…… 이게 정말 최악일까?’ 어쩌면 그들이 생각하는 최악과 혹왕이 생각하는 최악의 개념이 다 를 수도 있다는 생각이 자꾸만 그의 손끝을 간질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