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93)
마존현세강림기-193화(193/2125)
마존현세강림기 8권 (19화)
4장 연기하다 (4)
“그들에 대해서는 나도 자세히는 알지 못해. 단지 그런 이들이 있다는 소문만 들었을 뿐이다.”
“회장님께서도 잘 모르신다는 말 입니까?”
“보게.”
황정후가 TV를가리켰다.
“요즘 세상은 모든 것이 알려지는 세상이지.의혹이 있으면 검증이 되는 세상이란 말이야.”
“……그렇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 계에 그런 이들에 대한 보도가 전혀 없다면,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도시 전설이라 생각할 것 같습니다.”
“그렇지.”
황정후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소문만 들었지, 소문만. 세상에
보통 사람과는 다른 사람이 있고, 그들이 어둠 속에서 세계를 주무르 고 있다는 말을 말이야. 그런데 그런 말은 어디나 있는 것 아닌가. 프 리 메 이슨이 라든가, 장미 결사회 라든가 말이야.”
“음모론이죠.”
“그래서 그냥 흘려들었지. 자네도 알다시피 나는 재경을 만들기 위해 서 안 해본 일이 없네. 그러던 중 이상한 일도 몇 번 겪었지. 지금 돌 이켜 보면 왜 그렇게 되었는지 알 것 같은데, 당시에는 그리 생각할 수가 없었지. 그냥 우연이라 생각한
거야. 그러다가 강진호를 만났지.” 조규민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알게 되었다네, 소문이 사 실이라는 것을. 적어도 절반은 말이야.”
“왜 절반입니까?”
“세상에 특별한 존재들이 있다는 것은 실재라는 걸 알게 되었지만, 그 특별한 존재들이 세상을 주무르 고 있다는 말은 검증이 되지 않았거 든. 강진호가 세상을 주무르고 있는 걸로 보이는가?”
“……아니요.”
조규민이 보는 강진호는 뭐라고 해야 할까…….
먼저 건드리지 않으면 튀지 않는, 울퉁불퉁한 고무공 같았다.
평소에야 얌전히 바닥에 놓여 있 지만, 누군가가지고 놀겠다고 잡아 던지기 시작하면 대체 어디로 튀어 나갈지 모르는 고무공.
그렇지만 그 고무공은 건드리지 않으면 튀지 않는다.
“게다가 나를 혼란스럽게 만든 것은 강진호는 그런 세상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는 말이야.”
“그렇습니다.”
“그러니 영 판단을 내릴 수가 없 더군.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 지가 거짓인지 말이야.”
조규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사실이 된 거군요.”
“그렇다고 봐야지.”
“회장님, 솔직히 저는 혼란스럽습니다.”
“ 혼란?”
황정후가 고개를 갸웃했다.
“제가 알고 있던 세상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기분 입니다. 지구는 둥근 줄 알았는데,
누군가가 ‘사실 지구는 평평하고, 중력이란 것은 세상이 너를 속이려 고 지어낸 말이다’라고 하는 것 같 다는 말입니다.”
황정후가 피식 웃었다.
“재미있는 표현이군.”
“저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 황정후가 눈을 멀뚱히 뜨며 조규 민을 바라보았다.
“뭘 어떻게 해? 그냥 살던 대로 살면 그만이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습니까?”
“이상한 소리를 하는군.”
황정후는 조규민을 보며 빙그레
웃었다.
“자네는 이미 그렇게 살고 있지 않은가.”
“제가 말입니까?”
“사람은 자신의 눈에 확연히 보이 고 느껴지지 않으면 충분히 짐작이가는 일도 그냥 묵인해 버리지.”
“……저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
황정후가 쿡쿡 웃더니 말했다.
“정치인들이 받고 있는 뒷돈이 얼 마쯤 될 것 같은가?”
“뒷돈이라고 하셨습니까?”
“그렇다네.”
조규민은 고민을 하다가 입을 열 었다.
“아마 몇 백억 단위는 되지 않겠 습니까?”
“몇 백억?”
황정후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 음이의미하는 바가 너무 극명하여 조규민은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뭐, 좋아. 몇 백억이라고 치지. 그런데 자네는 왜가만히 있는 건가?”
조규민은가만히 입을 닫았다. 황 정후가 하는 말이 무슨의미인지 이
해한 것이다.
“자네뿐만이 아니야. 대부분의 사람들은 분명히 알고 있는 사실을 무시하고 살아가지. 정치인이 청렴결 백하고, 그들이 아무런 돈을 받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많지 않 아.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그들의 비리를 밝히려고 들지는 않지. 그저 알고 있음에서 멈추는 걸세.”
조규민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황정후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그게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야.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과 내가 살
아가는 삶에 큰 영향이 없는 이상 사람은 굳이 덮어놓은 오물을 뒤집 어 밖으로 꺼내려 하지 않아. 생각 해 보게, 이 세상에 부조리가 얼마 나 많은지. 하지만 내가 직접 그 부 조리의 피해자가 되기 전에는 묵인 하지 않는가.”
“예, 그렇습니다.”
“그러니 그저 평소와 다름없이 살 아가면 되는 걸세. 어렵지 않은 일 이지. 다만……
황정후가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자네의 삶은 이미 그들과 얽히기 시작한 것 같군. 과연 덮을 수 있을까?”
조규민은 고개를 푹 숙였다.
확실히 황정후의 말이 맞았다. 자 신은 이미 그들의 세계에 깊숙이 들 어와 있었다.
세상의 이면을 알게 되었지만, 그 대가로 조규민의 삶은 과거와 비할 수 없이 위험해질 것이다.
“여기가 마지노선이군.”
황정후가 손을 뻗더니, 테이블 위를 쭉 그었다.
“자네는 충분히 노력해 왔어. 그 건 내가 인정하지. 그러니 기회를 주겠네.”
“기회라고 하셨습니까?”
“여기까질세. 자네가 원한다면 이 시간이후로는 강진호씨와 얽히지 않아도 좋아. 평범한 부서로 옮겨주 겠네. 그리고 지금까지 자네가 이뤄 낸 일들을 존중하는의미로 직위와 호봉은 유지시켜 주겠네.”
파격적인 말이었다.
조규민은 강진호의 후광을 업고 고속으로 승진을 해왔다. 강진호가 학생의 신분에서 조금씩 성인으로 성장하며 해야 할일이 더 많아졌기 에 필연적인 조치였다.
다시 말하자면, 고속으로 승진하
기는 했지만 그 모든 것이 조규민의 온전한 능력 덕분이라고는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언젠가 더 이상 강진호를 보좌할 수 없게 된다면, 당연 히 직위가 하락하는 것을 각오하고 있었다.
하지만 황정후는 지금 그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조규민의 지 위를 유지시켜 주겠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실리는 챙기고, 위험에서는 벗어 날 수 있는 길이다.
조규민 역시 황정후가 말하는게 얼마나 큰 이득인지 알고 있었다.
“그러실 필요는 없습니다.”
“ 흐음?”
하지만 조규민의 대답은 단호했다.
“어째서인가? 나는 충분히 좋은 길을 제시했다고 생각하는데?”
조규민이 빙긋 웃었다.
“물론 이성적으로 생각한다면 회장님께서 기회를 주셨을 때, 빨리 이곳에서 빠져나가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그리 이성적인 동물이 아니잖습니까.”
황정후가 조규민의 말을 듣고는 어이없다는 둣 반문했다.
“이 사람아, 그게 회사에서 할 말 인가?”
“사실이니까요.”
조규민이 미혹을 떨쳐 냈다는 얼 굴로 쾌활하게 말했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지금 강진호 씨의 곁에서 떨어진다면 저는 후 회할 것 같습니다. 요즘 좀 힘들기는 하지만, 이 사람이 아니면 이렇게 다이내믹하게 살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젊으니 할 수 있는 말이로군.”
황정후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럼 좋아. 앞으로도 강진호는 자네에게 맡기지. 중국에서 강진호를 노린다고 했나?”
“예, 그렇습니다.”
“동원할 수 있는 채널을 모두 동 원해서 강진호를 노리는 이들이 누 구인지를 알아봐.”
“예. 최대한 빠르게 알아내 보고 드리겠습니다.”
대화가 끝났다고 생각하고 엉거주 춤 자리에서 일어나는 조규민을 보 며 황정후가 빙그레 웃었다.
“자네, 생각보다 담대하구만, 나는 그 녀석이 치는 사고를 수습할 생각
만 해도 속이 더부룩한데.”
조규민이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한번씩 사고를 치기는 하시지 만, 누군가 건드리지 않으면 일을 벌이지 않는 분이라 괜찮습니다. 더 구나 이번 중국 일도 있고 하니, 한 동안은 조심하시겠죠.”
덧없는 조규민의 바람이었다.
“ 아뇨.”
강진호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안 합니다.”
“그러지 마시고……
“안 합니다.”
장학선이 몇 번이고 설득을 해보 았지만, 강진호는 너무도 단호했다.
뭔가 주절주절 말이 나와야 말꼬 리를 잡아가며 대화를 이어갈 것이 고, 대화를 이어가야 설득이가능할 것인데, 강진호는 여지조차 주지 않았다.
장학선 역시 그리 말로 뭔가를 설 명하는 타입이 아닌지라 곤욕을 치 르고 있었다. 장학선이 조연출을 돌아보았다.
장학선의 시선에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 건지를 깨달은 조연출이 한숨을 쉬며 강진호에게 다가갔다.
“강진호씨라고 하셨죠?”
미소를 지은 조연출이 뭔가 말하 려는 순간, 강진호가 입을 열었다.
“안 해요.”
“아뇨. 저……
“안 해요.”
“ 그게……
“안 합니다.”
“말을 들……
“안 합니다.”
4연타를 얻어맞은 조연출이 혼이
빠진 얼굴로 피디에게 돌아와 말했다.
“그냥 오디션 보시죠. 빨리 소집 하겠습니다.”
“비켜, 인마!”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조연출을 밀 어내며 장학선이 다시 강진호에게 다가갔다.
결과는 이미 빤해 보이지만 다행 스럽게도 그에게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었다.
“세아 씨 오빠라고 하셨죠?”
최연하가 강진호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남자라면 누구라도 그 미소
를 보면 뒷말을 듣지 않고는 버틸 수 없었다.
“안 합니다.”
그런의미에서 강진호는 남자가 아닌 것이 분명했다. 최연하를 보는 강진호는 눈은 장학선이나 조연출을 볼 때와 다를게 없었다.
‘저놈 뭐지?’
그러고 보니 생방송 중이던 강세 아를 무대에서 끌어내려 집에데려가 버린게 저 인간 아니었던가.
그 일 때문에 기껏 해두었던 캐스 팅이 무산 될 뻔하지 않았던가.
“일단 제 말을 마저 듣고 결정을
내려보시는 건 어떨까요?”
“시간 낭비일 뿐이죠.”
“그 시간을 조금만 낭비해 주실 수 없을까요? 이렇게 부탁드릴게요.”
최연하가 고개를 숙이자 강진호는 조금은 미묘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들어보죠. 그전에……”
“네.”
“왜 이렇게까지 하시는 겁니까?은영이가 하는 말을 들어서는 잘나가는 배우이신 것 같던데, 캐스팅까 지 일일이 나서서 하실 필요는 없는
것 아닙니까?”
“간단해요.”
최연하가 웃으며 대답했다.
“연기자는 연기를 하는 직업이 아니니까요.”
“ 예?”
강진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저는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은 거지, 좋은 연기를 하고 싶은게 아니에요. 제 연기가 혹평을 받더라도 작품이 재미있다는 말을 들을 수 있 다면 그게 더 낫죠. 망한 작품에서 홀로 빛났다는 말만큼 비참한 건 없
거든요.”
“흐음……””
마인드는 마음에 든다.
은영이와 붙여놓을 수 있다면 앞으로의 삶에 멘토가 되어줄 수도 있는 사람 같았다. 일단 같은 길을 걷 고 있는 선배니까.
“들어보죠.”
어차피 빤한 소리나 하겠지만, 질 문에 대한 대답을 들었으니 그도 시 간을 조금 할애해 주는 것이 예의리 라.
“스타가 되는데는 관심 없으시 죠?”
“그 정도 마스크에 동생이 연예인 이라면 보통 한번쯤은 기획사의 문을 두드릴 만하죠. 하지만 전혀 그 럴 생각이 없으세요. 그렇죠?”
강진호는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 였다.
최연하가 알겠다는 듯 미소를 짓 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러니 더욱 하셔야 하지 않겠어 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