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930)
마존현세강림기-1932화(1929/2125)
마존현세강림기 78권 (17화)
4장 뒤흔들다 (2)
“쏴라아아아아아!”
기관총이 불을 뿜는다.
건물 안에서 사용할 만한 화기는 아니지만, 지금 이곳에 배치된 이들 은 그런 기본적인 제약에 묶이는 이 들이 아니었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 해서는 어떤 방법도 허락되는 이들
이다.
사람을 향해 겨눠지기에는 너무 과격한 총구가 연신 불을 뿜는다. 화약이 만들어낸 매캐한 연기가 시 야를 가릴 만큼 뿜어졌다.
마치 대공 화망을 구성하듯, 겨누 지도 않고 일정한 지역을 뒤덮어 버 리는 공격.
그리고 공격은 거기서 끝나지 않 았다.
“던져!”
수류탄이 일제히 허공을 난다. 고전적이기 짝이 없는 수법.
하지만 고전적이라는 것은 다시
말하자면 그 효과는 확실하게 검증 이 되어 있다는 의미다. 효율이 조 금이라도 떨어지는 무기라면 이미 도태되어 사라졌을 테니까.
짧은 거리에서 상대에게 막대한 타격을 주는 데 이만한 무기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그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앞으 로 날아든 수류탄이 연신 폭발을 일 으키며 굉음을 내뿜었다.
건물 전체가 뒤흔들리며 피어오른 매연이 춤을 추듯 주변을 휩쓸었다.
마치 전쟁터의 한가운데를 옮겨온 것 같은 광경.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전쟁터는 죽음에 대한 공포를 극복해 낸 병사 들이 싸우는 곳인 반면, 이곳에 있 는 이들은 아직 죽음의 공포를 완전 히 극복해 내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는 사실이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총구가 발작적으로 불을 뿜는다.
이곳에 있는 이들은 완벽한 훈련 을 통해 어떠한 상황에서도 침착함 을 유지할 수 있도록 단련된 이들이 다. 유능함을 입증하지 못했다면, 감 히 주석의 방패가 된다는 막중한 임 무에 투입될 수 있을 리 없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이들이 그동안 상정해 온 ‘어떠한 상황에서도’에 이런 말도 안 되는 경우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격 중지! 사격 중지!”
지휘관의 입에서 찢어지는 고함 소리가 터져 나온다.
상대를 쓰러뜨렸는지 아닌지를 확 인하려는 게 아니다. 실내에서 너무 많은 화력을 쏟아붓다 보니 폭연 때 문에 시야가 전혀 확보되지 않는다.
상대의 특성을 감안한다면, 서로 보이지 않는 상황이 누구에게 유리 할지는 너무도 명약관하한 일!
“대기해! 총구 돌리지 마라! 겨눈 채로 대기해!”
지휘관이 고함을 내지르고 무전기 를 입 바로 앞에 가져다 댔다.
“빌어먹을 괴물 놈/
뼈와 살로 이루어진 인간이라면 이만한 화력을 감당할 수 있을 리 없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그게 누가 되었든 살점 하나 찾을 수 없는 수 준으로 분해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상대하는 이는 평 범한 인간이 아니었다.
최악. 최악 중의 최악.
상식과 합리를 떠나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적을 가정하고 대처해 야 한다.
하지만 그는 곧 한 가지를 깨달 아야 했다.
공령이라는 적을 상대하기에는 그 의 상상력이 너무 부족했음을 말이 다.
“안타까운 일이야.”
바로 등 뒤에서 나긋나긋한 목소 리가 들려온다.
“상식과는 다르게 일에 일을 더한 다고 해서 이가 되지는 않거든. 나 를 겨누는 총구가 하나든 둘이든 열 이든, 결국 그 총에 맞지만 않는다
면 영과 다름없지.”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지휘관이 무전기를 잡은 손에 살 짝 힘을 주려고 했다. 목숨을 도외 시하는 한이 있더라도 버튼을 눌러 이곳의 상황을 전하려 한 것이다.
하지만…….
따끔.
움직인 손가락에서 날카로운 통증 이 느껴진다 싶더니, 그의 엄지가 잘려 바닥으로 톡, 떨어진다.
지휘관이 두 눈을 부릅떴다.
‘뭘 어떻게?’
그의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건 그가 멍청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 아 니다. 그와 같은 입장에 처한다면 누구라도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할 테니까.
“놀랐나?”
움찔.
바로 귀 옆에서 들려온 듯한 목 소리에 그가 움찔하는 순간, 전신에 격통이 느껴졌다.
마치 날카로운 면도칼로 전신을 난자하는 듯 어마어마한 고통.
그와 동시에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그의 팔 이곳저곳이 길게 베이 며 피를 뿜어내는 광경이었다.
‘뭘……
마치 보이지 않는 칼이 그의 전 신을 베고 있는 것만 같다. 팔과 다 리는 물론, 상체까지…….
참을 수 없는 고통에 비명을 지 르려 고개를 든 순간, 그의 목에서 섬뜩한 통증이 느껴졌다.
“구르르륵……
비명은 채 새어 나오지 못했다.
성대가 잘려 새어 나간 공기는 비명도, 고함도 아닌, 바람 빠지는 소리만을 만들어낼 뿐이고, 역류한
피가 피거품을 만들며 입 밖으로 홀 러 내린다.
지휘관의 두 눈에 핏발이 섰다.
고통을 느껴 경련을 일으키면 더 큰 고통이 찾아온다. 몸을 더 이상 지탱할 수 없어 휘청일 때마다 몸 이곳저곳이 더 크게 베이고 갈라진 다.
이건 살아서 겪는 지옥이었다.
천천히, 필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공령을 그 두 눈으로 담은 지휘관의 몸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쿵.
한 번 바닥에 처박힌 그의 몸뚱
아리가 수십 개의 조각으로 잘려 바 닥을 굴렀다.
“으아아아아아악!”
그 광경을 본 이들이 반사적으로 총구를 돌렸지만, 그건 명을 재촉하 는 일밖에 되지 않았다.
촤아아악!
총구를 돌리는 순간, 팔이 떨어져 나간다. 자신의 몸에서 팔이 깨끗하 게 잘려 장난감처럼 튕겨 나가는 모 습을 두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은 무척이나 진귀한 경험이었을 것이 다.
설사 그 진귀한 경험을 좋아하지
않는 이라고 해도 한 가지는 인정해 야 했다. 그걸 눈으로 볼 수 있는 건 분명 행운이다. 왜냐면 그 옆에 서 목이 잘려 솟구치고 있는 이들에 비하면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 수 있었으니까.
조립해 둔 장난감이 조각조각 나 뉘는 것처럼 사람의 몸이 조각나 기 이한 형태로 바닥을 채운다.
흘러나온 피는 마치 수도꼭지를 모두 열어놓은 것처럼 맹렬한 기세 로 바닥을 채워 나갔고, 짙디짙어 코를 마비시킬 것 같던 화약 냄새가 진득한 피비린내에 뒤덮이기 시작했
지옥이 있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 까?
이곳이 끔찍한 이유는 사람이 죽 어 나가기 때문이 아니다. 서로가 서로를 죽이기 위해서 악을 쓰고 있 기 때문도 아니다.
인간이라면 당연히 가져야 할 다 른 생명에 대한 존중. 그 최소한조 차도 이곳에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 이다.
촤라라락!
와이어를 회수한 공령이 고개를 슬쩍 돌렸다.
그의 고개가 닿은 복도 끝에서 방탄 복장을 갖춘 특수부대원들이 다급하게 진입한다.
그 광경을 본 공령이 손가락을 살짝 까딱였다.
피이이잉!
높고 날카로운 파공음과 함께 무 언가 희끗한 선이 달려드는 특수부 대를 덮쳤다.
“뭣!”
하지만 그 기이한 선은 나타나는 것보다 더 빠르게 사라졌다. 순간적 인 의아함을 빠르게 지워낸 특수부 대원이 총을 들어 총구를 앞으로 겨
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하지만 총이 발사되지 않는다.
‘잼 gam)?’
탄 걸림이 발생했나 싶어 다급하 게 고개를 숙인 이의 눈이 의혹으로 물들었다.
총이 보이지 않는다.
분명 고개를 내렸음에도 앞으로 겨눠졌어야 할 총이 그의 눈에 들어 오지 않았다.
사라졌나?
아니.
그의 청은 여전히 그의 가슴 앞 에 달라붙듯 파지되어 있다. 움직이
지 않은 것은 총이 아니라 그의 팔 이다.
‘왜……
하지만 생각은 길지 않았다.
그 이유를 채 알아내기도 전에 갑자기 바닥이 그를 향해 솟구쳤다.
두 눈을 부릅뜬 이가 그대로 바 닥에 처박혔다.
‘뭔……
저 마법사 같은 놈들이 바닥을 솟구치게 만들었는가를 의심하던 이 의 눈에 들어온 것은 익숙하면서도 너무나도 낯선 것이었다.
하체.
두터운 군용 워커를 신고 있는 누군가의 하체. 수도 없이 보았지만, 단 한 번도 이런 각도로는 볼 수 없던 하체다.
그럴 수밖에.
누구도 바닥에 처박힌 채로 서 있는 자신의 하반신을 을려다 볼 기 회를 얻을 수는 없을 테니까.
상반신이 사라진 채로 여전히 서 있는 하반신을 본 이가 그제야 자신 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이해 했다.
‘어, 언제……
허물어지기 시작한 그의 다리 뒤
쪽으로 비스듬하게 잘린 동료들의 상반신이 연이어 바닥으로 떨어졌 다.
털썩! 털썩!
힘을 잃은 몸뚱아리가 바닥을 때 리는 소리가 연이어 들려온다. 복도 로 진입하던 이들이 단숨에 반으로 잘려 몰살당했다.
너무도 간단하게.
“ 흐음.”
공령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너희로는 무리야.”
무시?
아니다.
그들은 이들을 무시하지 않는다. 하찮게 깔아보지도 않고, 그들에게 미치지 못하는 힘을 비웃지도 않는 다.
오히려 십이비도와 흑왕은 이들을 이 세상 누구보다 두려워하는 이들 이다.
그저 방향이 다를 뿐이다.
저들이 든 병기는 시속 40킬로미 터 이하로 움직이는 물렁한 살덩어 리를 파괴하는 데 특화되어 있다. 그러니 그 규격을 벗어나는 이들을 상대로는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 하는 것이다.
“과학은 전쟁에서 발전했지. 생각 해 봐. 인간이 돌로 사람을 내려치 기 시작한 때부터 핵무기를 쏘아 올 리기까지 얼마나 걸렸는지 말이야. 저들이 우리라는 존재를 상대하기 위해서 무기를 만들기 시작한다면, 네 목과 내 목이 떨어지기까지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될까?”
맞는 말이다.
흑왕계의 입장에서 이들은 아직 군수 공장을 돌리지 않은 최강대국 과도 같다. 지금 당장이야 겁날 것
이 없지만, 공장에 불이 돌아가고 막대한 경제력을 쏟아붓는 순간, 순 식간에 살상 병기를 음료수 뽑아내 듯 뽑아내겠지.
지금 그가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이유는 이들이 약하기 때문이 아니 다. 그저 지금까지는 그들이 견제를 받을 이유가 없을 정도로 하찮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금뿐이다.
오직 지금.
아직 그와 같은 무인을 잡아내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인류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지 않은 바로 지
금!
“후……
짧게 숨을 토해낸 공령이 복도를 걸어 아래층으로 향한다.
지하 깊숙한 곳까지 내려온 그의 눈에 바닥에 만들어진 커다란 금속 재질의 문이 들어왔다.
“고전적이군.”
공령이 손을 가볍게 휘둘렀다. 그 러자 금속에서 불똥이 폭죽처럼 튀 어 오른다.
그 광경을 본 공령의 눈이 살짝 일그러졌다.
“이게 뭔 재질이지?”
대체 뭘로 만든 것인지는 모르겠 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금속 에는 그의 와이어가 먹히지 않는다 는 점이다.
“-g-.”
공령이 고개를 돌렸다.
그가 지나온 길을 따라 군복을 입은 한 사내가 휘청이며 걸어온다. 팔과 다리가 하나씩 잘려 나갔는데 도 용케 아직 숨이 붙어있던 이가 벽을 부여잡고 낄낄 웃어 젖혔다.
“너는 못 뚫어……
“병신 새끼야……. 헛수고한 거야. 너희는 절대 거기로 못 들어가.”
공령의 눈이 가늘어진다.
“어차피 이리될 걸 알았으면…… 그냥 도망가기라도 할걸……. 다들 개죽음을……
“ 괜찮다.”
공령의 말에 사내가 떨어지던 고 개를 억지로 들어 올렸다.
“개죽음은 아니지. 이걸 뚫으면 말이야.”
“넌……
“아, 맞아. 알고 한 말인지는 모 르겠지만, 네 말이 맞다. 나는 이걸
내리며
바닥에
뚫을 능력이 없어.”
공령의 입가가 비틀린다.
“나는 말이야.”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
그 순간, 천장이 무너져 커다란 덩치를 가진 사내가 착지한다.
험악한 인상과 머리카락 없이 완전히 밀어버린 머리.
그리고 몸에 걸치고 있는 더없이 인상적인 사내였다.
“아미타불, 소승이 조금 려.”
“아니. 딱 좋았어. 이걸 열어야겠
한 올
승포가
늦었구
는데……
“그러겠소.”
괴불의 손이 바닥의 문을 움켜잡 는다.
“하아아아아아압!”
가가각!
문의 가장자리가 조금씩 뒤틀리는 것을 두 눈으로 본 병사가 헛웃음을 지으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차라리 꿈이었으면.’
그 소원은 이뤄졌을지도 모른다.
그는 이제 영원한 꿈을 꿀 테니 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