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932)
마존현세강림기-1934화(1931/2125)
마존현세강림기 78권 (19화)
4장 뒤흔들다 (4)
“빌어먹을!”
차를 타고 진입하는 방진훈의 얼 굴이 확 일그러졌다.
“아니, 이 새끼들아! 정신 나갔어!” 그가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고는 버럭 고함을 내질렀다.
차 앞을 막고 있는 바리케이드.
그들보다 먼저 이동하던, 홍왕이 탄 차량이 바리케이드에 가로막혀 있 다.
주석이 머무는 벙커로 향하는 길 이니 검문이 있는 건 당연한 일이 다. 하지만 지금 방진훈이 고함을 내질러 대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미친 새끼들아! 니들 뒤에서 뭔 일이 터지는지도 몰라?”
느껴진다.
앞쪽에서 커다란 기운이 들썩이는 게 말이다.
이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겠지만, 그들의 기감은 확실히 적의 존재를
잡아내고 있었다.
“진정하십시오, 일단.”
“아니, 인마! 지금……
“한국말로 아무리 떠들어봐야 어 차피 못 알아듣습니다. 게다가 소란 을 피울수록 시간은 더 걸립니다.”
“그리고……
이현수가 검문을 하고 있는 이들 의 표정을 살피더니, 얼굴을 굳혔다.
“반대일지도 모릅니다.”
“뭐? 그게 뭔 소리야?”
“몰라서 막는 게 아니라, 아니까 막는 것일 수도 있죠.”
“안다고? 지금 습격을 받고 있다 는 걸?”
“예.”
“그런데 왜 막아! 그럼 우릴 들여 보내야지.”
“이런 데서 검문을 하는 놈들이 우리가 누군지 알겠습니까? 그냥 허 가서가 있으면 통과시키고, 없으면 막는 수준이겠죠. 그런데 뒤에서 일 이 터졌다면?”
“……허가고 나발이고 일단 막는 다, 이거로군.”
방진훈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서로 틀리지 않았기 때문에 일이
지체되는 상황 자체도 어이없지만, 그를 더 황당하게 만드는 건 겨우 이런 놈들에게 홍왕과 마존을 끼고 있는 그들이 가로막힌다는 점이었다.
“이 식후 간식거리도 안 되는 것 들이!”
위장이 뒤틀리는 듯한 느낌에 방 진훈이 이를 악물었다.
그는 지금까지 나름 공권력과 충 돌하지 않으며 살아왔다고 자부하는 사람이다.
과거에도, 그리고 지금도 군이나 정부, 혹은 경찰과 트러블이 있을 만한 일이 생기면 굳이 싸움을 택하
느니 손해를 보더라도 물러서는 쪽 이 옳다 여겨왔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방진훈은 한 가지 사실을 빼저리게 실감했다.
그동안 바깥세상의 힘을 상징하는 이들과 충돌하지 않을 수 있던 이유 는 그가 냉정하고 침착한 사람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저 그에게 그만한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점을 말 이다.
마음이 조급해지자 공안이고 나발 이고 그냥 밀고 들어가고 싶은 충동 이 그를 지배한다.
흑왕계의 손에서 주석을 보호하는
데 딱히 큰 관심이 없는 방진훈이지 만, 이건 주석을 구하는 것과는 별 개의 문제였다.
“그냥 밀어버려, 이 새끼들아! 뭘 빤히 기다리고 있어!”
그의 말을 듣기라도 한 걸까.
쾅
앞차의 문이 갑자기 통째로 차에 서 뜯겨 날아간다.
움찔한 방진훈이 고개를 안쪽으로 살짝 당겼다. 그의 눈에 홍왕이 차 에서 내리는 광경이 들어왔다.
“……여기서부터는 걸어가는 게
더 빠르겠군.”
“어, 그러네?”
방진훈이 손을 뻗어 문을 밀었다. 밴의 문이 드르륵 소리를 내며 열리 자, 방진훈이 가장 먼저 차에서 내 린다.
근거리라면 차를 타고 가는 것보 다 발로 가는 게 더 빠르다. 사람의 고정관념이 참 무서운 게, 머리로는 그걸 이해하고 있으면서도 차에서 내릴 생각을 하지 못했다.
차에서 내린 방진훈의 눈에 홍왕 에게 총구를 들이미는 이들의 모습 이 들어왔다.
“와……
그 광경에 방진훈마저 할 말을 잃고 입을 벌렸다.
‘와…… 미친 새끼들.’
저들에게 있어서 홍왕의 권위가 먹히지 않는다는 건 어찌 보면 당연 한 일이다. 무인의 권력과 위엄이란 무인계 내에서만 통용되는 것. 따지 고 보자면 게임 안에서만 통용되는 전자 화폐나 다름없는 것이니까.
게임 속의 캐릭터가 아무리 대단 하다고 해도 게임을 끄는 순간 아무 것도 아니게 되어버리는 것처럼, 홍 왕의 지배력 역시 무인계를 벗어나
는 순간 아무것도 아니게 되어버린 다.
저들에게 있어서는 홍왕의 존재조 차도 그저 평범한 민간인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음에도 홍왕의 머리에 총구가 겨눠진 모습 은 방진훈으로 하여금 극심한 위화 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뭐랄까.
현대 도심의 한복판에 나타난 드 래곤에게 지나가던 경찰들이 총구를 겨누고 있는 광경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 그것조차 부족하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지금 저 광 경이 방진훈의 상식을 벗어났다는 점이다.
“막으려하는 의도는 이해한다. 하 지만……
홍왕이 살짝 손을 흔들었다.
카앙!
그와 동시에 날카로운 금속음이 울려 퍼지며 홍왕을 겨누고 있던 총 들이 일시에 산산조각 났다.
“뭐, 뭐야!”
“이게 뭔……
당황한 가드들이 두 눈을 부릅뜨 며 뒷걸음질을 쳤다.
무학을 아는 이들 조차도 놀랄 만한 광경이다. 그러니 무학을 이해 할 수 없는 그들에게는 이 모든 상 황이 차라리 마법처럼 보였을 것이 다.
“물러서라.”
홍왕이 다시 한번 손을 가볍게 휘젓자, 가드들이 뒤로 둥실 떠오르 며 쭈욱 밀려난다.
저들도 딱히 잘못을 저지른 건 아니니 상하게 싶지는 않은 모양이 었다.
“ 마왕.”
흥왕이 고개를 돌려 막 차에서
내리는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말해.”
“진입해야겠다. 정예로만 간다.”
“흐 ”
rn •
“칠장로, 삼장로! 나와 간다.”
“예, 홍왕이시여!”
밴에서 내린 두 노인이 홍왕의 좌우로 붙는다. 그 모습을 본 강진 호가 묘한 얼굴로 턱을 긁었다.
“음, 정예, 정예란 말이군. 정
그의 시선이 한 사람에게로 고정 되었다.
“•…”아, 진짜.”
이현수가 얼굴을 와락 일그러뜨렸 다.
“같은 일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서 다른 법 아닙니까! 그냥 이 사님들 하나하나 불러서 같이 가면 되지, 꼭 저만 빼고 모두라는 식으 로 굴어야겠습니까?”
“그게 빠르니까.”
“에이 씨.”
이현수가 궁시렁대며 뒤로 물러난 다. 그러자 방진훈이 떨떠름한 얼굴 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저쪽에서 둘만 가는 거면, 저도 빠져도 될 것 같은데요.”
“정예는 다 오라잖아.”
“방 이사도 총회의 정예이니 같이 가야지. 홍왕께서 명하시니 별수 있 나.”
방진훈이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 다.
“몇 놈 오지도 않았을 것 같은데.”
“보통 방어가 공격보다 쉬운 법이 지.”
“하지만 지키는 건 공격보다 어려 워. 손이 더 필요하다.”
방진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 제가 그렇게 필요하시다면야.” 그제야 방진훈이 강진호의 뒤쪽에 붙는다. 강진호가 저벅저벅 걸어가 홍왕의 옆에 섰다.
그 뒤쪽에 선 총회의 이사들을 훑어본 홍왕이 살짝 눈을 찌푸렸다.
그 표정을 놓치지 않은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부러운가?”
“헛소리를.”
홍왕의 입에서 거친 대답이 나오 는 게 흔치 않다는 것을 감안한다 면, 나름 정곡을 찔린 모양이었다.
“단숨에 간다.”
“그러지.”
흥왕과 강진호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와 동 시에 그 뒤쪽을 홍왕계의 장로와 총 회의 이사들이 뒤따랐다.
“조심하십시오!”
버럭 고함을 내지른 이현수가 차 이커창을 돌아보았다.
“넌 안 가냐?”
“평소에 잘난 척해 대더니, 너도 막상 필요할 때는 전력이 안 되는 모양이네.”
그 말을 들은 차이커창이 조금
멍한 얼굴로 이현수를 돌아보았다.
“왜? 찔리는 모양이지?”
“……아니. 가도 되겠다 싶어서.”
“자신 있으면 가보시든가.”
“……널 보니 한 가지는 확실하게 알겠군.”
“ 뭘?”
차이커창이 고개를 내저었다.
“사람의 머리라는 건 모든 방향으 로 발달하지는 못한다는 것 말이다. 어떤 쪽으로는 천재가 어떤 쪽으로 는 병신일 수도 있군.”
“뭐라는 거야, 이 새끼가?”
차이커창이 피식 웃더니 손을 내
저었다.
“그럼 알아서 잘해봐라.”
밴을 운전하던 이들까지 불러들인 차이커창이 앞쪽으로 빠르게 달려 나간다. 그 뒷모습을 지켜보던 이현 수가 피식 웃었다.
“별 도움도 안 될 놈들이 오기 부 리기는.”
차라리 그처럼 뒤쪽에서 상황을 파악하는 게 현명…….
“저기다!”
“포위해!”
이현수의 고개가 홱 돌아간다.
“어……
그의 눈에 완전무장을 한 일련의 무리들이 미친 듯이 달려오는 모습 이 똑똑히 들어온다.
“ 어‘?”
그의 고개가 앞으로 홱 돌았다.
심지어 조금 전에 홍왕의 손짓에 밀려났던 이들도 어디선가 다시 총 기를 구비하고는 달려오고 있었다.
“……아?”
잠깐만.
지금 여기 나 빼고 아무도 없…….
“쏴라!”
투투투투투투투투투 !
“으아아아아! 씨바아아알!”
쏟아지는 총알을 피해 차 안으로 뛰쳐 들어간 이현수가 머리를 감싸 며 비명을 질러 댔다.
“차이커차아아아앙! 이 개 새끼야 아아아아아!”
뭔 소린가 했더니!
아니, 아니지! 내가 병신이지! 무 슨 생각으로 내가!
타탕! 탕! 타아앙!
둔탁한 금속음과 함께 차에 구멍 이 숭숭 뚫린다. 이게 영화라면 기 적적으로 몸에는 총알이 박히지 않 겠지만, 안타깝게도 이현수는 느와 르 영화의 주인공 행세를 하기에는
외모가 조금 모자랐다.
“아악! 악!”
내공을 있는 대로 끌어 올려 몸 에 둘렀음에도 총알이 피부를 뚫고 박혀든다. 그나마 차를 한 번 관통 하며 힘을 잃은 총알이라 찰과상에 서 그치는 것이지, 생으로 직격당했 다면 벌써 몸에 구멍이 숭숭 뚫렸을 지도 모른다.
이현수의 눈에 핏발이 섰다.
‘이러다 죽는다!’
여기에 머물러 있다가는 총알에 맞아 죽는 게 아니라 총알 무게에 눌려 죽을 판이다. 핏발이 선 눈으
로 좌우를 살피며 달아날 곳을 찾던 이현수가 마른침을 꿀꺽 삼킬 바로 그때 였다.
“아아아아악!”
순간적으로 비명 소리가 여기저기 서 치솟았다.
“차이커창, 이 새끼! 돌아왔…… 아아아아아악!”
그와 동시에 이현수가 탄 차가 갑자기 맹렬하게 옆으로 구르기 시 작했다.
“뭐, 뭐야! 뭐야! 미친!” 필사적으로 카시트를 움켜잡은 이 현수가 놀이기구라도 탄 듯 회전하
는 차 안에서 비명을 질러 댔다.
세상이 빙빙 돌고, 그의 속도 함 께 뒤집어진다.
몇 십 바퀴는 족히 구르고서야 겨우 기세를 잃은 밴이 기우뚱하더 니, 이내 쿵! 바닥에 내려선다.
이현수가 넋이 나간 얼굴로 바닥 에 주저앉았다.
용케도 바로 선 차 안, 뜯긴 문으 로 밖을 바라보니 그를 포위하고 총 을 쏴대던 이들이 모조리 바닥에 누 워 있다. 가슴이 들썩이는 것을 봐 서는 죽은 건 아닌 모양이지만 말이
다.
그 의식을 잃은 이들 사이로 한 사람이 손을 탈탈 털며 걸어온다.
“하, 씨발. 속이 시원하네.”
그를 향해 다가온 익숙한 얼굴이 히죽 웃더니 고갯짓을 했다.
“나와, 새끼야. 여하튼 이 새끼, 손 더럽게 많이 가네.”
“……일부러 그랬죠?”
“ 뭘?”
“차 일부러 굴린 거죠?”
“뭐래? 인마, 실수지.”
“……그럼 왜 웃으시는데?”
“사람이 좀 웃을 수도 있지.”
“나와. 가자. 너는 같이 가야 안 전하겠다고 회주님이 데리고 오란 다.”
낄낄대며 웃어 대는 방진훈의 얼 굴을 본 이현수가 넋을 놓아버린 얼 굴로 중얼거렸다.
“망할 무인 새끼들……
여하튼 무학 익힌 놈치고 정상인 은 하나도 없다는 걸 새삼 실감하는 이현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