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935)
마존현세강림기-1937화(1934/2125)
마존현세강림기 78권 (22화)
5장 격변하다 (2)
“12층 뚫렸습니다!”
“벌써?”
보고를 받은 이의 동공이 크게 확장된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속도다.
이곳은 그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
든 벙커다. 심지어 세계 최고의 특 수부대가 온갖 장비를 들고 진입한 다고 해도 한 층을 뚫어내는 데 최 소한 다섯 시간 이상은 소비되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삼십 분도 되지 않아서 벌써 12층이 뚫렸다고?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
“문을 열고 있다는 건가?”
“아, 아닙니다! 문을 통째로 뜯어 내고 있습니다.”
“뭐?”
“무, 문이 숨겨져 있는 층은 바닥 을 통째로 부수며 진입하는 중입니
다. 사, 상식이 통하지 않습니다.”
“부, 부숴? 두께 2미터짜리 강화 콘크리트를?”
“예. 화, 화면을 보시면……
그 순간, 그가 보고 있던 비전으 로 CCTV가 출력되기 시작했다.
‘저……
시체.
익숙한 복장을 한 이들이 시체가 바닥에 널려 있다. 그 시체 밭 속에 두 발을 딛고 서 있는 두 사람이 잠시 대화를 나누는가 싶더니, 이내 아래쪽으로 고개를 내린다.
그러더니…….
개중 큰 덩치를 가진 이가 주먹 으로 바닥을 내려친다.
그 순간, 특수하게 제작된 콘크리 트가 말 그대로 스티로폼처럼 부서 지며 사방으로 튀어 오른다.
“뭐, 뭐야, 저거?”
비서장이 두 눈을 부릅떴다.
‘저, 저게 어떤 물건인데.’
금속 재질의 가장 큰 문제는 열 에 녹아내린다는 점이고, 또 하나의 단점은 두께를 무한정 늘리기 어렵 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이 벙커는 금속 이상의 강도를 가직 특수 콘크리트로 제작
되었다. 열로 녹일 수 없고, 폭발로 파괴할 수 없도록.
개인화기로는 홈집조차 나지 않고, 분대화기도 먹히지 않는다. RPG-7 정도의 파괴력으로는 그을음이나 남 길 뿐이고, 벙커버스터조차 튕겨 낸 다.
그런데 그런 강화 콘크리트가 사 람의 손에 박살이 나고 있었다.
“저……
CCTV라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게 더 공포스럽다.
때로는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것보다 상상하는 것이 더 사람을 두
렵게 만드는 법이니까. 저 주먹이 내려쳐질 때마다 저 공간에 어떤 소 리가 울려 퍼지고 있을까를 생각하 니, 이마에서 식은땀이 절로 흘러내 린다.
이윽고 바닥을 완전히 박살 내버 린 이가 아래로 뛰어내린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아래로 뛰 어내리려던 이가 멈칫하더니, 슬쩍 고개를 돌렸다.
화면을 바라보던 비서장의 몸이 움찔한다.
사내의 시선이 정확하게 그를 바
라보았기 때문이다. 아니, 제아무리 대단한 재주가 있다고 한들 화면 너 머로 그를 바라볼 수는 없을 테니, CCTV를 찾아냈다고 하는 쪽이 맞 다.
하지만 그것도 기겁할 일이었다.
저곳에 설치된 CCTV는 고정형이 다. 렌즈가 드러난 부분은 불과 지 름 0.2센티미터도 되지 않는다. 그 런데 사람의 눈으로 그걸 찾아낸다 고?
‘우, 우연……
그 순간, 화면 안의 사내가 손을 쭉 뻗는다.
뭔가 희끗한 것이 화면으로 덮쳐 온다 싶더니, 이내 화면이 시커멓게 암전되었다.
털썩.
그 자리에 주저앉은 비서장의 이 마에서 식은땀이 비처럼 쏟아진다.
“뭐 저런 것들이……
그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불가능한 존재들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해가 중요한 상 황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저들을 이해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든 저들 을 막아 내는 것.
“바, 방어진은? 대기 병력들은 어
떻게 됐느냐!”
“지, 지금 대웅 중입니다. 하지 만……
보고를 하던 이가 목이 탄다는 듯 마른침을 연신 삼켜 댔다.
“저, 저들이 12층까지 단번에 뚫 어낸 것을 감안할 때, 상층에 남아 있는 병력으로는 저지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뭐?”
비서장이 버럭 고함을 내질렀다.
“그게 무슨 개 같은 소리야! 저지 가 불가능하다니! 여기에 지금 병력 이 얼마나 동원된 줄이나 알아?”
“토, 통하지 않습니다. 이쪽이 가 진 어떤 공격 수단으로도 저들을 무 력화하는 게 불가능합니다.”
“개인화기는 물론, 벙커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모든 화기를 다 동 원했습니다. 하지만……
뒷말이 흐려진다.
하지만 굳이 귀로 듣지 않아도 뒤에 이어질 말이 무엇인지를 짐작 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 다.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고 있어, 이 자라 새끼야!”
비서장이 버럭 고함을 내지르자, 보고를 하던 이가 하얗게 질린 얼굴 로 경련을 일으켰다.
“여기에 지금 누가 있는 줄 알 아? 누가 있는 줄 알고 그딴 도움 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여! 네 모가 지가 떨어지는 정도로 끝날 일 같 아?”
“죄, 죄송합니다.”
“당장 너는 살아남을 것 같아? 대책을 내놔야 할 것 아냐, 대책을! 이 무능한 새끼야!”
비서장이 핏발이 선 눈으로 화면 을 돌아본다.
“CCTV 돌려!”
“예!”
“이……
가빠진 호홉을 다스린 비서장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래서, 그 무인인가 나발인가 하는 새끼들은 다 어떻게 됐어?”
“상층에서 대기하고 있던 인원은 전멸했습니다. 남은 건 하층의……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것들.” 알고 있다.
지금 이 모든 사태에 가장 큰 책 임은 다름 아닌 그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패.
하지만 그는 스스로의 전력을 평 가하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적의 능 력을 평가하는 데는 완전히 실패했 다.
‘여기로 오면 안 되는 거였어.’
이 벙커는 상대를 막아 내기 위 한 벙커가 아니다. 세상에 완벽한 방패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리 단 단한 철옹성도 언젠가는 무너지는 법이라는 걸 그는 아주 잘 알고 있 었다.
이 벙커의 존재 이유는 시간을 버는 것.
지금까지 암살을 당한 이들은 모 두가 불시의 기습에 그 목숨을 잃었 다.
다시 말하자면, 기습만 당하지 않 는다면 최소한 대응할 시간은 벌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벙커는 기습을 방지한다는 측면에 있어서는 세상에 서 가장 안전한 곳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 판단이 틀 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시간을 번다는 건 분명 옳은 결정이었다. 그가 틀린 건 저들이 벙커를 뚫어내 는 속도가 그의 예견을 완전히 벗어 나 버렸다는 점이다.
“지원은! 지원은 어떻게 됐나?”
“주변에 대기하고 있던 부대와 연 락이 되지 않습니다! 아마도 모두 당한 것 같습니다.”
“모두 당했다고? 지상에 있는 이 들이 전부?”
“……예.”
“그, 그게 뭔 헛소리야! 지금 주 변에 대기하고 있던 이들이 몇인 데!”
“무전을 계속 보내보고 있지 만…… 연락을 받지 않습니다. 조금 전 정체불명의 적들과 교전을 벌이 고 있다는 보고를 마지막으로……
“이게 무슨……
비서장의 눈이 지진이라도 난 듯 혼들렸다.
‘지금껏 우리는 이런 것들이랑 공 존해 왔다는 건가?’
소름이 돋는다.
무인이라고 해봐야 조금 센 무도 가 수준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들 이 총을 피하고 폭탄을 버텨낼 수 있다는 말을 들었지만, 그래봤자 군 대를 상대로 싸울 수는 없다고 여겼 다.
조금은 위험하지만 유용한 칼. 그 래, 겨우 그 정도의 인식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 그의 앞에서 벌어지 는 일련의 사태는 그런 인식이 얼마 나 안일한 것이었는지를 뼈저리게 실감하게 만들었다.
“……지원은?”
“빨라도 20분은 있어야 도착합니 다.”
“20분?”
비서장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20분이면 저들이 이 모든 방어를 뚫어내고 유유히 주석의 목을 챙긴 다음, 느긋하게 커피 한 잔 즐기고 빠지는 것도 가능한 시간이다.
하지만 역정을 낼 수 없는 이유 는, 그 부대의 배치를 지시한 것이 바로 자신이기 때문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이 벙커로 적이 진입하고 예비대 의 투입이 완료될 때까지 못해도 30분은 걸린다는 계산 자체가 잘못 되었다?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고!”
쾅!
비서장이 책상을 걷어찼다.
“막아! 아무래도 좋으니까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 절대 저 새끼 들이 여기에 들어오게 해서는 안
돼!”
“비, 비서장님.”
“충성심이고 나발이고, 그런 문제 가 아니야! 너희가 살아남기 위해서 라도 막아야 해! 뭔 말인지 이해해?”
“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비서장이 멍하니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그동안 손 위에 올려놓고 가지고 놀던 뱀이 알고 보니 치명적인 독사 였다는 말을 들은 기분이다. 그리고 그 치명적인 독사가 지금 그의 팔을 타고 올라 경동맥이 있는 목 바로
옆에서 혀를 날름대고 있었다.
“……안 돼.”
이 벙커에 다른 출입구가 없다는 사실이 그를 더없는 절망의 구렁텅 이로 밀어 넣는다.
피할 수 없는 운명이 그들의 목 을 죄어온다.
“다음은 또 뭐지?”
“아미타불.”
문을 부수고 안으로 걸어 들어가 던 공령이 눈을 찌푸리고 괴불을 돌 아보았다.
“오늘 너무 많은 살생을 했소. 이
업을 어찌 감당해야 할지. 내 발로 지옥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으로는 다 갚을 수 없는 죄악이오.”
“……그럼 혀라도 깨물고 죽으면 되잖아.”
“아미타불, 죽음으로 사함 받을 수 있는 죄라면 이미 그리 했을 것 이오. 하나 이 죄는 사반 세계를 등 진다 해서 씻겨질 수 없는……
“망할.”
공령이 괴불의 말을 다 듣지 않 은 채 앞으로 휑하니 걸어갔다. 그 러자 괴불이 뭔가를 지껄여 대면서 그의 뒤를 따랐다.
“아미타……
“……불호 좀 그만 외우지그래? 부처님이 계시면 네놈부터 처 죽여 버렸을 테니까.”
“부처께서는……
“닥치고!”
공령이 참다못해 막 고함을 내지 르려던 그때였다.
기이이이잉!
커다란 금속음이 터지더니, 그들 이 부수고 들어온 문 위쪽에서 처음 에는 없던 쇠문이 쾅! 내려앉는다.
“••••••뭐야?”
공령이 그 광경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문?”
이중문을 만든 의도야 너무 빤한 일이다.
“만화를 너무 본 것 같은데.”
공령의 말에 괴불이 낮게 웃었다.
“과거에도 이런 곳은 꽤 있었지 않소. 보통 이러고 나면 물이 차오 른다거나 머리 위에서 강침이 미친 듯이 쏟아졌지.”
“홈.”
공령이 바닥을 가볍게 두드렸다.
“……소리가 다르군. 금속을 덧대 놨어. 아마 열 겹은 넘겠지.”
“멍청하진 않은 모양이오.”
“그럼 다음은 뭐지? 나 같으면 가스나 아니면 산을……
그때, 그들의 머리 위 천장에서 무언가 불쑥 튀어나온다.
‘스프링클러?’
공령이 미간을 찌푸렸다. 불이 난 것도 아닌…….
그 순간, 천장 곳곳에 튀어나온 스프링클러에서 맑은 액체가 사방으 로 흩뿌려진다.
취이이이익!
바닥에 닿은 액체가 부글부글 끓 어오르며 지독한 가스를 뿜어내기
시작한다.
“……둘 다인가?”
저 액체의 정체를 확인할 방법은 없다. 불산일 수도 있고, 그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물질일 확률이 더 높 을 것이다.
강기로 전신을 두른 공령이 손을 뻗어 떨어지는 액체를 움켜잡았다.
취이이이익!
그의 손바닥에 닿은 액체가 새하 얀 연기를 미친 듯이 뿜어낸다. 그 와 동시에 공령의 눈이 찌푸려졌다.
“……별짓을 다 해 대는군.”
“하지만 효과적이오. 숨을 쉬지
않을 수는 없으니까.”
바닥이 녹아내리며 그 아래에 있 던 금속 바닥이 모습을 드러낸다.
“액체일 때는 말도 안 되는 강산 이고, 기화하면 세포를 파고드는 독 이겠군.”
공령이 혀를 차고는 와이어를 날 렸다.
서걱!
그의 와이어가 스프링클러를 모조 리 잘라낸다.
“우선은……
하지만 그 순간, 스프링클러의 단 면에서 액체가 손잡이가 고장 난 수
도꼭지처럼 콸콸 쏟아지기 시작한 다.
자신을 바라보는 괴불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린 공령이 작게 중얼 거렸다.
“……함정을 팔 줄이야.”
“……그런 눈으로 보지 말고 차라리 그냥 욕을 해라, 망할 땡중 새끼야.”
공령의 입에서 어찌할 수 없는 한숨이 새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