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936)
마존현세강림기-1938화(1935/2125)
마존현세강림기 78권 (23화)
5장 격변하다 (3)
공령이 짜증 어린 손길로 얼굴을 더듬는다.
몸 밖으로 두른 강기를 타고 정 체를 알 수 없는 산성 액체들이 홀 러내리고 있었다.
아니, 애초에 이게 산성인지 나발 인지 알 도리도 없다. 확실한 건 평
범한 인간이 이 액체에 닿았다가는 뼈조자 남기지 못하고 녹아내릴 게 분명하다는 점이다.
그들이 아무리 인간의 한계를 뛰 어넘은 무인이라고는 하나 독이나 산에 완전히 면역일 수는 없었다. 그런 게 가능했다면 과거 사천당가 나 오독문 같은 문파들이 존재했을 리가 없을 테니까.
게다가…….
‘이건 과거의 그런 산들과는 비교 도 할 수 없겠지.’
애초에 그들의 독이나 산 같은 것들은 무학이라기보다는 과학에 가
까운 영역이다.
그러니 그 시절의 기술로 만들어 낸 것에 비해 지금의 기술력으로 만 들어낸 것들이 몇 배, 몇 십 배는 더 지독하리라는 것은 너무도 당연 한 일이다.
공령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처음 발생한 가스를 아주 조금 마셨을 뿐인데 몸 안에서 이상 신호 가 들려온다.
기관지부터 폐까지가 불에 타는 듯이 화끈하다. 그가 이 정도라면 평범한 사람은 단 한 호흡 만으로 즉사해도 이상하지 않다.
“오래는 못 끌겠군.”
치이이이익!
강화 콘크리트가 비에 맞은 눈처 럼 녹아내린다. 그 아래에 보이는 푸르스름한 빛깔의 금속 위로 타르 색의 액체가 차오르고 있었다.
공령이 괴불을 슬쩍 돌아보았다. 그러고는 폐 속에 남아 있는 공기를 최소한으로 끌어내 모깃소리처럼 작 게 중얼댔다.
“어떻게 좀 해봐.”
“•…”시주.”
괴불이 빙그레 웃으며 그를 바라 보았다.
“그전에 해야 할 말이 있지 않 소‘?”
“……이런 상황에서 따질 걸 다 따지겠다는 건가?”
“말 돌리지 마시오.”
공령이 이를 갈았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이 새끼 야! 됐냐.”
“적반하장이로군. 부처께서도 돌 아누우시 겠소.”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괴불이 아 래쪽을 내려다보았다. 한눈에 보아 도 범상치 않아 보이는 금속 바닥은 둘째 치고, 그 위로 손도 대고 싶지
않은 강산들이 찰랑이며 고여 있다.
이미 그들의 발목까지 산에 완전 하게 잠긴 뒤였다. 호신강기를 찰나 라도 푼다면 발목은 물론이고, 용암 에 빠진 것처럼 전신이 녹아내릴 것 이 분명하다.
“ 지독하군.”
평범한 군인들의 머리위로이 강산이 쏟아지는 걸 상상하자, 웬만 큼 참혹한 광경에는 눈 하나 깜빡하 지 않을 괴불조차 눈을 찌푸리게 된 다.
“우선은 길부터.”
괴불이 어깨의 승복을 젖혀 맨팔
을 빼냈다.
마치 그리스 조각상과도 같은, 아 름다운 근육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뿌드득.
살짝 주먹을 말아 쥐었을 뿐이건 만, 가죽과 가죽이 마찰하는 듯한 소리가 들려온다. 괴불이 몸을 살짝 낮추더니, 주먹 쥔 팔을 머리 위로 높이 들어 올렸다.
고오오오오오!
딱히 기운을 느끼려 하지 않아도 뭔가 어마어마한 일이 벌어지고 있 다는 것은 직감할 수 있을 것이다.
불문 무학 특유의 가공할 내력.
거기에 마공과 닮은 흉성이 조합된 것이 괴불의 무학.
“합!”
짧은 기합성과 함께 붉은 서광을 머금은 괴불의 주먹이 아래로 벼락 처럼 내려쳐진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
그 주먹에 닿은 액체들이 일순 기화하며 중기가 되어 사방으로 뿜 어지고, 푸른빛을 띤 금속이 거대한 해머로 내려친 것처럼 움푹 파이듯 우그러진다.
쾅
연이어 다시 한번!
콰아아앙
또한번.
주먹을 내려칠 때마다 금속이 더 깊숙이 파여 들어간다. 뒤틀리고 늘 어난 중앙 부분이 희게 변색된다.
이윽고!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
주먹과 맞닿은 금속이 찢겨 나가 며 아래로 커다란 구멍이 뚫린다. 바닥을 채우고 있던 산들이 아래층 으로 폭포처럼 쏟아졌다.
“흠.”
괴불이 주먹을 들어 올린다. 주먹 끝이 붉게 물들어 피가 맺힌 것을
본 그의 두 눈에 붉은빛이 어른거렸 다.
“무지막지한 강도로군.”
“저 쇳덩어리가, 아니면 네 주먹 이?”
“둘 다겠지요, 시주.”
공령이 혀를 찼다.
흑왕께서 굳이 자신과 괴불을 함 께 보낸 이유를 알 것 같다. 그 혼 자서는 여길 뚫어낼 수 없었을 것이 다. 설령 가능하다고 한들, 적어도 며칠의 시간은 필요하다.
그의 무학은 자르거나 부수는 게 아니라 끊어내는 무학이니까. 은밀
하게 암살하거나 다수를 상대할 때 는 괴불보다 더한 파괴력을 내보일 자신이 있지만, 이런 걸 곳이 없는 물체를 상대로 할 때는 영 효율이 좋지 않았다.
“내려가지. 이제 슬슬 끝이 났을 테니까.”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걸 보 니, 한참은 남은 듯 하오만?”
“글쎄, 어떨까?”
아래로 뛰어내린 두 사람이 두어 개의 층을 더 뚫고 내려갔다.
쿵!
바닥을 가볍게 두들겨 본 괴불이
눈을 찌푸렸다.
“여기가 바닥이오.”
“……아무것도 없는데?”
그 층에 마지막 남은 이의 목을 잘라낸 공령이 눈을 찌푸렸다.
“구조가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 지만, 이 밑에는 공간이 없소.”
“……퍼즐을 하자는 건 아닐 테 고.”
여기가 던전이라도 된다면 속임수 가 있겠지만, 여긴 현실에 존재하는 벙커다. 구조로 사람을 속이는 일 같은 게 가능할 리가 없다.
그렇다면…….
공령이 주변을 가만히 둘러보다가 턱짓했다.
“저기로군.”
“으 ”
공령이 가리킨 곳으로 걸어간 괴 불이 벽을 두드렸다.
퉁퉁.
“흠!”
콰아아아아앙!
그의 주먹이 벽을 그대로 부순다. 부서진 벽 뒤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그가 날려 댄 벽의 파편 탓에 엉망 진창이 되어버린 엘리베이터였다.
공령이 눈을 찌푸리며 자신을 바 라보자, 괴불이 손사래를 쳤다.
“아미타불, 이건 억울하오. 보시 오. 애초에 전기가 끊겨 있지 않소 이까.”
“……그게 네가 한 짓거리 때문에 전기가 나간 건지, 애초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은 건지를 어떻게 확인 하지?”
“저들이 바보가 아니고서야 친절 히 이걸 타고 내려오라고 전기를 넣 어주기야 하겠소? 아미타불, 시주께 서는 의심이 너무 많구려.”
“아가리는 살아서.”
공령이 저벅저벅 걸어가 엘리베이 터를 살폈다.
“여기까지 와서 다시 심층으로 들 어간다라…… 미친 짓거리를 해놓았 군.”
공령이 턱짓했다.
“뜯어내 보지.”
“ 알겠소.”
괴불이 손을 뻗어 엘리베이터를 잡는다.
콰각!
그러고는 엘리베이터를 통째로 잡 아당긴다. 부서진 문 쪽이 더 크게 부서지며 커다란 엘리베이터가 통째
로 뽑혀 나왔다.
괴불이 뽑아낸 엘리베이터를 뒤쪽 으로 던져 버렸다.
쿠웅! 쿵!
특수 제작된 엘리베이터가 어린아 이가 던진 장난감처럼 구르다 벽에 처박힌다. 공령이 뒤쪽에서 벌어지 는 일에는 딱히 관심이 없다는 듯 고개를 빼고 아래로 뚫린 직사각형 의 구멍을 살폈다.
“……이거 대체 얼마나 깊은 거 야‘?”
만약 특작조가 이곳까지 뚫어냈다 면, 과연 다음으로 진입할 수 있을
까?
대체 얼마나 깊이 뚫려 있는지 알 수 없는 구멍으로?
‘무리지.’
어떤 방식으로 만든 건지 와이어 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럼 반듯하게 정비되어 절벽보다 더 미끄러운 벽 을 타고 저 끝이 보이지 않는 구멍 으로 내려가야 한다는 의미다.
다시 돌아가 로프를 구해 오기 전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만 한 깊이의 공간에 설치할 로프를 구 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닐 테니, 평 범한 이들이라면 여기에서 작전이
중단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 평범한 이들이라면 말이다.
“가지.”
“ 알겠소.”
“여기까지 왔으면 거의 끝났겠군. 대체 아래에서 어떤 표정을 짓고 있 을지가 궁금……
그 순간이었다.
공령이 고개를 위쪽으로 홱 들어 올렸다.
그와 거의 동시에 괴불의 고개도 위쪽으로 향했다.
“오는군.”
“그런 것 같소.”
“쓸모없는 놈 같으니.”
“애초에 흑비 혼자 저들을 모두 막아낸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오. 누 가 뭐래도 마존은 마존이니까.”
그 말에 공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이들이야 어중이떠중이에 불 과하지만, 마존은 다르다. 흑비가 전 력을 다한다고 해도 마존을 막아낸 다는 보장은 없다.
“적어도 발목이라도 잡을 것이 지.”
공령이 턱짓으로 뚫린 구멍을 가 리 켰다.
“가지. 우선은 임무가 먼저다. 지
연해야겠어.”
“시주께서 남을 것이오?”
“ 남아?”
공령이 피식 웃는다.
“장소는 내게 유리하지만, 나는 그렇게 용기 있는 인간은 아니야. 혼자서 마존을 상대할 배짱 같은 건 없어.”
“그럼?”
“부수면 그만이지.”
“흐음, 나쁘지 않은 생각이군.”
“내려가면서 선처리 해둬.”
“알겠소이다, 시주.”
괴불이 미련 없이 아래로 뛰어내
린다.
콰아앙! 콰아아앙! 콰아앙!
그와 동시에 시커먼 구덩이 안에 서 커다란 폭음이 연이어 터져 나온 다. 그 폭음은 아래로, 아래로 점점 더 멀어져만 갔다.
“홈.”
공령이 바로 움직이지 않고 고개 를 돌려 천장에 뚫린 구멍을 빤히 바라보았다.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콰아아아앙!
천장에 뚫린 구멍이 두 배는 더 크게 부서지더니, 그 안에서 커다란
덩치를 가진 대머리 거한이 떨어져 내렸다.
쿠웅!
바닥에 내려선 바토르가 두 눈에 흉성을 머금었다.
“너, 이 새끼!”
“……괴불을 보내지 말 걸 그랬 나. 둘이 나란히 세워볼 것을.”
저만한 덩치를 가진 대머리 거한 이 괴불 말고 또 있을 줄이야.
이윽고 위에서 한 사내가 떨어져 내렸다.
공령의 전신 근육이 팽팽하게 당
겨진다.
마주한 적은 없지만 알 수 있다. 지금 그의 앞에 뛰어내린 이가 누구 인지.
“ 마존?”
강진호가 고개를 들어 공령을 응 시했다.
“••••••맞군.”
오싹오싹하다.
등골을 타고 전류가 흐르는 기분 이다. 입술을 질끈 깨문 공령이 강 진호를 보며 말했다.
“혹왕께서는 정말…… 당신을 잘 아는 것 같군. 설마 그분의 말씀대
로 당신이 이곳에 올 줄이야.”
“당연히 인사를 드려야겠지만…… 지금은 제가 좀 바빠서 말입니다.”
공령의 몸이 환상처럼 뒤로 쭉 날아든다.
그 순간, 강진호의 손이 앞으로 내땓어지며 공령의 목을 움켜잡았 다. 아니, 잡으려 했다.
그 순간.
가아아아앙!
강진호의 눈이 살짝 꿈틀했다.
목 바로 앞에서 무언가가 그의 손에 걸린다. 더없이 날카롭고 더없
이 가느다란.
‘은사.’
수십 겹을 겹친 은사가 팽팽하게 당겨진 피아노 줄처럼 강진호의 손 을 가로막는다.
하지만…….
뚜두둑!
닿는 모든 것을 가르고, 수백 톤 의 바위마저 지탱하던 은사가 힘없 는 머리카락처럼 뚜둑 끊어졌다.
수십 겹의 은사를 단숨에 찢어발 겨 버리는 데 성공한 강진호이지만, 그 미약한 지체는 공령이 몸을 뺄 시간을 만들어주기에 충분했다.
“조금 뒤에 뵙지요, 마존.”
공령이 엘리베이터 통로 속으로 모습을 감춘다.
그와 동시에…….
콰르르르 르르르르르룽 !
반듯하기 짝이 없던 통로가 사방 에서 무너져 내린다. 강진호가 서 있는 곳 바로 앞까지의 바닥이 통째 로 꺼지며 통로를 메우기 시작한다.
“저 미친놈이……
바토르의 눈이 떨렸다.
저만한 무게에 깔린다면 그라도 버틸 수 없다. 그런데 제 손으로 저 길 무너뜨리다니.
바위들이 바닥에 닿기 전, 반드시 몸을 빼낼 수 있다는 확신이다. 혹 여 실수로 벙커 전체를 무너뜨린다 해도 주석을 죽인다는 소기의 목적 만은 달성할 수 있다는 계산일 것이 다.
그 광기 어린 짓거리에 바토르가 이를 갈았다.
쿠르르르릉!
바닥이 내려앉아 통로를 완벽하게 메워 버린다. 적어도 몇 백 미터 이 상은 될 길이의 통로가 토사와 바위 로 완전히 틀어막혔다.
“어떻게 하나, 주인?”
“홈.”
강진호가 입꼬리를 비틀었다.
“조금 뒤라……
그의 발끝에서 검은 마기가 소용 돌이치며 솟아오른다. 전신을 마기 로 두른 강진호의 입가가 타오르듯 일렁였다.
“누구 맘대로?”
그의 몸이 바다로 뛰어드는 수리 처럼 콘크리트의 웅덩이로 틀어박혔 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