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937)
마존현세강림기-1939화(1936/2125)
마존현세강림기 78권 (24화)
5장 격변하다 (4)
쿠르르르릉!
쏟아지는 콘크리트와 바윗덩어리 를 걷어찬 공령이 바닥을 나는 제비 처럼 몸을 빼낸다.
쿠웅! 쿠우웅! 콰르릉!
어마어마한 무게의 바위들이 내려 앉으며 벙커 전체를 뒤흔들었다. 공
령이 파도처럼 밀려나오다가 점점 기세가 죽는 토사들을 바라보더니 고개를 돌렸다.
“아미타불.”
괴불이 피떡이 되어버린 이의 앞 에서 합장을 하고 있다.
아래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이들은 단 한순간도 버티지 못하고 괴불의 손에 모조리 박살이 나버린 모양이 다.
자신의 손으로 죽인 이들을 위해 불호를 외우는 괴불의 모습은 뭐라 말할 수 없는 기괴함을 느끼게 만들 지만, 공령에게는 나름 익숙한 광경
이었다.
“어찌 되었소?”
“보다시피.”
공령이 턱짓으로 뒤를 가리켰다. 괴불이 살짝 눈을 찌푸렸다.
“내려오며 보니 적어도 500미터 는 되어 보이던데, 그만큼을 파고 내려오려면 아무리 마존이라 해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겠지.”
“그래봐야 한순간이다.”
공령이 손을 들어 이마에 흘러내 린 땀을 닦아냈다.
힘을 쓴다고 땀이 날 만한 몸은 아니지만, 그도 인간인 이상 감정에
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단 한순간 마주했을 뿐이건만, 범의 아가리에 머리를 넣었다 뺀 것 같은 기분이 다.
“……움직여라.”
“시주, 두 눈에서 공포심이 느껴 지오.”
평소라면 발끈했을 만한 발언이지 만, 지금의 공령은 저 말을 부정하 지 않았다.
“……나 정도다 되니까 이 정도로 침착할 수 있는 거다.”
그 말에 괴불도 입을 닫았다.
적천마존.
그 이름이 가지는 상징성이야 말 해 무엇 하겠는가.
그리고 그들에게는 고금제일인이 라는 마존의 명성보다 저 흑왕이 인 정하고 경계하는 사내라는 사실이 훨씬 더 와닿았다.
“얼마나 벌 수 있을 것 같소?”
“길어야 10분.”
“……
“아니, 5분. 아니…… 3분이겠군.”
“……사람도 아니군.”
괴불이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 다. 석유 시추용 초대형 시추기라고 해도 불가능할 일이다.
“그럼 머뭇댈 시간이 없겠군. 최 단 거리로 가겠소.”
공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은 막다른 독 안.
그들이 이곳으로 내려온 이상 이 안에 있는 이들의 목숨은 이미 그들 의 손아귀에 들어온 것이나 다름없 다.
‘하지만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지.’ 퇴로가 없다.
목적을 달성하고 나면 그들은 쫓 아오는 마존을 맞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흑왕께서도 악취미이시군.”
“동감이오.”
저 마존이 올 줄 빤히 알면서도 그들을 보냈다는 의미 아닌가.
“하지만 뭘 어쩌겠소, 흑왕께서는 원래 그런 분이신데.”
“그도 그렇지.”
공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 끌 것 없이 단숨에 간다.”
“좋소.”
괴불의 몸에서 폭풍 같은 기세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몸을 두르 고 있는 승복이 미친 듯이 펄럭이며 그의 얼굴이 점점 붉게 달아오른다.
승복을 입고 있지만, 그 모습은
부처라기보다는 차라리 아수라에 가 까워 보인다. 두 눈에서 붉은 혈광 을 줄기줄기 내뿜은 괴불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뒤처지지 마시오.”
목소리마저 음산하게 바뀌어 버린 괴불의 육체가 유성처럼 앞으로 쏘 아져 나간다.
뒤쪽으로 뿜어지는 기의 여파에 공령마저도 움찔할 정도였다.
앞으로 솟구쳐 나간 괴불이 전면 의 벽을 그대로 들이받았다.
콰아아아아아앙!
벽이 폭발하듯 부서진다. 입구 쪽
에 총구를 겨누고 있던 이들이 갑자 기 벽을 뚫고 나온 이를 보며 두 눈을 부릅떴다.
“아미타불!”
위이이이잉!
공령의 발이 몽둥이처럼 휘둘러졌 다. 그의 다리에 얻어맞은 이들이 그 자리에서 물풍선처럼 터져 나간 다.
붉은 액체가 사방으로 폭발하듯 튀어 오르는 모습을 본 이들의 두 눈에 불신의 빛이 가득 담겼다. 어 떻게 사람이 저런 식으로 터져버릴 수가 있단 말인가.
몸 바로 앞에서 폭탄이라도 터지 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지금 그들에게는 상식을 따지고 있을 만한 여유가 없었다.
저 발이 다음에 누굴 노릴지는 너무도 빤한 일이 아닌가.
“쏴!”
명령이 떨어지기도 전에 이미 총 구는 돌고 있었다. 만약 이곳에 그 들이 달아날 만한 곳이 있었다면, 반수 이상은 이미 총을 내던지고 달 아났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철저하게 훈련을 받는다고 해도 목숨이란 누구에게나 소중한
것이고, 지금 그들의 앞에서 펼쳐진 광경은 명령에 철저하게 복종하는 훈련을 받은 이들마저 공포에 질리 게 만들기 충분했으니까.
하지만 달아날 곳이 없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저 인간 같지 도 않은 괴물들을 죽이는 수밖에 없 다.
이곳에 있는 이들은 모두 그 사 실을 확실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세상일이란 의 지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법이다.
퍼억!
돌아가던 총구가 채 겨눠지기도
전에 머리가 터져 나간다.
퍼퍼퍽! 퍼억!
한순간에 수십의 머리가 일제히 터져 나가는 모습이 세상 어디에서 도 볼 수 없는, 참혹하기 짝이 없는 광경을 만들어낸다.
“히…… 히익!”
인민해방군 최정예 부대원들의 두 눈에 숨길 수 없는 공포가 어렸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점은 공포에 질려 달아난다거나, 그 자리에서 오 줌을 지리는 등의 추한 행동을 보이 지 않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괴불의 주먹은 그들의 명예를 확
실하게 지켜주었다. 채 등을 보이기 도 전에 남은 이들의 머리가 다시 터져 나간다.
“아미타불!”
순식간에 백에 가까운 이들을 머 리 없는 시체로 만들어 버린 괴불이 흉광을 내뿜으며 그대로 달려 나간 다. 폭주한 불도저처럼 달려 나가는 괴불의 몸에 부딪친 시체들이 사방 으로 튕겨 나간다.
“오오오오!”
쾅
그가 발을 바닥에 내디딜 때마다 강화 콘크리트가 얇은 얼음장처럼
깨어지며 거미줄 같은 금을 만들어 낸다.
막아선 이들을 모조리 고혼으로 만들고 뒤쪽에 이어진 복도로 달려 든 괴불이 자신을 향해 돌진해 오는 이들을 보며 얼굴을 뒤틀었다.
“음!”
무인. 무인이다. 아마 위에서 본 국가에서 만들어낸 무인들과 비슷한 이들이겠지. 아래층을 지키고 있는 만큼 저들에게서 느껴지는 기세는 조금 전 본 이들과는 확실히 그 격 이 달랐다.
대검을 들고 낮은 자세로 일제히
달려드는 이들의 모습에서 전과 다 른 압박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무의미한 짓!”
빠르고 짧게 진각을 밟은 괴불의 주먹이 앞으로 내뻗어진다.
투웅!
주먹만 한 강기가 앞으로 발출되 는 순간, 괴불이 주먹을 당겨내며 다시 권을 발출한다.
연이어 수십 번, 주먹이 허공을 내지른다. 그리고 한 번 내지를 때 마다 뿜어져 나온, 주먹만 한 강기 들이 이내 좁은 복도를 가득 채우며
날아들었다.
“뭐……
가장 뒤에서 달려들던 이가 그 자리에 멈추며 눈을 부릅뜬다.
선두에 선 이가 날아드는 강기를 베어낸다.
하지만 괴불의 강기는 막아서는 대검을 말 그대로 소멸시켜 버리고 는 연약한 인간의 육체를 꿰뚫었다.
뚜두두둑!
잘 열리지 않는 무언가를 비틀어 열어젖히는 소리와 함께, 강기가 사 람의 몸을 꿰뚫어내기 시작한다. 전 면을 가득 채운 수십 개의 강기가
닿는 모든 것을 꿰뚫었다.
선두에 선 이의 몸에 십여 개의 주먹만 한 구멍이 뚫린다. 더는 사 람이라 부를 수 없는 형체가 된 이 가 바닥에 쓰러질 때 즈음, 조금도 힘을 잃지 않은 강기가 뒤따르던 이 들의 육체도 남김없이 꿰뚫어 버렸 다.
“아••••••
순식간에 수십 명의 육체가 구멍 숭숭 뚫린 치즈 꼴이 되는 걸 지켜 본 이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뭐, 이런……
그런 그의 얼굴을 붉은 강기가
꿰뚫어 버렸다.
“흥!”
괴불이 지체 없이 바닥을 박찼다.
“시주!”
“대각선 쪽이다! 뚫고 들어가!”
“알겠소!”
복도 끝까지 단숨에 돌파한 괴불 이 양손을 교차한다.
“오오오오오!”
그러고는 바닥이 부서져라 진각을 내밟으며 앞으로 강렬한 정권을 날 렸다.
쿠르르르릉!
마치 천둥이 내리치는 듯한 굉음
과 함께 붉디붉은 기운이 피의 강처 럼 앞으로 과격하게 몰아친다.
콰아아아아아아앙 !
벽과 충돌한 강기가 벽을 통째로 소멸시키며, 앞쪽에 거대한 공간을 드러냈다.
콰르릉! 콰릉!
강기에 직격당한 천장이 무너지며 집채만 한 바윗덩어리들이 연신 바 닥으로 쿵쿵 떨어져 내렸다.
“하핫!”
괴불의 두 눈에서 붉은 기운이 넘실대며 흘러나온다.
뒤쪽.
천장이 내려앉는 거대한 홀, 그 구석에서 익숙한 얼굴을 포착한 것 이다.
“노오오오옴!”
“아니. 내가 가지.”
그 순간, 뒤따르던 공령이 괴불을 뛰어넘어 앞으로 쇄도해 들어간다. 마치 검은 유성이 날아들 듯.
그의 두 눈이 파랗게 질린 비서 장과 그 뒤에서 입술을 짓깨물고 있 는 주석의 얼굴을 포착했다.
“핫!”
촤라라라락!
그의 손끝에서 와이어들이 줄줄이
뿜어져 나왔다.
“막아아아앗!”
방 안을 채우고 있던 무인들이 필사적으로 주석의 앞을 막아서고, 좌우로 포진한 군인들이 미친 듯이 총을 갈겨 댄다. 심지어 머리 위로 떨어지는 바윗덩어리가 몸을 으깨놓 는 순간까지도 총을 갈겨 댔다.
사방으로 와이어를 뿜어낸 공령이 그 순간 팽이처럼 회전했다.
촤아아아아아악!
회전하는 그의 몸을 따라 와이어 들이 맹렬하게 휘돌기 시작한다. 내 력을 품은 와이어가 달려드는 무인
들과 진영을 갖추고 있는 군인들을 말 그대로 휩쓸어 버린다.
바닥과 천장에 무수한 선이 그어 졌다.
턱!
공령이 바닥에 내려섬과 동시에 커다란 바윗덩어리가 그의 바로 옆 으로 떨어진다.
콰앙!
바닥에 닿은 바윗덩어리가 수백 조각으로 갈라지며 엎어진 장난감 통에서 쏟아지는 블록조각처럼 홀러 내렸다.
반듯하기 짝이 없는 단면.
그 광경을 본 공령이 어깨를 으 쓱했다.
그리고 그 순간.
G t= rz =
-r—T~r=r.
세상이 붉게 물든다.
달려들던 무인, 총을 갈겨 대던 군인.
홀 안에 설치되어 있는 가구들과 바리 게이트까지.
그 모든 것이 갈라지기 시작한다.
마치 8비트 게임기 속 캐릭터들 을 도트 단위로 나눠놓은 것처럼, 그의 와이어가 닿은 곳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나뉘어지기 시작한다.
가구는 쏟아지고, 인간은 흘러내 린다.
철퍽! 철퍽!
물이 가득 찬 가죽 부대를 바닥 에 던지는 듯한 소리들과 함께 바닥 이 붉은, 더없이 붉은 피로 가득 차 기 시작한다.
“아••••••
비서장이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없다.
그의 시야를 막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이 공간에 존재하는 것들은 지금 이 순간 모두 바닥을 채울 뿐 이었다.
“아아••••••
자신의 운명을 직감한 비서장이 손끝으로 밀려 들어와 순식간에 손 목까지 차오른 피를 보며 몸을 떨었 다.
“주, 주석……
고개를 돌린 비서장이 본 것은 모든 것을 체념한 듯 눈을 감고 있 는 주석의 모습이었다.
그런 그의 귓가에 나직한 목소리 가 들려온다.
“그래도 예의는 갖춰 드리지. 고 통 없이 가라.”
촤락!
비서장이 눈을 질끈 감았다.
저 소리가 들린 뒤 어떤 일이 벌 어지는지는 이제 모를 수가 없다. 이제 곧 전신이 갈라져…….
카가가가강!
비서장이 황급히 눈을 떴다.
‘뭐지?’
이 소리가 아닐 텐데?
그가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어 주 석의 안색을 살피려 든다. 하지만 그가 본 것은 주석이 아니라 어느새 주석의 앞에 나타나 있는 한 사내였 다.
‘ 외국인?’
여기 왜 외국인이…….
그때, 갑자기 나타난 외국인의 입 에서 유창한 중국어가 흘러나왔다.
“미안하지만. 길을 막는 걸로는 다른 이는 몰라도 저를 잡아둘 수 없습니다.”
날아드는 와이어를 실드로 모조리 튕겨낸 위긴스가 빙긋 웃었다.
“상대하는 적이 누군지를 먼저 파 악하라는 건 당신들 선조들의 가르 침이었을 텐데요.”
공령의 얼굴에서 새파란 살기가 홀러나온다.
“너……
“음, 둘이라. 혼자 상대하긴 버겁 겠지만……
위긴스의 손이 아공간으로 밀려 들어간다. 일그러진 공간 속에서 빠 져나온 그의 손에 기이한 문양들이 빼곡하게 새겨진 검이 들려 있었다.
“무서운 상사가 오기 전에 잠시 막아두는 정도라면 어려울 것도 없 지요. 자, 오십시오.”
위긴스의 입에 옅은 비웃음이 어 리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