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939)
마존현세강림기-1941화(1938/2125)
마존현세강림기 79권 (1화)
1장 교전하다 (1)
카가가강! 카가강!
마치 보이지 않는 비가 실드를 때려 대는 것만 같았다.
위긴스의 눈이 절로 가늘어졌다.
‘대체 동시에 몇 가닥을 움직이는 거지?’
수십, 아니면 수백?
순간적으로 교차했다가 다시 흩어 지는 와이어들의 수를 파악하는 것 은 지금의 위긴스에게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마치 한 가닥, 한 가닥이 살아 있 는 독사처럼 움직여 위긴스의 전 방 위를 노려온다.
‘장난이 아니군.’
그는 실드로 전신을 감쌀 수 있다.
그렇기에 이렇게 모든 방향에서 노려오는 공격도 어렵지 않게 대처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 서 있 는 이가 그가 아니라 다른 무인이었 다면?
‘절대 대처할 수 없었겠지.’
피하거나 돌려 치는 무인의 방식 으로 사방팔방에서 쏟아지는 수백 개의 와이어를 모두 막아내는 건 불 가능에 가깝다. 뭘 해보지도 못한 채 어어, 하다가 전신에 와이어가 꽂혀 즉사할 게 분명하다.
‘확실히.’
한 사람을 노려 죽이는 데 이 이 상의 무학이 있을까?
그 실용성은 둘째 치더라도 효과 만큼은 더없이 확실하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와이어 하나 하나에 실린 힘은 그리 강하지 않다
는 것이었다.
‘당연하지.’
검으로 찌르는 것과 머리카락보다 얇은 와이어를 던져 찌르는 것.
그중 어느 쪽이 더 쉽고 강할지 는 세 살짜리 어린아이도 알 수 있 는 일이다. 검은 평범한 사람조차 다른 이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게 만들지만, 이 얇은 와이어로는 사람 을 찔러 죽이기는커녕 긁힌 상처조 차 만들어내기 어려울 테니까.
그런 와이어를 동시에 수백 가닥 뿌려 대며 이만한 힘을 실어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 대단하다. 아니, 대
단하다 못해 가공하다.
흐}지만!
“이 정도로는 안 되지!”
우우우웅!
위긴스의 검이 빛을 뿜어냈다.
과거, 일일이 허공에 마법진을 그 려 마법을 발현할 때에 비해서 비약 적으로 캐스팅 시간을 줄여낸 방식. 그 시간의 여유는 또 다른 이점을 만들어냈다.
“타올라라!”
그의 검이 휘둘러지며 거리를 두 고 와이어를 조종하던 공령의 발아 래가 주황빛으로 물들었다.
이어
콰아아아아아아 아아 !
바닥에서 솟아오른 어마어마한 화 염이 위로, 또 위로 솟구친다.
마치 거대한 토치(Torch)로 불꽃 을 쏴대는 형세. 솟구친 화염이 천 장에 닿으며 사방으로 펴져 나간다.
천장을 태우다 못해 녹여 버릴 정도의 열기. 하지만 그만한 화력을 발출해 내면서도 위긴스의 얼굴에는 아직 여유가 어려 있었다.
‘그쪽은 공방 일체를 선호한다던데.’ 동양의 무학은 공격과 방어를 초 식 속에 유기적으로 엮어 넣으려 애
쓴다. 하지만 위긴스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그는 정말 말 그대로 공격과 방어를 동시에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력을 얼마나 분할할 것인가의 문제일 뿐, 지금처럼 상대의 공격을 실드로 막아내면서 또 다른 마법을 펼쳐 상대를 공격할 수 있다.
과거에는 부족했던 마력량과 모자 란 연산 능력으로 엄두를 내지 못한 일이지만, 지금은 물 흐르듯이 자연 스레 해낼 수 있다.
카가강!
실드를 때려 대는 와이어의 위력
이 확연하게 감소한다.
저 일격으로 상대를 쓰러뜨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애초에 하지 않 는다. 하지만 이것으로 확연해졌다.
‘저만한 와이어를 동시에 다루는 일이 쉬울 리가 없지.’
초인이라 해도 집중력을 한계까지 끌어 써야 하는 일이다. 당연히 가 볍게 흔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위력을 반감시켜 버릴 수 있다.
‘말도 안 되는 능력 같지만…… 그만큼 단점도 확연하군.’
자신이 공격받지 않고 일방적으로 공격할 수 있다면, 사기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의 무학이다. 하지만 자 신이 공격받는 입장이 되면 제 위력 의 반도 내지 못한다.
확실히 이 무학은 암살을 위한 무학이라는 것을 실감하는 위긴스였 다.
“어디!”
위이이이잉!
그의 검이 눈부신 빛을 뿜어내며 바닥 몇 곳이 주황빛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이내 커다란 화염의 기둥 이 위로, 또 위로 솟구친다.
소 뒷발로 쥐 잡기?
아니다!
콰아아아아아아!
화염이 곳곳에서 솟구쳐 오르는 동시에 와이어들이 실드를 비껴 나 가며 벽과 천장을 찔러 댄다. 완벽 히 통제하지 못하는 와이어들은 거 꾸로 말하면 한없이 가벼운 실에 불 과하다.
이만한 열풍 속에서 제 방향으로 뻗어 나갈 수 있을 리 없다.
‘이러면 생각보다는 쉽……
위긴스가 막 느슨한 마음을 품으 려던 바로 그 순간!
사아아아악!
커다란 뱀이 혀를 날름거리는 듯
한 소리와 함께 유독 선명한 한 가 닥의 와이어가 가공할 기세로 날아 와 실드를 후려쳤다.
줄렁!
버텨냈다고 생각한 그 순간, 와이 어가 튕겨 나가지 않고 실드를 친친 감아낸다.
그리고!
가각!
압도적인 힘과 날카로움으로 순식 간에 실드를 잘라내 버린 와이어가 위긴스의 전신을 조여온다.
“홉!”
위긴스가 두 눈을 부릅떴다.
가가가각!
친친 감긴 와이어들이 서로 교차 하며 허공을 갈라낸다. 하지만 그 날카로운 기세로 베어낸 공간에 위 긴스의 모습은 존재하지 않았다.
스르륵.
바닥에 떨어진 와이어가 스멀스멀 기어가듯 공령의 손아귀로 빨려 들 어간다. 공령이 고개를 가볍게 까딱 이고는 눈을 찌푸렸다.
“……묘하군.”
그의 시선이 석실의 구석으로 향 했다.
살짝 숨을 몰아쉬고 있는 위긴스
의 모습이 보인다. 그의 한쪽 어깨 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전조도 없이 갑자기 이동이 된 다? 도무지 원리를 모르겠군.”
그의 와이어가 위긴스의 전신을 사과처럼 잘라 버리려는 찰나, 위긴 스가 그 자리에서 사라져 뒤쪽에 다 시 나타났다.
그가 아는 무학의 상식으로는 이 해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공령의 눈이 붉게 물든 위긴스의 어깨로 향했다.
“완전히 피해낼 수 있는 건 아닌
모양이로군. 그럼 조금 더 빨리 공 격하면 될 일.”
원리 따위야 아무래도 좋다. 중요 한 것은 원리가 아니라 결과뿐이다.
공령이 손끝을 까딱댄다.
“후……
그 모습을 바라보는 위긴스의 이 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위험했어.’
와이어의 위력을 얕봤다.
찔러오는 공격은 제 힘을 실을 수 없지만, 잡아챌 때는 검 따위와 는 비교할 수 없는 힘을 내는 게 와이어다.
저 얇디얇은 와이어가 가해지는 힘을 버틸 수만 있다면, 그 얇은 두 께에 힘과 내력이 모조리 실리게 된 다. 그렇다면 세상에 가르지 못할 것이 없는 법이다.
‘ 예상했건만……
그가 생각한 것 이상의 힘이 가 해진다.
“과연 십이비도라는 건가……
저 흑왕의 수족이 되려면 이 정 도는 해야 한다는 건가.
헛웃음이 날 정도다.
“백연홍과는 결이 많이 다르군.”
“백연홍? 아아, 네가 그 백연홍,
그 멍청한 놈과 싸웠다는 총회의 이 사 중 하나인 모양이로군.”
공령이 피식 웃었다.
“하지만…… 입조심하는 게 좋아. 백연홍, 그놈은 멍청한 놈이지 약한 놈은 아니거든. 그놈과 손을 섞고도 살아났다는 걸 감사히 여기도록. 너 따위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니까.”
“여부가 있겠……
그 순간, 위긴스가 검을 휘둘렀다.
카가가강!
바닥에서 바람의 칼날이 솟아오르 며 그의 주변으로 슬금슬금 다가오 던 와이어를 쳐낸다.
“……수작질을.”
“버릇이라.”
공령이 낮게 웃고는 앞으로 천천 히 걸어온다.
“자, 이제는 준비가 끝났다.”
“••••••음?”
묘한 섬뜩함을 느낀 위긴스가 눈 을 가늘게 떴다.
“라이트.”
그가 검을 들어 올리자, 검에서 밝은 빛이 뿜어진다. 그와 동시에 위긴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 언제?’
눈앞에 보이는 세상이 반짝인다.
수사적인 표현이 아니라 정말 반 짝이고 있었다. 그가 만들어낸 빛이 비춰진 허공에서 무언가가 연신 반 짝거렸다.
천장과 바닥, 그리고 벽으로 와이 어들이 설치되어 있다. 마치 커다란 거미가 친 거미줄처럼.
가장 가까운 와이어가 불과 1미 터도 되지 않는 곳에 설치되어 있는 것을 확인한 위긴스의 이마에서 식 은땀이 흘러내린다. 그 말인즉슨, 이 공간 자체가 저놈의 손에 넘어갔다 는 말과 그리 다르지 않다.
“잔재주는 결국 잔재주일 뿐이지.”
“그래서 사람을 지킨다는 건 어려 운 거야. 평소라면 이 정도를 눈치 채지 못할 리가 없었겠지. 그런데 뒤쪽에 가해질 공격을 계속 경계하 다 보면 결국은 감각에도 한계가 오 는 법이지.”
틀린 말이 아니다.
냉정하게 말해 공령은 절대 위긴 스의 하수일 수 없다. 그런 이를 상 대로 목숨을 걸고 싸우면서 무공도 모르는 두 사람을 지켜낸다는 게 쉬 울 리 없다.
“생각 같아서는 질질 끌며 온갖 고통을 다 맛보여주고 싶지만, 그럴 시간은 없겠지. 그러니……
공령이 엄지손가락으로 자신의 입 술을 쭉 훑는다.
“적당히만 가지고 놀다 죽여주마.”
“악취미시군.”
지지 않기 위해 한마디를 더 내 던진 위긴스가 즉각 룬검에 마나를 밀어 넣었다. 저자에게 선공권을 주 면 위험하다는 것은 이미 뼈저리게 확인했다.
“솟아라!”
콰르르르르릉!
마치 지진이 나는 듯한 굉음과 함께 바닥과 천장에서 삐죽한 바위 들이 솟아난다. 와이어를 끊어내기 위한 일수였지만, 어이없게도 솟아 난 암석들이 와이어를 끊기는커녕, 되레 설치되어 있는 와이어에 잘려 나갔다.
하지만 위긴스의 공격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솟구친 바위가 상대의 시야를 가 린 순간, 위긴스가 검으로 크게 원 을 그려낸다. 그와 동시에 그의 좌 수가 룬검과 공명하며 마나를 뿜어 냈다.
의수에 설치된 마법진과 미리 끼 워둔 마력 전지의 마나까지 모조리 끌어낸 위긴스가 양손으로 검을 부 여잡았다.
‘버틸까?’
까딱했다가는 이 공간이 통째로 무너진다.
‘망설이지 마!’
앞쪽에 그려진 마나의 원이 붉게 물들며 어마어마한 열기를 뿜어낸 다. 머리카락 끝이 절로 타들어갈 정도의 열기.
“먹어라!”
위긴스가 검을 앞으로 쭉 찔러낸
다. 그의 검이 달아오른 마법진을 찌르는 순간, 열기가 화염의 폭풍이 되어 가공할 속도로 앞을 향해 뿜어 진다.
마치 상상 속의 드래곤이 브레스 를 뿜어내듯!
가공할 화염의 숨결은 닿는 모든 것을 녹이고 증발시키며 더없이 세 차게 뿜어졌다.
팅! 팅! 팅!
화염에 닿은 와이어들이 녹아 끊 어지는 소리가 음악처럼 울린다.
“아아아악! 주, 주석님!”
“큭!”
뒤쪽에 있던 두 사람이 얼굴을 감싸며 바닥으로 엎드린다. 살이 익 어버릴 것 같은 열기가 그들 쪽으로 뿜어졌다.
아까부터 그들 주변에 쳐진, 정체 를 알 수 없는 투명한 막이 열기를 막아주고 있음이 분명하지만, 그 막 을 뚫고 들어오는 열기만으로도 사 람을 태워 죽일 수 있을 것 같다.
“ 아으••••••
손가락을 살짝 벌린 비서장이 눈 앞의 광경을 목도한다. 눈알을 불태 울 것 같은 열기 속에서 그는 똑똑 히 보았다.
그들이 머문 실내 자체가 붉게, 더없이 붉게 물들어 있다. 천장이 녹아 아래로 쏟아지고, 바닥이 검붉 게 불타오른다. 녹아내린 암석들이 용암이 되어 흐르고, 희고 검은 연 기가 매캐하게 솟구친다.
불지옥.
그 말이 아니고서야 이 광경을 표현할 도리가 있겠는가.
그 불지옥 속에서 비서장은 똑똑 히 보았다.
화염을 뿜어내고 있는 외국인, 그 의 바로 머리 위에서 무언가 거뭇한 것이 희끗대는 모습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