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94)
마존현세강림기-194화(194/2125)
마존현세강림기 8권 (20화)
4장 연기하다 (5)
최연하의 말에 강진호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무슨의미죠?”
최연하는 이미 모든 것올 짐작한다는 얼굴로 강진호를 보며가만히 웃었다.
강진호의 미간이 살짝 좁아졌다.
그는 저런 식으로 상대를 이해한다는 표정을 짓는 사람을 신뢰하지 않았다. 누군가를 미루어 짐작하는 사람은 언젠가 자신의 짐작과 타인의 행동이 일치하지 않았을 때 파탄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본인은 연예인이 되고 싶은 생각 이 없어도 동생은 그 길에서 성공하 기를 바라시잖아요. 안 그래요?”
강진호는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의 어투가 마음에 들지 않는 다고 해서 빤한 사실을 부정하고 싶 지는 않았다.
“저는 이번 드라마가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해도 다음이 있죠. 하지만 동생분은 달라요.데뷔한 드라마가 망했다는 말이 나오면 다른 드라마 에서 섭외가 들어오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저희 드라마는 초반이 너 무 중요해요. 중반부터는 힘을 확실 히 받겠지만, 안타깝게도 초반이 조 금 약하죠. 그 약한 초반은 비주얼 로 메워보려 했는데, 그 역할을 맡을 사람이 지금 사라진 거예요.”
“그쪽도 비주얼은 괜찮은 거 같은
데요?”
“어머, 칭찬 감사해요.”
최연하가 빙긋 웃으며 꾸벅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드라마의 비주얼을 담당 하는 건 여자가 아니라 남자예요. 특히나 공략 연령대가 어린 저희 드 라마 같은 경우는 얼마나 시선을 끌 어줄 남자 배우가 있느냐가 성공을 좌우하거든요.”
강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씀이신지는 알겠지만, 저는 그런 쪽으로는 단 한번도 생각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차라리 다
른 배우를 구하시는게 나을 겁니다. 연기를 해본 적도 없는 사람을 배우로 쓸 만큼 드라마라는 것이 만 만한 것이 아니잖습니까.”
“길게 간다면 그렇겠죠. 하지만 1 화에만 등장하는 단역이나 다름없는 역할이에요.”
강진호가 거절할 말을 찾는 듯하 자 최연하가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이번 한번만도와주시면 동생분도 연기자로서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남매가 출연했다는 화제성
도 얻을 수 있을 거고, 이 일을 적 당히 포장하면 재미있는 언플거리도 나올 거구요.”
강진호가가만히 바라보자 최연하가 한 발 뒤로 물러섰다.
“그럼 생각해 보세요. 더는 강요 하지 않을게요. 대신 대답은 좀 빨 리해 주셔야 해요.”
최연하가 장학선의 소매를 잡아끌 었다. 장학선이 고개를 꾸벅 숙이더니 조연출을데리고 컨테이너를 빠져나갔다.
“잘될까요?”
조연출의 말에 장학선이 어깨를
으쓱했다.
“설득할 수 있는 만큼은 설득해 봤으니까, 이제 알아서 결정하겠지.”
“지금이라도 오디션 보는게 낫지 않을까요? 제가 비주얼 괜찮은 신인 몇 명 봐놓은 애들이 있거든요?”
“그중 저 양반보다 와꾸 되는 애 있냐?”
“……에이, 그 정도를 바라시면 안 되는 거죠.”
“그러니까 내가 이러고 있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
“그래도 연기력이……
“연기력?”
장학선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래서니가 아는 20대 배우 중 에 연기력으로 호평받아서 드라마 끌어올린 사람 있냐? 연기는 개판이 어도 멋지고 잘생겼으니까 뜨는 거 아냐?”
“맞습니다.”
“연기가 통하는 곳은 영화판이야. 요즘 잘나갔던 드라마 중에 출연진 연기가 호평받았던 드라마가 어디 있냐. 남주가 잘생기고 멋진 드라마가 다 떴지.”
“예.”
“일단은 드라마를 봐야 연기를 감
상할 거 아니야. 이건 돈 주고 내가 직접 보러가는 영화가 아니야. 영 화를 보는 사람들은 자신이 낸 돈의가치를 찾고 싶어 하지만, 우리는 같은 시간에 수도 없는 대체재가 있는 드라마라고. 알았어?”
조연출이 고개를 끄덕였다.
작품을 만드는 입장에서는 뼈아픈 소리기는 하지만, 그게 현실이었다.
“저 정도 마스크는 절대 쉽게 못 구해.게다가 저 사람 지금 노 메이 크업이잖아.”
“……어?”
“몰랐지? 생각도 못했을 거다. 저
부스스한 머리에 트레이닝복 입히고 노 메이크업인데도 얼굴이 저만큼이 면, 스타일리스트 붙여서 찜질 좀 하면 말도 안 되는 물건이 나올 거다. 내 장담하지.”
“ 저두요.”
최연하도 장학선의 말에 동의했다.
“저 정도 마스크는 쉽게 못 구한다에 동의해요.”
“그렇죠?”
장학선이 씨익 웃었다.
“같이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걱정 마세요. 할 거니까요.”
“본인은 별로 마음이 없어 보이던데, 왜 그렇게 장담하는 겁니까?”
최연하가 빙긋 웃었다.
“저 사람, 시스콤이에요.”
“시스콤?”
“동생을 끔찍하게 아낀다는 거죠. 아니면 동생 화장품 하나 주겠다고 서울에서 여기까지 차를 끌고 오지는 않을 거예요. 나오는 길에 세아 씨한테 눈치 줬으니까, 지금쯤이면 들들 볶이고 있을 거예요.”
“……예?”
장학선이 눈을 크게 떴다.
“오라비이이이이 이이!”
“안 한다고!”
“오라비이이이이이이이!”
“안 한다고 했잖아!”
강은영이 부들부들거리기 시작했다.
“남들은 동생 꽃길만 걷게 해주려 고 온갖 노력을 다 한다던데! 오빠는 해줄 수 있는 것도 안 해주고! 이게 뭐가 어려운 거라고 그렇게 뻗 대는 거냐고!”
“……이게?”
강진호가 얼굴을 굳히자 강은영이 ‘앗, 뜨거라’ 하고는 공손히 양손을
모았다.
“오빠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제가 잠시 정신이 나갔습니다. 저를 매우 치십시오.”
“쯧.”
강진호는 한숨을 내쉬고는 담뱃갑을 손에 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래도 한 대 피우면서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았다.
“ 오빠.”
“응?”
나가려는 강진호의 등에 대고 강은영이 확고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 한번만도와주면 나 진짜 잘할 수 있어!”
“끙.”
강진호가 설레설레 고래를 저으며 밖으로 나갔다. 담배를 피워 문 강진호가 멍한 얼굴로 하늘을 바라보 았다.
‘일이 왜 이리 꼬이지?’
강진호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저 팩트 하나가져다주러 온 것 뿐인데, 왜 이리 상황이 귀찮게 돌 아간단 말인가.
평생 연기라고는 해본 적 없는 자 신을 쓰겠다는 피디나, 그걸 재촉하
는 다른 사람들이나…… 다 제정신 이 아닌 것으로 느껴졌다.
‘대체 뭘 믿고 그러는 거지?’
컨테이너 뒤에서 담배를 뻑뻑 피 우고 있자니, 인기척이 그를 향해 다가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아까 그를 설득 하고 갔던 최연하가 빙긋 웃으며 쳐 다보고 있었다.
“괜히 제가 와서 귀찮으신 건 아니죠?”
강진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표정에서 미묘한 귀찮
음을 읽어낸 최연하가 말문을 잃어 버렸다.
‘진짜 귀찮아하네, 이 사람?’
이런 대접을 받아본게 얼마 만이 던가.
최연하는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얼굴이 예쁘다고 해서 모든 이에게 환영받지 않는다는 것을 알 고 있었다. 되레 얼굴이 예쁜 이들 이 진심으로 자신과 마음을 열고 대 화를 나눌 리가 없다고 생각해서 배 척하는 이들도 상당수였다.
하지만 그녀가 일정한 인지도를 얻은 이후부터는, 뒤에서는 몰라도
앞에서 그녀를 이런 식으로 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최연하는 기분이 조금 나빠지기는 했지만, 그런 티를 내지는 않았다. 천생 연기자인 그녀는 자신의 기분을 숨기고 웃는데 능숙한 사람이었다.
“세상에 반짝 스타라는 말이 있다는 거 아세요?”
“반짝 스타요?”
“네. 뜬금없이 갑자기 인기를 얻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죠. 보통 세상은 그 사람들을 보고 운이 좋았 다고 하죠. 하지만 이 세계에 좀 있
다 보면 생각이 달라져요. 그 사람이 반짝 뜰 수 있던 이유는 그만큼 준비를 해왔기 때문이고, 또……
최연하가 살짝 말꼬리를 흐리고는 빙긋 웃었다.
“주어진 기회를 최선을 다해서 잡 았기 때문이죠.”
“말씀드리지만……
“네, 알아요. 스타가 되는데는 관심이 없으시죠. 하지만 이것도 좋은 기회잖아요.”
“좋은 기회요?”
최연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인생에 있어서 이런 곳에
서 연기를 해볼 기회가 다시 올까 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인생은 더 많이 경험한 자가 더 많은 것을 보고 즐길 수 있다고. 강진호씨라 고 하셨죠? 어쩌면 해보지 못한 일 이라 껄끄럽고 두려울 수도 있지만, 살아가며 언젠가는 후회하는 날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겨우 하 루, 하루뿐이었는데…… 그때 연기를 해봤다면 좋은 추억이 될 수 있 었을텐데’ 하면서 말이에요.”
그 말이 끝나자 둘은 동시에 다른
생각을 시작했다.
최연하는 자기가 말을 해놓고도 어이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럼 하면 되겠지.’
저 얼굴로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하는데 거절할 미친 소속사가 존재 할 리 없었다. 강진호 스스로 자신 이 잘생겼다는 자각이 별로 없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리고 강진호는 최연하의 말이 그럴싸하기만 하고 실속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말이 맞다면 세 사람분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강진호는 이곳의 누구보다도 인생을
즐겁게 받아들이고 있어야 할 것이다.
“게다가 동생분의 앞길도 틔워주는의미가 있잖아요. 한번도와주 시면 저희가 동생분의 연기 인생을 제대로 시작하게 해드릴 수 있어요.”
이건 결코 빈말이 아니었다.
강세아 정도면 화제성은 충분하다. 거기에 얼굴도 무척이나 아름다 운 편이다. 키가 약간 작은게 흠이 지만, 풀 샷이 아니라 클로즈 샷을 주로 잡는 드라마에서라면 딱히 흠 이라고 볼 수 없었다.
게다가 이미 오디션에서 연기력까 지 검증이 되었으니, 초반 화제 몰 이만 할 수 있다면 탄탄대로를 걸을 것이다.
‘오빠한테 묻히지만 않으면 말이야.’
강진호는 최연하의 얼굴을가만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하죠.”
“ 아!”
최연하가 빙긋 웃었다.
“대신에……”
“……네?”
“후회하지 마십시오. 저는 분명히
경고했습니다. 나중에 저 때문에 일 정이 틀어졌다거나 어차피 다시 찍 어야 하는데 괜히 시간만 낭비했다 고 하지 마시구요.”
“그럴 일은 없을 거예요.”
강진호의 얼굴이 천천히 펴졌다.
여유를 되찾은 강진호가 씨익 웃 으면서 말했다.
“아마 후회하게 되실 건데요?”
최연하는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도 잊은 채 웃으며 말하는 강진호의 얼 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딱딱하게 굳어 있던 얼굴이 펴지 자 새삼 미모가 살아나는 느낌이 든다.
“저기요?”
“ 아!”
최연하가 화들짝 놀라서 고개를 저었다.
‘이건 대박이야.’
그녀가 지금까지 본 배우들이 한 둘이던가. 그중에 조각미남, 꽃미남 소리를 안 듣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단 한번도 남자 배우의 얼굴에 시선을 빼앗겨 본 적 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 처음으로 메이크업도 하지 않은 후줄근한 청 년에게 시선을 빼앗기고 만 것이다.
“도와주시면 드라마는 대박 날 거 예요.”
“제 말을 잘 이해 못하신 것 같은데……
“ 예?”
“일단 방영이 되어야 대박이 나겠 죠.도와는 드릴 테니, 나중에 다른 말이나 하지 마세요.”
“ 네‘?”
최연하는 영문을 몰라 고개를 갸 웃했고, 강진호는 그런 최연하를 두 고 메이크업 실로 걸어갔다.
그리고 조금 후, 최연하는 강진호가 한 말이 무슨의미인지를 똑똑히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