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940)
마존현세강림기-1942화(1939/2125)
마존현세강림기 79권 (2화)
1장 교전하다 (2)
팅! 팅! 팅! 팅!
피아노 현이 연이어 끊어지는 듯 한 소리가 쉴 새 없이 울린다.
아무리 특수하게 제작한 와이어라 고 하나 그 강도는 높일 수 있을지 언정 녹는점 자체를 바꿀 수는 없 다. 위긴스가 만들어낸 가공할 화염
의 폭풍 앞에서 금속은 너무도 무력 했다.
내력으로 와이어를 강화한다면 조 금은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내력이란 그 특성상 얇으면 얇을수 록 주입하기가 어려운 법.
아무리 공령이라 해도 이 많은 은사에 모두 내력을 주입하는 건 불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니 속수무책일 수밖에.
“큭!”
공령이 자신도 모르게 헛바람을 집어삼켰다.
‘딴 세상에라도 온 것 같군.’
전투의 양상이 너무 다르다.
상대의 기술을 자신의 기술로 파 훼하고, 상대보다 더 빠른 속도로 움직인다. 무인의 싸움이란 대체로 이런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다.
하지만 저 망할 서양인 놈은 그 가 알던 전투의 범주에서 그를 강제 로 끌어내리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 아니라면 색다른 경 험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 모르지 만, 지금 그에게는 시간이 넉넉하지 않았다.
타다다닥!
손끝이 타들어간다. 소매는 이미 재가 되어 바스라진 뒤였다. 흘러내 린 머리카락이 지독한 냄새를 뿜으 며 말려들기 시작했다.
내력으로 보호해도 이 정도다. 내 공이 없는 이라면 혼적조차 남기지 못하고 기화되어 버리고도 남을 정 도의 열기다. 하지만 녹아버린 바닥 에서 뛰어올라 와이어에 몸을 올린 공령의 두 눈만은 차게, 더욱더 차 갑게 빛나고 있었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거로군.’ 그가 아는 무학의 방식으로는 이 런 화염을 뿜어낼 방법이 없다. 나
름 열양장력을 사용하는 이들이 고 온을 만들어내기는 하지만, 이 열기 는 그런 것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
상황적으로나, 미지수나 다름없는 적의 능력을 감안해서나, 시간을 끌 면 끌수록 그에게 좋을 게 없다.
공령이 마치 먹이를 노리는 흑표 처럼 몸을 웅크린 채 기회를 엿보았 다.
화염의 파편들이 쉴 새 없이 날 아들고, 천장에서 용암이 비처럼 쏟 아지지만…… 화염이 옷을 태우고, 홀러내린 용암이 등을 훑으며 떨어
져도 그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화르르륵.
그의 어깨 어림이 불타오른다. 검 은 그의 무복이 순식간에 타올랐다. 아무리 내력으로 보호했다고 하나 용암이 등을 타고 흐르는 데 상처가 없을 수는 없는 일.
타버린 옷 사이로 드러난 공령의 등에 순식간에 수포가 돋아 올랐다.
하나 몸이 녹아내리는 와중에도 공령의 눈빛만은 조금도 변치 않았 다.
이윽고!
촤라락!
그의 손끝에서 와이어들이 춤을 추듯 휘돌았다.
수십 마리의 뱀들이 서로 또아리 를 틀고 엉켜들 듯, 휘돌던 와이어 들이 일순 전방으로 맹렬하게 뿜어 져 나갔다.
그와 동시에!
파아아아아아앗!
공령의 몸도 마치 검은 유성처럼 앞으로 쏘아졌다.
탁! 타탁! 타타탁!
검은 유성이 허공으로 날린 와이 어를 발판 삼아 고속으로 이동한다.
마치 절벽 아래로 쏟아지는 폭포
처럼 화염이 앞으로 쏟아져 왔지만, 그의 몸은 커다란 불줄기를 피해 내 고, 작은 불은 몸으로 들이 받으며 전진, 또 전진했다.
콰아아아아아!
그를 뒤쫓듯 화염이 요동쳤지만, 공령은 팽팽하게 뻗어진 와이어 사 이를 고속으로 이동하며 화염을 모 조리 피해냈다.
이윽고 그리 멀지 않은 거리를 순식간에 좁혀낸 공령의 몸이 화염 을 뛰어넘어 위긴스의 머리 위에 환 상처럼 나타났다.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서로
얽혀든다.
“핫!”
짧은 기합성.
하지만 그 기합성이 미처 입 밖 으로 나와 소리가 되어 울리기도 전 에 공령의 와이어가 거대한 괴물의 촉수처럼 튀어나와 위긴스가 펼쳐 낸 둥근 실드를 통째로 휘어 감았 다.
콰득!
공령이 펼쳐 낸 손을 움켜쥐고 뒤로 쭉 당긴다. 그와 동시에 실드 를 휘감은 와이어들이 실드를 파고 들어 단숨에 터뜨려 버린다.
촤라라라락!
와이어들이 서로 교차하며 공간 자체를 찢어낸다. 하지만 서로 교차 한 와이어 사이로는 단 한 방울의 피도 튀어 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그 순간.
우웅!
공령의 바로 둥 뒤, 허공에서 위 긴스가 환상처럼 나타났다. 더없이 냉정한 눈을 한 위긴스가 쳐든 검을 단번에 아래로 내려쳤다.
그를 처음 상대하는 이들은 반드 시 간과하는 사실. 그건 위긴스가 마검사라는 점이다. 그의 검은 그의
마법에 비하면 수준 높다 할 수는 없지만, 등을 보인 적을 베어내는 데는 과분할 정도!
“타앗!”
새하얀 마나를 잔뜩 머금은 룬검 이 공령의 뒷목을 갈라갔다. 스치기 만 해도 이 폭발적인 마나가 공령의 내부를 모조리 터뜨려 버릴 것이다.
‘잡았……
위긴스가 내심 쾌재를 부르는 바 로 그 순간.
팅!
이제는 익숙하기까지 한 소리.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위긴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팅! 팅! 팅! 팅! 팅!
룬검이 펼쳐진 와이어를 끊어낸 다.
순식간에 수십 개의 와이어가 끊 어져 나갔지만, 한 올을 끊어낼 때 마다 검이 실린 기세는 약해지고, 검에 실린 마나가 줄어든다.
그리고 그 순간, 위긴스는 보았 다.
고개를 돌린 공령의 두 눈에 작 은 웃음기가 어려 있는 것을 말이 다.
화아아아악!
공령의 반쯤 타버린 양 소매가 터지듯이 찢겨 나가며 그 안에서 수 백 가닥의 와이어가 폭포처럼 뿜어 져 나온다.
촤라라락! 촤라라락!
날아든 와이어는 위긴스가 아닌, 위긴스가 든 룬검을 휘감았다. 얇디 얇은 와이어가 얼마나 친친 감아댔 는지, 새하얀 룬검이 순식간에 검은 천으로 휘감은 것처럼 변해 버렸다.
그리고!
투웅!
일시에 당겨진 와이어가 위긴스의 손에서 룬검을 뽑아낸다. 가공할 속
도로 튕겨 나간 룬검이 천장에 그대 로 틀어박혔다.
“이……
콰아아아아아앙!
이어진 발길질이 위긴스의 복부에 틀어박힌다. 위긴스의 몸이 백색의 유성으로 화해 들끓고 있는 용암의 강을 들이받는다.
위긴스의 몸이 바닥에 처박히고, 다시 튕겨 오를 때마다 진득한 용암 이 사방으로 비산한다.
쿠웅!
그러고도 기세가 죽지 않은 위긴 스의 몸이 벽에 틀어박힌다. 열기와
충격으로 약해진 벽이 쩌저적, 갈라 지며 거미줄 같은 금을 만들어냈다.
“쿨럭!”
위긴스의 입으로 붉은 피가 쉴 새 없이 토해져 나온다. 그저 일격 을 허용했을 뿐이건만, 얻어맞은 복 부가 완전히 박살 났다. 내장 곳곳 이 터져 피가 목구멍을 타고 역류한 다.
“쥐새끼 같기는.”
공령이 화상을 입어 부풀어 오른 어깨의 살가죽을 맨손으로 뜯어낸 다. 차오른 고름이 주르륵 홀러내렸 지만, 고통 따위는 상관없다는 듯
무정하게 말이다.
그러고는 식어가는 용암의 강을 향해 천천히 발을 옮겼다.
“빤한 짓을 해 대는군. 그럼 그 대가를 치러야지.”
“••••••쿨럭.”
위긴스가 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 는다.
그의 얼굴에 확연한 낭패감이 떠 올라 있다. 위장을 꿰뚫린 것보다 더 큰 문제는 룬검이 그의 손을 떠 났다는 것. 저 검이 없다면 그의 힘 은 반 이상 줄어든다.
생각 같아서는 저쪽으로 블링크해
룬검을 회수하고 싶지만, 저 용이주 도한 자가 대비를 해놓지 않았을 리 없다. 저곳으로 이동하는 순간, 위긴 스는 수백 가닥의 와이어에 꿰뚫려 처참하게 죽을 것이 분명하다.
“내 쪽이…… 쿨럭! 손해를 보기 는 했……지만.”
위긴스가 몸을 일으켰다.
상황은 좋지 않지만, 아직 싸울 힘을 잃은 건 아니다.
“그쪽도 그리…… 쿨럭! 쿨럭! 보 기…… 좋은 몰골은 아닌데?”
“흥.”
공령이 슬쩍 자신의 손끝을 바라
보았다.
어깨나 등은 아무래도 좋다. 문제 는 손끝에 심한 화상을 입었다는 점 이다. 그의 무학은 손끝의 민감도가 무엇보다 중요한 무학. 위긴스가 룬 검을 잃은 것처럼 그 역시 와이어의 태반을 잃었다고 해도 과하지 않은 상황이다.
“생각보다 까다로웠다는 건 인정 하지.”
공령이 반쯤 식어 검은 돌로 변 하고 있는 바닥을 걸어 위긴스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결과는 이미 정해졌어?
그렇지 않나?”
위긴스의 두 눈이 낮게 가라앉는 다.
여유를 부린다?
아니, 그런 게 아니다.
저놈은 암살자인 동시에 사냥꾼이 다. 그것도 적을 쫓아가는 사냥꾼이 아니라 자신의 영역 안에서 사냥감 을 농락하는 사냥꾼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눈에 보이지도 않는 얇은 와이어들이 그가 원하는 대로 배치되고 있을 것이다. 저 배 치가 끝나면 위긴스는 손도 발도 써 보지 못한 채 당하게 되겠지.
그렇다면?
쾅
그 순간, 위긴스가 바닥을 박차고 앞으로 나아갔다. 양손으로 빠르게 수인(手印)을 맺어낸 위긴스가 달리 는 속도를 줄이지 않고 바닥을 양손 으로 내려쳤다.
그러자 아직 완전히 용암이 굳지 않은 곳에서 사람 팔뚝보다 굵은 나 무뿌리들이 연이어 솟아올라 공령을 휘감아간다.
“늦어.”
공령이 뒤로 몇 발짝 물러나는 것만으로 달려드는 나무뿌리들을 모
조리 피해낸다. 그러고는 와이어를 당겨 연이어 추적하려 드는 나무뿌 리들을 모조리 잘라냈다.
“하압!”
그 찰나의 순간, 위긴스가 배로 가속하며 공령을 향해 달려든다. 그 의 전신에 투명한 막이 생겨난다 싶 더니, 이내 우윳빛으로, 다시금 푸르 스름한 빛이 도는 막으로 순식간에 변해간다.
공령의 눈이 순간 가늘어졌다.
“잔재주를!”
촤라라락!
하지만 그는 달려드는 위긴스를
맞상대하는 대신 사방으로 와이어를 날려 댔다.
앞과 뒤, 위와 아래.
달려들던 위긴스가 실드째 와이어 를 연이어 끊어냈지만, 이내 끊어내 지 못한 와이어들이 마치 거미줄처 럼 실드를 감싸며 잡아당기기 시작 한다.
“큭!”
위긴스가 안간힘을 쓰며 속도를 높이려 했지만, 실드를 감싼 와이어 의 수는 점점 더 늘어날 뿐이었다.
이윽고…….
촤라라라락!
공령이 일순 방향을 바꿔 앞으로 달려들며 와이어를 홑뿌린다. 그의 양손에서 뿜어져 나온 와이어가 위 긴스가 만들어낸 실드를 친친 감아 냈다.
“자, 또 달아나 봐라.”
“어딜 가도 이제 결과는 같아. 쥐 덫 안에서는 아무리 날뛰어봐야 죽 음뿐이지. 쥐새끼.”
가가가가각!
와이어가 실드를 조인다. 마치 실 에 감긴 풍선처럼 와이어가 뒤틀리 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 쉽게 찢겨 나가던 실드와는 달리 이번 실드는 공령이 전력을 다해 당기고 있음에도 쉽사 리 찢기지 않는다.
위긴스도 알고 있는 것이다. 이미 그가 블링크를 쓸 만한 곳에는 모조 리 와이어가 설치되어 있다는 것을. 실드를 버리고 이동해봐야 남는 것 은 찢겨 나가는 몸뚱이뿐이다.
“끄으윽!”
전력을 다해 마나를 뽑아낸 위긴 스의 두 눈에서 핏물이 흘러내린다.
그 광경을 보며 공령이 옅은 웃 음을 홀렸다.
“아까의 그 패기는 다 어디로 갔 나?”
“자포자기도 유분수지. 제명을 재 촉하는군. 막무가내로 돌진한다고 나를 잡을 수 있을 것 같나?”
“한 가지……
“음?”
위긴스가 일그러진 얼굴로 억지로 입을 열었다.
“착각하는 모양인데…… 내 목적 은 너를 죽이는 게 아니야.”
“……무슨 소리냐?”
“내 목적은 이뤄졌어. 어설프게
움직였다면 더 빨리 죽었겠지. 이러 면 남은 마나가 소모되는 동안은 버 틸 수 있다.”
“그게 뭔 의미가……
공령의 두 눈이 확장된다.
그의 고개가 급격하게 위로 꺾이 듯 올라갔다.
“내가 이겼다, 쥐새끼. 너를 잡을 고양이가 온다.”
검고 거대한…….
맹수를 넘어 괴물이라 불려야 마 땅할 고양이가.
콰아아아 아아아아앙 !
천장이 폭발하듯 무너지며 검은
불꽃이 아래로 떨어져 내린다.
쿠우우우우웅!
마기의 날개가 출렁이둣 휘돌고, 그 아래에서 한 사내가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강진호.
마귀의 강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