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941)
마존현세강림기-1943화(1940/2125)
마존현세강림기 79권 (3화)
1장 교전하다 (3)
콰아아아아아아!
가공할 권력이 폭발적으로 내뿜어 진다.
강렬함.
마치 태양을 뭉쳐 놓은 듯한 권 력이 전방의 모든 것을 휩쓸어 버린 다.
그 권력에 닿은 것은 무엇 하나 무사하지 못했다.
단련된 무인조차 추풍낙엽처럼 휩 쓸려 나갔다.
만약 지금 이곳에 이 권력을 처 음으로 목격하는 무인이 있었다면, 인간의 주먹이 낼 수 있는 힘에 경 의를 표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을 것 이다.
하지만…….
막상 그 어마어마한 권력을 뿜어 낸 당사자의 표정은 그리 좋지 못했 다.
“뭐, 이런……
홍왕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의 권력에 나가떨어진 흑의인들 이 비척비척 다시 일어나고 있었다.
절정에 오른 고수들조차 일격에 목숨을 잃을 만한 권력이었다. 하지 만 저들은 태풍에 휩쓸린 가랑잎처 럼 나가떨어지고도 당연하다는 듯 다시 몸을 일으켰다.
마치 좀비처럼.
그 모습을 보고 나니 천하의 홍 왕조차도 모골이 송연해지는 감각을 어쩔 수 없었다.
단순히 맷집이 강하다로 논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정말 사람인가?’
일어선다.
우둑, 우두둑.
어깨가 뒤틀리고, 팔이 꺾여 덜렁 대고 있다.
더 소름이 돋는 것은 그 덜렁대 는 어깨를 딱히 제대로 맞출 생각조 차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간이라 면 누구나 스스로의 육체를 보호하 고자 하는 본능이 있는 게 당연할진 대, 지금 그의 앞에 있는 혹의인들 에게서는 그 당연한 본능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흐으으으…”
비척비척 몸을 일으키는 이들의 입에서 도무지 사람이 내는 소리라 고는 믿을 수 없는 신음이 흘러나온 다.
반쯤 풀린 동공.
상처투성이의 육체.
비틀비틀 기괴하게 몸을 꺾으면서 도 기어코 일어나 다시 걸어오는 저 들의 모습은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좀비의 모습과 그리 달라 보이지 않 았다.
단지 다른 것은 전신이 썩어 들 어간 좀비들에 비해서 저들의 육체 에는 분명 생기가 돌고 있다는 점
뿐.
강시.
이들이 과거 강시라는 이름으로 불렸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이제 야 알 것 같았다.
‘당연히 그렇겠지.’
과학이 발전한 세상이든 그렇지 않은 세상이든, 저 모습은 인간의 근원적인 공포를 건드린다.
미혹에 휘둘리지 않을 만큼의 평 정심을 지니고 있다 자부할 홍왕조 차도 섬뜩함을 느끼는 판이니, 그 정도 평정심을 지니지 못한 이들이 어떤 기분을 느낄지야 너무도 빤한
일이 아닌가.
저건 말도 안 되는 괴물이다.
홍왕의 권력을 버텨내는 괴물들이 두려움도, 공포도 모른 채 오로지 상대를 주살하기 위해서 움직인다. 아무리 사기가 충천한 병력들이라고 할지라도 저런 이들을 상대한다면 채 1분이 지나지 않아 비명을 내지 르며 달아날 수밖에 없지 않을까?
“호, 홍왕이시여.”
등 뒤에서 당황한 장로들의 목소 리가 들려온다.
“……진정해라.”
홍왕이 낮게 중얼거렸다.
“그래봐야 맷집이 좀 좋은 무인에 불과하다. 괴물도 아니고, 귀신도 아 니야.”
“•…”예.”
당연한 말과 당연한 대답.
하지만 이 상황이 말처럼 그리 당연하지 않다는 것은 홍왕도 알고, 장로들도 알고 있었다.
벌써 몇 번의 권격을 날려 댔지 만, 아직 쓰러진 이들이 보이지 않 는다. 저들의 움직임이 그리 쾌속하 지 않기에 아직은 피해를 보지 않고 있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홍왕이라 해도 낭패를 볼 수밖에 없었을 것이
다.
‘속도를 포기한 대신 극단적인 방 어를 손에 넣었다는 건가?’
대체 무슨 원리로 그게 가능한지 알 수는 없지만, 지금 중요한 건 원 인이 아니라 눈앞에 보이는 현상, 그 자체다.
우득, 우드득.
몸을 일으킨 흑의인들의 뒤틀린 신체가 점점 맞춰지기 시작한다.
‘맞춘다’가 아니라 ‘맞춰진다’다. 놈들은 딱히 돌볼 생각이 없어 보이 지만, 제 몸들이 알아서 상처를 수 복하기 시작했다.
“별……
그 모습에 혐오감을 느낀 홍왕이 막 눈을 찌푸릴 때였다.
“ 흐음.”
뒤쪽에서 그 상황을 지켜보던 혈 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고개 를 갸웃했다.
“회복이 늦군. 불문의 무학이 상 성이라 그런가?”
홍왕이 시선이 혈왕에게로 향했다.
“대체…… 저들에게 무슨 짓을 한 거냐?”
“딱히 대단한 건 하지 않았다.”
혈왕이 작게 어깨를 으쓱였다.
“그저 무학을 가르쳤을 뿐이지.”
“……무학? 저게 무학이라고?”
“물론이지.”
혈왕이 낮게 웃었다.
“듣자하니 너는 중원의 무학의 적 통을 자처한다더군. 중원 정공의 뿌 리가 네게 이어졌다고?”
“그럼 자부심을 가질 만하지. 하 지만 아이야, 그렇다고 해서 네가 천하의 모든 무학에 정통한 것은 아 니란다. 뿌리 깊은 중화사상에 젖어 있는 너는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애
초에 중원의 무학은 천축, 즉 인도 에서 시작됐지.”
홍왕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헛소리를. 중원 무학이 천축에서 전래된 불문 무학의 영향을 받은 것 은 사실이나, 천축에서 불문의 무학 이 전파되기 전, 중원에 무학이 없 던 것은 아니다!”
“맞는 말이지. 어느 무학이나 시 작은 형의권(形儀奉)인 법이니까.”
검은 붕대로 감긴 혈왕의 입가가 묘하게 뒤틀린다.
“그런데…… 그래서 지금 네가 쓰 고 있는 무학은 뭘 베이스로 하고
있지? 형의권인가?”
홍왕은 그 물음에 대답하지 못했 다.
그의 무학이 토대가 불문의 무학 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 그 불문의 무학이 천축에서 온 달마 대사로부터 막대한 영향을 받았다는 점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세상은 더없이 넓고, 무학 역시 그 끝이 없는 법이지. 네가 아는 무 학이 전부가 아니다.”
“사술이겠지.”
“빤한 소리를 하는군.”
혈왕이 재미있다는 듯 웃어 댔다.
“사술. 그래, 사술일지도 모르지. 너희의 입장에서 보면 이건 사술이 지. 하지만 홍왕, 하나 묻지. 도대체 사술이란 뭐지?”
“이치와 상리에 맞지 않는 괴이한 것, 사특한 것을 말하는 건가? 그럼 내 거꾸로 묻겠는데……
혈왕의 두 눈에서 서늘한 빛이 새어 나왔다.
“인간의 몸이 강철보다 강해지는 것은 사특하지 않은가?”
“사람이 산을 뛰어넘고, 강 위를 걷는 것은 괴이하지 않은가?”
“사술을 논해야 한다면 무학 자체 가 사술이지. 인간을 인간답지 못하 게 만드니까.”
“이게 무학이라는 건가?”
“물론.”
혈왕이 고개를 가만히 끄덕였다.
“그 둔한 머리로 이해할 수 있을 지 모르지만,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무학이지. 그저 중원의 무학과 그 방향이 다를 뿐이다. 너희는 기운을 이용하여 육체를 더 단단하게 만들
고, 더 빠르게 만들지. 그 덕에 강 철 같은 육체와 매보다 빠른 속도를 손에 넣는다. 그렇지 않나?”
“하지만 천축의 무학은 조금 다르 지. 그들이 원한 것은 강함이 아니 라 시간이다. 상처를 입어도 회복하 는 육체, 부서져도 다시 살아나는 생명. 그들의 화두는 재생이지.”
홍왕의 얼굴이 참혹하게 일그러진 다.
“재생? 재생이라고 했나?”
“그렇다네.”
“이 빌어먹을 놈이……
홍왕의 두 눈에서 불꽃이 일었다.
“백번 양보해서 네 말이 맞다고 치자. 무학의 결은 다를 수 있다. 추구하는 방향도 다를 수 있다!”
홍왕의 목소리에 노기가 묻어났 다.
“그렇다 한들! 저들이 사람의 몰 골이더냐! 저들의 육체를 논하기 이 전에! 그 정신을 빼놓고 사람을 꼭 두각시로 만든 놈이 감히 무학을 논 해!”
“크크크큭.”
혈왕이 낮게 키득댔다.
“빤한 소리를 하는군. 완벽한 목
적을 위해 다소의 희생은 어쩔 수 없다. 너쯤 되는 이라면 이걸 이해 못할 리는 없을 텐데?”
“다소의 희생?”
혈왕이 고개를 까딱거렸다.
“아무리 완벽한 육체를 손에 넣는 다 한들, 공포심을 극복하지 못한다 면 소용이 없는 법이지. 육체가 재 생된다 한들, 고통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니까.”
“이……
“왜 그런 눈이지?”
혈왕이 크게 웃어젖혔다.
“무너지지 않는 육체와 무너지지
않는 정신이 만났을 때, 가장 완벽 한 무인이 탄생하는 법 아닌가. 이 건 너희가 가장 바라는 무인의 이상 일 텐데? 오히려 기뻐해야 하지 않 나?”
으드드득
홍왕이 이를 악물었다.
용서할 수가 없다.
살아가며 수많은 적을 상대했지 만, 그에게 이토록 짙은 혐오감을 준 이는 맹세코 저자가 처음이다.
상대를 쓰러뜨리고 싶다는 호승심 이 아니라, 조각조각 파괴해 버리고 싶다는 분노와 증오를 불러일으키는
이도 저 작자가 처음이었다.
심지어 그 창왕의 마수에 빠져 치욕스럽게 도주해야 했을 때도 이 토록 분노하지는 않았다.
“대체 무인을! 사람을 뭐라고 생 각하는 거냐?”
혈왕이 피식 비웃음을 흘렸다.
“웃기지도 않는군.”
“뭐라고‘?”
“물론 나는 수많은 이들을 죽인 살인자다.”
혈왕이 이죽이듯 홍왕을 바라보았 다.
“그래서…… 그리 화를 내시는 그 쪽은 얼마나 되는 사람을 죽여왔나?”
홍왕의 입술을 들썩였다.
뭔가 반박하고 싶지만, 반박할 수 가 없다. 그가 지금껏 살아오면 그 손으로 죽인 사람의 수는 적어도 이 곳에 있는 강시의 수보다는 많을 테 니까.
“제 목적을 위해서 수도 없는 사 람을 죽여온 놈이 기껏 몇 십 명이 이지를 잃었다는 이유로 분노한다? 토악질이 나는군.”
“적어도 나는!”
홍왕이 우렁우렁한 소리로 고함쳤 다.
“나와 맞서는 적을 상대로 싸웠 다. 나를 따르는 이들을 해하지는 않았다!”
“죽이기 전에는 누구든 적인 법이 지. 그렇지 않나?”
“자, 그럼 생각해 보자고. 적을 죽이는 너와 살려서 이용하는 나. 어느 쪽이 더 악질인지 말이야.”
혈왕이 낄낄 웃어 대자, 홍왕의 두 눈에 핏발이 섰다.
“……너만은 절대 살려두지 않겠
다.”
“호오, 무서운걸?”
혈왕이 여유만만한 자세로 고개를 꺾어 댄다.
“더 물어볼 게 있으면 물어봐. 나 는 딱히 급할 게 없으니까.”
우드드득.
홍왕의 주먹에서 턧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성을 잃을 만큼 분노한 그의 전신에서 황금빛의 광채가 뿜 어져 나왔다.
“용서해라.”
그의 시선이 혈왕이 아닌, 그의 앞으로 비척대며 걸어오는 흑의인들
에게로 향했다.
텅 빈 동공.
그들의 육체를 부숴놓은 홍왕이건 만, 정작 그를 바라보는 저들의 눈 빛에는 최소한의 적의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사람이라기보다는 인형에 가깝게 변해 버린 이들에게 그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다.
“너희를 구해줄 수는 없지만!”
홍왕이 허리 뒤로 주먹을 당긴다.
“적어도 안식은 줄 수 있겠지!”
콰앙!
홍왕이 진각을 내밟는다.
그의 진각이 닿은 바닥이 운석이
라도 떨어진 듯 아래로 움푹 파여 들어간다.
“오오오오오오!”
뒤이어 내뻗어진 주먹!
그 주먹에서 찬란한 황금빛의 권 강이 용솟음친다. 내뿜어진 가공할 권강이 전방에서 다가오던 흑의인들 을 덮치며 커다란 폭발을 일으켰다.
이지를 상실해도 아직 적의 강대 함을 알아볼 수는 있는지 흑의인들 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폭발을 피해 내려 하지만, 폭발의 여파는 채 물 러서기도 전에 그들을 휩쓸어 버렸 다.
“너도! 흑왕도! 결코 용서하지 않 겠다! 내 자존심을 걸고!”
거대한 표호를 내지른 홍왕이 몸 이 빛살이 되어 흑의인들을 덮쳐 갔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