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946)
마존현세강림기-1948화(1945/2125)
마존현세강림기 79권 (8화)
2장 신음하다 (3)
콰아아아아아앙!
천지가 번복하고 세상이 뒤집힌다.
그 충격에 바토르의 몸이 가랑잎 처럼 휘날렸다.
“뭐야, 젠장!”
커다란 트럭에 치인 것 같은 충 격이다. 물론 바토르가 트럭에 치인
다고 고통을 느낄 리는 없겠지만, 그의 등을 덮친 충격파는 알 수 없 어야 할 고통마저도 상상하게 만들 정도였다.
그를 집어삼킬 듯 밀려오던 혈왕 의 붉은 안개도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밀려난다. 튕겨 오른 바토르 가 붉은 안개 속을 추락하듯 앞으로 날아들었다.
쿠우우우우웅!
걷어차인 공처럼 날아간 바토르가 바닥에 처박힌다.
“끄옹.”
바닥에 박힌 정도로 고통을 느낄
바토르는 아니지만, 육체적인 충격 보다는 정신적인 충격이 더욱 컸다.
바토르가 떨리는 눈으로 뒤를 돌 아보았다.
“•…”미친.”
그의 눈에 똑똑히 보인다.
홍왕과 괴불이 맞붙은 곳의 지형 자체가 바뀌어 있었다. 마치 진흙 바닥을 삽으로 내려친 것처럼 바닥 이 뒤틀려 위로 솟아올라 있다.
문제는 그 어마어마한 스케일.
진흙 바닥을 내려친 정도로는 기 껏해야 손바닥만 한 융기가 생길 뿐 이지만, 바토르의 눈앞에는 마치 산
이 새로이 솟아난 것과 같은 거대한 융기가 보였다.
“뭔…… 빌어먹을……
사람과 사람이 싸워서 저런 광경 을 만들어낸다?
그걸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겠 는가.
극한으로 익혀낸 무학이 자연을 닮아간다는 말이, 인간이 자연재해 를 제 손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었을 텐데.
‘누가 이겼지?’
바토르가 두 눈을 부릅떴다.
이 어마어마한 충격 앞에서는 분
명 둘 다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한 쪽이 일방적으로 상대를 짓눌러서는 이런 광경이 만들어질 리가 없을 테 니까.
누가 조금 더 이득을 보았는가, 그걸 확인해야 한다.
‘빌어먹을, 안 보여!’
하지만 솟아오른 융기가 시야를 완전히 가려 버렸다. 제아무리 바토 르라고 한들, 저 산만 한 융기를 뚫 고 뒤를 볼 수는 없는 일.
파아아앗!
바토르가 본능적으로 일권을 날렸 다.
그의 손끝에서 발출된 권력이 일 직선으로 날아가 솟아오른 융기를 그대로 터뜨려 버렸다.
콰아아아아아아 앙 !
커다란 산이 터져 나가며 중앙에 커다란 원이 뚫린다. 바토르가 비산 하는 홁더미들 사이로 안력을 집중 했다.
보인다!
한 사람은 서 있고, 한 사람을 쓰 러져 있다.
‘누구냐?’
쓰러진 이는 누구…….
바토르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어졌 다.
쓰러진 이는 그가 너무도 잘 아 는 이고, 아직 두 발로 서 있는 이 는 그에게는 낯선 이였다.
“호, 홍왕!”
익숙지가 않다.
저 사내가 의식을 잃고 바닥에 쓰러져 있는 모습 같은 건 익숙해지 려야 익숙해질 수 없는 광경이었다. 두 눈으로 보고 있는 일이다. 하지 만 바토르의 이성은 그의 감각이 확 인한 광경을 맹렬하게 부정했다.
패할 수는 있다.
홍왕의 패배가 이번이 처음은 아 니니까.
하지만 패한 것과 상대의 공격의 의식을 잃고 쓰러진 것은 같을 수가 없는 문제다.
저 홍왕이라면 죽는 그 순간에도 두 발로 우뚝 서서 죽는 것이 어울 린다. 얼굴을 바닥에 처박고 쓰러진 모습은 그가 아는 홍왕과는 결코 어 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후욱••••••
물론 괴불이라고 해서 상황이 나 은 것은 아니다.
다리는 걸레짝이 되어 뒤틀려 있
고, 팔 한쪽도 거의 어깨부터 반쯤 끊어져 덜렁대고 있다. 입과 코에서 흘러내린 피가 가슴은 물론 바지까 지 적셔 대고 있었다.
당장 쓰러져 죽는다고 해도 이상 하지 않을 모습.
하지만 결국 마지막에 서 있는 자는 괴불이고, 쓰러진 이는 홍왕이 다. 그 누가 오더라도 이 명확한 승 패를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홍왕이……
그 순간이었다.
콰드드득!
“끅!”
옆구리에서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 진다. 바토르가 반사적으로 손을 휘 둘렀지만, 그의 옆구리 찌른 혈왕은 큰 어려움 없이 깔끔하게 뒤로 물러 나 바토르의 손을 피해냈다.
“단단하군. 정말 단단해.”
바토르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혈왕이 자신의 손가락에 묻은 피 를 혀로 핥고 있었다.
공격받은 바토르의 옆구리에 다섯 개의 구멍이 선명하게 뚫려 있다.
바토르의 육체에 구멍을 뚫어낸 혈왕이 대단한 것인지, 아니면 그 혈왕의 공격을 몸에 구멍이 뚫린 정
도로 막아낸 혈왕이 대단한 것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 일이다.
바토르가 옆구리에 뚫린 구멍을 슬쩍 바라보고는 혈왕에게로 시선을 고정했다.
“이
노기에 찬 바토르의 눈을 보면서 도 혈왕은 딱히 반웅을 보이지 않았 다. 그저 불길하기 짝이 없는 눈으 로 바토르의 몸에 뚫린 구멍을 살필 뿐이었다.
‘십성 공력을 실었는데도 이 정도 라……
단 삼성의 공력만으로도 두께 30
센티의 철판을 종잇장처럼 찢어발길 수 있는 그의 수공(手功)이다. 그런 데 십성의 공력을 운용하고도 겨우 손가락 한 마디를 밀어 넣는 게 전 부였다. 바토르의 몸 두께를 감안한 다면, 겨우 피부나 찢어낸 정도였다.
심지어 공격을 한 그의 손끝이 시큰해질 정도가 아닌가.
‘ 어마어마하군.’
직접 확인해 본 육체의 강도는 그가 생각하던 것을 훨씬 뛰어넘는 다.
기본적으로 생강시는 무인의 육체 를 강화하는 과정부터 시작하는 법.
저 육체를 강화하면 대체 어떤 결과 물이 나올지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꼬리뼈가 저려오는 기분이었다.
문제는 이자를 어떻게 쓰러뜨려야 하는가뿐.
‘최대한 상처 없이 잡아야 한다.’
물론 웬만큼 상처를 입힌다고 해 도 수복은 된다.
하지만 난생처음 잡는 월척에 그 물 자국을 남기고 싶어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온전한 그 육체를 손에 넣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 다.
혈왕이 진득한 미소를 머금는 바
로 그때.
콰아아아아앙!
바토르가 바닥을 강하게 박차며 가공할 속도로 뒤로 멀어진다.
“••••••음?”
달아난다?
아니, 아니다.
바토르가 향하는 쪽은 홍왕과 괴 불이 있는 쪽이었다. 그렇다면 의도 는 명백하다. 의식을 잃은 홍왕을 보호하려는 것이다. 지금 괴불이 가 볍게 손만 내려쳐도 홍왕은 저승으 로 직행해야 할 테니까.
“우습지도 않군.”
감히 그를 앞에 두고 다른 곳에 신경을 쓰는 것도 어이없지만, 그를 더 황당하게 만드는 것은, 제 목숨 조차 경각에 달해 있는 이가 다른 이의 목숨을 구하려 한다는 점이었 다.
심지어 홍왕계 소속조차 아닌 이 가.
“멍청한!”
혈왕의 몸에서 붉은 피가 줄기줄 기 뿜어져 나온다. 그와 동시에 그 의 피가 기화하며 붉은 연기로 화하 여 가공할 속도로 멀어지는 바토르 를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뒤쫓기
시작했다.
마치 허공에 붉은 연막탄을 수십 개 터뜨린 둣, 뭉게뭉게 피어난 붉 은 연기들이 어마어마한 속도로 날 아들어 바토르의 육체를 휘감았다.
“음?”
바토르가 자신의 몸을 타고 오르 는 연기를 보며 눈을 찌푸렸다.
반사적으로 그의 손이 연기의 덩 어리를 후려쳤지만, 연기들은 흩어 지기 무섭게 다시 뭉쳐 그의 몸을 휘감아 댔다.
‘ 뭣?’
움찔한 바토르가 이를 악물고 주
먹에 내력을 밀어 넣는다. 이게 대 체 무슨 원리로 만들어지는 것인지 는 모르겠지만, 기운으로 움직이는 것이라면 그의 내력으로 밀어낼 수 있을 터.
“오오오오오!”
내력을 있는 대로 실은 그의 주 먹이 어느새 태산처럼 불어난 붉은 연기 한가운데를 꿰뚫는다. 그의 권 풍에 닿은 연기가 밀려나다 못해 그 자리에서 소멸되며 거대한 원형의 통로가 터널처럼 뚫린다.
하나 그도 잠시.
아무리 강하게 물을 내려쳐 밀어
내도, 다시 곧 밀려와 빈자리를 채 워내는 것처럼 그의 권력으로 만들 어진 빈 공간으로 주변의 연기들이 밀려 들어온다.
바토르가 두 눈을 부릅떴다.
완전하게 다시 뭉친 붉은 연기가 바토르의 육신을 휘감았다.
“어 엇?”
기이한 일이었다.
분명 실체가 없는 연기다. 하지만 지금 그의 발목을 휘감는 연기에서 강철과도 같은 단단함이 느껴진다.
“개수작을!”
바토르가 내력을 모조리 발에 밀
어 넣고 강하게 앞으로 걷어찼다.
휘이이이이잉!
발끝에서 뿜어져 나간 가공할 내 력과 함께 발을 움켜잡은 연기들이 순식간에 쓸려나간다.
하지만 그도 잠시. 아무리 손을 휘저어도 연막탄에서 나오는 연기를 모두 밀어낼 수 없는 것처럼 밀어내 고 걷어차대도 또 다른 연기가 끝없 이 밀려와 그의 몸을 휘감아 댄다.
“이, 이런……
바토르의 두 눈에 처음으로 당혹 이라는 감정이 어렸다.
“흐아아아아아앗!”
바토르의 육체가 붉게 물든다 싶 더니, 그의 몸에서 검붉은 혈기가 뿜어진다. 이번에는 효과가 있었는 지 바토르의 몸을 휘감고 있던 연기 들이 일시에 화악, 밀려난다.
‘ 된다!’
하지만 이 방법도 그에게 완전한 자유를 주지는 못했다.
밀려난 연기들이 혈기가 닿지 않 는 범위를 휘돈다. 마치 자아를 가 진 악령들이 그의 영혼을 노리며 군 침을 홀리는 것처럼, 붉은 안개가 그의 사방을 회감고 맹렬하게 회전 한다.
바토르의 이마에서 땀이 배어났다.
‘빌어먹을, 언제까지!’
마공을 익히고 벽을 넘으며 비약 적인 내력의 상승을 이루어냈다. 하 지만 그렇다 한들 그의 근본은 외 공. 내력을 뿜어내고 기운을 돌리는 것보다 주먹으로 깨부수고, 발로 짓 밟는 게 그의 무학이다.
하지만 지금 그를 둘러싼 이 안 개들은 물리력으로는 대항할 수가 없다. 연기를 상대로 주먹을 휘두르 는 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다는 말 인가.
임기응변으로 버티고는 있지만,
혈왕과 그가 내력의 운용으로 싸운 다면 결과는 너무도 빤한 일이다. 아마 얼마 버티지 못하고 그가 먼저 쓰러질 것이다.
‘바, 방법을……:
바로 그때였다.
그를 둘러싼 붉은 안개 너머로 무언가 움직이는 모습이 흐릿하게 보인다.
바토르가 두 눈을 부릅떴다.
“아, 안 돼!”
괴불.
쓰러져 있는 홍왕을 향해 괴불이 비틀비틀 걸음을 옮긴다.
괴불쯤 되는 이가 걷는 것조차 힘겨워한다는 건, 그 역시 목숨이 경각에 달할 만한 상처를 입었다는 의미이지만, 지금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의식을 잃은 홍왕의 목숨을 빼앗 는 정도는 손가락 하나 휘두를 힘만 있어도 충분할 테니까.
“으아아아아아아아아!”
바토르가 뿜어낸 혈기를 일순 회 수해 뒤쪽으로 뿜어낸다. 그 반동으 로 그의 몸이 발사된 로켓처럼 앞으 로 쏘아져 나간다.
하지만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붉은 연기들도 바토르를 보내줄 수 없다는 듯 그의 몸을 회감아 붙들고 늘어진다.
“놔! 이 개새끼야아아아!”
바토르가 물에 빠진 사람처럼 허 우적대며 사방을 후려친다. 하지만 연기는 밀려나면 다시 밀려오고, 휩 쓸리면 다시 빈자리를 채우며 집요 하게 바토르를 물고 늘어졌다.
“제기랄!”
바토르의 입에서 절망 어린 목소 리가 튀어나온다.
그의 두 눈에 비틀거리며 걷던 괴불이 홍왕의 지척까지 다가가 한
손을 들어 올리는 모습이 똑똑히 들 어온다.
“아, 안••••••
그 순간, 괴불의 입이 천천히 열 렸다.
“훌륭했소, 시주. 편히 가시오!”
괴불의 손이 홍왕의 머리를 내려 친다.
“안 돼에에에에에에에에!”
바토르의 입에서 처절한 비명이 흘러나오는 바로 그 순간.
콰 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앙 !
세상이 뒤집힌다.
마치 화산이 폭발하듯, 검은 용암
이 하늘 위로 솟구치듯이, 그들이 자리한 바닥이 용솟음치며 검은 화염 들이 하늘로, 또 하늘로 솟아올랐다.
“뭐, 뭐냐!”
천하의 혈왕조차도 그 광경을 보 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반면, 그 광경을 본 바토르는 커 다란 광소를 터뜨렸다.
“으하하하하하하핫! 주인! 빌어먹 을, 너무 늦었잖은가!”
솟구치는 검은 마기 속에서 한 사내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강진호.
마왕의 강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