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948)
마존현세강림기-1950화(1947/2125)
마존현세강림기 79권 (10화)
2장 신음하다 (5)
‘어떻게?’
혈왕의 두 눈에 불신이 어렸다.
적천마존.
이 세상으로 돌아온 이후, 그 이 름은 몇 번이고 혈왕을 자극했다. 그가 이룬 모둔 것을 뛰어넘어 마의 종주이자 마의 화신이 되어버린 마
교의 교주.
한때는 혈교에 밀려 그 이름조차 쇠락해 가던 마교를 이끌고 마도천 하를 이룩한 전설적인 마인.
단 한 번도 그 존재를 무시해 본 적은 없다.
십이비도는 한때 천하를 피로 물 들인 그조차도 함부로 상대할 수 없 는 존재들. 그런 이들이 경외하고 두려워하는 적천마존이라는 이름을 그라고 해서 얕잡아볼 도리는 없는 것이다.
그가 온갖 수단을 다 동원했음에 도 결국은 이룩하지 못한 마도천하
를 잠시나마 이룩했다는 점만 보더 라도 적천마존은 그보다 한 격조 더 높은 존재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 다.
하지만…….
막상 눈으로 본, 그리고 그가 직 접 상대해 본 적천마존은 그런 미지 근한 평가가 어울리는 존재가 아니 었다.
‘뭐 저런……
일격?
단 일격이라고?
딱히 대단한 힘을 실은 것도 아 닌 듯 보이는 일격에 생강시 한 구
가 말 그대로 박살 났다. 단 일격으 로 생강시를 무력화시키는 건 저 홍 왕은 물론이고, 바토르조차도 보여 주지 못한 신기다.
‘그것도 내 혈기에 대항하면서?’
저 불타오르는 듯한 마기를 유지 하는 것도 어마어마한 내력을 필요 로 할 게 분명하다. 그런데 그의 혈 기에 밀리지 않으면서…… 아니, 오 히려 압도하면서 생강시를 일격에 부수어놓을 정도의 내력이 남아 있 단 말인가.
이 무슨 괴물같은…….
“쿨럭!”
그 순간, 바닥에서 경련하던 공령 이 비틀대며 몸을 일으켰다.
“정신…… 차려라…… 혈왕.”
혈왕의 아연한 시선이 공령에게로 향했다. 입가가 피범벅이 된 공령이 떨리는 무릎을 움켜잡으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저건 사람이 아니야.”
걸레짝이 된 공령의 몸이 그가 하 는 말에 설득력을 부여하고 있었다.
그제야 새삼 혈왕은 자신이 누구 를 상대하고 있는지 실감했다.
저자는 마존.
고금제일의 마인이자, 저 흑왕이 인정한 유일한 존재다.
“……약점은?”
“ 없다.”
혈왕이 이를 악물었다.
공령은 암살자. 상대의 약점을 파 악하고 그에 맞춰 전술을 구상하는 데 그 이상의 능력을 가진 존재다. 그런 공령이 이리 당할 때까지 상대 의 약점을 파악하지 못했다?
그건 둘 중 하나를 의미한다.
상대가 완전무결한 강자이거나, 아니면 약점이란 게 딱히 의미가 없 을 정도로 차이가 나거나.
어느 쪽이든 그들에게 좋은 소식 은 아니다.
“설마 여기가 내 무덤이 될 거라 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마라, 혈 왕. 아직 아니다.”
공령이 이를 악물었다.
“나는 두 눈으로 세상이 바뀌는 것을 보고 말겠다. 그전에는 죽어도 죽지 않는다.”
“……미안하지만, 나는 너나 혹왕 이 말하는 대의에는 딱히 관심이 없 어서 말이야. 하지만 어쨌든……
혈왕의 두 눈이 붉게 물들었다.
“죽이지 않는다면 죽는다는 거로 군. 그렇다면 길은 하나뿐이지.”
혈왕의 전신에서 붉은 혈기가 용 솟음친다. 마치 산불이 붙은 산맥에 서 검은 연기가 끝없이 토해져 나오 는 것처럼 그의 전신에서 붉은 연기 가 과격하게 흘러나왔다.
촤라라라락!
동시에 공령의 양손에서 와이어가 뿜어져 나온다.
지금까지처럼 은밀한 운용이 아니 다. 아무리 은밀하게 와이어를 운용 해도 저 강진호의 감각을 속이는 것 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이미 저 깊은
지하에서 뼈저리게 통감했다.
그의 와이어들이 미쳐 날뛰는 용 처럼 휘돌며 귀를 찢는 굉음을 만들 어낸다.
촤아아악! 촤아아아악!
긴 채찍으로 바닥을 연신 후려치 는 듯한 소리와 함께, 공령의 앞쪽 바닥이 연이서 베이며 쩌억쩌억 갈 라진다.
‘절대’라는 말이 결코 부족하지 않을 두 초인이 한 사람을 노리고 기세를 끌어 올린다. 무학을 아는 이든 알지 못하는 이든, 이 광경을 본다면 ‘공포’가 어떤 의미인지 바
로 이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막대한 적의의 대상이 된 이는 그 가공할 광경을 보면서도 딱히 별다른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저벅.
강진호가 무심하게 그들을 향해 걸어갔다.
한쪽에서는 피의 안개가 넘실거리 고, 다른 한쪽에서는 보이지도 않는 칼날이 대지를 갈라댄다. 그야말로 인외(人外)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가공할 광경이지만, 그곳을 향해 다 가가는 강진호의 발걸음은 마치 산
보라도 하는 것처럼 가벼웠다.
휘이이이이익!
그 순간, 혈왕의 입에서 날카로운 휘파람 소리가 울린다. 그와 동시에 거리를 유지하던 생강시들이 다시 한번 강진호를 향해 맹렬하게 달려 들었다.
“쓸데없는.”
강진호의 눈이 살짝 찌푸려졌다.
생강시.
살아 있는 이의 이지를 제압하고 육체를 강화해 생체 병기로 만드는 사술 (邪術).
지금 이 생강시를 상대하는 이가
그가 아닌 다른 무인이었다면, 분명 위협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강진호에게만은 통용 되지 않는다.
화아아아아악!
강진호의 몸 주위를 휘감고 돌던 마기가 살아 있는 것처럼 일렁이며 달려드는 생강시들을 뒤덮는다.
“키에에에에에에엑!”
“카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와 동시에 생강시들이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목이 떨어져 나가고 몸이 으스러져도 신 음 한 번 흘리지 않던 생강시들이
간질에라도 걸린 것처럼 부들부들 경련한다.
벌어진 그들의 입에서 피 섞인 붉은 침이 주르륵 흘러내리고, 초점 없던 그들의 두 눈에 핏발이 잔뜩 돋아난다.
“ 뭣‘?”
혈왕이 그 광경을 보고 경악하여 호성을 내질렀다.
“……무, 무슨?”
차라리 강진호가 생강시들을 일격 에 모두 파괴해 버렸다면 이리 놀라 지는 않았을 것이다. 강진호의 능력 이 그의 예상을 가뿐하게 뛰어넘는
다는 건 이미 확인한 바였으니까.
하지만 지금 강진호는 강시들을 부수고 있는 게 아니다. 그의 마기 는 지금 강시들을 지배하고 있는 그 의 술법 자체를 부수고 있었다.
고금을 통틀어 누구도 풀어내지 못한 그의 섭혼술을!
“조악하군.”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상대의 이성을 부수고 꼭두각시로 만드는 술법 같은 건 마교에서는 이 제 취급도 하지 않는 저열한 수작에 불과하다. 마교의 술법은 이미 그 차원을 뛰어넘어 상대의 이성을 유
지한 채 상대를 노예로 부리는 경지 에 올라 있다.
그런 마교의 섭혼술에 모두 통달 한 강진호의 입장에서 보면 생강시 들을 지배하고 있는 술법은 조악하 다 못해 유치한 수준에 지나지 않았 다.
“너무 과거에 머물렀군.”
생강시들의 몸을 파고든 마기가 그들을 지배하고 있는 혈왕의 혈기 를 밀어낸다. 그와 동시에 강진호의 두 눈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나를 봐라.”
강시들이 벼락에라도 맞은 것처럼
크게 경련하더니, 일제히 고개를 돌 려 강진호를 바라본다.
붉게 물든 강진호의 눈빛이 그들 의 풀린 동공으로 파고든다. 그와 동시에 그들의 심혼을 묶고 있던 사 슬이 모조리 터져 나간다.
“끄르륵……
“끄륵••••••
입으로 피거품을 줄줄 홀려 대던 실혼인들이 일제히 모로 쓰러졌다.
털썩, 털썩!
바닥에 쓰러진 생강시들이 부들부 들 경련을 일으키더니, 이내 잠잠해 졌다.
“홈.”
강진호가 그 광경을 가만히 바라 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저들이 다시 눈을 떴을 때, 어찌 될지는 강진호도 모른다. 운이 좋다 면 제정신을 되찾을 수도 있을 것이 다. 하지만 이미 섭혼이 걸린 지 오 래된 이들은 아마 자신을 되찾지 못 하고 백치가 되겠지.
어찌 되었든 혈왕의 꼭두각시가 되어 소모품으로 살다 죽는 것보다 는 나은 처지가 될 것이다.
“카아아아아악!”
하지만 모두의 섭혼이 풀린 건
아닌 모양이다. 경련을 일으키던 생 강시 중 하나가 짐승 같은 괴성을 내지르며 강진호를 향해 달려들었 다.
콰아아아앙!
하지만 채 몇 걸음을 떼기도 전 에 그의 머리가 통째로 날아갔다.
저벅저벅.
머리를 잃은 몸이 용케도 몇 걸 음을 더 떼더니, 홀로 굴러가는 자 전거처럼 비틀대며 바닥으로 쓰러진 다.
“흐음.”
강진호가 볼을 긁었다.
“이쪽은 내 전공이 아니라서 말이 야.”
머리를 잃은 시신을 일별한 강진 호가 무심하게 걸음을 옮긴다. 그의 발길이 향하는 곳은 당연히 혈왕과 공령이 있는 곳이었다.
“제대로 된 전공은 지금부터 보여 주지.”
그의 입가가 뒤틀리며 새하얀 이 가 드러난다.
화아아아아악!
폭풍이라도 만난 것처럼 거칠게 요동친 그의 마기가 마치 날개와 같 은 형상을 이루며 뻗어 나간다.
그 가공할 광경을 본 혈왕의 두 눈이 절로 부릅떠졌다.
그 직후…….
콰아아아아아아 아아 !
바닥을 박찬 강진호의 몸이 가공 할 속도로 그를 향해 날아든다.
“큭!”
혈왕이 붉은 혈기를 모조리 앞으 로 밀어냈다. 그러자 붉은 연기가 마치 벽이라도 된 것처럼 겹겹이 쌓 이며 강진호의 앞을 막아섰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오오오오오오!”
공령이 미친 듯이 양팔을 휘두른
다.
그의 양손에서 뿜어진 와이어들이 새파란 기운을 담아 혈왕이 친 혈기 의 벽 앞쪽을 감싼다. 팽팽하게 당 겨진 수십 줄기의 와이어들이 섬뜩 한 예기를 뿜어냈다.
세상 그 무엇보다 단단한 벽.
그리고 세상 그 무엇보다 날카로 운 칼날.
생각이 있는 자라면 멈출 것이고, 현명한 자라면 회피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상대하는 이는 다 름 아닌 강진호였다.
눈앞에 생겨난 와이어의 덫과 혈
기의 벽을 본 강진호가 입가를 뒤틀 며 오히려 가속한다.
콰아아아아!
마기가 마치 제트엔진처럼 뿜어지 며 그의 몸이 검은 유성이 되어 공 령과 혈왕이 만들어낸 벽을 들이받 았다.
‘멍청한!’
혈왕이 내심 쾌재를 불렀다.
절대적인 강자가 패하는 경우는 언제나 이런 식이다. 자신의 힘에 절대적인 자신을 가진 이가 스스로 를 과신하고 무리하다가 틈을 보이 는 경우.
콰득!
그의 양손에 붉은 기운이 어린다. 강진호의 실수를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가 그의 두 눈에 확연히 어렸 다.
하지만 그 순간, 혈왕은 보았다.
덫을 향해 뛰어든 짐승이 그 덫 은 통째로 부수는, 말도 안 되는 광 경을 말이다.
콰아아아 아아아아아아 아아앙 !
강진호의 몸에 닿은 와이어가 얇은 실이라도 되는 것처럼 끊겨 나간다.
무엇이라도 막아낼 수 있을 것 같던 혈기의 벽들이 거품으로 마든
벽이었다는 것마냥 말 그대로 터져 나간다.
혈왕의 두 눈이 찢어질 둣 부릅 떠졌다.
공령의 와이어와 그의 혈기를 일 순 돌파해 버린 강진호가 속도를 조 금도 줄이지 않은 채 그를 향해 일 직선으로 날아든다.
그 순간, 혈왕이 본 것은 괴기롭 기 짝이 없는 웃음을 만면에 띤 채 맹수처럼 그를 노려보는 강진호의 얼굴, 그리고 그의 얼굴을 향해 날 아드는 강진호의 주먹이었다.
콰 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앙 !
혈왕의 몸이 포신에서 쏘아낸 포 탄처럼 뒤로 날아간다. 그가 흩뿌린 피가 허공으로 솟구쳤다가 비처럼 바닥으로 떨어져 내린다.
콰아아앙! 콰아아아아앙!
말 그대로 포탄이 된 것처럼 별 장을 뚫어내 통째로 무너뜨린 혈왕 이 뒤쪽의 산에 그대로 처박힌다. 회전력을 담은 육체가 산을 드릴처 럼 뚫고 들어간다.
쿠르르르르릉!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요동치던 산이 마침내 떨림을 멈추었을 때, 산의 중턱에는 기계로 뚫어낸 것 같
은 커다란 터널이 만들어져 있었다.
사람의 육체가 산을 완전히 꿰뚫 어 버린 것이다.
“ 흐음.”
강진호가 그 광경을 보며 주먹을 쥐었다 푼다.
“역시 이게 성미에 맞지.”
옅은 웃음을 흘린 강진호의 시선이 전율하고 있는 공령에게로 향했다.
“그렇지?”
차마…….
어떤 대답도 할 수 없는 공령이 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