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950)
마존현세강림기-1952화(1949/2125)
마존현세강림기 79권 (12화)
3장 경외하다 (2)
쾅
주먹이 얼굴에 틀어박힌다.
정신이 아득하게 멀어지고 무릎이 휘청인다.
하지만 혈왕은 가까스로 멀어지는 정신을 다잡고 주먹을 날렸다.
쾅
강진호의 고개가 홱 돌아간다.
하지만 이내 돌아간 속도보다 더 빨리 제자리를 되찾은 강진호가 두 눈으로 새파란 살기를 흘리며 이를 드러냈다.
쾅 쾅! 쾅!
강진호의 연격이 혈왕의 가드 위 로 쏟아진다.
혈왕이 자신도 모르게 뒤로 한 발 물러섰다. 하지만 강진호는 혈왕 이 물러나는 것보다 더 빠르게 접근 해 주먹을 날려 댔다.
혈왕이 반사적으로 고개를 꺾으려
는 순간.
콰드드득!
내뻗은 강진호의 발이 혈왕의 정 강이를 그대로 내리밟았다. 정강이 뼈가 부러지며 혈왕의 다리가 역으 로 꺾였다.
“끅!”
이어 그 반동으로 몸을 띄워 올 린 강진호의 무릎이 혈왕의 턱을 그 대로 올려 쳤다.
혈왕이 반사적으로 양손을 교차하 여 턱을 방어한다. 하지만 강진호는 턱이든 팔이든 상관없다는 듯 턱을 가린 혈왕의 팔에 무릎을 틀어박았
콰아아앙!
혈왕의 몸이 태풍을 맞은 가랑잎 처럼 휘청이며 정신없이 뒤로 물러 난다.
“큭..”
혈왕이 덜덜 떨리는 두 팔을 아 래로 내린다. 그의 두 눈에 숨길 수 없는 불신의 빛이 떠을라 있었다.
‘이게 대체……
평범한 무인도 생강시가 되면 절 대고수를 맨손으로 찢는 용력을 발 휘하게 된다. 힘을 더하는 것이 아 니다 처음 가지고 있던 힘에서 증폭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생강시가 되기 이 전에 얼마나 강했느냐에 따라 생강 시가 된 이후의 힘이 결정 난다고 할 수 있다.
평범한 무인조차 초인을 몰아붙일 정도의 힘을 얻을 수 있는데, 혈왕 쯤 되는 이가 생강시가 된다면 얼마 나 더 강해질지 상상이나 할 수 있 겠는가.
‘그런데 어째서!’
혈왕의 부러진 정강이가 순식간에 다시 붙고, 터져 나간 양팔의 상처 들이 금세 검게 물들며 원래의 상태
를 회복했다.
하지만 양팔과 부러진 정강이에서 느껴지는 둔중한 통증이 조금 전 그 가 받은 충격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 을 명백히 증명하고 있었다.
“퉤!”
그때, 강진호가 입에 고인 피를 뱉어 냈다.
입가에 흐른 피를 소매로 슥 문 질러 닦아낸 강진호가 비틀린 미소 를 지우지 않은 채 혈왕을 향해 천 천히 다가온다. 마치 이제 시작이라 는 듯 말이다.
혈왕이 그런 강진호를 질린 눈으
로 바라보았다.
‘생강시가 된 내 타격을 맨몸으로 버틴다고?’
이건 그의 비장의 수다. 아니, 그 저 비장의 수라는 말로도 표현하기 모자란 최후의 한 수였다.
스스로의 육체를 완전하게 강시화 하는 것.
육체는 저 바토르 이상으로 단단 해지고, 회복력과 재생력은 이전과 비교할 수도 없이 상승한다. 혈왕의 육체 능력을 감안한다면, 초인조차 뛰어넘은 어둠의 화신이 태어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혈왕이 스스로 의 몸을 강시화하지 않고 버텨온 이 유는 단 하나뿐이다.
우드드득.
혈왕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빌어먹을.’
강시는 말 그대로 강시. 강시가 된 이는 더 이상 무인이라 할 수 없다.
이유?
이유는 무척이나 간단하다. 강시 는 더 이상 성장하지 않기 때문이 다.
강시의 강함은 강시가 되기 이전 의 재료가 얼마나 강했는가로 결정
난다. 하지만 그 재료가 된 이가 누 구이든 강시가 된 이후로는 더 이상 강해질 수 없다.
결국 강시가 된다는 것은 그제까 지의 강함을 바탕으로 한계를 그어 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결코 깨 질 수 없는 견고한 한계를 말이다.
강시가 되는 순간 이전과는 비할 바 없는 힘을 손에 넣을 수 있게 되지만, 그 대가로 무인으로서의 미 래를 내놓아야 한다.
그렇기에 강해질 가능성이 조금이 라도 남아 있다면, 강시화를 하는 것은 최대한 뒤로 미뤄야 한다.
하지만 지금 혈왕은 생존을 위해 미루고 미룬 결단을 내렸다.
언젠가 이대로 강해져 간다면 저 흑왕마저 뛰어넘을 가능성을 손에 넣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제 그에게는 더 이상 가능성이라는 게 남아 있지 않다.
무인으로서 더 강해질 수 있는 가능성을 잃는다는 것은 모든 것을 버린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
그토록 가혹한 대가를 치르며 선 택한 강시화이건만, 그의 강대한 힘 이 저 망할 괴물을 압도하지 못한
아니.
오히려 그가 조금씩 밀리고 있었 다.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단 말인가.
“있을 수…… 있을 수 없다!”
혈왕의 두 눈에서 혈광이 충천한 다.
느껴진다.
전신에서 지금까지 단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힘이 요동치고 있 다. 근육에서 약동하는 힘은 저 태 산이라도 일격에 부숴버릴 것만 같
고, 단전에서 솟아올라 전신을 흐르 는 내력은 금방이라도 몸을 찢고 나 와 흐를 것처럼 요동친다.
이건 이전 삶에서도 도달해 보지 못한 경지.
부숴야 한다.
짓눌러야 한다.
하지만…….
으드드득!
자신을 바라보는 강진호의 얼굴을 본 혈왕의 표정이 처참하게 일그러 졌다.
“이……
내려다보는 시선.
이미 그의 힘을 그 육체로 겪었 음에도, 그의 전력을 다한 공격을 경험했음에도 강진호는 강자의 눈빛 을 잃지 않고 있었다.
그 내리 깔아보는 시선이 혈왕에 게 참아낼 수 없는 모멸감을 선사했 다.
“날…… 얕잡아 보는 거냐?”
혈왕의 두 눈이 붉은 혈광을 내 뿜었다.
강시화하기 전의 혈왕이었다면 저 눈빛을 웃어넘길 수 있었을 것이다. 그에게는 아직 가능성이라는 것이 남아 있을 때니까.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제 그에게는 더 이상 강해질 가능성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 말인 즉, 지금의 그가 무시받는다는 건 앞으로의 그도 그 무시를 벗어날 방 법이 없다는 뜻이다.
지독한 모멸감.
그리고 참아낼 수 없는 분노.
“흐으으 으으으아아아아아아!” 혈왕이 피를 토하는 듯한 외침을 내지르며 강진호를 향해 달려들었 다. 이전까지 과도하게 이성적이다 못해 뱀처럼 서늘하던 그 혈왕이라 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과격한 모
습이었다.
단숨에 달려든 혈왕이 양주먹으로 강진호를 내려쳤다.
“죽어어어어어어엇!”
입가로 피 섞인 침을 토하며 달 려드는 혈왕과 알 수 없는 미묘한 미소를 짓고 있는 강진호의 시선이 교차했다.
콰아아아앙!
강진호가 서 있던 곳의 바닥에 폭발하며 대지를 이루던 흙과 바위 들이 마치 분수처럼 솟아올라 사방 으로 뿜어져 나간다.
가공할 파괴력.
인간의 몸으로 만들어냈다고는 상 상도 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하지만 그 광경을 만들어낸 혈왕 의 얼굴은 그리 밝지 못했다. 그의 주먹이 강진호의 머리에 닿기 바로 직전, 강진호가 마치 그 자리에서 꺼지듯 사라져 버린 것이다.
‘어디?’
그 순간, 그의 바로 둥 뒤에서 낮 은 속삭임이 들려왔다.
“안 되지.”
본능적으로 몸을 돌리려던 혈왕의 뒷목을 강진호의 손이 움켜잡는다.
콰득!
그와 동시에 강진호의 주먹이 혈 왕의 등을 있는 힘껏 후려갈겼다.
콰아아앙!
혈왕의 몸이 역으로 새우처럼 굽 어진다.
콰아앙! 콰아아앙! 콰앙!
“끄륵••••••
혈왕의 입에서 거품 끓는 소리가 새어 나온다.
“으아아아아아!”
발작적으로 손을 휘둘러 봤지만, 이미 강진호의 몸은 그곳에서 사라 진 뒤였다.
“멍청한.”
혈왕의 고개가 위로 확 꺾였다. 하지만 그가 볼 수 있는 것은 강진 호의 모습이 아니라 이미 그의 얼굴 에 거의 닿아 있는 강진호의 주먹이 었다.
쿠웅!
혈왕의 몸이 바닥을 뚫고 들어간 다.
가볍게 내려선 강진호가 혈왕이 만들어낸 검은 구멍을 보며 옅은 비 웃음을 홀렸다.
그 순간.
콰아아아아아아아앙 !
바닥이 폭발하듯 터져 나가며 혈
왕이 솟구쳐 올랐다.
“으으아아아아아아아!”
그의 목에서 짐승 같은 울부짖음 이 울려 퍼졌다.
“이럴 리가 없다! 이럴 리가 없 어! 으아아아아아아악!”
혈왕의 얼굴은 거의 사람의 몰골 을 벗어나 있었다. 원래도 흉측하기 짝이 없던 얼굴이 중오와 분노로 뒤 덮여 뭐라 말할 수 없는 끔찍한 형 상을 만들어냈다.
“이럴 리가 없어! 내가! 내가 너 따위에게 당할 리가 없다! 내가! 내 가아아아아아아아 !”
혈왕의 몸이 핏빛 안개로 뒤덮이 기 시작했다.
전신에 난 균열로 흘러나온 피가 기화하며 그의 육체를 휘감고 돈다.
“오오오오오오오오오!”
지옥에서 올라온 악귀라고 한들 이토록 끔찍한 몰골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 광경을 바라보는 강진 호의 눈은 여전히 비웃음을 홀릴 뿐 이었다.
“공려어어어어엉!”
혈왕이 찢어지는 비명을 토해내는 순간, 바닥에서 수백 줄기의 와이어 가 솟아오르더니 강진호의 양손을
친친 감아댄다.
“음?”
강진호가 눈을 찌푸렸다.
잘라내려는 예기를 담은 와이어라 면 튕겨내기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이 와이어에 담긴 힘은 인력. 접착 제라도 바른 듯 와이어들이 그의 양 손에 질척하게 달라붙는다.
“노오오오옴!”
동시에 혈왕이 고함을 내지르며 강진호를 향해 달려든다.
양손이 묶인 상황이라면 저 말도 안 되는 혈왕의 힘을 몸으로 받아낼 수밖에 없다. 그건 강진호라 해도
버틸 만한 것이 아니다.
혈왕이 자신의 모든 힘을 우수에 밀어 넣었다. 강철보다 단단한 팔에 내력이 모조리 밀려 들어간다. 주먹 어림에 난 균열이 더 벌어지면서 붉 은 내력이 빛처럼 뿜어져 나온다.
그 일격을 맞는다면 제아무리 강 진호라고 해도 무사할 수 없을 터.
하지만 그 순간, 강진호는 피하기 는커녕 혈왕 쪽을 향해 되레 달려들 었다.
“이!”
그 행동조차 자신을 무시하는 것 이라 생각한 혈왕이 남은 모든 내력
을 팔로 밀어 넣었다. 이 일격으로 강진호를 죽일 수 있다면 뒤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는 둣 말이다.
“죽어라아아아아아!”
강진호의 입가가 괴이하게 뒤틀렸 다.
우득! 우드드득!
그의 양손을 묶고 있는 와이어가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 팽팽하게 당 겨졌다. 와이어들이 강진호의 호신 강기를 뚫고 살을 파고든다.
공령 역시 지금 모든 내력을 와 이어에 밀어 넣고 있을 것이다. 이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서.
하지만 그건 강진호를 오히려 도 와주는 행위에 지나지 않았다.
기기기기직! 기기긱!
와이어를 끊어낼 듯 당기던 강진 호가 순간 힘을 풀어냈다.
콰아아아아아!
모든 힘을 다해 당겨지던 와이어 가 어마어마한 속도로 강진호를 뒤 로 끌고 갔다. 마치 끊어지기 일보 직전까지 당겨낸 명궁이 가공할 탄 력으로 화살을 쏘아내듯, 강진호의 몸이 상상도 할 수 없는 속도로 뒤 로 튕겨 나간다.
‘ 뭣?’
모든 것을 건 혈왕의 일격이 허 무하게 허공을 갈랐다.
하지만 진짜는 그때부터였다.
뒤로 튕겨 나가던 강진호가 짧게 팔을 휘둘렀다. 그와 동시에 한껏 늘어나 있던 와이어들이 그의 손을 타고 출렁이며 혈왕의 몸을 휘감았 다.
촤라라라락!
끌어당기는 인력이 한껏 담긴 와 이어들이 접착제라도 바른 것처럼 혈왕의 몸에 달라붙는다. 혈왕의 몸 을 두어 번 휘감은 와이어들이 팽팽
하게 당겨지며 그의 육체를 제약한 다.
“상대의 손에 무기를 넘겨주는 건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니야.”
제 손에 감긴 와이어를 움켜잡은 강진호의 입가에 뒤틀린 미소가 피 어난다.
“그 순간부터 내 무기도 되니까.”
화아아아아악!
강진호의 몸을 휘돌며 솟아오른 마기가 그의 손에 잡힌 와이어를 타 고 흘러간다. 마치 기름에 불이 붙 어 번져 나가듯 검은 화염이 순식간 에 와이어들을 불태우며 혈왕을 향
해 나아간다.
이윽고…….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 ”
혈왕의 몸을 친친 감은 와이어까 지 도달한 마기가 혈왕의 몸을 검게 휘감으며 맹렬하게 타올랐다.
검은 마기의 불꽃 속에서 핏빛의 연기를 내뿜는 혈왕이 활활 타오른 다. 그가 내뿜는 고통에 찬 비명이 하늘까지 번져 나간다.
찰칵.
담배를 입에 문 강진호가 마기의 불꽃을 가져다 대 불을 붙였다. 그 러고는 무심하기 짝이 없는 시선으
로 타오르는 혈왕을 바라보았다.
“네게 화장은 과분하지.”
그러니…….
고마워해야 할 거야.
강진호의 입꼬리가 비틀린 미소를 만들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