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951)
마존현세강림기-1953화(1950/2125)
마존현세강림기 79권 (13화)
3장 경외하다 (3)
카가가가각!
얇디얇은 와이어가 전신에 난 균 열 사이로 파고든다.
아무리 그 피부가 단단하다고 해 도 속살까지 그와 같은 강도일 수는 없는 법.
예기가 가득 담긴 와이어가 혈왕
의 근육을 갈라내고, 뒤이어 밀려 들어온 마기가 그의 전신으로 파고 든다.
“끄륵, 끄르르륵……
혈왕의 몸이 뒤로 뒤틀렸다.
핏발로 가득 찬 두 눈이 혈기 없 이도 붉게 빛나고, 벌어진 입으로 피거품이 차오른다.
전신이 갈기갈기 찢기는 감각.
면도날보다 더 예리한 와이어가 몸을 파고들어 베어내는 감각은 얼 마든지 참아낼 수 있었다. 그만한 인내력이 없다면 혈왕이 지금 같은 수준에 오를 수도 없었을 테니까.
하지만 문제는 그딴 것이 아니었 다.
와이어를 타고 그의 몸을 파고드 는 마기가 차마 말로 표현할 수도 없을 정도의 끔찍한 고통을 만들어 낸다.
마치 전신의 세포 하나하나를 날 카로운 바늘로 찔러 대는 느낌.
전신이 불에 타는 작열통이 인간 이 느낄 수 있는 가장 강도 높은 고통이라고 하지만, 혈왕쯤 되는 이 는 몸이 타오르는 고통 정도는 무시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그의 전신을 휘감고
도는 이 고통은 제아무리 혈왕이라 고 해도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끄륵, 끄르르르륵.”
찢겨진 목에서 피가 진득하게 흘 러나온다. 채 입 밖으로 나오지도 못하고, 목 너머로 흘러 들어가지도 못한 피가 입안 가득 고이며 부글대 며 끓어오른다.
전신의 모든 혈관을 수억 마리의 지네가 물어뜯는 듯한 고통.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압도 적인 고통 앞에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신음하고 경련하는 것뿐이었다.
시야가 검게 물든다.
눈앞이 점점 더 시커멓게 변하는 이유가 그의 몸을 불태우듯 휘감고 도는 검은 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 아차리기까지도 꽤 오랜 시간이 필 요했다.
“끄르르륵!”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혈왕은 자 신의 몸을 강시로 바꾼 것을 피눈물 나도록 후회했다.
재생한다.
마기에 타들어간 육체가, 와이어 에 갈라진 육체가 어떻게든 상처를 수복시키며 다시 재생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혈왕에게 그건 결코
좋은 소식이 아니었다.
고통과 마기의 압력에 손가락 하 나 까딱할 수 없는 그에게 육체가 재생하고 회복된다는 것은 이 고통 을 느껴야 할 시간이 늘어난다는 의 미일 뿐이다.
그가 아직 사람이었다면 내력을 끊어내 이 끔찍한 고통의 굴레를 스 스로 벗어던졌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더 이상 사람이라 할 수 없는 존재였다.
강시가 된 몸은 그의 의지와 상 관없이 스스로 움직여 육체를 회복 한다.
그렇기에 이 고통은 끝나지 않는 다. 전신이 검은 마기로 뒤덮인 혈 왕이 꺽꺽대는 신음을 흘리며 바닥 으로 쓰러졌다.
털썩.
그 강대함이 무색하도록 힘을 잃 은 몸뚱아리가 바닥으로 쓰러지는 소리는 딱히 다를 게 없었다.
저벅저벅.
손에 붙은 와이어를 움켜잡은 강 진호가 느긋하게 혈왕에게로 다가간 다.
그가 무감정한 눈으로 혈왕을 가 만히 바라보다가 손을 뻗어 혈왕의
머리채를 움켜잡았다.
덥썩.
우악스런 손길로 혈왕을 잡아 올 린 강진호의 눈이 붉게 물들었다. 혈왕의 눈보다 더욱 선명하고 짙은 붉은 눈. 그 눈을 마주한 혈왕이 푸 들푸들 경련을 일으켰다.
쿵.
한참 동안 혈왕을 마주보던 강진 호가 혈왕의 몸뚱아리를 바닥으로 집어 던졌다. 그러고는 손에 붙은 와이어를 털어내고는 고개를 돌렸 다.
공령이 굳은 얼굴로 그런 강진호 를 바라보았다.
“뭘…… 한 거냐?”
그의 시선이 강진호와 그 앞쪽에 쓰려져 경련하고 있는 혈왕에게로 향했다.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방 금 강진호가 저 혈왕에게 무언가를 했다는 사실을.
“별거 아냐.”
강진호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 한다.
“제가 하던 걸 그대로 돌려줬을 뿐이지.”
“……제가 하던 것?”
“사람을 강시로 만들었더군.”
설마?
공령의 고개가 혈왕에게로 홱 돌 아갔다.
슬쩍 벌어진 입과 초점이 풀린 눈, 그리고 쉴 새 없이 경련하고 있 는 몸.
“너……
“내 지론은 간단하지.”
강진호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피에는 피, 이에는 이로.”
“힘을 가진 자가 나약한 자를 농
락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 르지. 하지만……
강진호의 시선이 저 멀리 쓰러져 있는 강시들에게로 향했다. 그 강화 된 육체 덕분인지 이 가공할 전투에 휘말렸음에도 아직 숨이 붙어 있는 강시들에게로.
“사람을 죽이는 자는 자신 역시 죽을 각오를 해야 하는 법이고, 사 람을 농락하는 자는 자신 역시 같은 꼴을 당할 각오를 해야 하는 법이 지.”
움찔.
움찔.
바닥에 쓰러진 혈왕이 쉴 새 없 이 경련한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공령이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었다.
“……그게 전부가 아닌 것 같은데?”
“똑같이 돌려준다고 하지는 않았 어. 그건 불공평하지.”
강진호의 가라앉은 눈이 공령에게 로 향했다. 강진호와 시선을 마주한 공령이 홈칫 몸을 떨고는 입을 열었 다.
“뭘…… 대체 뭘 한 거냐?”
“말했을 텐데, 별것 아니라고.”
강진호가 무심하게 말했다.
“그냥 지금 자신이 느끼던 고통을 영원히 느끼게 만들어줬을 뿐이야.”
강진호의 입가가 뒤틀렸다.
“본인이 모르는 고통을 느끼게 하 는 건 어렵지만, 알고 있는 걸 겪게 하는 건 간단하거든.”
……영원히?
공령의 뇌리에 조금 전 혈왕의 반웅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 잔혹 하던 혈왕이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 고 피거품을 토해내던 그 광경을 말 이다.
아마 모르긴 해도 혈왕은 그 순
간 상상도 할 수 없는 고통을 느꼈 을 것이다. 그런데 그걸 영원히 겪 는다고?
공령이 몸이 절로 떨려온다. 강시는 쉽사리 죽지 않는다.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버텨야 한다면 평범한 인간은 일주일도 버 티지 못한다. 하지만 무인은 한 달 은 쉽게 버틸 수 있고, 초인이라면 일 년도 버틸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강시는 그 어떤 것도 입 에 대지 않고도 십 년이고, 이십 년 이고 버텨낼 수 있다.
평범한 강시가 그럴진대, 저 혈왕
이라면 대체 얼마나 긴 시간을 살 수 있겠는가.
어쩌면 백 년 이상의 시간을 버 틸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길고 긴 시간을 저 지옥과 같은 고 통 속에서 보내야 한다고?
이건 불지옥에 떨어져 영원히 불 타는 것보다 더한 형벌이었다.
“혈왕••••••
공령은 혈왕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혈왕 을 좋아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는 같은 공간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참을 수 없는 혐오감을 불러일으키
는 존재다.
공령 역시 혈왕을 찢어 죽이고 싶은 충동을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어쩌면 이곳에서 강진호를 만나지 않았다면, 언젠가는 공령과 혈왕 중 하나는 서로의 손에 유명을 달리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이나 공령은 혈왕을 증오했 다.
하지만…….
그토록 혈왕을 증오하는 공령이 보기에도 지금 혈왕이 받고 있는 형 벌은 너무도 가혹했다.
‘어떻게 인간이……
인간에 대한 존중 같은 게 있을 리 없다. 그는 인간의 목숨이 가지 는 가치와 사람의 목숨이 가지는 가 치를 딱히 구분하지 않는 사람이니 까.
하지만 그런 그조차도 몸서리를 칠 만큼 저 광경은 너무도 끔찍했다.
바닥에 드러누운 혈왕의 몸에서 점점 움직임이 사라져 간다. 이제는 경련을 일으킬 만한 힘조차 남아 있 지 않은 모양이다.
하지만 초점을 잃은 채로도 끊임 없이 흔들리는 혈왕의 동공은 그의 지옥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음을 분
명하게 알려주었다.
공령이 이를 악물었다.
촤르륵.
그의 손끝에서 와이어가 뻗어 나 가 혈왕의 목을 휘감는다. 어차피 그로서는 혈왕을 구할 도리가 없으 니, 차라리 그의 목숨을 끊어 저 끔 찍한 지옥에서 그를 벗어나게 해주 려는 것이다.
혈왕에게 정신이라는 게 남아 있 었다면 그런 공령의 시도에 눈물을 홀리며 감사했을지도 모른다. 하지 만 안타깝게도 어쩌면 공령이 생에 최초로 베풀었을지도 모르는 자비는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카앙!
와이어의 중간이 끊어지며 팽팽하 게 당겨졌던 와이어가 축 늘어진다.
공령의 떨리는 시선이 강진호에게 로 향했다.
찰칵.
어느새 담배 한 대를 빼 문 강진 호가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공령을 바라보았다.
새하얀 연기가 강진호의 얼굴을 반쯤 가리며 뭐라 말할 수 없는 퇴 폐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가련하기라도 한가?”
“ 너는••••••
공령이 이를 악물었다.
“너는 심판자도 아니고, 재판관도 아니야. 혈왕이 무슨 짓을 했든 그 를 단죄할 자격이 네게 있을 리 없 지!”
강진호가 낮게 웃었다.
하지만 공령은 그 웃음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듯 더욱 목소리 를 높여 소리쳤다.
“네가 무슨 자격으로 혈왕을 비난 하고, 욕하지? 네가 죽인 사람의 수 가 혈왕이 죽인 이들의 수보다 더 많을 텐데?”
“고통을 주지 않고 죽이는 게 선 이라도 된다고 말할 셈이냐?”
강진호가 큭큭대며 웃었다. 무척이나 재미있다는 듯이.
“착각하는 모양인데……
“ 착각?”
“나는 그대로 되돌려 준다고 말했 을 뿐이지, 심판한 적이 없어. 그냥 거슬려서 짓밟았을 뿐이야.”
“그게 불만이라면 네가 나를 짓밟 으면 되겠지. 그럴 수 있다면 말이 야.”
“ 잘도••••••
“언젠가는 자신보다 더 강한 이에 게 짓밟힌다.”
강진호가 속삭이듯 말했다.
“그럴 각오 없이 검을 든 이는 가 짜지. 그렇지 않나?”
공령이 입을 다물었다.
강진호의 논리에 설득되었기 때문 이다. 이자와는 그 어떤 대화도 의미 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걱정할 것 없어.”
강진호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너는 좀 편히 죽여줄 테니까.”
눈물나게 고마운 말이지만, 지금 의 공령에게는 입으로 감사를 표할 기력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저벅.
강진호가 입에 문 담배를 손으로 옮기며 천천히 그를 향해 걸어온다.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담배 연기가 허공으로 새하얗게 번져 나간다.
죽음.
죽음이 다가온다.
인간이란 결국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존재다. 아무리 강해져도, 아무 리 많은 부를 쌓아도, 아무리 위대 한 업적을 이룬다고 해도 결국 죽음
이라는 절대의 존재 앞에 인간은 평 등할 수밖에 없다.
결코 피할 수 없는, 절대적인 결 과.
그 선명한 시림이 공령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툭.
담배를 바닥에 던지고 발로 밟아 끈 강진호가 양손을 늘어뜨린다.
“큭 ”
공령이 최후의 내력을 끌어 올렸 다.
어차피 결과가 정해져 있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마지막
발악이라도 해야겠지. 손을 놓고 죽 음을 받아들이는 건 지독하게 살아 온 그의 삶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공령이 막 이를 악물고 고함을 내지르려는 바로 그 순간.
우우우웅!
강진호의 바로 옆에서 위긴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바닥에 내려선 위 긴스가 공령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 고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핏기가 가신 위긴스의 얼굴을 보 는 순간, 강진호는 무언가 잘못되었 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뭐지?”
“로, 로드…… 이걸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위긴스가 손에 든 것을 내밀었다. 태블릿 PC?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한 소리를 하려던 강진호가 그 입을 다문다.
켜진 태블릿 피시의 화면으로 그 가 너무도 잘 아는 이의 모습이 보 이고 있었다.
“••••••청마.”
옅은 울림이 담긴 목소리를 토해 낸 강진호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움켜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