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953)
마존현세강림기-1955화(1952/2125)
마존현세강림기 79권 (15화)
3장 경외하다 (5)
북경.
수많은 사람들이 바삐 오가는 거 대한 교차로. 그 교차로 한쪽 건물 위에 설치된 커다란 전광판에서 광 고가 연이어 홀러나왔다.
사람의 이목을 잡아끄는 광고가 다양하게 홀러나오지만, 막상 그 아
래를 지나는 이들은 머리 위로 보이 는 광고판에 딱히 시선을 주지 않았 다.
그저 배경처럼 생명력 없이 무의 미한 화면을 송출하던 화면에 일순 노이즈가 끼기 시작했다.
스피커가 없는 화면이기에 소리가 들릴 리는 없지만, 보는 이로 하여 금 지직대는 소리를 절로 연상케 만 들 만큼 선명한 노이즈가 화면을 가 득 뒤덮었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그 광경이 지나는 이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제 역할을 할 때는 일말의 관심
조차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이상을 보여 제대로 된 영상을 보여주지 못 하자 걸음을 멈추고 일제히 그 광경 을 바라보았다.
그건 참 아이러니 한 일이었다.
지직거리던 화면이 순간 검게 암 전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이제껏 보지 못한 화면이 나오기 시작했다.
한 남자.
화면에 뜬 것은 딱히 특별할 것 이 없는 한 남자의 상반신이었다.
나름 수려한 얼굴이기는 하지만, 그게 특별할 것은 없었다. 저 전광
판에 나오는 이들은 다들 미남미녀 들뿐이니까.
하지만 이상하게도 전광판을 바라 본 이들은 사내의 얼굴에서 눈을 떼 지 못했다. 화면 너머로도 전해지는 기묘한 아우라가 그들의 시선을 잡 아끌었다.
“뭐지?”
이변을 발견하는 이들이 점점 늘 어난다.
멍하니 전광판을 바라보던 이들 중 하나가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에 옆쪽 상가 안의 모습이 들어온다. 투명한 전면 유리창 안쪽
벽에 달린 TV에서도 전광판과 같은 화면이 나오고 있었다.
“ 어?”
사람들의 얼굴이 미묘하게 변해갔 다.
지금 뭔가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 엄마!”
“왜?”
“TV가 이상해. 같은 화면만 나와.”
“채널 돌려봐.”
“채널을 돌려도 같은 게 나온다니 까?”
“특별 방송 아니니?”
“젊은 사람이 나오는데?”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던 젊은 여 성이 고무장갑을 벗고는 마루로 향 했다. 소파에 앉아 리모컨을 누르고 있는 아이에게 다가간 그녀가 화면 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 이상하네.”
아이에게서 리모콘을 받아 든 그 녀가 채널을 돌렸다.
“응?”
채널을 돌려도 같은 화면이 나온
다. 꽤 여러 번 채널을 돌리고서야 정상적인 방송이 출력되는 채널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
“뭔지 한 번 보자.”
“재미없을 것 같은데?”
“그래도.”
여러 채널에서 같은 화면이 나온 다면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그녀가 TV 볼륨을 높였다.
“저 사람은 뭐지?”
“왜 채널을 돌려도 같은 게 나오 지?”
“어? 이거 봐.”
“웅?”
“여기도 나오는데? 여기 동영상 사이튼데.”
“뭐가 나온다고?”
“지금 TV에 나오는 화면이랑 똑 같은 게 나오고 있다니까? 여기 봐 봐.”
“……그러네?”
남자가 휴대폰 화면과 TV를 번갈 아 바라본다. 확실히 같은 화면이 송출되고 있었다.
“라이븐가 보네?”
“그러니까. 근데 대체 이거 무슨 채널이야? 채널명도 막 지은 것 같 은데.”
그때 였다.
침묵을 유지하고 있던 남자가 슬 쩍 고개를 옆으로 돌린다. 그러고는 불만 어린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이거, 나오고 있는 건 맞아?] [방송 중입니다.] [여기서는 확인이 안 되잖아. 제 대로 나오고 있어?] [진짜 방송 중입니다.] [흐으음.]사내가 볼을 긁더니 시선을 여기 저기로 옮겨 댔다.
[그럼 시작하면 되겠군.] [예.]정면을 바라본 사내가 빙그레 웃 었다.
그 웃음을 본 이들은 모두가 알 수 없는 불안함에 시달려야 했다.
“여유가 넘치시는군. 재수 없게.” 이번만은 위긴스도 바토르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지금 그의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 는 일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든 간에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벌어지지 않 은, 전대미문의 사태라는 건 확실하 다.
하지만 그 말도 안 되는 일을 벌 이고 있음에도 흑왕의 얼굴에는 일 말의 긴장감도 보이지 않는다.
마치 지인끼리 영상 통화를 하며 장난이라도 치는 듯 여유로움만이 엿보일 뿐이었다.
‘도무지 이해를 못하겠군.’
이런 느낌은 과거에 강진호에게서 도 받았다.
그도 이제 나름 초인의 영역에 오른 사람이지만, 저 강진호와 흑왕 만은 그중에서도 특별하다. 저들의 사고방식은 평범한 삶을 살아온 그 들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다.
위긴스가 자신도 모르게 강진호를 슬쩍 돌아보았다.
담담한 얼굴.
의자에 앉은 채 다리를 꼰 강진 호의 표정만 봐서는 그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이곳에 있는 이들 중…… 아니, 어쩌면 이 방송을 보고 있는 이들을
모두 통틀어 강진호만이 지금 흑왕 이 벌이고 있는 일을 당황하지 않은 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다.
‘숙적이라는 건가?’
왜 흑왕이 그토록 강진호에게 집 착했는지, 왜 세상 모든 것에 초탈 하던 강진호가 흑왕이라는 이름만은 무시해 버리지 못했는지 지금에야 이해할 것 같다.
그리고 그때.
방 안으로 두 사람이 달려왔다.
주석과 그의 비서장.
딱딱하게 굳은 얼굴의 주석이 입 술을 질끈 깨물었다.
“어떻게 됐습니까?”
위긴스의 물음에 비서장이 대답한 다. 왜 일국의 권력자인 그가 아무 것도 아닌 민간인의 질문에 대답을 해야 하는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지고 있을 때가 아니었 다.
“파악이 안 됩니다. 송출을 역으 로 추적하고는 있지만, 시간이 걸립 니다.”
“셧다운은?”
“몇몇 방송은 바로 끊어냈습니다. 하지만 연결된 채널이 너무 많아서 시간이 걸립니다. 특히나 몇 군데는
지금 연락이 전혀 안 되고 있습니 다.”
“……제압이라도 당했다는 겁니까?”
“그건 모릅니다. 현 상황에서는 파악할 수 없습니다.”
“대체••••••
“설사 방송을 막는다 하더라도 인 터넷 동영상은 막을 수 없습니다. 해외의 서버는 이쪽에서 연결을 끊는 게 불가능합니다. 셧다운을 지시해 뒀지만,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강진호가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무의미한 짓이야.”
위긴스의 시선이 강진호에게로 향
했다.
“놈에게 남아도는게 뭔지 알아?”
“……선문답을 할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시간.”
“예?”
“이 계획을 떠을린 게 언제쯤일 까? 그때부터 지금까지 준비해 왔겠 지. 못 막아.”
위긴스가 입술을 깨물었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만약 흑왕이 십 년 전에만 이 계획을 준비하기 시작해도 방송국에 사람을 심어놓고
장악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 다.
“혈왕을 활용한다면 사람을 세뇌 하는 건 일도 아니었겠군요.”
“아니지.”
“예‘?”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세뇌와 섭혼이라면 혈왕보다 저 놈이 더 전문가야. 놈이 마음만 먹 으면 방송국 몇 개를 제 수족으로 만드는 건 일도 아니야.”
“그러니 보자고, 뭔 말을 지껄일
지.”
위긴스가 고개를 돌려 화면에 나 오는 흑왕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냥 지켜보라는 건가.’
사실 위긴스도 알고 있다.
발악을 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이 미 많은 이들이 저 화면을 봐버린 이상 지금와 방송을 끊고 인터넷을 셧다운시킨다고 해도 사람들은 제 손으로 저 동영상을 찾아보려 할 것 이다.
이 시대는 완벽한 통제가 불가능 한 시대이고, 인간의 호기심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건 역사가 증명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위긴스가 의미 없는 발 악을 멈추지 못한 이유는 이 허탈함 과 무력감 때문•이었다.
마치 링 코너에 몰린 채 노 가드 로 상대가 날리는 펀치를 일방적으 로 얻어맞고 있는 기분이다.
‘그럼 대체 주석은 뭐였던 거지?’
그들이 목숨을 걸고 싸워서 주석 을 지킬 동안 혹왕은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다른 것을 준비하고 있었다. 지금 흑왕의 입장에서 주석의 목숨 보다 더 중요한 카드가 존재한다는 건가?
그때.
화면 안의 흑왕이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저는…… 음, 이런 소개는 딱히 의미가 없겠군. 딱히 서론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 니 본론으로 들어가죠. 그러니까 저 는…….]화면이 뒤쪽으로 쭉 밀리며 의자 에 앉아 있는 혹왕의 전신이 보이기 시작했다.
혹왕이 살짝 주변을 두리번거리더 니 뒤쪽의 벽면을 바라보았다. 그러 더니 가볍게 손을 휘저어 벽면으로 장력을 날렸다.
콰아아아아아아앙 !
거대한 콘크리트 벽이 박살 나며 파편이 사방으로 비산한다. 순식간 에 반쯤 무너진 벽에 부러진 철골이 삐죽삐죽 흉하게 튀어나와 있는 모 습이 화면에 똑똑히 잡힌다.
[이런 사람입니다.]
흑왕이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특수 효과라고 생각하셔도 좋고, 조작된 영상이라고 생각하셔도 상관 없습니다. 증명할 방법이야 많지만, 믿지 않으려는 자는 어떻게 해도 믿 지 않는다는 걸 저는 이미 오랜 경 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굳이
설득하려 들지는 않겠습니다.]
담담한 목소리였다.
하지만 그의 행위를 똑똑히 지켜 본 바토르와 위긴스는 반쯤 넋을 잃 은 얼굴이 되고 말았다.
“저……
아주 간단한 한 동작.
그 동작만으로 혹왕은 지금까지 온 세계가 지켜오던 불문율의 벽을 부숴 버렸다. 물리적으로 부서진 것 은 콘크리트 벽이지만, 실제로 부서 진 것은 세계의 경계를 나눈 벽이 다.
구토감이 치민다.
저건 저리 쉽게 부서져서는 안 되는 벽이다. 절대 그래서는 안 되 는 벽이다.
하지만 지금 그들이 지켜왔던 세 상의 경계가 산산조각 나 무너진다.
[쉽게 설명하자면, 세상에는 무인 이라는 존재가 있습니다. 그들은 사 람의 몸으로 불을 만들어내고…….]그 순간, 흑왕의 손끝에서 화염이 타올랐다.
[얼음을 얼리고…….]불이 사라지고, 혹왕의 손끝에 새 하얀 서리가 생겨난다.
[조금 전에 보여 드렸듯이 맨몸으 로 벽을 부수고, 한 걸음에 강을 뛰 어넘습니다. 네. 쉽게 말하면 여러분 이 무협 영화나 판타지 영화에서나 보던 이들이 세상에 실제로 존재한 다는 거죠. 그것도 당신들의 바로 옆에.]찰칵.
강진호가 담배에 불을 붙였다.
짧게 숨을 들이켠 강진호가 길게 연기를 뿜어낸다. 그러고는 입꼬리 를 한껏 말아 올리며 미소를 지었 다.
“미친놈이……
왠지 유쾌하다.
저 벽은 심지어 강진호마저 옭아 매고 있었다.
넘으려 하면 넘을 수 있지만, 차 마 넘을 엄두를 내지 못한 벽. 그는 두 세계가 뒤섞이는 여파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흑왕이 그 에게 말하고 있다.
자신은 넘을 수 있다고.
자신은 세상을 뒤흔들고, 뒤바꾸 고, 개변시킬 수 있다고 말이다.
[다시 말해…….]흑왕의 입꼬리가 비틀렸다.
이어 세상을 조롱하는 듯한 미소 를 지은 흑왕이 선언하듯 말했다.
[당신들이 알고 있던 세상은 모두 가짜입니다. 진짜 세상은 숨겨져 왔 죠. 존재하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하지만 지금 이 순간부터 바뀔 겁니다. 더는 어떠한 권력으로 도, 어떠한 폭력으로도 무인이라는 존재를 세상에서 지울 수 없을 겁니 다. 이제 내가 그걸 허락지 않아.]흑왕의 두 눈이 선연하게 빛난다.
냉정하기 짝이 없는 눈.
그 눈이 이 혹왕의 모든 행위가 절대 충동적으로 벌어진 것이 아님
을 증명하고 있었다.
[지금부터 세상은 바뀔 겁니다. 아니, 세상을 바꿔야겠지. 숨죽이고 있던 이들이 들고일어나고, 우리의 존재를 당당히 밝히게 될 테니까. 잘 들어. 우린 역사 속에서 썩어가 지 않는다.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 채 서서히 사라져 가는, 그런 운명 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우리는 세상 을 바꾸고 더 나아가 세상의 주인이 될 것이다.]흑왕이 웃으며 의자에 등을 기댄 다.
[바로 지금 이 순간부터.]“이 거였군.”
강진호가 낄낄 웃어 댔다.
강진호의 안에서 무언가가 들끓어 올랐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청마의 웃음소리와 강진호의 커다 란 웃음소리가 합을 맞춘 것처럼 울 려 퍼진다.
지금 이 순간…….
세상을 나누는 벽이 무너지고 있 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