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954)
마존현세강림기-1956화(1953/2125)
마존현세강림기 79권 (16화)
4장 혼탁하다 (1)
“……저게 뭔 소리야?”
“글쎄, 미친놈이 난리치는 것 같 은데.”
“아니, 지금 TV에서 나오고 있잖 아.”
“해킹이나 그런 거겠지. 참 세상 에 별놈이 다 있어. 당 무서운 줄
모르고.”
북경의 한 술집.
앞쪽에 있는 커다란 TV를 보는 이들이 화면 위로 나오는 광경에 헛 웃음을 홀렸다.
“정신병자겠지?”
“누가 봐도 정신병자 아냐? 말도 안 되는 소리나 해 대고 있잖아. 다 른 데로 좀 돌려봐. 정신병자의 헛 소리나 듣고 있으니 내 머리도 이상 해지는 것 같네.”
“그럴까? 여기 리모컨 어딨어요?” 안쪽에서 음식을 만들던 주인이 고개를 쏙 빼고 대답한다.
“그 신문 위에 있습니다.”
“예예.”
자리에서 일어난 이가 휘적휘적 걸어가 리모컨을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막 채널을 돌리려 할 때였다.
“놔둬.”
술집의 구석.
검은 옷을 입고 혼자서 술잔을 기울이던 이가 딱딱하게 굳은 목소 리로 말한다.
“뭐라고?”
“채널 돌리지 말고 놔두라고.”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말을 한
이에게로 향했다.
잔에 가득 찬 술을 단숨에 비워 버린 이가 탁, 술잔을 탁자 위로 내 려놓는다.
“……어이, 형씨. 이 미친놈이 지껄 이는 소리를 계속 듣고 있겠다고?”
“그래.”
“머리 어디가 잘못된 것 아냐? 이게 재미있어?”
낄낄대는 웃음소리가 술집 안을 가득 채웠다.
남루한 복장을 한, 딱 봐도 왜소 해 보이는 사내에게 위협을 느끼는 이는 없었다. 그들이 사내의 말을
무시하고 채널을 돌리려는 순간이었 다.
“아아아아아아아악!”
리모컨을 든 이가 갑자기 손을 부여잡고 바닥으로 쓰러졌다.
“아악! 내 손! 내 소오오온!”
그 갑작스런 비명 소리에 웃던 이들이 화들짝 놀라 쓰러진 이를 바 라보았다.
리모컨을 들고 있던 그의 손을 무언가가 꿰뚫고 삐죽이 튀어나와 있었다.
“저, 젓가락?”
젓가락이 바늘도 아니고, 왜 사람
손을 뚫고 나와 있단 말인가.
그 젓가락을 누가 던진 것인지를 본능적으로 직감한 이들이 떨리는 눈으로 고개를 돌렸다.
졸졸졸.
말없이 잔에 술을 채운 이가 단 숨에 입안으로 들이붓고는 술잔을 탁, 내려놓았다.
“헛소리?”
사내의 눈이 스산한 살기를 내뿜 는다.
“확인시켜 줄까? 저 말이 헛소린 지, 아닌지?”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
조금 전까지는 느끼지 못한, 알 수 없는 불안함이 그들의 가슴을 파 고든다. 본능적으로 저 사내는 건드 려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직감한 것 이다.
“아악! 내 손! 내 소오오온!”
“가, 가만히 있어봐!”
“뭐 해! 빨리 병원으로 데리고 가!” 일행이 손을 부여잡고 비명을 질 러 대는 이를 일으켜 밖으로 데리고 나간다.
“흥.”
그 광경을 보고 코웃음을 친 사 내가 말없이 잔에 다시 술을 채우기 시작했다. 안주도 없이 연거푸 세 잔의 술을 들이켠 사내가 의미심장 한 눈으로 TV를 바라보았다.
“더는 숨어 살지 않아도 된다 라……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정확 하게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 말만 은 확실하게 그의 뇌리에 남고 있었 다.
“막아! 방송 당장 막으라고!”
“무, 무립니다!”
“뭔 개 같은 소리야! 방송국에 연 락해서 당장 방송 끊으라고 해!”
“여, 연락이 안 됩니다!”
“뭐?”
“아까부터 계속 연락을 취해보고 있지만, 연락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연락이 되는 방송국 측에서 는 송출실이 점거당했다는 보고를 하는 중입니다.”
“점거? 지금 점거라고 했어?”
“예……. 소, 송구합니다만……
“이 병신 같은 놈들이!”
당복을 차려입은 중년의 사내가 손에 든 리모컨을 보고하는 이에게 로 집어 던진다.
빠악!
둔탁한 소리와 함께 젖혀진 이의 머리가 재빨리 제자리로 돌아온다.
고통이야 말해 뭐 하겠냐마는, 지 금은 그런 티를 낼 때가 아니었다.
“이…… 이 멍청한 새끼들. 이걸 윗분들이 아시면 어떻게 될 거라 고……
말을 하던 이가 입을 다물었다. 아시면?
제 입으로 내뱉고도 헛웃음이 나
오는 말이다.
대체 이걸 무슨 수로 모른단 말 인가.
접근할 수 있는 모든 매체에서 저 망할 얼굴이 나오고 있다. 산속 에 틀어박혀 도를 닦고 사는 이들이 아니고서야 무슨 방법으로 저 방송 을 외면할 수 있단 말인가.
‘망할 무인 놈들……
무인들은 절대 현실 세계에 영향 력을 끼칠 수 없다.
무력을 동반한 일에서는 위협적이 지만, 산속에 처박혀 무학이나 갈고 닦는 이들은 힘 센 원숭이나 다름없
다. 그러니 적당히 조련하며 유용한 도구로 활용하면 그만이다.
이게 당이 저들을 바라보는 시선 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의 눈앞에서 벌어 지는 이 모든 현상은 그가 지금껏 생각해 오던 무인들의 대한 이미지 가 완전히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 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대체 언제부터 이 그림을 그려왔 을까?
소름이 돋는다.
이건 힘으로 몰아붙이는 계책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에 계획을 세워
두고 느긋하게 시간을 들여 하나하 나 완성해 온 계획이다.
그리고 그 악의 가득한 계획에 자신들은 지금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중계소에 연락해서 방송 송줄 모 두 중단하라고 해.”
“지, 직접 방송은……
“그럼 전기라도 끊어, 이 자라 새 끼야!”
“예! 예! 알겠습니다!”
기겁을 해서 달려 나가는 보고자 를 보며 사내가 이를 악물었다.
“대체 뭘 어쩔 셈이냐!”
뒤틀린 균열이 자꾸만 벌어진다. 하지만 방송을 보는 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미 국방부.
화면 앞에 모여 앉은 이들이 헛 웃음을 지었다.
“기어이……
시가에 불을 붙이는 소리가 귀에 거슬렸지만, 누구도 그 사실을 지적 하지 않았다.
용인한다기보다는 거기까지 신경
을 쓸 여력이 없다. 과장하여 말하 자면, 지금 당장 누구 하나가 바로 옆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진다고 해도 관심을 주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만큼이나 지금 그들의 눈앞에서 펼쳐지는 광경은 충격적이었다.
“이 세계는 거짓된…… 실시간으로 통역을 하는 이의 이 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지금 그의 앞에 앉아 있는 이들 의 면면을 보면 아무리 철석간담을 가진 사람이라고 해도 긴장하지 않 을 도리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방 송의 내용조차 이러니, 그가 무슨
수로 침착을 유지하겠는가.
“망할 중국 놈들이.”
“……결국은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되는군요.”
상석에 앉은 이가 머리를 쥐어뜯 었다.
“빌어먹을.”
거짓말은 거짓말을 부르게 되는 법이다.
처음 무인계의 존재를 숨길 때는 그 누구도 여기까지 올 것이라 생각 하지 않았을 것이다. 딱히 큰일이라 생각지도 않았고, 언제든 해결할 수 있는 일로 여겼을 뿐.
하지만 그 작은 거짓말들이 점점 불어나면서 이제는 누구도 감히 이 뒤틀린 세계를 바로잡을 생각을 하 지 못하게 되었다.
그 정권과 정권을 타고 떠넘겨져 오던 폭탄이 마침내 지금 터져 버린 것이다.
“이걸 대체 무슨 수로 수습해야 한단 말인가.”
“제거해야지요.”
우측에 앉은 이가 굳은 얼굴로 말한다.
“원인이 되는 놈을 재빠르게 제거 하고, 특수 효과라고 대충 돌려대면
될 겁니다.”
“그런 식으로 막아낼 수 있겠나!”
“그럼 다른 도리가 있습니까?”
방 안의 공기가 냉랭해졌다.
“억지를 부리고 있는 건 저쪽입니 다. 그럼 이쪽도 억지로 상대해야겠 죠.”
“아무리 그래도……
“이건 전쟁입니다.”
정복을 입은 사내가 차갑게 일갈 한다.
“전장에서 상식을 따지는 건 아무 런 의미가 없습니다. 중요한 건 상
대가 어떻게 나오느냐, 그리고 그런 상대에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입니 다. 또 하나……
사내가 모자를 살짝 눌러쓰며 말 을 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회의로 시간 을 낭비하는 것보다는 멍청한 작전 일지언정 시행하는 게 낫습니다.”
“애초에!”
쾅!
상석에 앉은 이가 테이블을 내려 쳤다.
“저 망할 중국 놈들이 저지른 실 수를 왜 우리가 수습해야 한단 말인
가! 그래서 그토록 미리 경고했건 만!”
그 말에 여기저기서 낮은 한숨 소리가 흘러나왔다.
저 흑왕이 위험하다는 건 수도 없이 경고해 왔다. 그런데도 제대로 된 대책을 세우지 않다가 결국 여기 까지 와버린 것이다.
“현실적으로 말해보게.”
“예.”
“만약 개입한다면 어디까지 가능 한가?”
낮은 침묵이 방 안으로 내려앉는 다.
조금 지루하기까지 하던 침묵을 깨고 무감정한 목소리가 흘러나왔 다.
“저쪽에서 어찌 나올지에 따라 다 르겠지만,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 해 볼 생각입니다. 물리력으로 해결 할 수 있다면, 굳이 피할 이유가 없 습니다.”
“타국의 영토에 말인가?”
“우리가 언제부터 그런 걸 고려했 습니까.”
물론 고려하지 않았다.
명분만 있다면, 아니, 설사 명분 이 부족하다 하더라도 국가의 이익
을 위해서는 군사 개입을 망설이지 않는다. 그게 미국의 방식이었다.
대규모의 병력을 동원해야 하는 전쟁은 국민적인 합의가 필요하지 만, 그 정도의 규모가 아니라면 언 제든 움직일 수 있는 게 또 미국이 다.
하지만 망설일 수밖에 없는 이유 는 지금 이들이 병력을 투입해야 하 는 전장이 다름 아닌 중국이기 때문 이다.
“저쪽에서 가만히 있겠는가?”
“가만히 있지 않으면 뭘 어쩌겠습 니까. 상황을 여기까지 끌고 온 건
다름 아닌 그들 아닙니까?”
“으음.”
문제를 일으킨 이가 그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세상일이라는 건 절 대 당연하게 돌아가지 않는다.
원인 제공자가 모든 책임을 지는 게 당연하게 여겨졌다면 전쟁이 벌 어질 일도 없고, 갈등이 생길 일도 없다.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기 때문에 모든 문제가 발생하는 법이 다.
“중국의 반발을 우리 홀로 감당하 는 건 부담입니다. 하지만 그건 걱
정할 게 못 됩니다. 곧 유럽부터 시 작해 관련된 모든 나라가 압박을 시 작할 겁니다.”
“그렇겠지?”
“그렇지 않다면 그렇게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무슨 말인지 알겠네.”
아무리 중국이라고 한들, 국제 공 조가 들어가면 버틸 수 없을 것이 다.
아니, 끝까지 저항한다고 해도 상 관없다. 그럼 저들 역시 최선을 다 해 이 사태를 진압하려 들 테니까.
‘따지고 보면 중국 내에서 처리하
는 게 제일 낫기는 하지.’
중국 내에 타국의 병력이 진입했 다가 문제라도 생긴다면, 뒷수습은 더 어려워진다. 하지만 중국은 웬만 한 소요는 자체적으로 뭉개 버릴 수 있는 나라다.
이전 건물 붕괴 사태만 해도 타 국이었다면 나라가 뒤집어질 일이건 만 중국에서는 적당한 사고쯤으로 수습하지 않았던가.
“일단은 진정하는 게 좋겠습니다.”
“으음.”
“갑작스런 사태라 혼란스러운 것 뿐, 수습할 방도는 넘쳐 납니다.”
“그래. 우선은 침착해야겠지. 여하 튼 우선은 유럽 쪽과……
그때 였다.
“……공호에♦•••••
대화를 나누던 모두의 고개가 그 순간 격하게 한쪽으로 돌아갔다.
“뭐?”
“뭐라고?”
찢어질 듯 부릅떠진 그들의 눈이 통역사에게로 꽂혔다.
“방금…… 방금 뭐라고 했나?”
“지금 뭐라고 했냐고!”
“지, 지금 관련한 말이 나오고 있
습니다. 일단은 이 통역을 마치
고……
불신과 경악이 가득 담긴 그들의 시선이 화면으로 향했다.
통역사의 떨리는 목소리가 그들의 귀를 도려내듯 파고들었다.
“••••••미친.”
누군가가 피우던 담배를 떨어뜨리 는 소리가 방 안을 차갑게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