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956)
마존현세강림기-1958화(1955/2125)
마존현세강림기 79권 (18화)
4장 혼탁하다 (3)
“자, 잠깐……
위긴스가 거기까지 말하고는 가슴 어림을 움켜잡았다.
쉽사리 말도 나오지 않는다는 듯, 입술을 짓씹은 위긴스의 얼굴에 뭐 라 표현할 수 없는 경악이 어려 있 었다.
“핵미사일 발사 시설이면… ICBM?”
“말도 안 됩니다. 애초에 미사일 과 핵탄두는 서로 같은 곳에 보관하 지 않습니다. 그리고 핵미사일의 발 사를 위해서는 수많은 승인이 있어 야 합니다. 발사 명령을 인풋하기 위해서는 키가……
“진정해.”
횡설수설하기 시작한 위긴스를 보 며 강진호가 짧게 말했다.
“저놈이 그걸 모를 리가 없어.”
“준비가 완전하지 않았다면 시작
도 하지 않았겠지. 준비가 끝났으니 움직인다. 그게 청마다.”
강진호가 가라앉은 눈으로 화면 안에 청마를 바라보았다.
‘대체 뭘 기다리고 있는가 했더 니……
오직 강진호가 이 세상에 존재하 는지를 기다리기 위해서 이 오랜 시 간을 낭비할 청마가 아니었다. 물론 그것도 분명 이유 중 하나였겠지만, 자신의 계획이 무르익기를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놈에게 시간은 더없이 충분했을 터.
일말의 오차도 없이 모든 요소를
완벽하게 손에 넣을 수 있을 때까 지, 무려 백 년에 달하는 시간을 기 다려 온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스케일이로군.” 여러모로 말이다, 여러모로.
“ 키는!”
하지만 위긴스는 이 사실을 확인 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던 모양이 다. 그가 뒤쪽에 있는 주석과 비서 장에게 거의 다그치듯 소리쳐 댔다.
“키는 어떻게 됐습니까! 발사 코 드는? 저놈이 그걸 확보한 겁니까?”
“ 키는……
비서장의 얼굴에는 핏기 한 점
보이지 않았다.
시체처럼 새하얗게 질린 얼굴의 비서장이 턱을 덜덜 떨며 억지로 말 을 이어갔다.
“바, 발사 코드는 키 세 개가 있 어야 열 수 있습니다.”
“세 개?”
“네……. 하나는 발사 기지의 총 책임자인 기지장이, 다른 하나는 인 민해방군 로켓군 사령원이, 또 하나 는…… 주석께서 지니고 있습니다. 세 사람의 곁을 키가 든 가방을 지 닌 이가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수행 하는 방식으로……
위긴스의 눈이 순간적으로 흔들렸 다.
“기지장은…… 기지가 점령당했으 니 당연히 키를 빼앗겼겠지만, 로켓 군 사령원은? 아, 아니, 주석께서 여기 계시니……
위긴스가 입을 닫았다.
키를 든 가방을 지닌 이가 떨어 지지 않고 수행한다. 그럼 그 사람 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그 사람이 방공호에 따라왔 습니까?”
“벙커에 그 사람을 대동했냐고 묻
는 겁니다!”
“오, 오지 않았습니다.”
위긴스의 이마에 땀방울이 솟아난 다.
“그럼 로켓군 사령원은?”
“……조금 전에 듣기로는 암살을 당했다고……
위긴스가 눈을 감아버렸다.
‘이 거였구나.’
계획을 숨기는 가장 좋은 방법 은?
다른 계획을 진짜 계획이라 믿게 만드는 것이다.
흑왕은 진즉부터 중국의 고위층들
을 암살해 왔다. 위긴스는 그 일련 의 행동이 그들이 벌이고 있는 테러 에 대한 대웅을 하지 못하게 경고하 는 차원인 동시에 주석을 구석으로 몰아넣어 잡기 위한 수작질이라 생 각했다.
하지만 그게 바로 흑왕의 의도였 던 것이다.
애초에 혹왕은 주석 따위는 관심 도 없고, 고위층에 대한 위협 같은 것도 안중에 없었다. 그가 노리고 있던 것은 사령원과 주석이 지니고 있는 열쇠. 그저 그것뿐이다.
“이 빌어먹을……
위긴스가 머리를 쥐어뜯는다.
알고 나니 일목요연하다. 지금까 지 흑왕이 벌여온 일들이 왜 이런 식으로 흘러갔는지, 너무도 명확해 서 눈치채지 못한 게 더 이상할 정 도였다.
하지만 정말 조금 전까지는 상상 조차 하지 못했다.
‘사람이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나?’ 돌이켜 보면 민간인을 습격하고, 건물을 붕괴시키고, 대담하게 주석 을 노리던 그 모든 행적은 이들이 큰 계획 없이 무력으로 세상을 뒤엎 으려 한다는 인식을 주기 위한 퍼포
먼스였을 뿐이다.
거기에 속아 넘어갔다.
아니,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일개 무인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꾸밀 거라고 대체 누가 상상이 나 할 수 있었겠는가.
우물 안에 있는 개구리가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야 하늘을 날고 있는 매의 시야를 알 수 있겠는가.
애초에 전제가 다르니 짐작을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저벅저벅저벅.
한 사람이 천천히 방 안으로 걸 어 들어온다.
“확인해 봤습니다.”
방 안의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안으로 들어온 이를 바라보았다.
이현수가 굳은 얼굴로 걸어 들어 와 강진호에게 보고했다.
“암살당한 사령원 주변의 인원들 이 같이 쓸려 나갔습니다. 일대를 수색했지만, 키가 든 가방은 찾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주석궁에 대기하던 주석 의 열쇠 보좌도 행적이 묘연합니다. 아마도……
“죽었거나 매수당했거나. 그게 아
니면 세뇌라도 당했겠지.”
“예. 그런 듯합니다.”
강진호가 고개를 내저어 버렸다.
저놈은 항상 이런 식이다.
그를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 하는 강진호조차도 상상할 수도 없 는 짓을 태연하게 저지른다.
사람의 행동을 예측하고 앞서 나 가는 걸로는 창왕이 청마보다 위일 지도 모른다. 아니, 전략가라는 측면 에서 따진다면, 분명 창왕이 청마보 다 뛰어난 이다.
그럼에도 강진호는 창왕이 청마를 상대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창왕이 게임 마스터라면, 청마는 게임 체인저다. 룰 안에서 움직이는 자는 절대 그를 상대할 수 없다.
바로 지금처럼.
“다시 말하자면……
이현수가 입술을 질끈 깨물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 저자가 하는 말은 허세가 아닐 확률이 높습니다. 여기까지를 미리 계획한 이라면, 미사일의 발사 를 위한 인원 포섭이나 변수 제거는 이미 끝냈을 겁니다.”
“저 손안에 세상을 파괴할 힘이 들어간 겁니다.”
그 말이 이곳에 있는 이들의 가 슴을 섬뜩하게 파고들었다.
세상을 파괴할 힘.
그건 비유적인 수사가 아니라 물 리적인 실존이었다.
“비서장님.”
이현수가 손에 든 서류를 비서장 에게 내밀었다.
“지금 정상적인 연락이 되지 않는 미사일 기지를 확인했습니다. 정보 를 확인해 주십시오. 저는 열람이 어렵습니다.”
비서장이 낚아채듯 이현수의 손에 서 서류를 가져가더니, 정신없이 넘 겨 대기 시작한다.
“저 기지에 지금 핵탄두와 ICBM 이 몇 기나 있습니까?”
“공식적으로 중국이 보유한 핵무 기는 320여 기입니다. 하지만 어차 피 다 알고 있습니다. 그게 전부가 아니겠지요. 지금은 위기 상황입니 다. 저 안에 핵무기가 몇 발이나 있 습니까?”
비서장이 흔들리는 얼굴로 주석을 돌아본다. 그러자 주석이 가만히 고
개를 끄덕였다.
허락을 구하고서야 비서장이 더듬 더듬 입을 열었다. 고위직답지 않게 당황이 역력한 모습이지만, 지금은 누구도 그를 탓할 수 없었다.
“제, 제가 알기로는 저곳에 있는 ICBM은 30여 기, 그리고 핵탄두는 20여 기가……
이현수가 눈을 질끈 감았다.
‘빌어먹을.’
바보가 아니고서야 보유한 핵무기 를 한 곳에 몰아넣을 리가 없다. 그 리고 중국의 미사일 발사 시설은 못 해도 수십 곳은 넘어갈 것이다.
최소 단위이기를 희망했건만, 20 여 기라는 말이 그의 마지막 희망을 앗아갔다.
“ICBM의 종류는?”
“종류라면……
“최신기들입니까?”
비서장이 마른침을 삼키고는 말했 다.
“두, 둥펑이 있습니다. 둥펑 사십 일과 최근 배치된 둥펑 백이……
“사거리는요?”
“둥펑 백은 초음속 순항미사일이 지만 사거리가 그리 길지 않습니다. 하지만 둥펑 사십일은 1,5000킬로
미터를 비행하여……
“미국까지 넉넉하게 닿겠군.”
이현수가 헛웃음을 홀렸다.
“회주님.”
“으 ”
■트’.
“외부 개입은 없습니다.”
이현수가 단정하듯 말했다.
“저들이 저 시설을 확보했다는 말 이 나오는 순간, 타국은 절대 무력 개입을 하려 들지 않을 겁니다. 어 설프게 건드렸다가 공멸이라도 하려 든다면 지옥까지 갑니다.”
바토르가 웃어버렸다.
“그렇다고 저런 놈들 손에 저걸
쥐어주고 내버려 둘 수도 없는 노릇 이잖나.”
“이전이었다면 그랬겠죠. 이전에 는 사람은 제 목숨을 아까워할 줄 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전 세계에 서 자살 폭탄 테러가 연이어 벌어지 기 전에는 말입니다.”
바토르가 입을 닫았다.
“딱 이십 년만…… 아니, 십 년만 전이었다면 무력 진압을 시도하는 이들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 만 이제 세상은 압니다. 세상에는 제 의지를 관철하기 위해서 죽음을
불사하는 이들이 얼마든지 있고, 제 신념을 관철하기 위해서 다른 이들 을 떼죽음으로 몰아가는 이들도 얼 마든지 있다는 걸. 이런 상황에 누 가 저기를 공격하겠습니까. 다 죽자 고 엎어버리면 그만인데.”
이현수가 입술을 찢어지도록 깨물 었다.
한 가지는 확실하다.
적어도 흑왕은 이 모든 것을 고 려한 것이 틀림없다. 그가 어떤 수 를 쓰더라도 그에 대한 무력적 진압 은 반드시 벌어질 터, 그가 아무리 대단한 이라고 해도 전 세계가 달려
든다면 다른 도리가 없다.
하지만 이 한 수로 흑왕은 자신 에 대한 타국의 무력 개입을 원천 차단했다. 대체 어느 국가의 수장이 핵무기가 탑재된 ICBM을 확보한 미친놈을 상대로 진압 작전을 벌이 겠는가.
자신들이 개입했다는 게 확인되는 순간, 1순위 타깃이 될 게 분명한데.
저건 최강의 창이자, 최강의 방패 다.
상황을 이해한 이들이 고개를 돌 려 화면을 바라보았다. 이제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흑왕의 입에서 대
체 무슨 말이 나올지를 기다리는 것 밖에는 없었다.
[몇몇 사람들의 새파랗게 질린 얼 굴을 내 눈으로 확인하지 못한다는 건 아쉬운 일이지만, 그렇게 긴장할 건 없습니다. 저는 테러리스트도 아 니고, 인간 혐오자도 아닙니다. 요구 조건만 관철된다면, 이 쇳덩어리들 은 영원히 빛을 볼 일이 없을 겁니 다.]위긴스가 핏기가 가신 얼굴로 혹 왕을 바라보았다.
무섭다.
처음 흑왕을 봤을 때, 솔직히 위
긴스는 두렵다는 생각이 크게 들지 않았다. 그건 오히려 강진호를 처음 봤을 때나, 창왕의 존재를 인식했을 때가 더 심했다.
흑왕이 강한 것은 알지만, 그에게 는 사람을 짓누르는 카리스마가 부 족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화면 너머로 보이는 얼굴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찢겨 나가 는 것 같다.
‘어떻게 이런……
그런 위긴스의 심정을 알 리 없 는 화면 너머의 흑왕이 말을 이어갔
다.
[제 요구 조건은 간단합니다. 취 안저우 시[泉州市] 일대를 무인들을 위한 영토로 내주십시오. 물론 국가 를 분리해 달라는 무리한 요구는 하 지 않습니다. 중국의 법과 규칙이 통용되는 곳. 하지만 정치권만은 이 쪽에서 받겠습니다. 네. 취안저우 시 일대를 무인자치령으로 선포하고, 그에 대한 군사개입의 여지를 차단 할 것. 이 사실을 세계에 공표하고 당 차원에서 법령을 제정하여 승인 할 것.]
흑왕이 싱긋 웃는다.
[기대하셨던 분들에게는 죄송합니 다. 제가 소인배라 이 이상을 요구 하기에는 조금 무섭거든요. 대신 이 정도 조건이라면 승인하기에 딱히 어렵지는 않을 겁니다.]흑왕이 화면을 향해 손을 혼들었 다.
[소통 채널은 SNS, 동영상 사이 트, 뭐든 다 좋습니다. 저희 측에서 대웅하겠습니다. 대신 정부 쪽은 댓 글 남기지 마시고 다이렉트 메시지 를 보내주세요. 괜히 주변으로 사람 보내지 마시구요. 목 돌려보내는 것 도 귀찮은 일이라.]“미친놈이……
[자, 그럼 딱 보름 기다리겠습니 다. 보름 내로 승인이 나지 않을 경 우에 이곳에 있는 핵탄두들은 제가 설정한 각국을 향해 날아갈 겁니다. 거기가 어디냐면…….]흑왕이 놀리듯 어깨를 으쓱였다.
[그야 비밀이죠. 상상에 맡기겠습 니다. 그럼 이만.]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흑왕 의 모습을 담은 채 화면이 정지한 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화면이 검게 암전했다.
그와 동시에 이루 말로 할 수 없 는 무거운 침묵이 방 안을 가득 메 웠다.
치직.
강진호가 다 타버린 담배를 테이 블에 비벼 끄고는 소파에 둥을 기대 며 고개를 젖혔다.
“새로운 세상이라……
그건 너무도 빠르고, 급격하고……. 또 과격한 변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