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957)
마존현세강림기-1959화(1956/2125)
마존현세강림기 79권 (19화)
4장 혼탁하다 (4)
“……어찌할 셈입니까?”
“글쎄……
주름진 손이 시가를 잡는다.
가위로 끝을 잘라낸 이가 시가를 물고 시가 전용 라이터를 켜 천천히 불을 붙인다.
“저들이 장악한 기지는 파악했
소?”
“아직 확실하지는 않습니다만, 후 보군은 좁혔습니다. 어느 쪽이든 미 국까지 날아올 ICBM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아주 잘됐군, 잘됐어. 오늘부터는 자기 전에 유서를 써둬야겠군. 아니, 유서까지 날아갈 테니, 웹에 업로드 라도 해야 하나?”
“이왕이면 서버가 미국에 없는 업 체를 쓰십시오. 서버째로 날아갈지 도 모르니까.”
“……충고 고맙네.”
헛웃음을 지은 이가 시가를 깊게
빨아들였다.
말은 여유롭기 짝이 없지만, 그의 속은 지금 까맣게 타들어가는 중이 었다. 충분히 시간을 들여 불을 붙 여야 제맛이 나는 게 시가다. 하지 만 시가 끝에 불이 채 반도 붙기 전에 급하게 연기를 빨아들이고 있 는 게 그 증거였다.
“자, 생각해 보자고. 여기서 우리 가 뭘 할 수 있나?”
“진압해야 합니다.”
“진압? 진압 좋지. 자, 그럼 우리 가 진압을 하러 갔을 때, 저쪽에서 일단 미국을 향해 핵미사일을 발사
할 수 있을 확률이 얼마 정도일까?
90%? 100%?”
“나는 돈을 걸라면 100%에 걸겠 네. 내가 테러리스트라고 해도 일단 남는 핵탄두 한 발 정도는 뉴욕이나 LA로 발사하겠지.”
“워싱턴이 아니라 말입니까?”
“워싱턴에 핵을 쏘면 정치인들이 싹 죽을 텐데, 그럼 미국에 이득 아 닌가. 왜 테러리스트들이 미국 좋은 일을 해주겠어.”
아직 농담할 기력이 남아 있다고 해야 할지, 이제는 농담밖에 할 수
없다고 해야 할지 모를 발언이었다.
“핵은 요격할 수 있습니다.”
“그래, 좋지. 그래서 요격 가능성 은 얼마나 되나?”
“90% 이상으로……
“좋아, 그럼 자네는 10% 확률로 미국에 핵이 떨어질 수도 있는 도박 을 하겠다는 거로군. 지금이 전시였 으면 그 발언만으로 자네를 총살시 켜도 재판관이 무죄 방면을 하다 못 해 가는 길에 차비까지 얹어주겠 군.”
상석에 앉은 이가 얼굴을 일그러 뜨렸다.
“이게 지금 도박을 할 상황인가?”
“빌어먹을, 핵이라고! 핵미사일이 란 말일세! 냉전 때 코흘리개 어린 애여서 핵이 뭔지 모르는 모양인데! 핵이라는 건 적당히 한두 발 맞았다 고 끝날 일이 아니란 말이야!”
“저들이 핵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 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기지를 장악 했다고 핵이 발사된다는 건……
“그걸 무슨 수로 확인할 텐가?”
“중국 측에 상황에 대한 정보 -를>• • • • • • ”
“이 빌어먹을! 그 새끼들이 잘도
정보를 주겠군, 잘도! 아가리에 총 구를 겨누고 빨리빨리 움직이지 않 으면 쏴버리겠다고 소리를 질러 대 도 양말부터 신던 새끼들이 잘도!”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남자가 소리를 버럭 질러 댄다.
“이건 정치의 영역도 아니고, 군 사의 영역도 아니야! 생존의 영역이 란 말일세! 그걸 확률에 맡겼다가 뭔 일이 벌어질 줄 알라는 건가!”
“하지만 부통령님, 손을 놓고 있 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뭐?”
부통령이라 불린 남자가 눈을 부
라렸다.
“중국은 타협을 모르는 나라입니 다. 그런 측면에서는 러시아보다 더 한 나라가 중국입니다.”
남자가 입을 닫았다.
그 말은 사실이다.
“저들이 저 조건을 들어주고 협상 을 할 확률이 얼마나 될 거라 생각 하십시까?”
“확률! 확률! 빌어먹을, 귀에 못 박히겠군! 그 빌어 처먹을 확률!”
버럭 고함을 지른 남자가 얼굴을 비볐다.
흥분을 조금 가라앉힌 이가 전보 다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 었다.
“그럴 확률은 적겠지.”
“예.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 럼 결국 저들은 진압에 들어가야 합 니다.”
“그럼 어차피 발사될 미사일은 발 사됩니다.”
“하하핫, 앞은 절벽이고, 뒤는 강 이로군.”
“선택의 여지는 없습니다. 그들에 게 맡길 바에는 우리가 직접 움직이
는 쪽이 낫습니다.”
“중국 측의 대응을 믿으실 수 있 습니까? 운명은 남의 손에 맡기는 게 아닙니다.”
부통령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 덕였다.
“운명은 남의 손에 맡기는 게 아 니라…… 그것 명언이로군.”
“허가를 내려주십시오. 그럼 저 는…”
“그 말은 맞지. 그런데 말일 세……
“예?”
말을 하던 이가 의아한 눈으로 부통령을 바라보았다. 그의 가슴을 채우고 있던 훈장들이 형광등 빛을 받아 반짝인다.
“운명을 결정하는 방법이 꼭 그것 만 있는 건 아니란 말이지.”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차관.”
“예, 각하.”
“그 자들이 개인적인 연락을 어디 로 받는다고 했지?”
“……다이렉트 메시지입니다.”
“외부로 유출되지 않게 메시지를 보낼 방법을 확보하게. 정 안되면
기업 서버를 잠시 점거하는 방법도 괜찮겠군.”
“……무슨 말씀이신지?”
부통령이 쓰게 웃었다.
“우리가 저쪽으로 보내는 메시지 를 아무도 중간에서 확인하지 못하 게 만들 방법을 강구해 보라는 말이 야.”
“가, 각하, 설마……
부통령이 가스라니 자라난 턱수염 을 쓸어내렸다.
“구멍은 파둬야지. 중국 정부와 관계없이 우리 측은 자치령을 승인 할 생각이니, 이쪽으로 겨눠진 핵탄
두의 경로를 바꿔 달라고 하면 되겠 지. 원한다면 공식 문서도 넘겨줄 수 있다고.”
“각하!”
군복을 입은 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우리는 테러리스트와 협상하지 않습니다.”
“그건 군부의 이야기지.”
“미국 역사상 테러리스트와 협상 을 한 선례는 얼마든지 있네. 너무 많아서 굳이 파일을 뒤질 필요도 없 지. 기사만 검색해 봐도 될 걸세.”
“그건•…”
“공개되지 않은 것까지 합친다면 심심찮게 해온 일이야. 그게 왜 지 금은 안 된다는 건가? 우리는 이제 까지 없던 위협에 시달리고 있네.”
“이유야 명확하지 않습니까. 그 파급력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위협도 그만큼 크고 말 이야.”
“그래서는 국가의 자존심이!”
“웃기는 일이로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할 군인인 자네가 자존심을 논하고, 국가의 자존심을 지켜야 할 나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
서 자존심을 꺾겠다 말하고.”
“누가 옳은 건가?”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건 애초에 옳고 그름이 존재하 지 않는 문제다. 어느 쪽을 선택하 느냐일 뿐.
“오해하지 말게. 당장 뭔가를 하 겠다는 건 아니야. 나도 그렇게 멍 청하지는 않네. 다만…… 이건 말 그대로 국가의 운명이 걸린 일일지 도 모르네. 그런데 준비를 하지 않 을 도리는 없어. 내 말, 무슨 뜻인 지 이해하는가?”
군복을 입은 이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말이지만, 행정부의 입장에 서는 저 준비 역시 당연한 일이다. 말 그대로 국가의 운명을 운에 맡길 수는 없으니까.
국가란 때로 철저하게 냉정해야 한다. 어떤 명분도, 자존심도 국민의 안전에 비할 수는 없다.
“그러니 나를 설득하고 싶다면, 다른 대책을 가져오게. 그렇지 않다 면 나는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네.”
“……알겠습니다.”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아. 보름을 온전히 쓸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 게. 자네 말대로 저들이 진압작전에 들어가는 순간, 모든 건 끝이네. 우 리는 그 이전에 결정을 할 수밖에 없어.”
“그도 알고 있습니다.”
“나가보게.”
“예.”
군복을 입은 이가 자리에서 일어 나 밖으로 나간다.
그러자 부통령이 긴 한숨을 내쉬 고는 입을 열었다.
“상황은 어떤가?”
“온갖 곳에서 문의가 쇄도하고 있 지만, 이쪽도 파악 중이라는 말로 둘러대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반응은?”
“아직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입니 다. 워낙 황당한 이야기이다 보니.”
부통령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이 일이 잘 마무리된다면 얼버무릴 방법은 있는가?”
“……현실적으로는 어렵습니다. 한 번 열린 뚜껑은 다시 닫힌다고 해도 언젠가는 또 열리기 마련 아니 겠습니까.”
“녹화된 동영상이 온갖 곳으로 퍼 지고 있습니다. 설령 저희가 미국 내부를 완전히 단속할 수 있다고 해 도 외부에서 들어오는 말을 막아내 는 건 불가능합니다. 다시 말하자 면……
보고를 하던 이가 마른침을 삼키 고는 입을 열었다.
“이제 더는 과거처럼 무인이라는 존재를 어둠에 묻어놓을 방법이 없 습니다. 이제는 현실적인 대응을 논 의해야 할 단계입니다.”
예상했던 일이다.
총은 무섭다.
핵무기 역시 두렵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무엇보다 정보였다.
과거에는 통제가 가능했던 정보들 이 이제는 무차별적으로 풀려 나간 다. 한 번 손아귀에서 놓친 정보는 무슨 수를 써도 막는 것이 불가능했 다.
“설령 이 일을 해결한다 하더라도 더 골치 아픈 일을 해결해야 한다는 거로군.”
부통령이 헛웃음을 홀렸다.
지난 정권들이 차곡차곡 쌓아 올 린 채권을 지금 그들이 모조리 상환
하는 꼴이 아닌가.
“잠시 혼자 있게 해주게.”
“알겠습니다.”
자리를 채우고 있던 이들이 일제 히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모두가 자리를 비우고서야 부통령을 재떨이에 비스듬히 기울여 놓은 시 가를 집어 들었다.
연기를 입에 머금을 그가 천천히 연기를 뿜어낸다.
몇 모금을 빤 그가 머리가 지끈 거린다는 듯, 이마를 주물러 댔다.
‘빌어먹을.’
언젠가는 터질 폭탄이었다.
세상을 조율하는 이들 중 누구도 이 폭탄이 영원히 터지지 않을 거라 믿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폭탄을 지금까지 방치한 이유는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당장 터뜨리면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시간을 들여 천천히 갉아내면 별다른 피해 없이 제압이 가능하다.
그런 상황에서 왜 굳이 긁어 부 스럼을 만들겠는가.
하지만 그 폭탄은 지금 이 순간,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형태로 터져
버렸다.
수습 자체도 버겁지만, 설사 수습 을 한다고 해도 끝나는 일이 아니 다. 이제 세상은 무슨 수를 써도 과 거로 돌아갈 수 없다.
아마 지금…….
전 세계의 곳곳에서 비슷한 회의 가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 역시 비슷한 결론을 내릴 것이 분명하다.
“영양제라도 한 대 맞을 걸 그랬 군.”
이제부터는 회의를 마친 각국의 수뇌부들과 마라톤회의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
그가 걱정하는 건 단 하나였다.
지금 최선은 중국이 자치령을 인 정하는 것이다. 뭐든 극단으로 치닫 는 것은 좋지 않다. 무인의 존재를 숨길 수 없어진 이상, 당장은 그들 의 존재를 용인하고 세상에 드러내 는 쪽이 낫다.
부작용이 얼마나 심하더라도 당장 지옥으로 가는 것보다는 백배 나으 니까.
문제는…… 설사 그 모든 것이 원만하게 해결된다 하더라도 저들의 손에 여전히 핵탄두가 들려 있다는
점이었다.
내어놓는다?
글쎄.
핵무기 때문에 굴욕적으로 강화를 해야 한 중국 정부가 저들이 핵무기 를 포기했을 때, 과연 그 자치령을 그냥 내버려 두려 할까?
“낭떠러지 전술은 언제나 끝이 좋 지 않지.”
부디 그 화가 이 먼 땅에 미치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랄 뿐이었다.
부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