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959)
마존현세강림기-1961화(1958/2125)
마존현세강림기 79권 (21화)
5장 고민하다 (1)
강진호를 비롯한 총회의 이사진들 과 홍왕을 비롯한 홍왕계의 중진들 이 커다란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서로를 마주 보는 그들의 표정이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 일단은……
차이커창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런 상황에서 유치한 주도권 싸 움을 하고 싶은 게 아니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으니 그라도 먼저 말을 꺼내야 했다.
“정부 측에서 상황을 파악하기로 는 핵미사일 발사 시설은 완전히 점 거된 것으로 보입니다.”
“뭔 빤한 소리를.”
이현수가 짜증 어린 목소리로 중 얼거렸지만, 차이커창은 그 말을 애 써 무시했다.
“내부에 생존자가 있는지 없는지 는 아직 파악이 되지 않고 있습니 다. 하지만 정황상으로 볼 때, 내부
를 컨트롤할 인원은 남아 있는 것으 로 보입니다. 그들이 애초에 저쪽에 협조하던 인원들인지, 아니면 살기 위해 협조하고 있는지는 미지수입니 다.”
이현수가 슬쩍 고개를 돌려 강진 호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모르겠군. 미리 심어둔 이를 바 탕으로 문제를 만들어내는 것도, 그 자리에서 포섭한 이를 적재적소에 써먹는 것도 다 청마가 잘하는 짓이 라.”
“••••••거참.”
이현수가 한숨을 쉬었다.
일전에 창왕을 상대할 때, 강진호 가 이상할 정도로 침착하다는 생각 을 한 적이 있다.
그와 위긴스는 창왕의 계략에 숨 도 쉬지 못하고 휩쓸렸건만, 강진호 는 그들을 잡아 뒤흔드는 창왕의 계 략에도 조금도 혼들리지 않는 모습 을 보여주었다.
이현수는 그게 강진호의 침착함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강진호는 이미 비슷한 걸 수도 없이 겪어본 모양이었다.
“둘 다겠지. 핵심 인력은 미리 포
섭해 뒀을 거야. 그리고 남은 이들 은 그 자리에서 포섭했겠지. 같이 일하던 이들이 저쪽에 일제히 동조 하는 모습을 보이면 사람은 흔들리 기 마련이니까.”
“다 같이 죽는 건 의외로 그리 어 렵지 않아. 어려운 건 나만 죽는 거 지.”
“확실히 그렇겠네요.”
이현수가 대충 상황이 어찌 흘러 갔을지 예상이 간다는 얼굴로 고개 를 끄덕였다.
“그래서……
위긴스가 차이커창을 보며 말을 꺼 냈다.
“내부 진입은 어떤가? 안쪽의 동 태를 살필 방법이 전무한가?”
“아시다시피……
차이커창이 슬쩍 다른 이들을 한 번 바라보고는 말을 이었다.
“이곳은 핵미사일 발사 시설입니 다.”
차이커창이 미리 준비한 비전을 켜자, 내부 설계도와 단면도가 큰 화면에 띄워진다.
방진훈이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저걸 보고 어떻게……
“흐음, 골치 아픈 구조로군.”
“……아네.”
어. 잘 이해하네.
나만 바본가?
방진훈이 동료를 찾아 고개를 돌 리자, 바토르가 흐뭇하게 웃어주었 다. 혼자가 아니니 안심하라는 듯 말이다.
“핵미사일 발사 시설은 그 특성상 외부의 침입을 극단적으로 방어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을 지키는 이들이 군인이 아니 라 무인이 되어버린 이상, 들키지 않
고 잠입하는 건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 말을 들은 위긴스가 고개를 돌려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로드, 혈마는 어떻습니까? 잠입 으로 따지면 오히려 로드보다 뛰어 난 면이 있다고 하셨는데.”
“무리야.”
강진호가 고개를 저었다.
“혈마가 이쪽에 있다는 걸 청마 놈이 모른다면 가능했을지도 모르 지. 그런데 그놈은 그런 정보를 놓 치는 이가 아냐. 아마 이미 미리 방 비를 다 해뒀을 거다.”
“놈들이 혈왕을 잃은 건 예상 외
였을 것 같은데, 그걸 감안해도 마 찬가지입니까?”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혈왕은 혈마의 상위 호환 같은 존재이지만…… 그래 봐야 청마가 있는 이상은 수족에 지나지 않아. 놈 하나가 사라졌다고 전력이 크게 깎이지는 않을 거다.”
“으음.”
위긴스가 침음을 흘렸다.
혹시나 해서 기대를 해봤는데, 역 시나인 모양이었다.
“그럼 잠입은 불가능하다는 이야 기로군.”
“예. 제 분석으로는 그렇습니다.” 차이커창의 말에 이현수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빌어먹을, 이걸 미리 생각을 했 어야 하는데.”
소수의 인원으로 진입하는 다수를 틀어막는 데 있어서 저보다 좋은 곳 은 없다.
하나하나가 더없이 강하고, 대신 그 수가 극단적으로 적은 흑왕계의 입장에서 점거할 수 있는 최고의 지 형이자, 점거 대비 효율을 최대한으 로 뽑아낼 수 있는 곳이 바로 핵마 사일 발사 시설이다.
“우리가 신도 아니고, 이걸 무슨 수로 알아?”
방진훈이 투덜대듯 말했다.
“애초에 저 미친놈이 저 짓을 벌 이기 전까지는 군사 시설을 습격한 다는 발상 자체를 할 수 없었는데, 그걸 예상하면 여기 앉아 있을 게 아니라 돗자리 깔아야지.”
“그건 맞습니다만……
답답해서 그런다.
이현수가 보기에도 저곳은 공략이 거의 불가능하다. 잠입해서 암살하 는 건 꿈도 꿔볼 수 없다. 그럼 정 면으로 치고 들어가는…….
“정면으로 들어가면?”
“예?”
홍왕의 말에 차이커창이 움찔하고 고개를 돌렸다.
“다수가 진입하기 어려운 공간이 라는 건 이해했다. 하지만 저쪽 역 시 소수지. 우리 쪽에서도 최정예를 뽑아서 돌파하는 건 어떤가?”
“가능합니다.”
차이커창이 단번에 고개를 끄덕였 다.
“그럼 뭐가 문제지?”
“다만, 진입을 시도하는 동안 저 들이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습니다.
사실 뽑을 수 있는 최정예를 모조리 선별한다고 해도 적들은 만만치 않 습니다. 그들을 제압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면, 핵마사일이 발사될 수도 있습니다. 그럼……
U 끝 »
바토르가 엄지로 자신의 굵은 목 을 죽 긋는다.
“우리는 역적이 될 테고, 아마 관 계없는 무인들까지 모두 총알을 피 하는 법을 새로 익혀야 할지도 모르 지.”
“최악의 경우에는……
핵미사일 십여 발로 세계를 멸망
시키는 건 불가능하다.
최악의 상황에서 발사된 핵미사일 을 감지한 국가들의 방어 시스템이 가동되어 연쇄적으로 핵이 발사되는 일이 터질 수도 있지만, 그건 거의 지구 멸망 시나리오에 가깝다.
세계 각국도 정신이 제대로 박혀 있다면, 중국 측에서 발사되는 미사 일에 한해서는 이미 반격 시스템을 제거해 두었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그건 최악 중의 최악을 피하는 방법일 뿐, 상황을 낙관적으 로 볼 근거는 되지 못한다.
만약 저들이 미사일을 발사하고,
그 미사일이 요격되지 않은 채 도시 에 떨어진다면?
각국의 대도시에 핵이 떨어진다면, 최소한 억 단위의 사람이 죽어 나갈 것이다. 그 인적, 경제적 피해는 추 산조차 불가능하다.
그리고 그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무인들이 벌인 일에 가족을 잃고, 지인들을 잃은 이들의 분노다.
안 그래도 무인이라는 존재가 무 엇인지 이제 이해해야 하는 이들이 무인의 존재에 증오를 품는다?
‘이건 너무 끔찍한 상상이야.’
위긴스가 얼굴을 주물렀다.
원탁과 중원은 수백 년을 넘어 수천 년간 세상에 존속해 왔다. 한 때는 그들 역시 해가 비추는 당당한 거리를 활보하던 시절도 있다.
하지만 딱히 교류가 없던 두 집 단이 하나같이 드러난 세상을 포기 하고 어둠 속으로 스며든 이유는 간 단하다. 저들은 그들과 공존하려 들 지 않기 때문이다.
바로 내 옆에 앉아 있는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내 머리를 1초 만에 날려 버릴 사람이라는 걸 알고도 침 착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 가.
백주 대낮에 장전된 기관총을 든 이들이 거리를 활보하는 것이나 마 찬가지 다.
‘아니. 그 이상이지.’
총으로 위협하는 대상은 총으로 맞상대할 수 있다. 총기가 허락된 국가라면 나도 총을 사면 된다.
하지만 무인이라는 존재는 그런 식으로 대처가 불가능하다.
무인에게 대항하는 방법은 나도 무학을 익히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무학은 총기처럼 빠르고 간편하게 익히는 게 불가능하다.
무학이 도태된 이유가 지금에 와
서는 되레 총기를 통해 우위를 쥔 이들의 목을 죄기 시작한 것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마교의 전철을 밟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현수의 말에 모두가 침음을 흘 렸다.
“마교가 학살당한 이유에 공포가 깔려 있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말조심해라, 이현수. 우리가…… 순간, 차이커창이 입을 닫았다.
그가 원래 하려던 말은 ‘그 하찮 은 마교를 두려워했다고?’이지만, 감
히 강진호와 장민이 있는 곳에서 할 수 있는 말이 아니었다.
그가 아니라 홍왕이라고 해도 이 제는 이 둘 앞에서 그런 말을 입에 담을 수 없다.
“아니면 뭐? 그냥 꼴 보기 싫어 서?”
차이커창이 선뜻 대답하지 못하 자, 이현수가 거보라는 듯 말한다.
“언젠가는 우리가 당할지도 모른 다는 공포는 사람을 극단으로 몰아 간다. 학살은 보통 그럴 때 벌어지 는 법이지.”
“그건 맞는 말이다.”
“무인들이 마음만 먹으면 자신들 을 죽일 수 있다는 건 저들에게 있 어서 엄청난 공포가 될 거다. 하지 만 그보다 더 큰 공포는 이번과 같 은 일이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는 거지.”
“열 명이야. 불과 열 명. 그 열 명이 일억이 넘는 인간의 목숨을 쥐 고 흔들고 있다. 이걸 각국 정상들 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 같은데? 지 금 전 세계에는 무인들이 마음만 먹 으면 언제든 점거할 수 있는 핵미사
일 발사 시설이 수도 없이 널려 있 다. 그럼 그걸 모두 폐쇄할 수 있을 것 같아?”
차이커창의 입에서 침음이 흘러나 왔다.
“내가 미국 대통령이라면 차라리 무인들을 모조리 죽여 버리는 쪽을 선택할 거다.”
“그게 어려워서 지금까지 공존했 던 거잖아.”
“그렇지. 그런데 이제는 어려워도 해야 할 이유가 생겼거든. 저 미친 놈들 덕분에.”
이현수 역시 그렇게까지 일이 극
단적으로 흐를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상황이 끔찍해졌다 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 놈이 문제야, 한 놈•이. 국가 정상 중에 미친놈이 어디 한둘이냐 고. 그놈들 중에 딱 한 놈만 미친 짓을 시작해도 흐름이 바뀔 거다.”
몇몇 정상들의 얼굴을 머릿속에서 떠올린 차이커창이 입술을 깨물었 다. 확실히 몇 사람은 그런 일을 저 지르고도 남는다.
그리고 그 불씨가 어디로 튈지는 너무도 빤한 일이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잠자코 대화를 듣고 있 던 강진호가 입을 열었다.
“일단 최악으로 가지 않기 위해서 는 우리가 어떻게든 이 일을 해결해 야 한다는 거로군.”
“……예.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사실입니다.”
이현수가 한숨을 내쉬었다.
“만일 이 일을 우리가 아닌 군인 들이 해결할 시에는, 우리는 문제를 만들고 저들이 해결했다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럼 저들의 우 리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을 더 가속 화시키게 될 겁니다. 당장에야 몰라
도……
“결국은 그 인식이 우리의 목줄을 죄게 될 거라는 소리군.”
“제 생각에는……
강진호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 다.
이해는 했다.
이해는 했지만, 이건 너무 답이 없는 이야기다. 조금 전에 말했듯이 저곳은 공략이 거의 불가능하지 않 은가.
“말이 쉽지……
위긴스의 입에서까지 허탈한 목소 리가 새어 나오던 바로 그때였다.
우우우우웅.
테이블 위에 올려둔 강진호의 휴 대폰이 진동하기 시작한다.
굳이 액정에 뜬 번호를 확인하지 않아도 누구인지 알 것 같다.
“청마다.”
장내가 삽시간에 고요해진다.
강진호가 휴대폰을 들어 통화 버 튼을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