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964)
마존현세강림기-1966화(1963/2125)
마존현세강림기 80권 (1화)
1장 걸어가다 (1)
“다녀왔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가장 먼저 반겨 주는 건 역시나 동동이였다.
새하얀 솜뭉치 같은 놈이 전력으 로 달려오더니, 그를 향해 폴짝폴짝 뛰어오른다.
강진호가 피식 웃고는 그런 동동
이를 안아 들었다.
“무릎 나간다.”
작은 개는 이러다가 다리를 다치 기도 한다던데…… 바닥에 매트라도 깔아야 할까?
“야, 강진호!”
뒤이어 나온 건 강은영이었다.
“뭐야! 뭐야! 설명해 봐!”
“ 뭘?”
“지금 TV에 난리 난 거! 이거!”
강은영이 동그랗게 뜬 눈으로 강 진호를 주시한다. 그녀의 눈에 어린 의문을 보니, 대충 상황을 짐작한 모양이었다.
“뭐가 궁금한데?”
“저 무인인가 초능력잔가 하는 거. 이거 혹시……
“별게 다 궁금하네.”
강진호가 동동이를 내려놓고는 신 발을 벗었다. 그러고는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진호 왔니?”
“예, 어머니.”
거실 소파에 앉아 있던 아버지와 어머니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 모 습을 보니 바로 방으로 들어가는 건 그른 모양이다.
강진호의 시선이 살짝 돌아간다.
그의 눈에 TV 화면이 들어왔다. 미사일이 발사되는 자료 화면과 청 마가 송출한 방송 장면이 동시에 나 오고 있었다.
‘여기까지 왔나.’
공공연하게 방송에서 보도를 할 정도라면, 이제 더는 숨길 수도, 얼 버무릴 수도 없다.
“ 진호야……
강진호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 설명드릴게요.”
“그전에……
강진호가 냉장고로 걸어갔다.
“콜라 한 잔만 먹……
냉장고를 연 강진호가 멍하니 안 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냉장고 안에 있으면 아무나 먹어 도 되는 거지, 그게 꼭 주인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사 와.”
“에이, 밖이 저렇게 어두컴컴한데, 이 어여쁜 동생이 혼자 나갔다가 무 슨 변을 당하라고. 오라비, 이리 각 박한 사람……
말없이 동동이를 들어 내미는 강 진호를 보며 강은영이 입을 다물었 다.
“사 와.”
“뒈지기 싫으면.”
“예, 오라비.”
그래도 분위기 파악은 할 줄 아 는 강은영이었다.
취익!
청량한 소리를 내며 열린 캔에서 콜라가 졸졸 흘러내려 유리잔을 채 운다.
콜라 한 모금을 마신 강진호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된 거예요.”
“ 으음••••••
낮은 침음을 흘리는 강유환을 보 며 강은영의 고개가 좌우로 돌아갔 다.
“저기, 저는 편의점 다녀온다고 하나도 못 들었는데요?”
“그러니까……
강유환이 강은영의 말을 무시하며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저 TV에 나오는 내용들이 모두 사실이다?”
“예.”
“세상에 무인이라는 사람들이 있 고, 그 사람들은 특별한 무술을 익
혀서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르게 되 고……
“예.”
“그리고…… 네가 그 무인 중의 한 명이다?”
“예.”
강유환이 피식 웃었다.
“잘도 숨겼구나.”
“속이려던 건 아니었습니다. 저는 그저……
“그럼 너도 바위 부술 수 있는 거 냐?”
“••••••예?”
심각한 얼굴로 자신의 입장을 말
하려던 강진호의 고개가 옆으로 살 짝 꺾였다.
“막 10미터씩 점프하고? 슈퍼맨 처럼? 그거 나도 한 번 볼 수 있……
찰싹!
백현정의 손바닥이 작렬하자, 강 유환이 오징어처럼 몸을 비틀었다.
“지금 장난칠 때예요? 이런 상황 에?”
“아, 아니, 이게 뭔 대단한 상황 이야? 그냥 우리 아들내미가 생각하 던 것보다 튼튼하다 뿐인데!”
“……그거랑은 다르지.”
“다를 것도 없어.”
강유환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손 을 내저었다.
“그런 건 차라리 인간적이지. 일 주일 동안 집에 있으면서 한마디도 안 하던 시절이 더 사람 같지 않았 어.”
“어. 아빠, 그건 나도 동감. 음소 거한 줄 알았잖아.”
백현정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 진호야.”
“예.”
“그래, 아빠 말이 맞다. 그게 뭐 가 중요하겠니. 그렇다고 해서 네가
달라진 것도 아닌데.”
“예.”
“그래도 저런 사람들이 많아서 다 행이구나. 나는 혹시 네가 저런 사 람이면 정부에서 막 잡아가고 실험 하고 그럴까 봐 속을 얼마나 졸였는 지……
백현정이 안심했다는 듯 한숨을 내쉬다가 갑자기 고개를 번쩍 들었 다.
“그…… 잠깐만 진호야.”
“네‘?”
“호, 혹시 네가 그…… 그 네가 다니는 회사. 네가 사장이라는……
“MI〈요?”
“그래. 그 회사도 혹시 그럼……
“네. 저런 사람들이 모여 만든 회 사예요.”
백현종의 입술이 짧게 경련했다.
“그, 그래. 그럴 수도 있지. 그 래……. 아니…… 그런데 너, 그 회 사 생기기 전에도 어딜 계속 다녔잖 아. 너 혹시……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한국 무도 총회라는 곳인데, MK의 모태가 되는 곳입니다.”
“그럼……
“예.”
강진호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제가 회주예요.”
백현정을 진정시키는 데는 두 잔 의 얼음물이 필요했다.
소파에 드러누운 백현정의 앞에 강진호와 강은영이 무릎을 꿇고 앉 아 있다.
“나는 왜……
“조용히 해.”
강은영이 억울하다는 둣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 이상 불만을 토하지는 않았다. 저 옆 의자에 정자세로 앉
아 있는 강유환을 보면 불만을 이야 기할 수가 없다.
“자식새끼 키워봐야 아무 소용 없 다더니, 이걸 꼭꼭 숨기고……
“숨기려고 한 건 아니고……
“조용히 안 해?”
“입만 살아서는!”
“저저, 저 불효막심한!” 백현정의 눈이 불을 뿜었다.
“당신이랑 은영이는 입 다물어요.”
“••••••왜?”
“내 새끼는 까도 내가 까.”
“내 새끼이기도 한데……
“시끄러워요!”
“예.”
백현정이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애가 워낙에 범상치가 않아서 감 당이 안 된다 싶었더니, 내 자식이 초능력자라니.”
“대충 짐작은 하실 줄 알았는 데……
“그거랑은 다르지!”
강진호가 입맛을 다셨다.
이제는 웬만큼 다들 눈치를 챘다 고 생각했다. 아니, 실제로도 그랬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본인의 입에서 사실을 확인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 인 모양이었다.
백현정이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 다. 그러고는 강진호를 빤히 바라보 았다.
“ 진호야.”
“예.”
“……그래, 이게 뭐 대단한 일이 겠어. 도깨비 같던 내 자식이 진짜 도깨비였던 것뿐인데.”
“엄청 큰일 같은데?”
“너는 조용히 해, 뒈지기 싫으면.” 강은영이 곱게 입을 닫았다.
강진호에게 까불다가 선을 넘으면 혼나고 끝날 일이지만, 백현정에게 잘못 걸리면 정말 뼈도 못 추린다.
“그…… 진호야.”
“예.”
“내가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그 총회라는 곳이 협회 같은 곳이잖 니?”
“예, 맞습니다.”
“혹시 한국에 거기 말고 다른 협 회가 있다든가, 더 큰 곳이 있다든 가……
“하나밖에 없어요.”
어이구, 내 새끼.
대답도 척척 잘하지.
“……그럼 네가 한국에서는 저런 사람들 중에 제일 위라는 거니?”
“예.”
백현정이 멍한 얼굴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네 나이가 몇인데……
어디까지 말을 더 해야 할까를 고민하던 강진호가 빙긋 웃었다.
“이 바닥은 실력우선주의라서……
“……장하다, 내 새끼.”
얼마나 장한지 깨물어 버리고 싶 네.
피가 철철 날 때까지.
“그럼 혹시 너도 저…… 저 테러 리스트 같은 사람이랑 한편인 거니?
진호야, 그런 건 아니지?”
“아니에요.”
강진호가 깔끔하게 고개를 내저었 다.
“저희 쪽과는 노선이 달라요. 저 희는 최대한 사고 치지 말고 살자는 주의라서.”
“……그래. 그건 다행이구나.”
백현정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 다.
그럴 리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워 낙 엉뚱한 짓을 잘 저지르고 다니는 자식 놈이다 보니 안심이 되지 않는 다.
“그럼••••••
백현정이 강진호와 TV 화면을 번 갈아 바라보다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거니?”
딱히 답이 있는 질문은 아니었다. 백현정 역시 답을 바라고 물은 건 아닐 것이다.
강진호가 담담한 얼굴로 대답했다.
“딱히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어요.”
“그냥 지금까지는 알려지지 않았 을 뿐, 애초에 모두가 같이 살고 있 었으니까요. 한동안은 조금 혼란스 럽겠지만, 그렇게 바뀌는 건 없을
거예요.”
강진호가 세 사람을 바라보며 말 했다.
“조금 놀라셨겠지만 걱정 안 하셔 도 됩니다. 저는 그대로니까요.”
“그래.”
강유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지. 아니, 설사 달라질 게 있다고 해도 마찬가 지다.”
강유환의 미소에 여유가 보인다.
그 미소를 보니 강진호의 마음도 조금은 편해지는 것 같았다.
“근데 오빠, 그게 그렇게 되겠어?
저렇게 시끄러운데?”
“처음엔 그런 법이니까.”
강진호의 시선도 TV로 향했다. 마이크를 든 기자가 거리 한복판에 서 오가는 사람들을 배경으로 무언 가를 말하고 있다. 음소거를 해놓아 서 말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 것 같다.
‘무섭겠지.’
그런 이들이 자신들과 섞여 살아 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버렸으니까.
누군가는 지금까지도 그래왔으니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누군 가는 다를 것이다. 그리고 어느 쪽
이 다수냐 하면…….
‘후자겠지.’
강진호를 잘 아는 그의 가족들조 차도 충격을 받았는데, 다른 이들이 야 오죽하겠는가.
국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무인 들을 옹호해 준다면 상황이 조금 다 를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정부는 감 히 무인들을 옹호할 수가 없는 상황 이었다.
무인 중 하나가 핵미사일 발사 시설을 점거한 채 전 세계를 상대로 협박을 하고 있는데, 무슨 수로 무 인을 옹호하겠는가.
그랬다가는 역풍을 얻어맞고 정권 이 뒤집어져도 할 말이 없다.
그러니 이 상황은 오로지 그들 스스로가 감당해야 한다.
“진호야, 말했듯이 우리는 아무것 도 달라질 게 없다.”
“예, 아버지.”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지금까지와 같을 거라고 생각 한다면, 그건 너무 안일한 이야기 야.”
“예. 알고 있어요.”
“그래, 알고 있으면 됐다.”
“되긴 뭐가 돼요?”
백현정이 볼멘소리를 내뱉자 강유 환이 고개를 저었다.
“내 자식이지만, 내 손을 떠난 놈 이야. 내가 뭐라고 이놈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겠어. 나보다 훨씬 더 알 아서 잘할 텐데.”
“그러니까 그만하고 애 좀 믿어줍 시다. 당신이 이러면 진호가 불편 해.”
“아는데……
백현정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강진호가 그런 백현정을 보며 웃 어주었다.
“너무 걱정하실 것 없어요. 생각 하시는 것처럼 심각한 상황은 아니 니까요. 곧 다들 익숙해질 거예요.”
“진호야……
“자자, 그만하고 애 좀 쉬라고 합 시다. 며칠 만에 집에 들어왔는데 옷도 못 벗었네.”
“……밥 차려줄까? 밥 먹을래?” 강진호가 고개를 저었다.
“먹고 왔어요. 밥은 괜찮아요.”
“그래. 그럼 얼른 씻고 쉬어.”
“예.”
그제야 강진호가 자리에서 일어났 다. 태연하게 제 방으로 향하는 강
진호를 백현정이 불렀다.
“ 진호야.”
“예?”
강진호가 고개를 돌리자 백현정이 불안한 눈으로 물었다.
“너…… 혹시 저 일에 관련이 있 는 건 아니지?”
“네. 저랑은 관계없어요.”
“ 앞으로도?”
강진호가 대답을 하지 못했다.
“너 혹시……
“그럴 일은 없을 거예요. 저건 우 리가 어찌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
요. 저 그렇게 대단한 사람 아니에 요.”
“……그래, 그렇지.”
백현정이 그제야 안심이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를 향해 한 번 웃어준 강진 호가 방으로 들어와 문을 살짝 닫았 다.
“휴우.”
그의 입에서 낮은, 아주 낮은 한 숨이 새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