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965)
마존현세강림기-1967화(1964/2125)
마존현세강림기 80권 (2화)
1장 걸어가다 (2)
“한 말씀 해주십시오!”
“정부가 지금까지 이 사실을 숨겨 왔던 겁니까?”
“장관님. 한 말씀 해주셔야 합니다.” 기자들이 건물에서 나오는 장년인 의 주변을 둘러싸고 마이크를 들이 댄다. 연신 터지는 플래시에 장년인
의 얼굴이 새하얗게 물들었다.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지금 그런 말로 면피가 될 상황 이 아닙니다!”
“국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모르지는 않았을 것 아닙니까?”
“방송에 나가고 있습니다! 지금!”
굳은 얼굴로 기자들을 밀치며 걷 던 장년인의 얼굴이 미묘하게 일그 러졌다.
“제가 장관이 된 지 얼마 안 돼 서……
“몰랐다는 말씀이십니까?”
“모르면 무능 아닙니까, 무능!”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답변을 해주십시오! 이 자리를 피한다고 다 가 아니잖습니까.”
장관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들어들 보십시오. 이 문제가 저 희만의 문제는 아니잖습니까.”
기자들이 뭔가 말을 하기도 전에 장관이 재빨리 입을 열었다.
“전 세계적인 문제이기도 하고, 저희뿐 아니라 이전 정권의 문제이 기도 합니다. 그런 문제의 책임을 저희가 지라고 하는 건 너무 가혹하 지 않습니까?”
장관이 입을 열자, 기자들이 오히 려 건수를 잡았다는 듯 더 가열차게 질문을 해 댔다.
“그게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입니 까?”
“그럼 지금까지 정부가 무인이라 는 이들의 존재를 숨기고 묵인해 왔 다는 것을 인정하시는 겁니까?”
“왜 숨기신 겁니까! 진즉에 국민 들에게 알려야 할 일이었다고 생각 하지 않으십니까?”
장관의 얼굴이 확연하게 일그러졌 다.
자신들이 할 말이 없는 것은 맞
다.
국민들에게 진실을 숨겨왔다는 사 실은 어떤 말로도 면피가 되지 않는 다. 이건 그들뿐 아니라 이전 정권 들, 그리고 각국의 정부들이 함께 비판받아야 할 일이다.
하지만 이들은 진실 따위에는 아 무런 관심이 없다. 그저 자극적인 말 한마디를 더 듣고 그 사실로 기 사를 써 조회 수나 늘리겠다는 마음 일 뿐이다.
“자세한 말씀은 정부의 공식 발표 를 기다려 주십시오!”
“장관님! 장관님!”
경호원들이 장관의 사방을 둘러싸 고 기자들을 밀어낸다. 그러고는 마 치 폭동을 일으킨 인파를 헤치듯 힘 겹게 전진해 겨우겨우 차에 올랐다.
“장관님, 진실은 언제고 밝혀지기 마련입니다!”
“눈 가리고 아웅할 때가 아니잖습 니까, 장관님!”
기자들이 차창에 달라붙어 마이크 를 들이댄다. 하지만 장관을 태운 차는 금방이라도 달려 나갈 듯 엔진 음을 높여 앞을 가로막은 기자들을 위협한 뒤 열린 길을 타고 빠르게 멀어져 갔다.
“……난리도 아니네.”
그 기자들의 인파 뒤에서 하광식 이 혀를 찼다.
“……그렇게 손 놓고 있을 게 아 니라 뭐라도 좀 찍어야 하는 거 아 닙니까?”
“저거 찍는다고 기사가 되겠냐?” 박규연의 말에 하광식이 고개를 내저었다.
“나는 바닥에 떨어진 고깃덩어리 를 나눠 먹는 건 관심 없어. 기자라 면 내 테이블에 올라온 스테이크를 썰어야지.”
“그러니까 풀만 뜯지 않습니까!”
“……시끄러, 새끼야.”
박규연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말했다.
“이거 대체 어떻게 될까요? 파급 력이 장난 아닐 것 같은데.”
“별일 없을 거야.”
“……예? 지금 나라가 뒤집어졌잖 습니까? 온라인은 물론이고, 오프라 인에서도 장난 아닙니다. 요즘 자기 지인들한테 너는 사람이냐고 묻는 게 유행이라잖아요.”
“사람이냐니?”
“무인은 사람 아니라는 거겠죠.”
하광식이 피식 웃고 말았다.
“그런데도 별일 없을 거라고요? 이번에는 선배가 잘못 생각하신 것 같은데요?”
“별일 없을 거야.”
박규연의 반박에도 하광식은 말을 바꾸지 않았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데요?”
“사람의 생리라는 게 그래. 사람 은 작은 일에는 흥분하고 따져 묻지 만, 정말 큰일은 그냥 손을 놔버리 거든.”
“너도 기자니까 알 거 아냐.”
“……그렇긴 하죠.”
사람들은 연예인의 작은 일탈에는 날을 세우지만, 거물 정치인의 커다 란 오점에는 눈을 감는다. 그 정치 인의 힘이 약해지고 만만해지면 그 제야 과거의 일을 들춰가며 공격하 는 법이다.
“그냥 무인들의 존재만 밝혀진 거 라면 좀 더 난리가 났겠지. 그런데 지금 그걸 신경 쓰고 있을 상황이 아니잖아. 그 미친놈이 전 세계를 협박하고 있는데.”
“……그렇죠.”
흑왕.
그가 중국의 핵미사일 발사 기지 를 점거하여 각국을 위협하고 있다 는 사실은 더는 비밀도, 뭐도 아니 었다. 숨길 수 없는 비밀은 더 이상 비밀일 수 없는 법이니까.
“거꾸로 말하면, 그 미친놈 때문 에 무인들이 곤란해졌지만, 한편으 로는 그 미친놈 때문에 숨통이 트인 거라는 거죠?”
“모르지. 무인들이 숨통이 트였는 지, 아니면 우리가 숨통이 트였는지.”
“예?”
하광식이 쓴웃음을 지었다. 사람의 광기는 예측 불가다.
특히나 감정이 극에 달하고 자신 들이 옳다고 확신한 이들은 더없이 잔인해지기 마련이다. 상황이 최악 으로 흘렀다면, 무인들을 모조리 제 압하여 가둬야 한다는 여론이 나와 도 이상할 게 없었다.
‘순순히 잡힐 리가 없으니 난리가 나겠지.’
그 과정에서 몇몇이 죽기라도 한 다면 정말 내전이 터진다.
지금은 혹왕이라는 거대한 악(惡) 이 양측의 움직임을 묶어두고 있는 것이다.
“그럼 이대로 잠잠하게 넘어갈 거
란 말씀이세요?”
“……억제기가 있는 동안은.”
결국 어떤 식으로든 변화는 있을 수밖에 없다.
“참 웃긴 일이야.”
“뭐가요‘?”
“그 미친놈의 말대로라면 애초에 우리는 그런 사람들이랑 같이 살고 있었다는 거잖아. 그냥 아무것도 모 르고.”
“그렇죠.”
“그 말은 그런 사람들이 있어도 딱히 달라질 게 없다는 의미잖아.”
“없던 사람이 생긴 것도 아니고, 모르던 걸 알게 된 것 뿐인데, 이 난리를 치는 것도 웃긴 일이지.”
“에이, 그걸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되죠.”
“왜‘?”
“평소에 바퀴벌레가 안 보이면 안 심하고 살지만, 어느 날 서랍장을 들었더니 그 밑에 바퀴벌레가 바글 바글대고 있었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냥 서랍장 다시 내리고 예전처 럼 살 수 있겠습니까? 저는 못합니 다.”
“……바퀴벌레는 아니잖아.”
“더하죠. 바퀴벌레가 사람 죽였다 는 이야기는 못 들어봤으니까. 심장 마비가 아니면.”
할 말이 궁해진 하광식이 입맛을 다셨다.
아는 것과 모르는 것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그 사실을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끓어올랐어.’ 세상이 불구덩이에라도 던져진 것 같다.
“그런데 선배.”
“왜?”
“그 강진호 있잖습니까. MK 회장.”
“그 양반 무인이겠죠?”
“말해 뭐 하냐, 씨발.”
하광식이 짜증 난다는 듯 입술을 깨물었다.
워낙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 는 일이 벌어져서 대체 뭐 하는 놈 인가 그토록 추적했는데…… 설마 결론이 이런 식으로 날 줄이야.
놈이 무인 중에서도 높은 지위를 가졌다면…… 아니, 굳이 높은 지위 가 아니라도 무인들 측에서 외부적 으로 사업을 벌이기 위해서 내세운
얼굴마담만 되도 그가 지금까지 한 일들이 모두 설명된다.
“거참 희한한 결론이네요. 범죄자 인 줄 알았던 애가 초능력자였을 줄 이야.”
“……이제 그놈은 됐어.”
하광식이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그런 걸 보고 있을 때가 아 니지. 그보다 청와대는 아직 반웅 없대?”
“청와대만 반응이 없습니까? 전 세계 각국도 아직 입장 낸 데가 없 잖습니까. 언제 우리나라가 총대 메 고 나서서 선빵 친 적 있습니까?
미국이나 일본이 먼저 한마디 하고 나면 슬쩍 편승하겠죠.”
“중국 놈들은?”
“그 새끼들은 진짜!”
“후.”
하광식의 입에서 한숨이 새어 나 왔다.
그의 눈에 짜증을 내며 다음 먹 이를 찾아 움직이는 기자들의 모습 이 보였다.
‘ 모르겠군.’
세상이 뒤틀리고 있는 건지.
그게 아니면 뒤틀린 세상이 원래 대로 돌아가고 있는 건지.
어느 쪽이든 간에 충격은 피할 수 없다.
그저 이 모든 일이 끝난 세상이 지금보다 못하지만 않기를 바랄 뿐 이다.
“난리도 아니네.’’
와그작와그작.
강은영이 소파에 드러눕듯 앉아서 과자를 씹어 댄다. 그러면서도 그녀 의 눈은 TV의 보도에 고정되어 있 었다.
정치인들이 인터뷰를 피하는 모 습, 사람들이 인터뷰를 하는 모습, 이 사태에 대한 각계의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저마다 의견을 내놓는 모 습.
연이어 편성되는 프로그램들만 보 고 있어도 하루가 후딱 지나갈 정도 였다.
“……그렇게 먹어도 돼?”
“어차피 지금 나라꼴이 개판이라 방송도 못해. 행사도 안 들어오는데 뭐.”
“그리고 요즘 살도 잘 안 쪄. 이
거, 혹시 전에 오빠가 알려준 그 호 흡하는 법 덕분인가?”
“……성취가 올랐네.”
안타깝게도 말이다.
“크으, 오라비 덕을 볼 일이 있 네. 어? 잠깐만. 그럼 나도 그 무인 인가 뭔가 하는……
“꿈도 꾸지 마라. 네가 무인이면, 모기도 독수리다.”
“그럼 다행이고.”
강진호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다행이라…….
그래, 어쩌면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이전부터 무인으로 사는 것
을 그리 좋지 않게 생각하던 강진호 다. 그가 무인이 되는 것이 평범하 게 사는 것보다 좋다고 생각했다면, 그의 가족들에게도 무학을 가르쳤겠 지.
하지만 그는 건강을 위한 최소한 을 제외하고는 가족들에게 무학을 전수하지 않았다. 이미 그 운명에 휩쓸린 이가 아니라면 평범하게 사 는 쪽이 낫다.
“그런데 오라비.”
“응‘?”
“엄마 아빠한테는 그렇게 말할 수 밖에 없던 건 이해해. 근데 오라비
는 정말 이 상황이 무난하게 지나갈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나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아닐 것 같은데.”
강진호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두고 봐야지.”
그의 시선이 다시 화면으로 향했다. 인터뷰를 하는 사람들의 얼굴에 불안함이 어려 있다.
‘미디어라……
처음에는 그리 크지 않던 불안함 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연이어 나오는 보도와 이 일의 심각성을 과
장해 대는 전문가들의 말이 사람들 의 공포심을 자극하고 있었다.
분명 나라에서는 저러 보도를 자 제시켰을 것이고, 아마 보도지침도 그렇게 떨어졌을 것이다. 최대한 정 제한 게 저 정도라는 의미였다.
강진호가 고개를 내저으며 자리에 서 일어나려 하는 순간, 그의 전화 가 울리기 시작했다.
강진호가 액정에 뜬 이름을 보고 는 얼굴을 굳혔다.
“누구야?”
“ O.”
M –
강진호가 전화를 들어 통화 버튼
을 누르고는 귀에 가져다 댔다.
[총리입니다, 회주님.]“예. 연락하실 거라 생각했습니다.”
[근처에 와 있습니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잠깐 만나 뵈었으면 합니 다. 드릴 말씀이 많습니다.]“예. 어디로 가면 될까요?”
가야 할 곳이 어딘지를 확인한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근처로 가서 다시 전화드리겠습 니다.”
전화를 끊은 강진호가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향했다.
“나가려고?”
요 O ”
■o’.
“또 안 들어오는 거 아니지? 오 빠 또 외박하면 엄마가 믹서기로 갈 아버릴 기세던데?”
“……저녁 전에는 들어올 거야.”
“사람은 사릴 때는 사려야 하는 법이네. 오라비, 잘 생각하고 늦지 않도록 하게.”
“……예. 말씀 감사합니다.”
방으로 들어와 갈아입을 옷을 챙 긴 강진호의 입에서 작은 한숨이 새 어 나온다.
흐름이 너무 급격하다.
그조차 휩쓸려 가라앉을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