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969)
마존현세강림기-1971화(1968/2125)
마존현세강림기 80권 (6화)
2장 정리하다 (1)
“사부님, 이번에 난동 부린 새끼 들 잡아왔습니다.”
“……다 감옥에 처박아.”
“더 넣을 데가 없는데요?”
“그럼 운동장에 구덩이 파서 묻어 버려.”
“머리까지 다요?”
“다겠냐, 이 새끼야?”
방진훈이 버럭 고함을 내지르자, 천태훈이 찔끔하여 몸을 뒤로 뺐다.
“호, 혹시나 하고.”
“저 새끼는 날이 갈수록 멍청해지 냐! 어릴 때는 똘똘했는데.”
“제가 어릴 때는 사부님도 머리숱 이 많았……
“야, 이 개새끼야아!”
“히이이익!”
천태훈이 날아오는 재떨이를 피해 몸을 날린다. 유리로 만든 커다란 재떨이가 벽을 뚫고 박혀들었다.
“주, 죽일 셈입니까? 제가 없으면
사부님 심부름은 누가 하고요?”
“……이 새끼가 안 그래도 요즘 신경 쓰여 죽겠는데.”
방진훈이 떨리는 손길로 머리카락 을 살살 건드렸다. 그러자 두어 가 닥 머리카락이 나풀대며 바닥으로 떨어진다.
외면하고 싶지만, 그의 높은 안력 으로 이 광경을 보지 않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왜, 나는 왜……
방진훈의 눈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거, 이야기 속에서는 벽을 넘으면
육체가 재구성돼서 젊어진다고 하더 니, 그는 젊어지기는커녕 정수리만 비어가고 있다.
“안 그래도 골치가 아파 죽겠는 데…… 이 개새끼들!”
그런데 총회 놈들도 자꾸 사고를 쳐 대니 속이 뒤집어질 판이었다.
“왜 자꾸 지랄들이냐, 왜! 좀만 있으면 알아서 해결해 준다는데!”
“……복잡하긴 할 겁니다.”
“ 뭐가?”
“그……
천태훈이 미묘한 시선으로 방진훈 을 바라보고는 말을 이었다.
“애들이 저러는 건…… 회주님이 그 혹왕인가 뭔가 하는 놈을 해결하 지 못할까 봐 저러는 게 아닙니다.”
“그럼?”
“해결할까 봐죠.”
“……그건 무슨 개소리야? 해결할 까 봐 걱정이라니? 그럼 회주님이 저 잡놈 새끼한테 당하기라도 해야 한다는 거야?”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요.” 천태훈이 뒷머리를 긁어 댔다. 그러고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사부님은 이해하기 어려우시겠지 만, 일반 회원들은 미래에 대한 걱
정이 많습니다.”
“미래? 무슨 미래?”
“……이대로 계속 총회의 회원으 로서 먹고살 수 있는가 하는 걱정 말입니다.”
“아니, 별……
방진훈이 버럭 고함을 내질렀다.
“야, 이 새끼야! 그게 말이나 되 는 소리냐? 회에서 밥 주지! 돈 주 지! 수련만 하면 알아서 먹고살게 해주는데, 뭐가 걱정이야?”
“……언제까지요?”
“응?”
천태훈이 입술을 살짝 깨물고는 말
했다.
“그게 언제까지입니까? 평생 죽을 때까지 연금 줘가며 먹여 살려주지 는 않을 것 아닙니까?”
“야, 그건……
“이중걸 사태 때 회의 장로들과 노고수들이 모조리 썰려 나가는 걸 눈으로 본 애들입니다. 그런 애들한 테 미래는 이쪽이 책임진다고 해봐 야…… 그 말이 얼마나 먹히겠습니 까.”
“야, 그건 그 새끼들이 지랄을 해 서 벌어진 일이고.”
“그리고 솔직히 이 걱정이 근거
없는 건 아니잖습니까. 회가 무슨 자선 단체도 아니고, 돈 한 푼 못 벌어 오고 수련만 하는 새끼들을 평 생 먹여 살릴 순 없잖아요.”
방진훈이 뭔가 말을 하려다 입을 닫았다.
원래 그가 하려던 말은 ‘그래서 회주님이 사업도 벌이고 돈을 벌려 고 하시는 거잖아’였지만, 그건 의 미가 없는 말이다.
근본적으로 돈을 벌지 못하는 이 들을 회가 먹여 살리는 상황은 바뀌 지 않으니까.
“그리고 설사 그게 되어도 문젭니
다. 사람이 밥이랑 돈만으로는 살 수 없거든요.”
“그럼 뭐가 더 필요한데?”
“사회적 인정이요.”
“여기서 아무리 돈을 벌어봐야 친 지들에게도 자기가 누군지 제대로 말도 못합니다. 백수 취급을 당하거 나, 그게 아니면 나쁜 일을 해서 돈 버는 놈 취급을 받는 거죠. 예전에야 그 말이 별로 틀린 것도 아니었고.”
“젊을 때야 그런 취급을 받아도 돈만 있으면 괜찮습니다. 그런데 나
이가 한두 살씩 먹어가다 보면 이제 눈치가 보이거든요. 그렇다고 수련 해야 하는 놈들이 치킨집을 차릴 수 도 없고.”
“……그래서 뭘 어쩌자고?”
천태훈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심정이라는 거죠. 사회적인 인정을 받고 싶다.”
방진훈이 소파에 둥을 기댔다.
“저 흑왕 새끼가 하는 일이 잘되 면 우리도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거다?”
“……확신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 도 지금보다는 나아지지 않을까 생
각하는 이들도 분명 있습니다. 그런 데 우리는 그걸 막아야 하는 입장이 니 복잡하겠죠.”
“지랄들을 하고 있다.”
방진훈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야, 이 새끼야. 쥐새끼도 치즈가 있는 곳은 덫이라는 걸 알아. 달콤 하기 짝이 없는 말에 속는 새끼들이 사기당하고 주식으로 패가망신 하는 거야.”
“알긴 합니다만……
뭔가 더 말을 하려던 방진훈이 한숨을 내쉬었다.
“제길, 나도 회주님한테 옮았나. 야,
담배 하나 줘봐.”
“잘 안 피우시잖습니까.”
“알았으니까 줘보라고.”
“예.”
천태훈이 품에서 담배를 꺼내 방 진훈에게 내밀었다.
손가락을 튕겨 담배에 불을 붙인 방진훈이 짜증 어린 얼굴로 깊게 연 기를 내뿜었다.
“새끼들이 의리도 없이 말이야. 설 사 그런 생각이 있다고 해도 회주님 이 지금까지 애새끼들한테 해준 게 얼만데. 은혜를 아는 새끼들이면 속 이 뒤집어져도 입 닫고 있어야지.”
“대부분은 그런 생각입니다. 그래 서 난리를 친 놈들은 잡혀와도 사람 취급 못 받습니다. 특히나 공영길이 가 눈이 뒤집힌 모양입니다.”
“……그 새끼는 좀 무섭다.”
바토르 반만 한 놈이 눈을 까뒤 집고 달려드는 모습을 생각하니 천 하의 방진훈도 오금이 저렸다.
“여하튼 애새끼들 단속 똑바로 해.”
“예.”
“니들이 뭔 말을 하는 건지 모르 는 게 아냐. 우리도 그런 문제가 있 다는 걸 알았으니까 팔자에도 없는 회사도 만들고, 애들 은퇴 뒤에 카
페도 차려주고 한 거잖아. 피자집도 하고.”
“그렇죠.”
“그런데 니들이 이렇게 나오면 섭 섭하지 않겠냐? 특히 나야 뭐 한 거 없으니 할 말 없지만, 회주님이 나 이현수, 그리고 MK에 나가 있 는 사람들은 허탈하지.”
“알고 있습니다, 사부님.”
“그래. 그러니까 힘들겠지만 단속 좀 잘 해라. 지금 애새끼들이 밖에 서 사고 치는 거 뉴스 한 번만 타 면 그날로 여론은 개작살 나는 거 야. 그때부터는 무슨 수를 써서도
복구가 안 된다.”
천태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명환이 마염들을 데리고 단속 해 주고 있습니다.”
“거, 진짜. 상황이 얼마나 엿 같 으면 마공 익힌 놈들이 다른 놈들을 단속하고 있냐. 원래 반대로 되어야 하는 건데.”
“그 새끼들이야 사회적 인식이고 나발이고, 평생 회주님 곁에서 뼈 묻기로 작정한 놈들인데, 외부야 어 떻게 되든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그러네.”
방진훈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을
내저었다.
“알았어. 바쁠 텐데 가봐. 아까 그 새끼들은 연무장에 목만 놔둔 채 묻어버리고.”
“예.”
“파고 나오면 진짜 뒈진다고 해. 알았어?”
“알겠습니다.”
“그래.”
천태훈이 고개를 꾸벅 숙이고 밖 으로 나가자 방진훈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빌어먹을.’
수많은 것들을 해왔다.
그가 강진호와 함께 이중걸을 밀 어내고 회주의 자리에 올랐을 때부 터 지금까지 무인들을 위해서 수많 은 것들을 해왔다.
그에 나름 자부심도 있었다.
다른 이사들이야 총회 회원들의 삶 같은 건 그닥 신경 쓰지 않지만, 그는 달랐으니까. 그는 총회가 잘나 가든 말든 딱히 신경 쓰지 않는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총회를 구성 하는 이들의 삶이었다.
그런데…….
“허탈하네.”
저 흑왕의 한 수로 지금까지 그
들이 해온 것이 다 무의미해지는 느 낌이다. 그들이 알고 있던 세상 안 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려 했지만, 흑왕은 단 한 수로 그들이 알던 세 상을 근본부터 바꿔 버렸다.
“이제부터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방진훈이 양손으로 얼굴을 주물렀 다.
저 흑왕이 어떻게 되든 이제 무 인들을 이 세상과 공존할 방법을 새 로 찾아내야 한다.
어떻게든…….
그래, 어떻게든.
“좋은 얼굴이로군.”
위긴스가 건너편에 앉아 있는 마 스터를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하나 묻겠습니다만.”
“말하게.”
“혹시 흑왕의 계획을 미리 알고 계셨습니까?”
마스터가 빙그레 웃었다.
“그럴 리가 있는가. 그리 허술한 사람이라면 이런 일을 벌이지도 못
했겠지.”
“……그럼 어떻게 예측하셨습니까?”
“예측이라니. 나는 아무것도 예측 한 적이 없네.”
“다시 생각해 보게, 위긴스. 내가 한 말을 말이야. 나는 그저 총회가 절대적인 선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말한 것뿐이네. 선이 아니라면 악이 될 수도 있지. 그렇지 않나?”
“……당연한 이야기죠.”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았던 게 문제지.”
마스터가 고개를 내저었다.
“위악은 때로 위선보다 더 끔찍하 지. 자네들은 이득과 실리로 움직이 고 도덕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해오지만, 그 안에는 나름 자신들 이 이 세상을 위해서 옳은 일을 하 고 있다는 오만함이 깔려 있었네.”
“마스터.”
“적이란 건 말일세, 반드시 악한 게 아니지. 입장이 다르면 누구라도 적이 될 수 있네. 하지만 자네들은 저들의 목적이 뭔지, 무엇을 하려 하는 건지 알아본 적도 없으면서 무 작정 저들을 악이라 규정하고 막아 서려 했지. 그렇지 않나?”
변명의 여지가 없는 말이다.
“나는 그저 상식적인 말을 한 것 뿐이야. 그저 자네들이 상식적이지 않았을 뿐이네. 그래, 총회는 썩고 있네. 마치 예전의 원탁처럼.”
그 말이 비수가 되어 위긴스의 가슴에 틀어박혔다.
“총회는 이제 겨우……
“아아, 그렇지. 이제 겨우 생겨난 곳일 뿐이야. 원탁처럼 고여 있는 곳이 아니지. 하지만 위긴스.”
마스터가 미묘한 표정으로 입꼬리 를 말아 올렸다.
“하나 묻겠는데, 자네는 왜 원탁 이 썩었다고 생각했는가?”
“그건••••••
위긴스가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세상이 바뀌고 있음에도 과거의 방식을 고수하고, 그 방식이 결코 잘못되었다고 믿지 않지. 그리고 자 신들은 반드시 옳은 일을 하고 있다 는 어설픈 선민의식에 싸여 세상을 바로 보지 못해.”
“그래. 원탁의 이야기네. 총회의 이야기가 아니라.”
위긴스가 눈을 감았다.
“때로 지나친 성공은 독이 되지. 총회는 너무도 크게 성공해 왔네. 그렇기에 의심을 가질 여지조차 없 었겠지. 하지만 자네라면 알 걸세,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반복되는군요.”
“나는 그렇다고 생각하네. 물론 회주님은 나름 현명하신 분이라 그 걸 경계하시겠지만…… 그분이 신이 아닌 이상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네. 특히나 지금처럼 총회의 이사진들이 완전히 확정되고 같은 이들의 말만 회의실에 돌기 시작한다면 말일세.”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 봐야……
어차피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다.”
“그렇지. 이해하는군.”
마스터가 재미있다는 둣 웃자, 위 긴스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건 그가 해결했어야 하는 문제 다. 다른 누구도 아닌 그가.
“너무 자책하지 말게나. 성장하는 조직은 어떤 식으로든 진통을 겪지. 다만, 이번은 그 타이밍이 너무 나 빴을 뿐이야.”
“위로에 감사해야 할지, 질책에 화 를 내야 할지 모르겠군요.”
위긴스가 굳은 얼굴로 마스터를 바라보았다.
“지적은 감사하지만, 오늘 저는 그런 걸 물으러 온 게 아닙니다.”
“하면? 아직 이 쓸모없는 늙은이 에게 기대하는 것이 있는가?”
“……각국의 정부가 어떻게 나올 것 같습니까?”
위긴스의 말에 마스터가 미소를 지었다.
“자네도 알고 있지 않은가.”
“다 끝났네, 위긴스. 무인의 세상 은 이제 끝났어.”
짓씹은 위긴스의 입술에서 붉은 피가 홀러내렸다.